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사육제의 시점에 대해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 https://arca.live/b/counterside/49435401

이번에 알아볼 캐릭터는 따끈따끈한 신캐, 레아-레버넌트야.
이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지 좀 더(많이) 길게 풀어서 분석을 해 볼 거야.
그런데 미리 사과할 게 있어. 레아라는 캐릭터를 애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좀 불편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올 거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도 많이 섞여 있으니, 이걸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어쨌든 이 레아라는 캐릭터의 이름부터 살펴보도록 할게.
0. 레버넌트?

-영화 '레버넌트': 복수를 위해 살아돌아온 자
레버넌트는 부활자를 말해. 물론 안 좋은 의미지.
레버넌트는 소위 말하는 '구울' 같이 죽었다가 살아난 괴물을 말해. 자신을 살해한 이를 찾아 죽이기 위해서 죽음에서 돌아온 괴물. 복수하기 위해 죽음에서 되살아난 존재들을 말해. 레아의 코드명은 이 '레버넌트'였지.
이 이름은 그녀의 운명과 삶을 그대로 잘 보여줘.
동시에 그녀의 정체도 말해주지. 되살아난 자. 그리고 복수자.
그러니까, 복수에 미친 괴물이 바로 그녀의 정체야.
'이게 뭔 소리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거야. 여기에 대해 의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세한 건 밑에서 설명할게. 천천히 가자고.
그런데 본격적으로 그녀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어.
바로 레아와 네퀴티아가 동일한 존재인가, 아니면 구분해서 보아야 할 존재인가에 대한 문제야.

이 둘을 각각 독립된 존재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동일하되 서로 의식만 못한 존재라고 봐아야 할지. 심지어 의식이 다르면 다른 존재인가? 라는 여지도 있어.
이 문제가 이 캐릭터의 죄의 무게를 결정해. 그런데 이 문제가 너무너무 복잡해. 먼저 이 부분부터 정리를 하고 가자.
1. 나비는 애벌레인가, 애벌레가 나비인가.

장자의 제물론에 '호접지몽'이라는 말이 나오지. 많이 들어봤을 거야.
'꿈속에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알 수 없었다'- 라는 이야기. 꿈속의 나비는 내가 맞을까, 아니면 아닐까.
그런데 이 고민은 우리가 아니라 나비가 해야 해. 얘들은 이게 실제 삶의 문제거든.
우리는 변신을 안해. 그냥 성장하지. 하지만 곤충의 경우에는 스스로의 형태를 일생에 한번 완전히 바꿔버리는- '변태'를 하는 종류들이 많아. 이 변화에는 크게 불완전변태와 완전변태가 있지.
불완전 변태는 잠자리나 매미 같은 애들이야. 기존의 형태에서 더 자라나서 기본 형태를 유지하되 변화하는 거지.

-껍질만 벗는 변화
날개가 달린다던가, 다른 부위가 더 발달한다던가- 하는 변화는 있지. 그대로 이것들은 명백히 동일 개체야. 땅 속에서 살던 매미도 매미. 땅 위로 올라와 사는 매미도 똑같은 매미.
하지만 '완전변태'를 하는 애들은 이야기가 많이 달라.
대표적으로- 나비 같은 애들 말야.

-완전히 다른 존재의 탄생
우리의 생각에는 나비가 그냥 애벌레가 커서 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쉬워. 하지만 아냐.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은 죽음과 부활의 과정이야. 애벌레는 나비가 되지 않아. 애벌레였던 것이 나비가 되는 거지.

-원본이 없다
애벌레가 고치가 되면 그냥 거기서 자는 게 아냐. 애벌레는 그 속에서 완전히 녹아버리고 액체 상태로 변해.
일부분 정도가 아니라 완전하게 녹아. 일말의 형체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녹여서 주스 상태로 변해버려. 그 액체 속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 나비야.
즉, 나비는 애벌레가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생명인 거지. 나비도 어떤 의미로는 되살아난 생명(레버넌트)이야.

