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앙!!!!!!!!!!


-마침내 마지막 격벽이 날아가고, 우리는 통제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우리가 한 발 늦었군."


....안은 온통 피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통제실 곳곳엔 사람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중앙 컨트롤 패널엔 

리플레이서 지휘관 헬멧과 복장을 쓴 사람의 시체가 엎드려 있었다.


[-시설 봉쇄 시퀀스까지 10분.]


"-시스템, 시설 봉쇄가 어떤 절차입니까."


호라이즌이 묻자 보급형 오토마타가 답한다, 미인증자에게 답할 수 없다고.

그러자 호라이즌은 저장장치를 통째로 뜯어갔다, 으지직.


[허가해 드릴 수 없습니다, 허가@!#%$#수 없!@!$^!@-]


-그리고 이어진 침묵, 케이블까지 낭낭하게 뜯어낸 호라이즌은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잠시 통제실에서 나와 

실험동으로 향했다, 혼자 보내긴 위험하다고 리타가 따라 붙었다.


지이잉-


".......아, 이런 씹-"


울컥-!!!!


-이 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벽에 기댄 채 토하고 있었고, 

리타 또한 그닥 좋지 않은 표정으로 실험동 바깥에서 오메르타를 조종해 

아무 말 없이 방 내부를 작살 내고 있었다.


".....방금 본 건 꼬맹이에겐 비밀이다."


"....우리가 방금 뭘 본 거지? 기억이 나질 않아..."


"....머리가 기억하기를 거부하는 모양이군. 

하긴, 아무리 나라도 이건 좀 거부감이 심하긴 해."


.....유일하게 기억나는 게 있다면, 두 개의 키워드였다.


'거대한 미트볼', '압착 추출기'


"....아, 시발, 키워드만 봐도 대충 뭐였는지 감이 오는데."


"-그냥 잊어, 너한텐 그게 나을 것 같군."


".....나머진 내가 할 게."


파저저저저저저적!!!!!


나는 최대한 방 안쪽에 시선을 주지 않으며 빙뢰를 쏟아냈다.

한참을 쏟아낸 뒤 실험동을 바라보자 잔뜩 일그러진 채 

단단히 봉인된 문 틈으로 차가운 번개를 흩뿌리는 얼음이 돋아나 있었다.


"-하아, 대시가 아니라 너가 따라와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군, 꼬맹이에게 이런 건...보여주고 싶지 않군."


근처 정수기에서 입을 행군 뒤, 우리들은 통제실로 돌아왔다.


"-호라이즌,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오셨습니까, 마침 지금 막 저장장치 내부의 데이터를 모두 

둘러본 참이었습니다만....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블랙 네트워크에서도 심의 빠꾸 먹을 정도의 스너프 필름이라고 해둘게."


호라이즌은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제프티 바이오테크 보안 규정 117조 3항, 외부 세력에게 연구 시설이 

무력 점거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멘탈 프린팅 기술][엘릭서 기술]의 

유출 방지를 최우선으로 설정할 것-"


.....윌버야, 너 대체 어쩌려고 리플레이서랑 학회 사이에 양다리를 걸쳤니.

기가 막힌 윌버의 양다리 전략에 난 마침내 혀를 내두르기에 이르렀다.

인정한다, 윌버 이 녀석도 다른 의미로 미친 놈이라는 걸.


"-연구 자료 소각을 전제로 시설물에 대한 방화, 폭발 등의 모든 파괴 공작을 허용한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단 이곳에서 나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겠군요."


[-시설 붕ㄱ!$@%@$%^까지 3분!!#%^^&&*]


.....3분 정도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되려나.

기계인 호라이즌 파이낸스와는 달리 나는 사람이라 

먼저 전력으로 왔던 길로 뛰어갔다.

참고로 오메르타는 이제 지쳐서 못 꺼냈다.


우다다다다다다닷-!!!!!!


".....아, 저분은 폭발에 휘말리시면 바로 사망이셨죠..."


"-사람이었던 시절보다 몸이 튼튼해진 거 하나 만은 참 맘에 드네."


.....나도 기계로 몸을 바꿔야 하나, 뒤에서 들려오는 여유 넘치는 

세 깡통들의 말이 유달리 서글프게 들려왔다.














-밖으로 나가자 굉음과 함께 연구소 전체에서 폭발과 화염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을 당당히 뚫고 걸어나오는 세 깡통들을 보자 

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 터미네이터세요?


"....이제 거기서 엄지만 들면 꽤 볼만하겠네."


"-윌버는....저깁니까."


호라이즌은 서서히 멀어져 가는 윌버를 태운 차원 함선을 바라봤다.

