https://www.youtube.com/watch?v=qK1Q5u0N5dg



(마우스 오른쪽 눌러서 반복 - 좋아서 올리긴 했는데 안 틀어도 될 것 같기도..)


(PREVIOUS): https://arca.live/b/counterside/72486707



 그로부터 삼 년….


 이면세계 한 곳. 관리자들 중 한 명에 의해 완전한 해방이 이뤄진 그곳으로부터, 하얀 머리의 소녀가 눈을 밟으면서 찾아왔다. 보통 어떤 이면세계라고 해도 대충 북유럽계 세력들은 스웨덴의 우플란드 지역 지하에다 외세계에 연결되는 신전을 짓는데, 궁니르의 위치를 추적하던 평행세계의 다른 힐데가 그곳을 통해서 관리자와 에델의 도움으로 방문한 거다.


 "이곳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건가? 아니라면…."


 여기의 상황을 모르는 다른 힐데는 그냥 아메리카노 캔커피를 홀짝이며 둘러보았다. 사실, 궁니르가 여기 있다지만 이곳에서 마왕이나 침식체에 대항하여 그걸 유일한 억제력으로 사용하는지 모른다.


 '이 세계의 상황이 그들에게 불리하면 신창을 뺏어갈 순 없겠지…. 곤란하군.'


 계속 두리번거리며 눈발을 맞던 힐데는,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오는 두 인물들을 확인했다. 분명… 과거 자신에게 총을 쏴버려서 치명상을 입힌 샤오린과, 누군지 모르는 남자다. 마시던 커피를 대충 던지며 바로 칼을 뽑고는 경계하는 힐데에게 먼저 시윤이 다가와 말했다. "…스승님?"


 힐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체를 빠르게 짐작한 샤오린이 시윤에게 말했다. "…최고관리자는 이미 돌아가셨지요. 촌장, 지금 여기에 있는 그녀는 다른 이면세계에서 온…." 그리고 눈길을 돌리며 물었다. "그렇지 않나요? 힐데… 아니, 그 이름조차 맞는지는 모르지만."


 "눈치가 빠르군, 너는… 소림, 아니 샤오린이라고 하나?"

 "그쪽 이면세계에도 제가 있었나 보군요."


 '별로 좋은 녀석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힐데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고개를 젓고는 칼을 집어넣었다. 둘은 딱히 경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어쨌거나 추우니까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고 싶다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


 너무나 자신의 고향과 닮은 모습에 힐데는 되려 어색함을 느끼었다. 시윤이란 남자, 자신의 세계에 있는 시영하고 살짝 닮았으며 여기선 촌장이라 불리는데… 대충 지나가며 왜 여기에서 살고 있는지 물으니, 마신의 침공이 종료된 이후에 라그나로크의 예언서 65절에 경고된 호스크복의 지배자라는 신목이 갑자기 세계의 중앙에 나타나, 침식파를 계속해서 흩뿌리며 세계는 망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침식파 청정지역인 구 스웨덴 지역에 몰려 살게 되어진 것이다. 오직 한 줌의 인류만 남은 이곳에선 지난 전투의 생존자 여섯 명이 유일한 전력이었다 - 미나, 시윤, 서윤, 유진, 샤오린, 소빈.


 '우리의 아버지 오딘이 여기선 악당이었다고… 이런 이면세계는 아예 본 적도 없었는데.'


 힐데는 한숨을 내쉬면서, 마을 중앙에 있는 촌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선 애가 우는 소리와, 카레를 끓이는 냄새와, 그리고….


 "어머? 벌써 왔어, 여보?" 고무장갑을 벗으며 마중나온 유미나가 있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를 늘어트린 그 모습은 영락없는 주부였다. 샤오린은 힐긋 힐데를 봤는데,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걸 보곤 아무래도 그녀가 온 세계가 자신들관 너무나도 다르다고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하… 아무래도 특이한 손님을 맞아서요."

