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
-스포+초스압) 레버넌트/레아 분석(개론)- 복수자의 굴레(수정본): https://arca.live/b/counterside/49534888

현생 살다 새 에피소드가 나와서 나도 복귀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말도 나오고 나쁜 말도 나오는 중이더라.

-찐 요약
솔직히 내가 봐도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어째 뽕이 약한 게 사실이거든.
그럼에도 내가 조금이나마 이 에피소드에 대한 타당성, 정당성을 더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글을 써 봐.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에피소드는 이전 사육제의 떡밥을 놓치지 않고 회수했어.
다들 예측했던 지점, 또 개인적으로는 '불편했던' 지점을 찌르고 들어가.
바로 '네퀴티아 속에 잠든 인간성이 독이 될 것', 그리고 '레버넌트가 책임으로부터 도망쳤다'라는 그 떡밥들 말이지.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를 정말 거칠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세탁'이라고 생각해.
물론 작품 외부적인 의미가 아니라 내부적인 의미로 말이지. 세제 넣고 유연제 넣어서, 세탁기에 돌리는 세련된 세탁이 아냐.
이건 브레히트 중사의 구식 스타일- 마구잡이 방망이질 세탁이라고 할 수 있어.

-세탁(물리)
섬세하게 뭐를 지우고, 특정 성분에 맞는 세제를 넣는 식으로 빤 게 아냐.
오물에 절여진 빨래를 그냥 재 뿌리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시커먼 검댕이로부터 끄집어 낸 거지. 이번 해결 방식은 사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은 방식인 거야. 복잡한 매듭을 일단 칼로 내려치고 본 거지. 뒤는 생각 안 하고 말이야.

-빨래 끝
오물을 빼내고 빨래가 되긴 했지만, 앞으로 지워나가야 할 검댕이와 오물은 여전히 잔뜩 들러붙어 있어.
옷에서는 여전히 냄새가 나는 상태야. 이제는 이게 오물의 냄새인지, 아니면 옷 자체의 냄새인지도 명확하지 않지.

그럼에도 그 옷을 구태여 열심히 빤 사람에게는 그 옷이 그만큼 소중한 사람일 거야.
오물에 있었어도, 냄새가 좀 나도 그건 중요하지 않을 만큼 말이지.
이번 글은 브레히트 중사의 빨래 과정에 대한 이야기야.
'어째서 이런 결말이 났는지', '얼터니움의 효과'라든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누가 죽고 살았느니' 따위의 복잡한 문제는 죄다 미뤄둘거야. 그건 다음번의 '인간성' 부분에서 설명하기로 할게.

이 글은 에피소드를 짤 때 대충 이런 걸 염두해 두고 쓰지 않았을까. 딱 그 정도의 느낌으로 읽어줘.
1. 에피소드 내 오마쥬, 패러디, 플롯

-그게 바로 접니다
사실 다 알겠지만 이 카운터사이드라는 게임은 알면 알수록 보이는 극 하드코어 씹덕겜이야. 이 게임의 제작진들(금태)은 정말 진짜 중의 진짜야

온갖 세계관을 짬뽕시킬 수 있는- 매우 편리한 작품세계 덕에 아주 온갖 세계관, 온갖 작품의 오마쥬와 패러디, 소재로 점철이 되어 있지.
난 이 자리에서 이 게임 설정과 연관된 최소 열 가지 이상의 작품과 세계관을 늘어놓을 수 있어. 그래서 내가 그 덕에 글을 많이 쓸 수 있었지만, 또 그것 때문에 글이 길어지기도 했지.
그럼에도 내가 왜 모든 글에 최소한 다른 작품 하나씩은 끌고 오겠어.
분명히 작가진들도 이거 보고 쓴 게 분명하니까 그러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에피소드를 볼 때 참조하면 좋을 작품은 에반게리온- 그 중 '신 에반게리온: 파'야.
이번 에피소드에 이거 오마쥬가 너무 너무 많거든. 증거자료로 일단 제일 큰 거. 클라이맥스부터 보여줄게.


-ctrl C & V
또 이 장면 직전, 구하기 위해 손 뻗는 장면이라든가.


이것 외에도 인물의 회상 및 내면/과거가 하필이면 열차에서 진행된다거나.


그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스스로의 상상 속의 것인지, 실제 인물간의 대화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거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스스로 갈등하던 인물이, 오로지 단 한 명을 구하기 위한 각성을 한다거나.

