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죽은 발레리가 나옵니다.

※ 그냥 개달달한게 보고 싶으면 이쪽으로.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우린 비로소 회복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


상처를 맞대고 시선을 마주하며, 멈추고 고장난 마음을 지탱해주자.


그것이 한 인간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기적이며


그것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자비의 조각이리라."



                                                                                        





1편 2편











안다.


잘못된 건 자신이라는 걸.


발레리가 해준 말들은 전부 선의로부터 비롯됐다는 걸.


크리스도 알고 있었다.


덜떨어진 사람마냥 상상 속 친구를 찾아 헤메는 자신에게, 발레리는 스스로의 가장 깊은 부분을 선뜻 내놓았다.


그것이 발레리에게 있어 큰 고뇌이고 상처일수도 있는 영역음에도 기꺼이 그리했다.


자신을 클론이라고 했었지.


전장에 나서는 병사로서 클론이라는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닐 터였다.


전대장이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을 객체로 대우해준다 한들, 결국 바이저를 내리면 전부 똑같은 얼굴.


전쟁을 치르면 누군가 필연적으로 죽어 널브러진다.


그리고 그 널브러진 이의 얼굴은 언제나 발레리 자신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있는건 그일까? 다른 타인일까?


언제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미지수의 환경 가운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점점 죽어가는 인세의 지옥 가운데,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면.


거기서 죽은 것은 누구이며, 살은 것은 누구란 말인가?


이름을 붙이는 형태로 포장했을 뿐, 존재 의미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가련한 자들. 클론병.


그런 사람을 상대로, 자신의 고통이 더 크다며 미친 년처럼 저주를 쏟아냈다.


고통은 상대적이다. 그렇기에 고통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누가 더 아팠는지, 누가 더 힘들었는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생각을 품었을 이에게 그런걸 따져봐야 이기적인 외침일 뿐.


심지어 옆에서 위로를 건네는 이에게 상처자국을 훈장마냥 드러내봐야 서로에게 상처만 되지 않겠는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크리스는 뼈저리게 느꼈다.



'나도 아직 풀리지 않는 고뇌를 품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것이 내가 배운 인간다움이니까.'



발레리는 그렇게 말했었다.


단지 피상적인 위로가 아니었다. 그저 곁에서 말을 들어주고 싶다고, 힘을 보태주고 싶다는 응원이었다.


자신도 아플텐데, 지금도 아프다고 말했는데.


그럼에도 그의 나침반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로 향해있다.


놀라울 정도의 이타심이다. 그런 사람에게 난 무슨 짓을 해버린 거람.



"....."



자신의 아픔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련한 소녀는 아무 말 없이 발레리의 검은 눈을 바라봤다.


참상의 기억 대신, 회색 머리칼과 흔들림 없는 진중한 표정을 눈에 담았다.


어깨를 잡고 있는 이 두 손의 감촉이, 온기가, 몸에 쌓여있는 음울함을 몰아내는 듯 했다.


그로니아에서 레버넌트와 함께 있던 그 순간 이래로.


이렇게나 지근거리에서 사람과 눈을, 마음을 마주한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군에 징집당한 것 부터 그로니아 사건이 끝맺어지던 순간까지 느껴본 적이 손에 꼽던 이 편안함.


그것이 이 남자 앞에서 느껴졌다.



".....사실은, 요."



하늘에 내리는 비처럼 마음의 벽이 무너져 내려갔다.


굳게 닫힌 마음에 처음으로 틈이 생겨났다.


전해진 온기와 이타심이 자그마한 기적을 두 사람 사이에 피어냈다.


크리스는 오래도록 감춰야 했던, 감춰질 수 밖에 없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당장 지금도 눈을 감으면 전장의 풍경과 포성, 죽음의 소리가 눈과 귀에 선한데,


발레리의 말이 그간 살아온 지옥 같은 시간을 통째로 평가절하 하는 것 같아서.


상상 친구까지 만들어가며 버텨온, 온 몸이 짓눌리는 것 같은 끔찍한 기억들을 너무나 쉽게 말하는 것 같아서.