 "손님? 누구… 어?"


 미나는 눈이 동그래지며 옆을 보았다. "관리자님…? 하지만 어떻게…?"


 오히려 그 소리에, 힐데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관리자라고?" 샤오린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미나, 이 분은 이면세계에서 왔어. 우리가 아는 바니르 최고관리자가 아니야."


 그러자 그녀는 약간 씁쓸한 얼굴로 눈길을 돌렸다. "아… 그래. 그렇구나. 그렇지, 다시 돌아오실리가 없지."


 "……."


 대충 상황이 어떤지 짐작은 하긴 했지만, 힐데는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았다. 시윤은 머릴 긁다가 그녀에게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와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말했었고, 힐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울던 아이를 달래며 품에 안고 이유식을 먹이는 미나하고,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랑 함께 먹어보라고 웃으며 권유하는 시윤과, 이런 환대하는 느슨해진 분위기에도 효율적으로 이면세계 힐데에게 그녀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답해주고 자신이 궁금해하는 그녀의 목적을 딱딱 물으면서 대화를 이끌어주는 샤오린. 덕분에 힐데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이곳에선 다른 마왕이나 마신조차 존재하지 않아, 단지 오딘하고 그의 휘하 에시르만 있었으며, 이곳의 자신인 브륜힐데는 로키의 딸이며 - 그녀가 마신에게 대항하여 바니르 관리국을 창설하고 최고관리자가 되어 이곳의 클리포트 게임과 같은 라그나로크를 막았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묘하군….'


 로키는 원래 자신의 적이었는데. 게다가 저주스런 바니르란 이름이 여기서는 관리국의 명칭으로 쓰이다니. 언짢은 느낌을 감출 수 없는 힐데로서는 단지 묵묵히 젓가락을 들어서 먹다, 옆의 소리에 고개를 힐긋 돌렸다.


 "힐데, 괜찮니? 우쭈쭈… 울지마렴."

 "……?"


 미나의 목소리. 힐데의 표정을 읽고 시윤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하하… 신경쓰지 마세요, 스승님… 아니, 아니. 힐데 씨. 그게…." 어쨌던간 자신의 스승처럼 보이는 인물을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색한 것인지. "저희 쪽의 힐데 씨의 이름을 따서 붙였죠. 미나도 저도 그러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시윤 씨의 소대장도 뭣도 아니니까."

 "그래도 말이죠… 그 분하고 너무나 닮으셔서 말이예요. 아, 혹시 부담스러우신가요?"


 그러자 힐데는 표정을 풀면서 따뜻하게 웃었다. 그쪽의 그녀도, 과거 동료들을 잃으면서 매우 차갑고 냉혹한 각오를 다졌긴 했지만 - 본성은 다정하고 상냥한 여성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냐. 단지… 이쪽의 그녀가 받아야 할 환영을 내가 대신 받으면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그렇지. 그래… 이곳에는 수연이가 있다했지? 저쪽에선 내 실수로 그녀를 지키지 못했어. 그렇지만 만일 수연이가 살아남아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면?" 힐데는 차를 마시곤 이어서 말했다. "보고 싶지, 설령 그게 다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시윤 씨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아냐."


 그러자 샤오린은 슬픈 눈초리를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를 못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나가 조용히 말했다. "안타깝지만, 코핀의 부사장… 아니, 관리국의 2급 관리자인 이수연 또한 그때에 돌아가셨어요."


 "……."


 힐데는 다시금 카레를 숟가락으로 먹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가."


 아까 자신들만이 유일한 전력이라고 말할 때, 그건 대충 코핀만을 말한 게 아닌, 정말로 세계 자체가 망해버렸단 뜻인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란, 그래도 완전한 파멸은 피했던 것일까.


 "그러고보니, 호크스복의 지배자라는 게 정확히 뭐인지…?"