-돌려줘
그 선택을 한 주인공을 향한 누군가의 응원.


방황하던 주인공이 이를 위해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점.


각성한 힘, 능력으로 적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전개.


결국 세상 일이고 뭐고 모두 무시한 채 그 사람을 구하는 점.
심지어 하필이면 머리가 하얀 단발의 여주인공과의 마무리까지.


일단 설정 같은 건 다 던지고 장면만 모아도 이 정도가 나와. 이번 한 에피소드에 말이지.
물론 '각성' 부분 내지 '구출' 부분은 조금 억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어. 별로 그림도 안 맞는 것 같아 보이고.
저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BGM)의 제목이 하필 '날개를 주세요'라는 점을 빼면 말이지. 이 정도면 노렸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날개를 주세요'
시작하기 앞서, 혹시 몰라 이것부터 먼저 말할게. 시작 전 경고야.
일단 에반게리온을 보지 않았더라도 볼 생각은 어지간하면 접는 걸 추천해.
우익 논란은 둘째 치고, 에반게리온은 솔직히 더럽게 복잡한데다 매정할 정도로 불친절한 애니메이션이야.

-윗 짤과 같은 작품 포스터 맞다
설정만 파도 논문 몇 편 급의 글은 쌓이는데다, 인물관계와 상황관계, 스쳐 지나가는 메타포와 맥거핀에 미쟝센의 의미까지 죄다 살피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그런데 이걸 보는 이에게 굳이 설명하지도 않지. 중요한 모든 것을 독자/청자가 해석하게끔 스쳐 지나가는 떡밥과 비유로 넘어가버리지.

-전설의 '축하해' 엔딩
결국 모든 장면의 의미와 내용을 모두 서술하면 과장 없이 책 몇 편은 쓰고도 남아. 보는 사람 숫자만큼이나 해석이 나오니까.
이 작품의 인물들과 서사 방식과 이야기 방식은 차라리 문학 계통에 가까워.
이건 절대 칭찬이 아냐. 게다가 후속 극장판 Q를 비롯한 극장판의 결말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고 싶지 않고. 이 부분은 진짜 묻지마. 다시 생각해도 개빡치니까.

-안노 개새끼
어쨌든 에반게리온은 사실상 메카물의 탈을 쓴 군상극이야. 한마디로 모든 상황과 인물의 관계를 더럽게 비비 꼬아 복잡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그런데 왜 카사 작가진(금태)는 굳이 왜 이 작품을 이렇게나 많이 오마쥬했을까.
-갈등 해결법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나와 같은 늙덕이라 그런 거겠지. 이 겜에는 이거 말고도 에바 오마쥬 꽤 있어.

다른 이유는 결국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한 갈등과 결과까지도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모두의 관계가 뒤엮인 복잡한 상황을 한 개인이, 결국 오롯이 자신만의 이유와 감정으로 모든 상황을 정리해버리는 것 역시 에반게리온의 특징이거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복잡하게 묶어둔 매듭을 잘라버릴 칼이 필요했던 거야. 또 망나니가 필요했지.
과정과 상황 자체를 날려버릴, 방망이와 같은 칼을 쥔 사람 말이지.
2. 복잡한 매듭은 칼로.

카운터사이드에 등장한 상황 중 가장 복잡하고, 감정의 골이 깊은 장소는 그로니아야.
수없이 이어진 내전. 침식 위험, 서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전쟁 상황, 그 누구도 사람 하나 쉬이 용서가 불가능한 지옥이 여기지.


이제는 대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 엄두도 나질 않아. 불편한 상황과 사정, 개인적인 감정같이 섞여.
이런 상황 속에 빠진 개인은 끊임없이 압박을 받아. 무엇을 택해도 누군가의 폭력과 압력이 들어오니까 말이지.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야.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재미있게도 에반게리온에 나타나는 갈등도 하나같이 골이 깊고 복잡해.
개인의 태생적인 문제, 주어진 가정환경의 문제, 표현 방식의 결함으로 인한 갈등.
외부에서 쳐들어오는 괴수(사도)와 정치적 문제, 감정적으로 깊어지기만 하는 상처와 무신경함이 계속 갈등을 긁어대지.
결국 모든 이가 모두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며 서로를 미워하는 상황이 벌어져. 결국 누가 무엇 하나 맘대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못해.
이런 상황은 서로 자포자기를 하게 만들어.

