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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이것도 읽어보고 와 줘.




 카챈이 상어와 크라켄의 매끈스러운 스킨십으로 시끌시끌하네.

 그렇지만 일단 먼저 쓰던 것부터 마무리를 지어려고 해. 이번 글은 별로 안 길 거야. 이번 글은 단순히 '왜 레버넌트가 구원받을 수 있었는지' 에 대해 쓸 거거든.


 일단 이 글은 엔딩 대사에 대한 개인적인 꼬투리로 시작해.



 '굿바이 타나베린' 에피소드의 끝, 크리스에게 구해진 레아의 감사 인사는 약간 의아한 부분이 있어.


-구해줘서' 고마운 게 아닌가?


 레아는 왜 '기억해 줘서 고맙다' 라는 인사를 했을까. 보통은 '구해줘서' 고맙다고 할 텐데 말야.


 사실 이 부분이 이 에피소드- 레아가 구원을 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이자 단서가 돼. 그녀는 누군가의 기억에 의해 구원받은 거니까 말야.



 '기억'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

 사람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관계 속,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존재해.

 수많은 인간관계와 기록에 의해서. 결국은 사회적 기억 속에서 한 개인의 자아는 인정을 받고 판단을 받아. 인간은 누군가의 기억 속 형상으로 살아가지.



-낙인의 순간


 마치 모두의 기억 속에서 미나는 여전히 닥등이고 힐데는 배신자인 것처럼 말야.

 또다른 사례로 주시윤에게 리타와 스피라이터니움 수급체로 기억되고 거야.

 원래 바라보는 입장이란 그런 거니까 말야. 시윤의 머릿속에서 스피라와 리타는 기름값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거야.



 좀 더 담백한 사례로는 본래 윤서였던 아이는 잊혀지고, 그 자리에 대신 서윤이라는 괭이새끼가 코핀에 둥지를 튼 점이 있지. 

 어쨌든 이들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누군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야. 인간은 누군가의 기억 속 - 역할을 쥔 존재로 살아가.


-윤서가 죽은 순간


 반대로 말하면 기억되지 못한 존재는 죽은 존재가 되는 거지. 

 우리가 다 죽으면 미나는 그런 말 한 사람인 적이 없는 거고, 힐데가 제자들을 다 쳐죽이면 힐데는 배신자였던 적이 없어지는 거지.


-"살인멸구"


  어쨌든 때론 실제적 생존 여부를 떠나 누군가의 기억 그 자체가 그 존재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는 거야.



 그리고 이번에 구해진 '레아/레버넌트'는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죽을 뻔 했어.

 크리스가 죽었다면 레아도 정말 죽었지. 설령 레아 본인이 네퀴티아 안에서 살아있다고 '주장' 해도 말이지.


 마지막 엔딩에서 레아가 크리스에게 '고맙다'라고 한 것은 그 의미일 거야. 레아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죽을 뻔 했거든.




 1. 인간의 존재론: 기억되는 자와 기억하는 자. - feat. "코코" "히루루크"


-증언의 장본인


 기억되지 않는 자는 영원히 사라져.

 앞서 말했다시피 힐데가 배신자인 것은 '우리가 그렇게 기억하기 때문'이고 미나가 닥등이인 것 역시 우리가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 행위를 한 존재를 우리가 기억하고 있기에, 그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이 세상을 떠도는 거지. 이 게임에서 삭제된 장면/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야.

 이렇게 기억으로의 존재는 설령 지워진 과거라 할지라도 여전히 남아 있어.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게 되니까.


 그건 단순히 '나' 개인일 뿐으로만 있는 게 아냐. 이 관계에서 맺은- 누군가의 자식으로써, 누군가의 친구로써. 한 관계를 이룬 존재로써 기억돼.


-영화 '코코': Remember me


 반대로 그 관계가 모두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잊고 '없는 것'이 된다면.

 그때야말로 그 '사람의 존재 사실'조차 사라지는 게 돼. 존재의 완전한 죽음이지.


 역사적 인물들이 '업적'에 목숨을 건 이유, 설령 '죽어서라도' 이름을 남기려 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그렇게라도 기억이 된다면 그 존재는 타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불멸성을 가지게 될 테니까.


 -마지막 세탁


 그런 의미에서 '레아'라는 존재의 뿌리는 너무나 미약해.

 거대한 '레버넌트'라는 존재의 뿌리에서 빼꼼히 삐져나온, 연약한 새싹이나 다름없는 존재지. 그녀의 존재 대부분은 '네퀴티아'라는 존재에 가려져 있어. 그녀를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 레아는 그저 '네퀴티아'가 사용한 가면에 불과해.

 실제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기차를 제외한 공간- 밖에서 '레아'라는 존재를 고려하는 인물들은 딱 두 사람이었지.



 현재 '레아'라는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는, 그 존재를 '레아'로서 인정하는 사람은 딱 둘이야.


 그녀의 어머니, 크리스가 전부지.

 이 세상에는 오직 이 둘 만이 오로지 인간으로의 '레아'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어.

 즉, 이 두 사람이 없다면 레아라는 존재는 애초부터 거짓이 되는 거지. 레아는 그저 네퀴티아의 또다른 아바타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해.




 2. 반대사례: 류드밀라/메이즈 전대


 


 한편 이 사례와 매우 비슷한, 정 반대의 사례가 있지.