 샤오린이 대답했다. "방금 말씀했던대로, 침식파를 계속해서 퍼트리는 신목… 아니, 침식체입니다. 저희들이 가진 장비들론 철거할 수 없었죠. 그쪽 세계엔 아예 없었나보군요."


 "맞아, 없지. 아니… 잠깐, 시윤 씨는 아라한의 영역까지 도달하여, 공간베기라던가 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시윤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아뇨… 그게, 갈랐는데 혼자 다시 붙더군요. 그냥 나무가 아닌, 나무의 모습을 한 침식체와 같았어요." 힐데는 숟갈에다 김치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역시나 그렇군… 쉽진 않았겠지."


 한 숟갈 떠 우물거리다 삼키곤, 힐데가 시윤을 보면서 말했다. "시윤 씨에게 하나 제안이 있는데…."


 "뭐죠?"

 "이쪽의 내가 건설한, 그라운드 원으로부터 게임의 이면세계로 이어지는 통로. 나 밖에 열지 못한다 했었지?"

 "그렇기는 합니다만…."


 밥을 다 먹은 힐데는 차를 마시며 힐끔 곁눈질을 했다. "내가 그쪽으로 들어가도 되나? 오딘의 신창 궁니르로 벨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러자 샤오린이 급하게 반대하였다. "찬성할 수 없어요. 좀스바이킹의 세력이 아직 저기에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면세계엔 구원 기사단이 침공세력이나, 여기선 좀스바이킹이 그렇게 불려졌다. 어쨌던간 자신이 수호한 세력이 여기선 악당이라… 힐데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적응이 안 되는 군.'


 하지만 시윤은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힐데 씨만 괜찮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출발해보죠."


 "촌장, 그게 무슨…."

 "처음부터 저는 그럴 생각이었어요. 게다가 삼 년 넘도록 더욱 수련해왔으니 우리도 약하진 않아요. 그때 스승님이 말씀 하신 대로, 마왕도 마신도 없는 단순한 바이킹들과 발키리들을 우리가 막지 못할 것도 없겠죠?"


 "……."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던 힐데. 어쨌던간, 시윤은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우리가 가는 목적은 그게 전부가 아니죠. 대적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런지, 아니면…."


 힐데가 물었다. "대적자? 설마 여기도 가은이 있나?"


 "…가은? 힐데 씨의 세계에선 그녀가 대적자였던 건가요? 아뇨, 로자리아입니다."

 "뭐…?"


 실패한 대적자는 죽어서 허신이 되거나 살아서 마왕이 된다. 그 법칙을 뒤집어 생각하면, 대적자로서 실패하지 않은 세계에선 로자리아는 아직 마왕이 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는 거다.


 힐데는 턱을 괴면서 중얼거렸다. "로자리아가 대적자인가…."


 하지만 미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옆에서 말했다. "울브즈베인을 다시 꺼내야 할지도… 근데, 오빠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대적자라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살아있을리가…."


 "미나, 그게 아니예요. 설령 죽었다고 하더라도…." 시윤도 차를 마시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그녀의 최후를 애도해야만 합니다. 적어도 저희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그래. 그럴지도… 응, 그런 것 같아."


 힐데는 그들을 보면서 다시 가방에서 커피를 꺼내었다. 톡 까서 마시며 조용히 둘을 바라보던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곳도 여러가지 있었군. 걔가 우리 쪽으로 온 건 어쩌면 엄청난 행운이었는지도 모르지….' 자신도 모르게 그 둔감한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힐데는 캔을 쭉 마셔 그대로 내렸다.


 식사를 마친 힐데는 이곳에서 같이 자고 아침 출발하잔 시윤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눈치가 빠른 샤오린이 뭔가 불편히 쳐다보는 미나의 표정을 읽고서, 자신과 함께 서윤이 있는 바니르 관리국에 가자고 대신 권유해 그녀들은 전함으로 그대로 승선했다.


 개인실에서 창 바깥을 본 브륜힐데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이 세계의 내가 남긴 유산이라고…."