-오늘부터 니가 파일럿
에반게리온의 주인공인 '신지'는 이런 환경 속에서 '선택'이라는 것을 반쯤 버려두고 살아가는 인물이야.
거대 병기에 타는 것부터 아버지와 주위로부터 강요받은 책임에 가까웠지.
신지는 초호기라는 거대 병기에 타서 많은 전공을 세움에도 스스로에 대해 늘 자조적이고 속으로는 곪아가.

그래서 신지는 그저 주위에서 휩쓰는 대로, 휩쓸려 가는대로 움직일 뿐이야. 전투로부터 도망가고 싶지만, 결국 도망치는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병기에 올라타지.

마찬가지로 크리스- 브레히트 중사의 상황도 엇비슷해.
매일같이 일어나는 싸움과 전쟁. 이젠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다툼이 일어나. 외부에서는 침식의 위협이 시시각각 도사리고 있지.
그녀는 고문 당한 오빠 대신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어.

그녀 역시 자조적인 인물이야.
늘 기회를 봐서 도망가려하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 하지만 본의 아니게 레아와 네퀴티아를 만나며, 끝내 도망치지 못하고 남아.
결국 그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 전투에 임하게 되지. 약하다며, 무섭다고 하지만 작정하고 '도망가자'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녀도 결국 도망치는 선택조차 하지 못하는 거지.


이들은 모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
작정하고 싸움에 나설 용기도 없지만 마냥 도망칠 용기도 없지. 또 주위의 억압과 기대, 사정들을 무시할 용기도 없어.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없지.
이들은 스스로의 욕구로 움직이거나, 외부적인 목표에 의해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냐. 모든 일에 반쯤 포기를 한 채 살아가.
그런데 이런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주인공들이 각성을 한 순간이 있지.
남의 사정과 등쌀에 밀려 기죽어 살던 인물들이 그 모든 것을 무시해버리고 날아오르는 순간이.


-이름도 각각 레아/레이
바로 자신이 아닌, 자신이 바라는 사람을 위할 때.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생겼을 때지.
제 손으로 모든 갈등을 단칼에 잘라버리게 만드는 상황이 주어지는 거지.


이런 사람들은 그 순간 오로지 그것밖에 중요하지 않아.
남들의 사정이고 뭐고, 세계의 문제고 뭐고. 그런 건 나중의 문제야. 그동안 꺼내지 못한, 처음으로 꺼낸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주체하지 않지.
이들은 결국 처음으로 고집을 부리고, 무지막지한 억지를 부리며 자신의 소원을 성취해내고야 말아.

작가들이 아마 이런 단칼로 끊어내는 해결 방식을 눈여겨보고 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 뭐 아님 말고.
3.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각성

이제 대충 볼 거 다 봤으니 에반게리온에 대한 내용은 이쯤에서 접어 두고, 이번 에피소드에 집중해서 이야기할게.
이번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교묘한 시나리오야. 다른 사정과 원한들이 다시 모여들었다면 일이 훨씬 복잡해졌을 거야.
특히 어떻게 움직여도 논란이 될 레버넌트-레아가 어설프게 움직였다면 더욱 그랬겠지. 그렇게 된 예전 사육제의 갈등이 매우 복잡했던 것처럼.

레아/레버넌트/네퀴티아의 죄는 그로니아의 상황만큼이나 복잡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건드려야 할지 감도 잡히질 않아.
그래서 작가(금태)는 여기서 이 모든 사태를 날려버릴 수 있는 외부 용병을 끌어들이지. 백마 대신 그리핀을 탄 왕자님을 데려와.

대충 반 네퀴티아 연합들은 악단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휘둘리듯 움직여.
그렇게 모인 전력으로도 침식체- 네퀴티아와의 전투로는 영 답이 보이지 않았지. 그런데 이 상황을 크리스가 '레아'의 구출이라는 방식으로 뒤집어버리지. 즉, 대규모 전투로 상황을 뭉뚱그려버린 뒤 한 순간 포커스를 오로지 중사 개인에게 집중시켜서 사태를 일단락시켰어.

이 과정에 의한 결정은 그저 한 개인의 독단적 판단/소망에 불과해. 하지만 이런 결정 덕분에 나뭇가지마냥 얽혀 있던 복잡한 갈등을 모조리 쳐내버릴 수 있었지.
누가 더 착한지, 누가 더 옳았는지. 누가 더 선한 존재고 악한 존재인지. 인간인지 침식체인지. 이런 문제를 깡그리 무시할 수 있었어.