수많은 죽음들 위에 삶을 영위하고 있는 나만 바보가 되버린 것 같아서.


클론이 죽은 것과 각기 다른 고유의 개체인 사람들이 죽어나간 것의 무게가 같냐는 이기적인 생각까지도 품었노라고.


사실은 누구보다도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데,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는데, 희망을 바라는데.


단 한 순간도 내가 원하던 것들이 찾아온 적은 없었노라고.



"네. 사실 상상 친구란 것도... 이런 정신병의 연장선상이랄까요."


"....그랬군요."


"저도 알아요. 제가 정상은 아니란거. 그저 이상한 것에서 스위치가 눌려 못 볼 꼴을 보게 만든 제가 나쁜거지, 발레리 씨는 잘못 없어요."



한결 편안해진 미소와 함께 크리스는 소탈하게 숨을 내쉬었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은 쉽다.


조금 열린 마음의 틈바구니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들이 새어나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거든요. 미쳐있지 않으면 살아있을 수 없었으니까.


내가 구해왔던 사람이 다음날 갑자기 탱크 포탄에 맞아서 사라지고,


기관포에 맞아서 사람이었던 것으로 변해버리고,


구해내는 와중에 숨이 끊어지기도 하는,


나조차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투성이의 지옥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


"저요. 사실 오빠 대신에 군에 징집됐었어요. 오빠가 몸이 약하다보니 제가 대신 끌려갔어야 했거든요.


그대로 부모님이랑 생이별 후 훈련도 받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격전지에 투입됐어요.


죽을 동 살 동 발버둥치며 살았건만, 겨우 듣게 된 가족 소식은 부모님께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부더라고요?"



말하다 말고 크리스는 손바닥을 펼쳐봤다.


지금도 손바닥에는 전사한 병사들의 인식표가 수십 개씩 걸려있는 듯 했다.


징집되기 전에 겨우 갖고 나왔던 빛 바랜 자그마한 가족사진 한 장도 보였다.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얼굴들을 가슴에, 손바닥에 새긴 채로,


크리스는 슬픔을 억지로 망각 속에 파묻으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끌려갔더니, 정작 가족들을 잃었어요.


옆의 사람 하나라도 살려보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아무도 구해내지 못했어요.


심지어는 나 자신조차도. 이렇게."



지켜내지 못했어요. 라고.


단 한번도 털어놓은 적 없는 마음 속 생각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마음 속 풍경을.


눈 앞의 사람에게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발레리 씨가 보기에 전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전 이렇게 한심해 빠진 사람이에요.


그로니아의 전쟁영웅도, 무공훈장 수훈자도 뭣도 아니고,


옆의 사람들도, 가족들도, 자기 자신마저도 구하지 못하고.... 마음이 고장나버린 사람."



눈매가 슬픔을 안고 휘어진다. 목소리가 구슬프게 떨린다.


제 입으로 담기 너무나 힘든 말들을, 힘겹게 한마디씩 털어놓는다.



"몸도 마음도 과거에 묶여서, 나아가고 싶어도... 나아갈 힘이 더는 없어서,


아프고 힘들어서 도와줬으면, 알아봐줬으면 하는데도....


눈 앞의 사람마저도 착각할 정도로 병들어서.... 그냥 혼자 내버려두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런 사람."



슬픔을 참으며,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의 아픔을 참으며, 괜찮다는 듯 헛웃음을 뱉는다.


억지로 떠올린 미소는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얼굴과는 달리 오직 마음만이 주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하고 싶었던, 할 수 없었던 말들을 토해내도록 도와주며,


마음만큼은 주인의 상처를 안에서 끌어안고 늦은 눈물로 애도한다.



스윽-



발레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제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됐으나, 여전히 과거에 묶여 아파하는 법도 모르는 소녀를 볼 수록 가슴이 아려와서.


이 슬픔을 함께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열고 몸을 연다.


그렇게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낸 소녀를, 겁쟁이 방패병은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괜찮아요."


"?!"


"정말 괜찮아요. 크리스 중사님."