 신생관리국의 관리자의 도움으로 많은 이면세계들의 실태를 본 그녀는, 어쩌면 이것도 성공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시윤들에겐 너무나 절망적인 현실일지도 모르지만….


 '이쪽의 나와 수연이 죽은 이후로, 서윤이 최고관리자가 됬다고 했지. 내가 있던 세계와는 다른 사람… 그래,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힐데는 이불을 덮고 그대로 잠들었다. 어쩌면, 내일 그곳에서 전혀 본 적 없던 침식체들과 싸울지 모른단 걱정과 기대를 하면서.


 다음 날.


 바니르 최고관리자 서윤, 그리고 그녀의 부관 샤오린과 2급 관리자 유진, 소빈, 미나, 시윤 모두 이면세계의 브륜힐데와 함께 라그나로크의 격전지로 향하는 문을 보면서 서있었다.


 얼터그레시브 서윤. 그녀가 진회색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면서 미나를 보았다. "미나야, 힐데는… 아니, 아기는 어떻게 했어?" 대충 데려올 수 없으니 옆집에다 맡겼다 대답하는 미나와, 컴퓨터를 만지면서 이것저것 누르다가 힐끔 바라보던 힐데. 곧, 삼 년 만에 이면세계로 향하는 입구가 열렸다.


 '이상한데… 로키의 딸이라고 했었지? 이면세계의 나라고 하여도 생체정보는 완전히 다를텐데….'


 의아하게 생각하곤, 힐데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 앞에는 무엇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가기 전에 확실히 약속하지." 그렇게 말하며, 힐데는 자신의 힘을 전부다 해방해, 하얀 빛을 뿜어내면서 등 뒤에 날개를 피워, 그대로 혼돈의 기운을 레긴과 파프닐에 부여했다.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는다."


 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결정했거든."


 "…뭐?"

 "아, 아뇨. 그냥…."


 아라한은 왠지 모를 그리움을 느끼면서, 칼집을 쥐었다. "예전에… 그런 입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었죠, 델타세븐의 대령입니다."


 "혹시 카린 웡 대령이었나?"

 "카린…? 아닙니다, 역시 서로의 세계가 많이 다르네요."


 힐데는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런 것 같군."


 모두가 죽어 사라진 그 쓸쓸한 황량한 죽음의 대지에, 몇 년 만에 미나들은 다시금 발을 들였다. 북풍의 한기에 휘날리는 깃발들과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 그리고 파손되진 기계의 잔해들. 대충 여기저기 바라보던 힐데는 그제서야 이곳에서 뭐가 있었는지 통감했다.


 '정말 처절했군….'


 그렇게 감상에 젖은 힐데를, 자신이 마신을 어디에서 찔렀는지 기억을 더듬거려 안내하는 미나. 과연, 오딘의 거대한 신창은 그대로 떨어져있었다.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계속해서 꿈에서 나왔으니. 소대장… 아니, 힐데 씨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산과 같이 거대해, 너무도 강력한 상대였으니까요." 힐데는 묵묵히 고개를 돌리며 신창 궁니르에 손을 대었다. 마치, 궤도 엘레베이터 같이 너무나도 크고 길다란 그건 수축하여 자신의 팔에 맞게 줄었다.


 소빈이 놀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그 기둥처럼 큰 신창을 써서 신목을 자르겠다고 하신 건지 상상조차도 안 갔는데…." 옆에 있던 서윤이 말했다. "뭐, 어떤 이면세계던 힐데 씨는 힐데 씨니까. 생각 없이 그냥 오자고 하진 않겠지."


 유진이 서윤에게 물었다. "근데… 진짜 아무도 없네. 혹시 좀스바이킹들 전부 집으로 돌아간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몰라. 마왕도 마신도 전부다 죽었으니까 어쩌면 싸우다 본진으로 퇴각한 건지도…."

 "당연히 여기서 눌러살 일도 없으니."