-애벌레에서 나비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자.
레아가 네퀴티아가 되는 모습은 누가 봐도 고치에서 우화하는 형태를 연상하게 만들어. 이 둘은 동일 존재일까?
과연 애벌레와 나비는 동일한 개체, 동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일말의 형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애벌레로 만들어진 나비는 과연 애벌레인가? 자의식이 유지가 되는 것은 맞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과학자도, 철학자도 확답을 하지 못해. 물론 실험으로 애벌레의 기억의 일부가 나비에게 유지된다는 결과가 있긴 했지만, 그것 정도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 우리는 영원히 그 답을 알 수가 없어.

-나비는 애벌레 시절을 기억하는가
레아는 네퀴티아인가. 네퀴티아는 레아인가. 이건 누가 쉽게 단언할 수는 없는 문제야.
하지만 결국 네퀴티아는 레아가 되었고, 레아는 네퀴티아가 되었어.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아. 따라서 그녀가 짊어져야 할 책임 역시 변하지는 못해.
그녀의 코드네임인 '레버넌트'는 이런 운명과 삶을 가진 레아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2. 평화를 바라지 않는 자.

-예정에 없던 평화
개인적으로 내가 놀랐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레아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던 거야.
그녀의 모습에 대해서 긍정하고 네퀴티아가 된 것을 슬퍼하면서도, 의식의 흔적이 남은 것에 감동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레아에 대해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이더라고.
레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마냥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녀가 너무 쉽게 도망쳤다고 생각했어. 동시에 비겁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네퀴티아가 된 것은 결국 스스로 한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고 말야.
이전 글에 누가 아직 내가 여전히 관리자처럼 시선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한 리플이 있었어. 그 외에도. 그녀의 희생이 평화를 만들어냈으니 '낮은-1인칭의 시각으로는' 좋은 결말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 '말아먹었다'고 한 게 아냐.
실제로 이 전투의 과정은 실제적으로 뭐 하나 잘 된 것이 없어. 아무것도 계획이나 의도대로 된 게 없어.
다만 이 작전에서 이 사람들 외에, 진짜로 자신들의 작전을 말아먹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야.


-끝내 이루지 못한 복수
바로 네퀴티아에게 비참하게 죽은 오빠의 동생- 몽타뉴와 반군 자크의 아들이었지.
다른 복수자들, 이들이야말로 이번 작전의 진정한 실패자들이야.

레아는 버려진 형제들, 반군에 뒤지지 않는 복수자야. 그녀 역시 복수에 눈이 멀어 있던 인간이야.
레아는 어머니를 위한 복수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일을 벌였어.
그녀는 임무 중에 복수심을 이기지 못하고, 독단으로 죽일 필요도 없던 반군 수장의 머리를 날려버렸어.
드러나진 않지만, 이게 처음일 가능성은 적지.
처음이라기에는 연기가 너무 능숙해. 오히려 이번이 재수 없게, 또 상황이 좋지 않아 걸렸다 뿐일 가능성이 높아.
그녀는 이런 식으로 반군들을 수도 없이 죽여왔을 거야. 심지어 본인 입으로 증인들을 죄다 정리해버렸다고 하지.

-암살의 기본은 몰살
당연하지만 이렇게 되면 반군들은 더더욱 날뛸 수 밖에 없어.
자신들의 가족과 수장을 죽인 정부군을 증오하며 싸움이 격화되겠지. 이번에도 그렇게 되었어.
이번에는 그의 아들이 복수심에 불타서 그녀를 추적하지. 어떻게 시작될 뻔 하던 평화는 다시 박살났어.
물론 이 부분은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알았다면 의도가 섞인 암살이 되었을 거야.

-못 듣는 이
그녀는 평화의 가능성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았어.
그녀에게 이 나라의 평화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거든. 그녀는 개인적인 복수가 우선이야. 당장 그놈들에게 총알을 박아넣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을 뿐이야.
내전이 계속되든 말든, 이 나라의 싸움이 격화되든 말든. 그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애초에 정부 요원이 된 이유가 복수를 위해서인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

-죽어 마땅하니 죽인 대상
실제로 그녀는 정부와 반군이 평화협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분노를 쏟아냈지. 어떤 형태라도 일단 싸움을 잠깐이라도 끝내고, 일시적이라도 평화를 얻는 일이지. 이 나라에 일어나는 내전을 잠시나마 끝낼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녀는 질색을 하며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그녀는 여전히 복수만이 중요해.

