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안 좋은 버릇이 나왔다. 

쓸데없이 길게 생각하지 말자, 괜히 생각하면 더 꼬인다.


"그, 일단 집에 가야 뭐든 할 게 생기지. 지금 완전 빈손인데."

"이터니움. 그래, 이터니움. 또 저기 골목 가서 팔 거 아냐? 땡전만 받고. 너 임마 지금 어린애 상대로 사기 치는 놈한테 단단히 걸린 거야. 

내가 산다. 여기 이놈한테서 뽑은 이터니움, 내가 산다고. 정직하게, 싯가로.

그러니까 이거 좀 놓고 얘기해봐, 응?"


"......"

"잡혀줄 생각은 없지만,

아동 성범죄자? 납치범? 같은 거야?"


"인마, 나 그런 사람 아니다. 왕년엔 멋진 여자친구랑 함께 잘 나갔었다고. 

...지금은 차였지만."


"...알 것 같아. 왜 헤어졌는지." 

자식이, 조곤조곤 자기 할 말은 다 하네.



"가자."

녀석은 목에서 손을 뗐다.


"어?"


"돈, 제대로 준다면 상관없어."


......


좁은 단칸방의 책상 위에 작은 이터니움 원석들을 좌르륵 늘어놓았다.

대개 1종한테서 뽑아내서인지 질 좋은 것들은 아니었지만 양이 이 정도면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

자, 이만한 이터니움이면 원래 이 정도는 받아 가야 정상이다."


"......"

"돈값 받는 건 받는 거고, 

무슨 뜻이야? 이건."

녀석이 가리킨 건 앞에 차려진 카레라이스 그릇이었다.


"뭐긴. 밥 처음 보냐? 딱 봐도 배 주리고 다니는 게 뻔해서 좀 먹여야 성이 차겠다.

걱정 마, 저기 큰 냄비 보이지? 잔뜩 있으니까 사양 말고 좀 먹어."


"....왜 이러는 거야?"

"이상한 걸 넣은 건..."


"인마, 속고만 살았냐? 하긴... 그 꼴을 보니까 진짜 속고만 살아올 법도 하지.

네가 아니었으면 얼마 전 공터에서도 사람 하나 갔을 거다. 보답이라고 생각해. 

입에 안 맞을 수는 있어도 이상한 게 들어가진 않았으니까 안심하고 입에 좀 대 봐. 식으면 맛없다?"


"......"

달그락, 녀석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수저 다룰 줄은 아는 구만. 손으로 퍼먹는 건 아닐까 했는데."

건너편 자리에 걸터앉아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날 뭐로 보는 거야."


"조금 전까진 야생 소녀, 지금은 가출 청소년."


"...맘대로 생각해."

한 숟갈 가득 퍼서 입안에 구겨 넣는다. 그래도 먹는 건 마음에 드네.


......


"사양 말고 먹으라고 말은 했는데 말이다..."

빈 냄비를 국자로 텅텅 두드렸다.

"그렇다고 이렇게 싹싹 긁어먹어 버리냐. 

일주일은 먹으려고 만들어 둔 건데 이걸 한 번에 다 먹어치우다니."


"......"

"먹으라고 해서 먹은 것뿐이야."


"그래, 그래. 탓하려는 건 아니고."

컵에 물을 따라 녀석한테 건넸다.

"그런데 말야,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내가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뭐 때문에 이런 위험한 짓을 하는 거냐.

침식체가 들이닥쳐도 대처도 늦는 이런 외곽 지구에서 막싸움질이나 하고, 이터니움을 캐서 그런 푼돈을 계속 모으는 이유가 뭔가 있을 거 아냐."


"......"


"어쩌다가 침식체로 변할 수 있게 된 거고, 저번에 봤을 땐-"

"됐어."

녀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젠장, 너무 몰아붙이듯이 말했나.


"꼰대질 들어주는 취미는 없어."

"밥은 잘 먹었어. 값은... 값대로 받았고. 그만 간다."


벽에 달린 작은 창문을 덜컥 열었다. 여긴 3층인데...

"야, 잠깐..."

말을 더 붙일 새도 없이 녀석은 뛰어내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 녀석의 뒷모습이 보였다.


결국 이번에 바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한숨을 쉬여 책상에서 굴러떨어진 이터니움 조각 하나를 주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