 한껏 긴장했던 그녀는 적이 없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과 실망감을 느껴, 권총을 돌리면서 주위를 봤다. "어쨌거나 궁니르는 찾았으니 한 건 해결, 나머지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로자리아인가… 전혀 짚이는 데도 없는데…."


 시윤이 조용히 턱에 손가락을 대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때… 스승님하고 대적자하고 교신하던 것을 봤었는데, 여기 떨어진 통신기를 통해서 위칠 추적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는 게 좋다 판단해, 아직 작동하는 장비들을 찾아 어떻게든 로자리아가 사용했던 기기의 위치를 추적했다. 사자의 도시에, 그리고 산 정상에. 불타는 원을 치고서 로자리아는 마치 봉인되진 여신처럼 깊게 잠들어있다. 힐데는 팔로 모두를 막으면서 다가가지 못하게 한 뒤, 그대로 궁니르를 통해서 불을 지워냈다.


 그리고….


 다가오는 힐데에 반응하여, 로자리아는 고개를 움직여 흐릿한 눈동자를 떴다.


 "…힐데?"

 "……."


 그녀에게 이터니움 주사를 놔주며, 힐데는 로자리아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몸을 훑었다. 듣기로는 그때 시윤들이 퇴각하도록 혼자서 막아냈다고 했었는데, 어떻게든 적들을 죽이고 죽이면서 살아남아 스스로를 검과 함께 봉인하고 동면했던 걸까.


 "…여태까지 혼자서 수고했다, 대적자."


 그녀를 보고서.


 로자리아는 일어나 그녀에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다.


 쓰러지는 그녀를 받은 힐데는 모두에게 말했다. "그녀는 무사해. 이곳을 떠난다."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미나들은 다시금 이전 라그나로크의 광경을 눈에 새기며 쌓인 눈을 그대로 밟았다. 발자국들, 이젠 죽어 사라져버린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다해가며 싸웠기에 지금의 자신들이 살아 돌아갈 수 있었단 증거.


 그리고… 언제든, 언젠가 다른 적이 온다면, 그들에 맞설 수 있단 각오를.


 몇 일 지나, 로자리아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원래라면 궁니르의 힘으로 세상의 중심에 심어진 호크스복의 지배자라는 침식체 세계수를 없앨 수 있긴 했었지만, 힐데는 이 피날레를 마칠 역할은 자신이 아닌, 이곳의 수호자 로자리아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외부인이니까…. 이곳 사람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으로 남을 것은 결국 그녀가 아니면 안 돼.'


 그렇게 모두 다시 모여서, 마지막으로 마굴과도 같이 변해버린 호크스복의 지배자가 박혀있는 포인트까지 함을 타고 도착하였다. 바니르 관리국의 통신망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지금의 싸움을 비췄다 - 완전한 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그런 약속과 함께.


 다시금 울브즈베인을 들고서 앞서 날뛰는 미나, 그리고 뒤를 따르는 시윤 그리고 서윤. 그들 셋을 엄호하는 샤오린과, 옆에 붙으면서 화력을 지원하는 소빈, 후방에 배치된 인원을 엄호하는 유진.

 그리고 최전방에서 몰아치듯 돌격하는 로자리아와, 레긴과 파프닐 대신 궁니르를 쥐어 창을 길게 늘리면서 찔렀다가 다시 줄이면서 회수하고, 치거나 찌르다 이후 빛 혹 어둠의 기운을 싣어 빔을 방출하는 힐데가 있었다.


 마지막 침식체를 죽이곤, 그대로 세계수의 앞에 당도했던 그녀들.


 서윤이 고개를 끄덕여, 로자리아는 그대로 화산과 같은 자신의 검을 손가락으로 긋곤, 세계수를 향하여 불길을 방출하여 태워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대적자의 역할을 완수하였다.


 "……."


 로자리아는 뭔가 허탈한 기분에 검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끝났군… 힐데, 그곳에서 봐주면 좋겠구나. 네가 여태까지 했던 모든 것은 헛되지 않았다."