그런데 참 이상하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그녀의 행동이나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어.
이 이야기 속에서 왜 이런 지점이 잘 드러나지 않느냐. 복수하고 있다는 것조차 잘 자각되지 않는 걸까.
당연히 본인이 의도적으로 숨겼기 때문이야. 이번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서술 트릭을 사용했어.

1인칭 시점의 서술 트릭이었지. 초중반의 이야기들은 모조리 레아의 시점이야.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행동을 침묵했어. 또 합리화하고 정당화했지.
자신이 저지를 일에 대해서는 언급을 줄이고 거짓말을 해. 그런데 이게 스토리의 중후반까지 레아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다보니 숨겨졌던 거야.
미션 중에 갑자기 목표대상이 외부인의 공격을 받고, 그것을 자신이 뒤집어 쓴- 억울한 피해자처럼 서술되는 거지. 사실 모두 본인이 저지른 일인데도 말이야.

여기서 레아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있지. 그녀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인간이지만, 동시에 거짓말과 변명이 몸에 밴 요원이야.
동시에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남의 피해나 사정 따윈 안중에도 없는, 말 한마디조차 넘어가지 못하는 가장 복수자다운 사람이야.
3. 방황하기만 하는 칼날

-만화 '베르세르크': 복수와 증오에 대해
"슬픔에 견딜 수 없는 녀석이 도망치는 곳"
레아는 결국 괴물이었어. 단순히 그녀의 속에 잠든 침식체를 말하는 게 아냐.
오히려 그녀의 존재 자체를 설명해주는 단어이지.
레아는 속에 든 괴물 없이도 충분히 커다란 괴물이었어.
그녀는 죽었다 살아나, 남은 삶을 모조리 복수에 바쳐서 살아가는 레버넌트(복수귀) 그 자체야. 문제는 그 복수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어.
그리고 깨달은 후에도, 그녀는 그 사실을 외면해.

레아는 세상이 본인을 억까한다고 생각해.
이 나라는 침식되고 있고, 잔인무도한 반군들에 의해서 어머니는 쓰러졌어.
어머니가 쓴 평화라는 곡이 무색하게도 말이야. 그리고 어머니는 본인을 알아보지 못해.
이 양심도 없는 반군놈들은 어머니가 몸을 팔았다는 소문을 내고는 뻔뻔하게도 어머니의 팬이라고 하지. 이놈을 죽이니까 반군들이 다시 괘씸하게도 복수를 하겠다며 어머니를 상처입혀.
심지어 이제는 웬 테러단체들이 와서는 자신이 네퀴티아니 뭐니 하면서 죽음으로 죄를 갚으라고 해. 그녀는 언제나 억울해.

-"개소리 마라"
하지만 사실 그녀는 억울할 게 없어. 이 모든 것은 본인이 저지른 업이 맞아.
어머니를 상처입힌, 이 나라에 퍼진 침식은 자신의 본모습인 네퀴티아가 나타나면서 생겨난 것이었지.

어머니를 상처입힌 것은 자신이었어.
그리고 어머니가 몸을 팔았다는 프로파간다는 반군이 아닌,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정부에서 사용한 것이었지.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반군이 한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전혀 엉뚱한 대상에게 복수를 해 왔던 거야.


이 나라의 내전은 더 심해졌고, 그녀는 또다른- 수많은 복수자들을 만들어냈어.
끝나지 않는 전쟁에 어머니는 더 고통받았지. 본인은 '모르스'의 일갈, '버림받은 형제들'이 요구한 복수에 억울해하며 책임을 부정했지만, 결국 그녀는 네퀴티아가 맞았지.
그녀는 끝내 그 철저한 부정이 무색하게 그 문제의 침식체로 우화해버려.