왜냐면 그걸 정하고 구하는 주체가 레아 본인이 아니라 브레히트 중사- 크리스거든. 그리고 크리스에게 레아는 그저 '레아'일 뿐이었지.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한 브레히트 중사에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레아'라는 존재를 구하고 싶었던 거야.
'

크리스 중사에게 있어 '레아'는 그저 '레아'라는 사람일 뿐이야. 크리스에게 이 사건은 자신이 아는 사람을 구한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아.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 원인과 이유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에 의한 개인의 구원인 셈이지.
딴 건 모르겠고 일단 '레아'를 구하고 보겠다는 거야.
그녀가 비겁자이든, 죄인이든. 심지어 침식체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지. 이런 그녀에게 다른 복잡한 사정 따위는 뒷전의 문제야. 그녀는 결국 네퀴티아 속에 잠들어있던 레아를 끄집어내는 데 성공하지.

이 과정에 대해 스포 글에 '아무리 얼터니움이라도/가능성이 있더라도 네퀴티아 급을 이기는 건 좀 무리수 아닌가?'라는 의견들이 보였어.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무리수야. 정면 파워 게임으로는 택도 없지.

엄밀히 말하면 크리스는 네퀴티아를 이긴 게 아냐. 힘으로는 명백히 밀렸어. 기묘한 상성을 타긴 했지만 절대적 파워는 명확해.
아무리 네퀴티아가 컨디션이 안 좋다지만 체급 차는 무시할 수가 없어. 네퀴티아는 군단이야. 크리스는 그저 단지 치고 받는 싸움으로 이긴 게 아닐 뿐이야.

브레히트 중사가 얼터니움- 자신의 가능성으로부터 얻은 능력이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진 않아. 하지만 방향성만큼은 명확해.
그녀는 모든 가능성을 오로지 '레아'에게 닿는 것으로 선택했어. 그녀의 각성은 오로지 '레아에게 닿기 위해서' 일어난 각성이야.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각성/날개
크리스는 전쟁을 끝낼 화력을 원한 게 아냐. 자신이 비교했던 카운터들처럼 강대한 능력을 바라지도 않았지.
그냥 레아에게 닿을 힘을 원했어. 그녀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오로지 '레아에게 닿는다'라는 방향으로 몰빵한 거야.

가능성으로부터 날개를 받아 레아에게 날아가서는, 그녀의 마음속까지 날아가지. 끝내 그 진탕 속에서 레아를 끄집어내서 세상으로 돌아와.

물론 그 과정이 이 정체 모를 침식체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크리스가 바란 힘이 마냥 물리적인 의미만을 가지진 않았을 거야.
카운터의 능력은 현실도 개벽하는 능력인데, '닿는다'라는 방향에 백터를 둔 각성이 정말로 마냥 날개만 준 건 아니겠지.
그녀가 정말 네퀴티아의 심상을 깨고 들어가서, 그 속에서 물리적인 힘까지 발휘하며 레아를 끄집어 낸 것은 그 가능성이 닿은 것이라고 생각해.

-모든 법칙, 모든 사람에게 억지를 부린 장면
결과적으로 중사는 이곳에 모든 비극과 분쟁을 가져왔던, 지금껏 그 누구도 제대로 없애지 못한 네퀴티아를 사라지게 만들었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야 말았지. 한 명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 그저 한 명을 구하고 싶다는 소원이 이룬 기적이야.

사실 그녀가 가능성/얼터니움에 대고 얻은 능력은 어떻게 보면 참 이기적인 선택/능력이야.
지금 나라가 망하고 수십만의 사망자와 희생자가 날 마당이지만, 크리스는 이 침식체를 박살내고 사람을 구할 화력을 바란 게 아냐.
그런 것 따윈 안중에 없는, 그저 날아가서 '한 개인을 구할 능력'을 바란 셈이니까.
어찌 보면 세계의 사정이고, 개인의 사정이고 뭐고 없는- 이기적인 소원이 반대로 나라를 구한 셈이지.


-"이걸로 된 거야"
크리스가 그 외에 별다른 다른 생각이 없었다는 것은 결말부에도 잘 들어나.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그냥 도망갈까'라고 다시 생각하는 걸 보면 말이야.
4. 악마를 업은 천사

이번 에피소드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레아-레버넌트야.
이전에도 설명했지만 레아는 사실 어지간한 빌런만큼이나 문제가 많은 주인공이었어.
네퀴티아로서의 죄를 떠나도 레버넌트로로 쌓은 업만 해도 굉장히 깊지. 그녀는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할 자격이 그다지 없는 인물이야.