 "로자리아."


 힐데가 조용히 다가오며 쪽지를 주었다. 대적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돌리었다.


 "내가 있는 세계의 좌표다. 원래 세계간 간섭은 하면 안 되겠지만…. 만일, 위급하면 불러다오."

 "……."


 로자리아는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꼬면서 대답했다. "이쪽의 일은 이쪽이 알아서 해야만 하지 않겠느냐? 누군가에 절박하고 처절하게 의존하고… 그 녀석도 그런 걸 원하진 않겠지."


 "아니…." 힐데가 이어서 말했다. "우리 중 오직 일부만이, 고독과 우울과 상실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 너나 나는 아니야. 솔직하게 말해 나도 여기에서 수연이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듣길 기대했다. 결국 그럴 수 없었지만… 그리고 이 세계의 나도… 아마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은 전혀 보고 싶어하지 않을테니."


 "……."

 "나라도 괜찮다면 언제나 네 얘기를 들어주겠다. 그걸로 네가 편하게 될 수 있다면…."

 "…하지말거라."


 힐데는 그대로 말을 멈췄다. 로자리아는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힐데에게 무언가 느껴졌는지, 눈물이 핑 돌기에 다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너는 내가 알던 그 녀석하고… 얼굴만 같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 않느냐. 널 보면서 걔를 잊는다는 것은… 걔한테 너무나 미안한 거니까…."


 "……."


 힐데는 눈길을 돌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괜한 말을 했군."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힐데는 조용히 미나에게 그걸 줬고, 그리고 말없이 그대로 떠났다. 스스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대적자는 계속 가슴을 졸이며 고민하다가, 둘 중 누구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서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백은발의 브륜힐데는 사라지고 없다.


 어쩌면 그것조차도 단지 그녀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망상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떨어지는 낙엽들의 사이에 서있던 로자리아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침식파로 뒤덮여진 구름들이 맑게 개이며 단지 차갑고 쌀쌀한 바람만이 불어왔다.




-- 카운터:사이드 IF 외전 - 마왕 오딘이 침공하는 이면세계의 라그나로크 END




 [ 에필로그 ]


 (1-10) 일반적 스케일

 (11-25) 초월적 스케일




 << 화력 24 기술 24 반응 24 속도 24 >>


 대적자 로자리아: 문명의 몰락 이전에 존재했었던 드라마를 수집하며 감자칩을 먹으면서 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힐데의 빈자리가 느껴져 오늘도 혼자서 쓸쓸히 와인병을 기울인다.



 << 화력 20 기술 23 반응 22 속도 21 >>


 유미나: 언젠가 다른 마왕이 침공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스스로의 힘을 계속해서 향상시켰다 - 이건 노엘이 나온 공개채용 에피소드 발표 시점에서 써졌는데,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충 유미나란 캐릭터의 최종적인 힘을 상정하여 정의를 마쳤다.



 << 화력 9 기술 17 반응 19 속도 19 >>


 주시윤: 미나하고 결혼했던 주시윤은 스승의 이름을 따서 딸에게 주힐데란 이름을 줬고, 이후 그녀의 남동생에겐 주카일이란 이름을 줬다. 미나는 영웅의 이름을 기리는 것엔 숭고한 뜻이 있기에 억지로 납득은 했지만, 뭔가 어색하단 인상을 지우기는 매우 힘들었다.



 << 화력 25 기술 24 반응 21 속도 24 >>


 발할라의 후계자 브륜힐데: (본편 에필로그하고 동일) 이후 오딘의 신창 궁니르를 찾게 되어, 힐데는 오디나란 이름을 얻고 노바 발할라를 세워 그곳의 여신이 되었다 - 궁니르를 회수한단 내용의 단편의 소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후기 ----



 빌드업도 없이 클라이맥스 직후 엔딩으로 직결되는 구조. 쓰는 동안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