그녀는 복수귀였어. 갈 곳 없는 칼날을 엉뚱한 곳에 휘두른, 남에게 화풀이를 했을 뿐인 가해자였어.
그녀가 중후반 즈음에 자수를 하면서 '본인이 한 일은 본인이 처리하겠다'라고 했지만, 사실 그녀가 저지른 죄는 단순히 이 평화협정의 파토에 불과한 게 아니야. 그녀는 결국 이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지만, 그거야말로 남들 눈의 평화에 불과해.
이 에피소드에서 강조되는 개인의 평화에 대해서 그녀는 끝내 책임을 지지 않았어. 스스로를 악귀로 만들게 한- 복수자들에 대한 책임 말이야.
4. 복수자들의 소원

이번 에피소드에서 약간의 불편함의 느낀 사람이 있었을 거야. 그건 단순히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우화 장면이 불쾌해서도 아닐 거야.
그건 아마 이 1인칭 서술 속에 숨겨진 합리화 때문일 거야.

-너무 많은 것을 망쳐왔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철저한 복수자였다면. 어머니를 망친 존재를 용서할 수 없었다면.
그녀가 진실이 밝혀졌을 때 가장 미워해야 할 대상이 있지.
바로 네퀴티아야.

그녀의 어머니를 망가뜨린 사고를 일으킨 건 반군이 아니었어.
다름 아닌 자신 속에 잠들어 있던 악마였지. 그녀가 나타나면서 일어난 침식 사태에 어머니가 휘말렸던 거였어.
그렇다면 그녀가 미워해야 할 대상은 네퀴티아만이 아닐 거야.
동시에 거짓된 명분으로 엉뚱한 이들에게 복수를 하며 분쟁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어머니까지 위험하게 만든 자신을 가장 미워해야만 해.
그녀가 진정한 복수자라면 말이야.

-총알이 돌아온다
하지만 아니었지. 쉬운 선택이라고는 안 하겠지만, 그녀는 그렇게까지 큰 저항이나 혐오 없이 네퀴시아를 받아들여.
어머니와 친구를 위해서. 평화를 깬 자신의 업을 청산하겠다는 이유로 말이야.
어떻게 보면 모두를 위한, 가족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지.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선택이야.

그녀의 선택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복수나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그저 아주 개인적인 이유인- 어머니와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선택한 것에 가까워. 그게 결과적으로 그로니아의 청정화, 일시적인 평화라는 결론이 되었을 뿐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어머니와 브레히트 중사는 무사했어. 이 나라의 침식 역시 본인이 모두 빨아들인 결과로 청정구역이 되었지.
그런데 과연 레아에게, 네퀴티아에게 칼을 갈던 복수자들이 이런 결말에 만족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지. 오히려 더 분노할 거야. 그녀는 레아로서도, 네퀴티아로서의 정당한 복수를 외면하기만 한 채 사라졌으니까.
결국 그녀는 자신(들)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제 가족만 지키다 도망가버렸어.
레아는 이렇게 분노할 이들에 대해서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본인부터가 그럴 권리를 주지 않았는데. 평화를 얻을 권리를 주지 않았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만약 여기에 반군 아들이 왔다면.
레아는 온건파 반군 수장이 어머니의 팬이라고 했을 때 바로 복수에 눈이 돌아가 머리를 날려버렸어.
반군과 정부가 제멋대로 평화협정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이 평화를 거부했어.
본인부터가 남이 멋대로 얹어준 평화를 인정하지 못했는데, 다른 복수자들이 그녀가 만들어낸 평화를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레아 본인에게 평화가 중요하지 않았듯 다른 복수자들에게도 이딴 평화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냐.
버려진 형제들, 반군의 아들이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관심 없을 게 뻔해.
이들에게는 그딴 것 보다 레아, 네퀴티아의 목이 더 중요해. 레아 본인이 평화보다 반군의 머리를 하나 더 따고 싶어했듯이 말야.

그런데 레아는 가족을 지킨다는 것으로 홀로 만족해버리고는- 네퀴티아라는 괴물을 탄생시키고 그 속으로 사라졌어.

복수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생각할 수 있는- 아니, 생각하기도 싫었던 최악의 경우지. 반군이나, 버려진 형제들이나.
그토록 자신이라는 괴물을 부정하고. 벌인 죄악들과 복수를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하더니, 결국은 홀로 희생양이 되어서 괴물이 되고 혼자 만족해버린다니.
남의 가족들을 죽여대던 그녀가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니.
레아를 노리던 몽타뉴의 말대로 이들에게 있어 그녀는 가증스러울 수 밖에 없는 존재야.