리타는 이를 부득 갈며 오메르타의 위에 타며 말했다.


"-다들 타, 저기까지 날아갈 거니까."


".....너희 셋이서 먼저 가."


"네?! 김식 씨는요?"


난 한숨을 쉬며 근처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지쳐서 오메르타 꺼낼 힘도 없다, 요 기운 넘치는 깡통 숙녀들아.

난 숨 좀 돌리다 뒤따라갈 테니까 먼저 가서 윌버 새끼 잡고 있어.

아, 아까 말했듯 죽이지만 마. 목숨은 붙여둬, 그래야 나중에 내가 재미 좀 보지."


호라이즌은 내 옆에 놓여진 거대한 검은 케이스를 보며 말했다.


"....대체 [그건]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는 겁니까?"


"....이런, 호라이즌.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단다.

아무리 너조차도 이 녀석들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호라이즌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나를 살짝 노려보곤 오메르타에 올라탔다.


"-그럼 먼저 갈게요, 폭발 조심하시고요!"


"옹야, 먼저 가라~"


-셋을 태운 오메르타가 하늘로 날아가자, 나는 벤치에 늘어진 채 하늘을 바라봤다.

바로 근처에서 연구소가 폭발하고 불타는 중이라 하늘은 살짝 붉었다.

공기는 메케하고 무거웠으며, 분위기는.....





















".....이거 참, 겉보기엔 참 일반인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에크하르트 초월지식학회 소속의 고고학부장, 제임스 교수.

'학회'의 핵심 인물이 직접 나를 찾아왔을 줄이야.

주변에서 미세하게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능구렁이 같은 양반 같으니, 여차하면 바로 덮칠 생각인가.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로군, 반갑네, 코핀 컴퍼니의 김식 군.

편하게 '교수'라고 부르게나."


"어떻게 사람 이름이 '교수'람."


"......그런 싸구려 도발은 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나?

피차 시간 낭비는 하지 마세나."


.....대화에 따라선 싸우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걸까.

나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최악의 경우 탐식자의 파편들과 

한판 뒹굴 각오로 싸워야겠지.


"...원하는 게 뭐야."


"바로 본론인가? 아쉽군, 자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는데.

특히 자네의 제작 능력에 대해 말일세."


...누가 지식에 미친 늙은이 아니랄까봐, 이런 건 또 '원작'과 똑같네.

교수는 정말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었다.


"....원래, 나는 어리석게도 학회를 배신하고 리플레이서 신디게이트에 

붙은 윌버 군을 '회수'하러 왔네만...자네들이라는 선객이 있었더군.

그래서 묻겠네만, 혹시 [멘탈 프린팅 기술]에 대해 알고 있나?"


"....이름 만이라면, 다른 건 없었어, 아마 윌버가 갖고 있겠지."


"그거 참 곤란하군, 혹여라도 그가 그 기술을 그 테러리스트 조직에 

팔아먹기라도 하면, 정말이지....곤란해."


....바닷속에서 맨몸으로 수압에 짓눌린 채 거대한 고대 바다 생물체를 

눈앞에 목도한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젠장, 처음 '오래된 공포'에 나왔을 땐 그냥 엑스트라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지식에 미친 흑막일 줄을 누가 알았겠냐고.


"-뭐, 이미 그쪽엔 손을 써놨으니.....옛 제자의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건 여기까지만 하지."


".....그냥 지능 빼면 시체인 늙은이인 줄 알았더니, 마냥 그렇진 않구만."


뒷목의 털이 바짝 선 느낌이 생생하다, 날 둘러싼 수많은 탐식자의 파편들보다, 

지금 내 눈 앞의 평온한 표정의 늙은이 하나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이를 딱딱거리며 벌벌 떨고 싶은 것을 입술을 깨물어 버틴다.

대체 왜 내가 맞서야 하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상대하기 어렵거나 나보다 압도적일까.


"-머리 하나 만으로 지식을 얻으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젊은 시절에 일찍 알게 된 덕분이지....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졌더라도 

그것을 지킬 힘이 없으면 모두 무의미하지 않겠나."


교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난 자네와 거래를 하고 싶네, 충분한 보수도 준비했고."


"....일단 내용은 들어보지."


"-윌버 군이 가진 멘탈 프린팅 기술이 담긴 데이터를 우리에게 돌려줬으면 하네."


"......보수는?"


"자네와 호라이즌 파이낸스 숙녀들의 목숨."


.....이 시벌놈이, 이거 그냥 인질극이잖아.


"-하아, 충분한 보수는 무슨, 그냥 인질극이잖아."