크리스를 끌어안은 채로 발레리는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이 자그마한 소녀가 그만 아파했으면 해서.


그동안의 고통으로부터 진심으로 나았으면 해서.


괜찮다, 괜찮다, 하고 나지막히 속삭인다.



"그래도.... 괜찮아요."


"....아-?!"



괜찮다, 라는 단 세 글자가 얼마나 무겁고도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엄숙한 무게를 가진 한 올의 깃털이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녹이며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어라...? 에.... 아....."



녹아내린 마음으로부터 그동안 쌓아온 아픔이 결정을 이루어 한 줄기, 눈에서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한 줄기, 그 다음에는 두 줄기.


뒤이어 눈에 그렁그렁 맺혀간다.



"....으흑, 흑.... 아...."


"이젠, 정말 괜찮아요."


"아, 아.... 아아아.... 아아아아....!!!"



처음으로 크리스의 입에서 슬픔에 젖은 신음이 토해졌다.


발레리의 품에 안긴 채 크리스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간 쌓여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나온다.


품에 끌어안은 자그마한 몸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떨려왔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흐윽, 흑...."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양껏 흘러내렸다.


지옥같았던 전쟁의 상흔이 숨을 내쉴 때마다 호흡과 함께 터져나왔다.


지금껏 이렇게 힘을 줘본 적이 없을 만큼 크리스는 발레리의 몸을 꽉 쥐었다.


꿈에만 그렸던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와 자신 뿐인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정처없이 사과를 반복하며,


그렇게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그간 지세워왔던 슬픔과 눈물의 밤이 끝나고 새벽의 해가 밝아왔다.











20분을 내리 울어댔던 크리스는 기진맥진해진 채로 침대에 몸을 의지해 누워 있었다.



"크응. 죄송해요. 발레리 씨."


"아뇨. 괜찮습니다. 사람을 잃어버려서 생긴 상처는 사람이 해결해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지쳐서인지, 아니면 많은 것들을 덜어내서인지, 평온한 미소가 크리스의 얼굴에 자리했다.


나약한 이들이 서로 모여 부둥켜안고 상처를 달래준다.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것이다. 자신조차도 구원하지 못한 주제에 누굴 구원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발레리는 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란, 그렇게 부여된 의미로 어떤 기적이라도 일으켜내고 만다는 것을.



'발레리. 네 이름은 발레리가 좋겠군. 어떤가?'


'이름에는 힘이 있다고 한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땅과 세계를 살아나가게 해주는 힘이.'


'또한, 그 힘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더군.'



그렇게 전대장인 류드밀라에게 배웠다.


한때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낯선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던 방패병은 그때 부여받은 의미를, 온기를, 다시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었다.


때문에 발레리는 구원은 없다는 이들에게 자신만만하게 내보일 것이다.


여기 자그마한 기적이 있노라고.


이 미소가, 스스로를 구원할 능력 없는 이들이 모여 이뤄낸 자그마한 구원의 단초라고.


발레리는 크리스의 손을 지긋이 잡은 채로 조곤조곤 속삭였다.



"...그런 모습이 있다고 해서 나쁘게 볼 사람은 없습니다. 당장 모든걸 털어놓아 달라고 말하는게 아니에요.


단지, 아까도 말했듯이 조금은 짐을 내려놔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간 잃어버렸던 사람들과는 달리, 지금 저희는 여기에 있잖아요."



우와. 굉장히 낯뜨거운 발언.


말한 발레리도, 들은 크리스도 귓가가 화끈거려서 순간적으로 괜히 서로의 시선을 피했다.


부둥켜 안고 울어댔던 시간은 어디가고 다시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 노력해볼게요.... 저도."


"뭐....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은 엄청 겁쟁이라서 제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어수룩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괜찮다면 같이 얘기해봐요. 오늘 간병해드렸던 것처럼, 같이 있어드릴게요."



크리스는 발레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람을 잃음으로서 생긴 상처는 사람으로밖에 극복할 수 없다. 발레리가 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그 회복의 시작점으로 삼아도 괜찮은걸까.