 바로 메이즈 전대의 전대장님. 류드밀라야.

 사실 얘도 다른 사정, 인정 다 빼고 보면 빼도박도 못하는 침식체야.  되다 만 것도 아니고 관리자 오피셜- 120% 확실한 데몬 타입 침식체라고.



 하지만 류드밀라는 스스로의 맹세, 생각과 정의로 본질을 다시 세워.

 그리고 메이즈 전대 전원, 관리자와 친구의 인정을 받아. 그녀는 침식체라 할지라도 여전히 '메이즈 전대/관리국의 전사'로 존재하고 있지.

 전대원들과 친구들로 인해 전대장님은 스스로를 침식체에 불과한 괴물이 아닌, 메이즈 전대의 대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어.



 메이즈 전대장님- 류드밀라는 평소 인성도 좋고 인망도 좋은 사람이었어. 그래서 설령 괴물이 되어도 그녀의 존재를 뒷받침해줄 존재가 많았지.

 반면 레아는 빈말로도 인망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야.



 개인적인 관계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정부 및 관료 사람이야 사실 남이나 다를 바 없는 관계지.

 결국 레아 그 개인을 기억해 줄 사람은 아예 없다시피 했어. 



 레아는 자신의 존재를 붙잡아 줄 인간관계가 아예 없다시피 해.

 전대장님과 달리 '레아가 사실 한 침식체의 위장이었다'라는 말을 듣고도, 이를 부정할 만큼 '레아'라는 존재를 인정할 만큼 확고한 인간적 관계는 없단 말이지.

 그녀의 인간관계는 딱 둘이야. 누군가의 딸, 그리고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자신의 딸'로 인정해주는 이. 


  따라서 레아는 결코 스스로를 구할 수 없었어.

  레아 본인이 아무리 그 열차 속에서 몸부림치고 싸워 봐야 결코 홀로 이길 수는 없지.  

  만에 하나, 천에 하나의 확률로 레아가 스스로 네퀴티아의 껍질을 깨고 다시 세상으로 나와도, 그녀는 그저 '네퀴티아의 기만책'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어. 한명의 인간, 레아- 레버넌트가 아니라.


-일반적인 반응


  '인간으로의 레아'를 인정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그 존재 역시 의미가 없지.

  레아의 자아- 인간성의 파편은 그저 흔적일 뿐이지. 남들에게는 한 침식체의 장난 혹은 기만이 될 뿐이야. 그녀를 인정해 줄 존재가 없을 테니까.


 결국 이 세상에 '레아'라는 인간을 인정하는 존재는 딱 둘 뿐인데, 그 중 하나가 또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지.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에 말야.





 이 순간 '누군가의 딸'로서의 레아는 죽었지. 이제 '레아'는 정말 거의 사라진 거나 다름없어.

 인간 '레아'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딱 한 명 밖에 남지 않았어. 바로 크리스 중사지.



 이제 만약 크리스 중사조차 그녀를 잊는다면, 혹은 죽는다면. 그래서 레아의 존재가 부정된다면- 이제 인간 레아는 영영 사라지는 거야.


 설령 레아가 밖으로 나온다 해도, 그 자리에는 스스로를 '레아'라는 인간이라 우겨대는 끔찍한 침식체가 있을 뿐이겠지.

 레아는 그래서 크리스의 기억이 고마운 거야. 자신의 존재를 세상 속에 붙잡아 둘 수 있는 유일한 지지대는 크리스 뿐이거든.



 -


 

 결론



 레아는 결국 그녀를 기억하는 단 한 명에 의해 구원받았어. 본인의 존재를 인정받았지. 

 레아가 구원이 손끝까지 다가왔음에도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 한 것은 단순히 죄의 무게만이 아닐 거야.


 

 홀로 나가 봐야 레아는 그저 대학살을 벌인 침식체, 괴물일 뿐이야. 그 사실은 본인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상태지.

 이제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인정해 줄 사람도 없지. 그 순간 '레아'라는 존재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 완전히 죽고 없어.

 밖에는 또다시 사람 흉내를 내며 남을 기만하려는 괴물만 있겠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사람임을 자각하고 있을 때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거야.




 그런데 세상 모든 것을 다 무시하고 마음 속까지 날아와서는, 자신을 존재를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여전히 '레아'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이가 있지.

 그게 바로 크리스야. 크리스는 단순히 '네퀴티아'로서 죄가 아닌, '레아'라는 존재가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이 기억과 행위를 닻 삼아 현실에다가 도로 끌어올려버려. 존재를 인정하며 '인간 레아'를 되살린 거지.



 레아는 결국 크리스 덕에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야. 

 크리스가 레아를 기억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그녀는 겨우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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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은 자신이 자신을 정의하는 만큼이나 타인의 정의 역시 중요하다는 거야. 

 카붕이들도 얼른 죽기 싫음 밖으로 나가서 사회생활 열심히 하길 바래.


 읽고 가기 전에 추천/댓글 부탁해. 그러면 딴 거 더 써올지도 몰라.

 

* 현재 글들에 비추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찍히는 것 같네.

 찍어도 무슨 이유인지라도 말해주면 좋겠어. 내 글에 문제가 있다면 말을 해 주고, 가능하면 대화로 풀 수 있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