"....내뱉고 보니 그렇게도 들릴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것 만으로도 

자네에게 있어선 큰 이득 아니겠나? 대체 어떻게 그림자가 된 

리타 양과 대시 양을 되돌린 건지 요구할 수도 있었네."















......하, 듣자 듣자 하니까 이 구렁이 같은 늙은이가.


"....제임스."


-빙류회랑의 막바지에 들어서야 밝혀지는 '교수'의 이름.

그 이름을 입에 담자,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자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늙은이, 젊은이 마음 가지고 장난치니 아주 재미지지?

지식에 미쳐 지 동생을 난간에 매달아 지켜보다가 떨어뜨려 죽인 미친 새끼야."


이성에 달린 브레이크가 망가져 폭주하는 기차를 모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고 보면, 이 늙은이, 그때 꿈에 나왔었지.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내 입은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니 이름을 어떻게 아냐고? 내가 왜 그걸 너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거 알아? 난 널 괴롭히는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어, 

지식의 저주에 미쳐선, 알고 싶은 걸 알지 못하면 견디지 못해 초조해지지. 

어차피 가까운 미래에 적이 되어, 아니. 이미 적이 된 것 같은데 

절대 알려주지 않을 테다, 죽을 때까지 알려주지 않을 테야."


".....분위기가 변했군, 내가 자네의 무언가를 자극하기라도 한 건가?

재밌어, 나에 대한 것은 그렇다 쳐도, 두렵지 않은 건가?

지금 당장이라도 자네는 '제물'이 되어 바쳐질 수 있는데."


"오, 제임스. 물론 죽음의 공포는 너무나도 무섭지.

하지만 들어봐, 난 너를 끝끝내 자극했고, 너는 나를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했지.

무엇에 바치는 건지는 모를 일이야,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내 모든 힘을 다해 달려들 거야, 그럼, 너는 나를 죽일까?"


나는 제임스에게 묻는다, 그는 서늘하게 웃으며 답한다.


".....아니지, '제물'은 일단 살린 채로 바쳐야 하니.

그거 아는가? 나는 지식을 가리지 않는다네.

그래서 그 부산물로, 나는 굳게 닫은 입을 여는 것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지.

아하,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에겐 그 어떤 세뇌도, 약물도 쓰지 않을 걸세.

제물에 약물과 세뇌에 쩔은 것을 던질 순 없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입을 열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결국 도달한 결론은 

울부짖으며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며 다 털어놓는 비참한 인간 하나였네."


스윽-


제임스가 가방에서 물통 하나를 꺼내 나와 그의 사이에 놓는다.

그 누구 하나 그 물통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다시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그가 입을 연다.


"-자네 또한 결국 그런 이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일 뿐이네.

혹시 '나라면 견딜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겐가?

다른 이들 또한 그랬지, 허나 결국 모두가 똑같았어.

자, 자네는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결국 구석에 몰렸네.

내게 잡혔지, 어쩔텐가?"


이번엔 그가 내게 묻는다, 나는 씨익 웃으며 답한다.

이제, 내 차례다.


"-칼 한 자루 꺼내도록 하지."


"칼이라! 그것은 어디에 쓰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외치지, '나는-'"






















"......?"


-침묵이 이어진다, 교수의 얼굴이 평온, 당황, 당혹, 

의심, 확신, 그리고 서서히 분노가 담긴다.

그와 반대로 내 얼굴엔 점점 사나운 미소가 깃든다.


".....답하게."


"........"


"-답하라고 하였네."


".......흐."


"답하게, 김식 군. 그 다음 말을."


"...크흐흐흐-"


콱!!!!!!!!!!


-뒷목이 잡혀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 끝엔 탐식자의 파편이 

꿈틀거리며 목을 휘감아 조이기 시작한다.


"....당장 죽고 싶은 겐가?"


"커...커헉...프...프흐흐흐.....프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몸이 산소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 순간에, 나는 오히려 

미친 듯이 웃으며 제임스를 바라본다.

이를 갈던 그의 얼굴에 낭패감이 깃든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살려서 제물로 바치겠다고 하지 않았어?

오오, 제임스. 넌 네 자신이 지식을 추구하는 선구자라고 여겼지만, 

이것 봐! 그 같잖은 '교수'의 가면이 벗겨진 너는 그저 지식의 노예에 불과해!"


"........"


멍 때리다 아무 이유도 없이 뺨 맞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짓던 

제임스는 침음을 흘리며 내게 묻는다.


".....칼은 어째서 들었나?"


"-내 가슴에 꽂아 넣기 위함이지.

너는 내 시체를 내려다보며 분개할 거야, 지식의 저주라는 게 그렇지.

