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회요? 이제 와서요?
물론 희생당하는 실험체들에게는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하죠.
하지만, 그들이 평생에 걸쳐 이 세계에 기여할 공헌과,
어쩌면 구원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세상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 오염되어가는 하늘과 대지.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할 일은 명확해요.
그저 멸망을 몇 시간이나마 지연시키는 정도에 지나지 않더라도.
뭐... 저희 같은 인간이 아니면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자청하겠어요?
그런데 성하께서 제 연구도 그리 끔찍하게 생각하실 줄은 몰랐네요.
눈먼 지휘자 쪽 프로젝트는 끝까지 막지도 못하신 분께서.
뭐, 그래도 성하께 불만은 없어요.
저도 죽기 직전이라서 하는 말인데,
나름 세상을 구한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참았지만...
슬슬, 지쳤던 참이거든요.
아무런 답도 내려오지 않는 하늘의 별들도, 진척이 없는 실험도,
늘 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죽어가는 실험체들도.
사람들에게 차마 맨정신으로는 못할 짓을 많이도 했어요.
변명할 것도 없는 대죄인이죠. 참형감이에요.
...그러니까 제 대안은 성하께서 찾아주세요.
전 여기까지지만, 성하께선 성공하실지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성하의 단두대로 마지막을 끝맺는 것도 영광이거든요.
그래도, 아쉽네요. 이런 세상이 아니었다면...
저희 모두 이렇게 만나진 않았을 텐데.
지옥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죠...
......
이제... 더,
말하기도... 힘... 드네요...
드리고 싶은 말이... 더 많았는데...
성하께서는... 무탈하시길......
그것은 옛 성황에게 남은 어느 기억의 조각.
멸망한 세계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숙청과 처형의 기록.
윌비아 S. 웨이틀리────
아득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녀를 일어서게 하는 인연 중 하나.
세계를 넘어 이어지는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