이미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정도를 오래 전에 넘은 인물이지. 저지른 일에 대한 해결도 너무나 어려워.
그래서 본인 대신 다른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그녀를 구하는 거야. 그녀의 책임까지도 같이 받아줄 사람이 말이지.



-손빨래 맛집
이번에 레아가 몽타뉴를 살려주었던 일이 드러나긴 했어.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지만, 솔직히 이 부분은 영 부자연스러운데다 과정도 영 찝찝해.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뭐랄까, 억지로 최소한의 회개- 면죄부의 조각을 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레아는 여전히 마에스트로- 네퀴티아에 대해서 생판 남 말하듯 대하는 느낌이야.


-으으으음......
어쨌든 저렇든 본인은 가만히 있었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크리스가 직접 나서 빨래를 해 주는 바람에 상당 부분 세탁이 됐어.
오로지 레아를 구하기 위해 나선 크리스가 결과적으로 대부분을 문제를 해결해버리면서 말이야.
내전을 멈출 구심점이 되고(레아 주범), 침식체를 몰아내고(네퀴티아 주범), 균열을 부추기던 정권(배경/정보부)까지 본의 아니게 갈아버렸지.
크리스는 이제 진정한 의미로 그로니아의 영웅이 되었어. 레아를 구하는 과정에서 말이지.



크리스는 이 한방으로 레아/네퀴티아가 일으킨 결과 대부분을 해치워버렸어.
즉- 레아가 감당해야 할 죄업까지도 대부분을 이미 크리스가 해결해버린 셈이 돼.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그리핀 라이더)지.
레아는 이제 답도 보이지 않던 해결 대신, 알아서 주어질 책임만 지면 되는 상황이 된 거야.

-"이제 튀자"
여기서 설령 누군가 레아의 신분으로 시비를 걸어도 크리스가 곁에 있으면 할 말이 없어.
어쨌든 크리스는 모든 비극의 원흉이 된 '마에스트로 네퀴티아'를 직접 사라지게 만든- 원수들의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만약 크리스가 레아를 작정하고 변호해도 누가 뭐라 할 수가 없지. 참 아이러니한 관계가 된 거야.

-인생은 연줄
일단 정말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게 아냐.
네퀴티아의 죄악과 살육은 정말 백보 양보해서 오로지 네퀴티아의 것이라 해도 레아가 저지른 죄도 마냥 옅진 않거든. 본인도 그걸 알지.
그럼에도 크리스가 그 양쪽 모두의 죄업 대부분을 해치워 버리는 바람에, 레아는 비교적으로 적당한(?) 뒤처리/재판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 되었어.
사실 그러니 이런 팔자 좋은 소리나 하면서 날아가는 거겠지.

-"암 뱃 걸"
그 모든 일을 해낸 크리스에게는 '이걸로 된 문제'야. 이거면 충분한 문제지.
자신의 목적을 명확히 이루어냈고, 구출하는데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크리스의 입장이고 목표였을 뿐이야.


이걸로 다 좋게 끝날 문제가 아니지. 레버넌트- 레아는 네퀴티아의 인간성이야.
이번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났지. 주체는 네퀴티아야. 그건 부정할 수 없어. 이 일은 '해결'보다는 '일단락'에 가까워. 손빨래로 일단 때에 묻혀 있던 빨래를 빼 낸 수준인 거지.

강제로 끊어낸 매듭은 풀린 게 아니라, 그저 풀리지 않은 작은 두 매듭으로 늘어난 것 뿐이야.
그래도 크리스가 작게 만들어 줬으니, 이제 푸는 건 레아가 해야 할 일이겠지. 또 끝에서 은근슬쩍 다 넘어갔지만 결말도 명확하지 않아.

-한번 더?
네퀴티아가 소멸한 것인지, 아니면 레아 본인처럼 잠시 그 속에 잠든 것인지.
이것도 아니면 두 개체로 분리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이 지점은 뭐 차차 알아서 설명이 나오겠지. 이 부분도 떡밥이 회수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
결론:
1. 빨래 꽤 잘 됐다.
2. 레아 전용으로 가능성 몰빵이 현 각성 형태
3. 카사 제작진은 "진짜"들이다.
다음 글: https://arca.live/b/counterside/83509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