자신이 알지 못한 것에 매달려, 그것이 자신을 좀먹는 지도 모르고 

계속 갈구하는 거야. 어쩌면 얻을 수 없는 것에 신경을 끌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언젠가 다시 떠올릴 거야, '대체 그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무엇을 말하려 했었을까?'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이 질문은 너를 미치게 하겠지.

직접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너를 비웃으며 죽은 나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분통을 터트리는 네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멈추질 않아!

'모르는 지식'이 아닌, '영원히 알 수 있을 듯 하면서도 알 수 없는 지식'.

아예 알 수 없는 지식이라면 그냥 신경을 꺼버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여러 가능성이 뒤섞여 어느 하나를 고를 수 없는 것이야말로 

너가 가장 혐호하는 것이지, 안 그런가?"


"......."


제임스가 서서히 침몰한다, 내 목을 조른 촉수의 힘이 점점 풀어진다.


"....자네를 죽지도 못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난 재주가 많거든. 넌 나를 죽이긴커녕 오히려 

내 자살을 막기 위해 아등바등 매달려야 할 판이야."


다시 제임스가 침묵한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시선을 교환하던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물병을 들어 뚜껑을 따 한입 마신다.
















"-후우우우우......내가 졌군."


"거기서 더 버텼다면 재밌었을 텐데, 아깝네."


".....이 이상 나를 초라하게 만들지 말아주겠나."


자리에서 일어난 제임스는 비척 비척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의 가방을 열더니 둘둘 말려 

고무줄에 묶인 종이 하나를 내게 던졌다.


"-이건?"


"자네가 이겼으니,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대장장이인 자네에겐 이보다 좋은 보상은 없겠지."


사락-


펼쳐보니, 그것은 설계도였다.

한 자루의 검의 설계도였다.

다만, 칼날이 없었다, 이에 의아해 하던 그때, 

갑자기 세상이 검게 물든다.


[ '??????의 칼 조각 10개'가 설계도에 반응합니다.]


.....저건....전에 내가 업적 모드의 유지를 택했을 때 같이 얻었던 칼 조각이었다. 

도저히 지금의 나로썬 분석할 수 없어서 일단 공방 한구석에 짱 박아두긴 했었는데...

이게 왜 지금 제임스가 건넨 설계도에 반응한단 말인가.

그때, 내 앞으로 검은 창이 나타난다.


샤아아아아아.....


설계도에 새로 그림이 새겨진다.

칼날과 검집 뿐이었던 설계도에 불꽃의 칼날이 깃든다.

그리고, 세상에 다시 색이 깃들며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제임스, 이거....어디서 얻었지?"


"그 설계도 말인가? 윌버 군이 어리석게도 그저 가치 있는 

돈벌이 취급하려 했던 것들 중 하나였네.

나로써는 그게 대체 무엇인지 알아낼 순 없었네만...자네는 알아낸 모양이군."


.....방심할 수 없는 늙은이 같으니.

난 손을 휘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제임스가 딱히 명령을 내리지 않아 내 앞에 있던 탐식자의 파편이 막아 섰지만, 

라이트세이버를 꺼내 그대로 내리 긋는다, 잠깐의 작은 저항, 

살 타는 냄새와 함께 탐식자의 파편이 두 개로 쪼개진다.


9. 탐식자의 파편 1개 이상 처치 - [??????의 칼 조각] 13개 획득.


....간만에 업적 달성이 떴다, 얻은 것은 여전히 대체 뭔지 모를 칼 조각 13개.

이제 총 23개인가, 누가 봐도 이거 만들라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전해진다.

 설계도로 다시 시선을 돌리자, 제작에 필요한 것들이 설계도 한 구석에 적혀 있었다.


1. [??????의 칼 조각] 30개.

2. 레거시 웨폰 [울브즈베인]의 이해도 90% 이상.

3. 4종 침식체의 코어1개.

4. [להט(레하트) - 불길] 숙련도 100% 달성.

5. 성경의 노래 - [Ignis ante eos exustus est, 

et post eos flamma combussit: terra in conspectu paradisi voluptatis, 

terra autem facta est quasi ager desertus, et non est qui effugiat ex eis.] 습득.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제임스는 이미 파편들을 데리고 사라진 후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 내 머리속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으니까.


"....아니, 다른 건 그렇다 쳐도 5번은 대관절 뭔 뜻이래?"


습득해 놓고 어떻게 쓰는 건지 몰라 냅뒀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아무래도 이번 일이 끝나면 한동안은 성경이랑 울브즈베인이나 

붙잡고 끙끙거려야 할 것 같다, 대체 저게 어느 나라 언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