이 사람이라면 믿음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경계를 풀고 조금 거리를 좁혀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서툴고 두렵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포개진 손의 온기를 느끼며 크리스는 입을 열고 속삭였다.



"말... 편하게 해주세요. 중사님이라 하지 말고."


"갑자기요?"


"안그러면.... 발레리 씨한테 이런 얘기 안할거에요."


"끄응...."



곤란하다. 갑자기 편하게 말을 놓으라니.


지금껏 충분히 용기가 필요한 말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주제에, 정작 조금의 용기만 있어도 되는 일을 맞닥뜨리면 의기소침해지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1년과도 같은 1분이 흐르고 발레리는 못이기겠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크리스 양. 으로, 괜찮을까요?"


"한결 낫네요. 후후."



크리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보였다.


지친 얼굴에 드리운 미소는 어딘가 모르게 우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손을 맞잡은 채로 크리스와 발레리는 말 없이 몇 분을 더 앉아 있었다.


아무 말이 오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무런 나쁜 생각도 더 이상은 들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오직 크리스와 발레리라는 두 사람만이 의미를 갖고 존재했다.


자그마한 방은 두 사람만에 의한, 두 사람만을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어 있었다.


둘의 세계에서는 죽음의 냄새도, 고통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한다는 법칙도 없다.


오로지 평화와 안식, 침묵 속의 평온함, 무심코 기대게 되는 온기, 서로를 눈에 담자 느껴지는 안락한 기분.


그런 선한 것들이 마치 부드러운 비단 이불처럼 크리스의 마음을 덮어주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따뜻한 무언가가 마음 속에 느껴졌다.


그것이 마음 한 켠에 새생명이 꿈틀대기 시작한 전조임을, 크리스는 알고있을까.


발레리가 보기에 처음 봤을 때보다 크리스의 컨디션은 확실히 안정된 것 같았다.


끼니랑 약도 챙겨줬고, 상태도 많이 호전된 것 같으니, 이젠 일어나도 되겠지.


마침 나갈 시간도 다가왔기에 발레리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잠시만요."



일어나려다 말고 크리스가 부르는 소리에 발레리는 멈칫했다.



"네?"


"다음에 또... 와주시나요? 그, 그게.... 저 독감으로 엄청 아프기도 하고..."


"그건..."


"오늘 너무 울어서 지쳤고, 몸살기운이랑 겹치면 더 아프게 될 거 같은데.... 간호해줄 사람이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는 크리스의 뺨이 이 순간 유독 더 빨개진 듯 보였다.


감기 몸살 때문이다. 볼이 빨개지고 귀가 화끈거리는건 몸살이 아직 낫지 않아서 그런거야.


크리스는 부끄러운 마음을 괜히 몸살 핑계를 대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면서 눈동자만을 살짝 굴려 발레리가 어떤 대답을 줄지 지긋이 지켜봤다.



"네. 한번 부전대장님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대답은 긍정. 크리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눈동자가 빛났다.


이 사람. 본인이 자그마한 동물처럼 솔직하고 반응이 알기 쉽다는걸 알까.


발레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헬멧을 썼다.


헬멧을 쓰고 나서도 바이저 부근에 숫자 9 대신 떠오른 웃는 눈 이모티콘이 그가 아직 웃고 있음을 알려줬다.



"오늘.... 고마웠어요. 병문안."


"하하. 뭘 이런걸 갖고. 푹 쉬세요. 크리스 양."



작별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간의 거리는 분명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발레리는 자신에게 어떤 운명이 불어닥칠지 알지 못했다.


돌아가서 알렉스가 묘한 웃음을 띈 채 당분간 크리스를 신경써주라고 말할 것도.


앞으로 크리스와의 관계에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리라는 것도.


물론 그런 장밋빛의 미래는, 한참 이후에 펼쳐질 이야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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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신파 짜낸거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쓰고싶은건 썼다


크리스쨩 애호해죠~~ 우리즁사님 귀엽고 귀엽고 귀엽고 귀엽고 암튼 귀여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