결과를 정리해보면 레아에게 책임이 없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지.
결국 레아는 본인의 손으로 현생의 복수자에게도, 전생의 복수자에게도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것으로 끝을 내버리지. 네퀴티아는 결국 별다른 대가 없이 부활하고 말이야.

-죄와 그림자
레아는 마지막에 복수자로 죽지 않아. 인간적이고 가족을 사랑하는 딸로 죽었지.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다 사라진, 살육자이자 분쟁자에 불과한 존재로 우화한 거야.
어떤 의미로는 자신의 부당한 복수만을 이루고, 스스로 만들어낸 복수자들에게서는 도망간 사람이 되는 거지.
마무리

레아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사랑은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지만, 동시에 모순적이었어.
어머니가 반군에 의해 고통받았다는 것에 분노할지언정, 그걸 해결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 그녀는 어머니가 고통받는 상황을 해결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 복수를 위해서,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저버린 거야. 어머니를 내버려두었지.

-만화 '베르세르크' 중: 복수자의 변명
그녀가 정말로 어머니의 평안을 위했다면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려고 했을 거야.
하지만 그녀가 한 일들은 정작 오히려 전쟁을 격화시키는 일 뿐이었지. 어떤 형태일지라도, 일시적으로나마 있을 수 있던 평화의 가능성마저 본인의 의지로 걷어차려고 했어. 어머니를 위한 복수라는 명분으로.
따라서 레아는 누구에게도 변명할 여지가 없어. 인간이 아닌 네퀴티아에게 선악의 존재는 매길 수 없지만, 인간인 레아는 아니지.
그녀는 결코 선한 존재는 되지 못해. 그녀 역시 이 내전 속의 반군이나 다름 없는 사람이었어.
그녀는 그 이름대로 레버넌트일 수 밖에 없어.
어머니로부터 눈을 돌리고, 스스로의 악행에 변명하고 있었을 뿐인.
복수에 망가진 사람일 뿐이야.


---
+ 부록: 복수를 끊어낸 경우
이 사건은 과거 에피소드의 반면을 보여줬어.
개인적인 감정과 복수/증오의 연쇄가 어떤 결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준 거야. 더 이상 어떠한 선의조차 남지 않은 이들이 일으키는 복수의 연쇄가 어떻게 결말을 맺는지를 보여주었지. 이대로 싸웠다가는 공멸이라는 것을 너무 잘 보여주었어.

모르스는 복수자라고 하기는 미묘해. 그녀는 책임의식에 가까운 개념으로 움직여.
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 네퀴티아에 대한 감정이 없어보이지는 않지. 다만 몽타뉴처럼 진득한 형태가 아닐 뿐. 모르스 역시 레아에 대해 이성적인 접근이라기보단 감정적인 면모가 많이 나타나. 순수함을 증명하는 식으로 그걸 억누를 뿐이지.
반면에 이 모든 것과 반대로, 매우 성공적인 결과값이 이미 등장했었지. 그 주인공이 누구냐.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인 미나야.

이번 에피소드는 어쩌면 관리자가 간접적으로 언급했던, '증오의 연쇄' 라는 것을 보여준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어.
그리고 이게 바로 관리자가 미나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이유겠지. 그녀는 마지막까지 복수심에 흔들리지 않았어. 그 선택에 해를 입을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 굴레를 끊어냈지. 복수자들이 그런 것 따윈 신경쓰지 않던 것과는 다르게.
그 결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는 절단되었어. 관리자는 여기서 가능성을 재확인했지.

-가장 중요한 자질
관리자가 미나에 대해 가장 높게 평가한 점이 괜히 이 지점인 게 아니겠지. '지난번에 비해 발전'이라고 평가 할 만큼 말야.
그걸 끊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협력이 가능해. 개인적인 시각과 판단에서 벗어나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예를 들면 평화, 승리 같은 거 말야.
---
오늘 건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 가능하면 6000자 선에서 정리하려 했는데, 신캐라 그런지 쓸 게 많았어. 만자 가까히 썼네. 반토막을 내서 1-2부로 할까 하다가 그냥 올리기로 했어. 리플 언제나 감사해. 글자면 더 좋을 것 같아. 일단 피곤하니 수정은 차차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