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카데미 옥상에서 보는 밤하늘은 뭐랄까... 각별해.

가끔 이렇게 다 내려놓고 쉬다보면 다른 잡생각도 싹 사라지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


시엘도 고민이 많은거 알아.

이참에 너도 잠깐 쉬자.

오늘은 달도 안 뜨는 날이야.



그라운드 원의 하늘은 별은 제일 덜 보이겠지만, 이것도 나름 낭만적이지 않아?

로망이라는 거지.


선사시대의 모닥불부터 아카데미의 옥상까지... 

사람의 생각이란 어느 곳에서나 대체로 비슷하거든.










낭만이라.

처음에는 의미가 없다고 부정했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알 것도 같으니...

본인도 짧은 삶이나마 이런 것과 인연이 생길 줄은 몰랐소.


아카데미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일이니, 항상 감사하고 있소.

이것을 긍정해야 할지는 아직도 모르겠으나...




그런데, 저기 멀리서 들리는건... 총성이 아니오?

저건... 한둘이 아닌데 저게 대체 무슨!










아니, 이렇게 부른 것이 설마. 

본인과 관련된 일이오?












응, 맞아. 

하지만 이건 어른들이 해결할 일이야.

네 일이라는건 알지만, 네가 휘말릴 일은 아니야.

지금은 그렇게 안보일지 몰라도, 어쨌든 아카데미가 생긴 이유가 그런 거거든.



시엘, 넌 사람을 직접 해친 경험이 있지?










그걸... 대체 누가...


아니, 누가 말했건 간에 본인의 대답은 똑같을 거요.

떳떳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후회하지도 않소.


그것이 이 삶의 수단이니까.

어서 이 손 놓으시오.










델릭, 컨테이너 지대 제압 완료.

항구 구역으로 A중대부터 C중대까지 동시 돌입.

돌입까지 40초.








......아니, 아무도 안 말했어.

나도 짐작만 하고 있었거든.


그런 일에도 이유가 있었을거라곤 못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복잡한 모양이네.



그리고 여기서 내 입을 막는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어.

지금 저기로 달려가는 것도 똑같고.

이 창은 내려놓는게 좋을 거야.

학생회장을 생각해서라도.










......












어쩔 수 없구려.

결국 이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낸 본인의 잘못이니.

아무래도 본인이 도시생활에 너무 무뎌진 모양이오.


처음부터 외통수였구려.











그래. 잘 생각했어.

어으... 네 창 진짜 아프네. 



...그래도, 부른게 그것 때문만은 아냐.



얼마 전에 친구 몇 명이랑 고심도 다이브를 했거든?

거기서 엄청나게 대박을 쳤어.

확보한 아티팩트만 두 자리수가 됐다니까?


그정도나 나오니까 관리국에서도 많이 남겨줬어.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티팩트가 많이 생겼는데, 너한테도 하나 줄게.

관리국에서 테스트까지 전부 끝낸 물건이야.


자, 받아.









본인에게...? 이건... 투구...


하지만, 아티팩트란 것은 보통 엄청나게 비싸지 않소?

방금까지 이런 꼴을 보였는데, 어떻게 그런...












그러니까 학생인 거야.

덮어줄 수 없는 문제라면 필립 검사장을 데려오겠지만, 아직은 아니야.


나도 시엘이 어디의 누구인지는 정확히 몰라.

암시하는 과거는 하나같이 어둡기 짝이 없고. 

하지만 지금까지 같이 지낸 아카데미의 선도위원은 확실하게 알지.

거기에 그 학생회장이 믿는 사람이야.




그러면 그런 시엘에게는 뭐가 괜찮을지 생각해 봤지.

어그로에게는 보조용 건틀릿, 나이엘에게는 가우스 그리브...


넌 눈이 안 좋다고 했지?

안경은 싸울 때 불편하다고 했고.


그럼 이번에 얻은 물건 중에는 이게 제일 낫겠더라고.

시력 보조에, 싸울 때도 쓸만은 할 것 같아.

혹시 불편하면 그냥 트로피처럼 방에 전시해둬도 괜찮아!













괜찮겠소...?

확실히 유용해 보이지만, 지금 말한 것들은 결국 전부 싸움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오?

학생들이 그런 기물들을 쉽게 얻으면 무엇을 할지 어떻게 알고...








물론, 사고도 많았지.

너나 저 항구에서 진치고 있던 녀석들보다도 심한 일도 많았어.


하지만, 난 아직 너희들을 믿고 있어.



...너도 알건 다 알테니까, 긴 이야기는 여기까지.

너도 아티팩트가 비싼건 알잖아?

나도 돈이 많아서 주는거 아니고, 대충 주는 것도 아니니까, 감사히 받아!









정말... 고맙소.

언젠가 꼭 보답하리다.









정말 고맙다면 그 보답은 나에게가 아니라 네 행동으로 보여 줘.

이건 그 아티팩트만의 얘기가 아니야. 

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올바른 일을 하라고.


이걸 받는다는건 그런 거야.

알렌 선생님깉은 기사 서임식까지는 못 따라하겠지만,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건 좀 개인적인 얘긴데, 좀 무례할 수 있지만... 

나한테는 그러니까... 표준어같은 말투로 편하게 말해 줄 수 있겠어?


그게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들어보고 싶어.











......








......고맙습니다 언니.











 

...언니?

그래, 이건 또 새롭네.


정말로.






아, 그게... 동생이 있었어.

말도 엄청나게 안 듣고 사고만 치고 다니던 녀석이었는데...

그 녀석과는 끝까지 이런 일을 못해봤거든.

그 애는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어.

행복한 결말도 찾아오지 않았고.









흠... 안타까운 일이오... 아니, 일이네요.








네가 너무 그러진 않아도 돼. 

씁쓸하긴 하지만 완벽한 자업자득이었거든.

그냥, 이렇게 누워있자니 또 옛날 생각이 났던 것 뿐이야.


아, 이러다 괜히 분위기 흐리겠네.

이런 것도 여기까지 해야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이 있는 거니까.








삶이라... 저도 비슷해요.

날아오는 살은 숱하게 봤어도,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는 없었어요.

하늘에서는 시선도 살기도 내려오지 않으니 의식할 일도 없었거든요.


확실히 도시의 하늘은 고향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초라하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마음이 편해지네요.

그 낭만이란거, 지금은 확실히 알겠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투구로 보면 더 잘 보이겠죠?

이런 개인적인 것도 좋은 일에 쓴다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당연히 괜찮지. 

어서 저 별들 좀 봐. 굉장한 광경이야.








아아, 정말. 

굉장한 색이네요.








그래, 정말이야.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