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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황혼이 비추는 곳에서 책의 내음에 더해 들려오는 것은 음악 소리.






 "......나는...... 죽은 거야?"


질문을 한다.

너는 말했다. 이 곳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라고.

그렇다면 이 질문의 답은 반드시 알아야 마땅하다.

나는 죽은 것인가?

죽었기에 이곳에 도달한 것인가?

아니, 어쩌면 이 학교의 모든 것은......

죽은 것인가?


 "그건 나도 알지 못해."


 "......어?"


의외의 대답이 나오자 놀랐다. 좀 많이.


 "의외라는 반응이네? 하지만 말 그대로야. 난 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해."


 "그럼......"


 "나이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냐고? 간단한 결론이야. 몰랐어."


......?

몰랐다고?


 "아까도 말했듯이 이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 그렇다면 죽은 자로서 이곳에 당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산 자로서 이곳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


 "...산 자도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응, 다만 이 학교... 이 세계가 허상인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 이 학교를 자신이 본래부터 살고 있던 장소라고 알고 있을 거야."


 "그럼... 그 사람이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는 어떻게 아는데?"


 "아까도 말했잖아. 모른다고."


......

점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져 간다.

이곳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는 것은 이해했다.

그리고 산 자도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했다.

다만, 이해한 개념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뭐가 뭔지 점점 모르겠다.


 "그럼... 넌 그 사람이 죽은 자인지 산 자인지도 모르면서 이 일을 지금까지 해 온 거야?"


 "응, 맞아."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 넌 이 학교가 그렇고 그런 장소라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나도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거야. 뭐,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고."


아니, 엄청 중요한 건데?

라고 말하려 했으나 레이는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사람이 죽은 자인지 산 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겐 이곳에 온 사람을 구원해야 할 의무가 있어. 그게 누구이든 간에 말이야."


 "아니, 그런 의무가 어디 있다고..."


 "시간이 늦었네? 슬슬 돌아가 봐도 좋아."


 "어, 어... 알았어."


레이에게 너는 가지 않냐고 물으려 했지만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그 애에게 내 목소리가 들릴 것 같지 않아서 그냥 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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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부? 그런 게 있었단 말이야?"


 "넌 몰랐어? 하긴 나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선도부라면 뭔가 더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옥상에서 샬롯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학교 옥상은 개방되어 있어서 여러 학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상론이다.

대부분 인싸나 일진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나같이 쥐구멍에나 들어가야 할 인간은 올라갈 엄두도 못낸다.

그나마 샬롯과 같이 있을 때만 선도부의 권위를 이용하여 구석에 자리할 수 있다.


 "구원부라... 뭔가 사이비 종교 이름 같네."


 "내 말이. 구원부가 뭐야, 구원부가. 봉사부도 아니고."


 "봉사부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인데... 쓰레기 대신 치워주는 자선단체 같잖아."


 "...시끄러."


내 회심의 네이밍 센스를 부정하지 말란 말이다.

고개를 뒤로 돌려 운동장 쪽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에서는 야구부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야구부 때문에 축구를 하지 못해 씩씩 거리는 남학생들도 몇몇 보였다.


 "...저기, 샬롯. 있잖아..."


 "왜 또, 무슨 무리한 부탁을 하려는 거야?"


 "그런 거 아니거든. 내 이미지가 어떻게 자리 잡혔길래..."


 "학교도 안 나오고 규칙도 안 지키는 불량 학생."


...할 말이 없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야구부의 에이스가 누구인지 알아?"


 "갑자기? 엄청 뜬금없는 질문이네."


 "...대답이나 해 줘."


 "그야 XXX잖아."


 "......그렇구나."


내가 얼핏 들었던 이름은 이게 아니었다.

...진짜로 잊힌 거구나.

모두에게서, 자신의 존재 자체가.


 "왜 그래? 빵 먹다 말고 심각해져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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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왔다, 이 곳에.

다신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또 와버렸다.

분명 안에 있겠지. 늘, 부실에 있다고 했으니까.

...후우.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려던 순간

......

이건...

음악 소리?

어제에는 들리지 않던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학교 방송실에서 틀어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드르륵~



https://youtu.be/06-puNWFuMQ


책 내음이 퍼지는 황혼이 비추는 곳에

그리고 그 중에 은빛 머리카락의 남학생이 창가에 걸터앉아 있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다.

무슨 음악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음악은 지금 이 부실의 분위기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도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쇼팽 발라드 1번."


창가에 걸터앉아 있던 레이가 입을 연다.

들어온 기척은 크게 내지 않았는데.


 "쇼팽의 네 개의 발라드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곡이지."


창가에 걸터앉아 있던 레이는 내려와서 차를 준비한다.

저번과 같이 녹차를 준비하는 것 같다.


 "혹시 음악이 거슬렸으려나? 네가 바란다면 꺼 줄게."


 "아, 아니 상관없어. 오히려 좋은 것 같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이번에는 안에 사람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니, 다행인 건가?

남학생과 단둘이 한 교실에 있는 거잖아.

의식하고 나니까 갑자기 어색해진다.

그러다가...

이렇고 저런 일까지 당하면 어떡하지...?

물론 레이는 그런 남학생들과 분위기가 다르긴 한데...

으으으...

역시 집에 가는 게 좋겠어. 이 분위기를 어떻게 견디라고...


 "루크레시아?"


 "ㄴ, 네? 아니 응?"


 "자, 마셔. 녹차야."


 "아, 응... 고마워......"


...난 이런 선한 의도밖에 없는 사람에게 무슨 망상을 품고 있던 거지...


찰싹- 찰싹-


 "루크레시아? 갑자기 자기 뺨은 왜 때리는 거야?"


 "아, 아니 그냥... 생각이 썩은 사람에게 내리는 벌... 이랄까?"


 "...?"


모르는 것 같으니 됐다.

원하는 책은 꺼내 읽어도 된다고 했지?

책장에 가서 책이 뭐가 있나 훑어 본다.

......

한참의 고민 끝에 고른 것은 리플레이서 나이트의 메모리였다.

딱히 무슨 감정 같은 게 남아있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메모리를 가지고 의자에 앉았다.

레이와 정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어떤 것 같아?"


 "아... 그... 아직 안 읽었는데..."


 "음악 말이야."


아, 그 소리였구나...

 

 "어... 좋은 것 같아."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신 몫의 차까지 따른 후에 레이가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아름다움을 나눠주는 것. 그게 음악이니까."


또 분위기 잡고 말한다.

언제나 적응 안 된다.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음악도 구원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 그렇구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니까."


...들켰네.

보기와 다르게 족집게다.


 "오늘은 아마 손님이 없을 거야. 그냥 가도 좋고, 책을 읽다가 가도 좋아."


 "그건 어떻게 아는데?"


 "글쎄... 오래 이 일을 하면서 생긴 감?"


 "......"


역시, 이상한 녀석이다.

그러면서도 흥미를 유발한다.

책을 읽다가 멈추고 창밖을 바라본다.

황혼...

어느 교실에서도 황혼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이 부실에서만 허락된 광경일까?


 "아름답다..."


 "그러게. 정말 아름답네."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들린 모양이다.

레이가 뭐라 말한 것 같지만 잘 듣지 못했다.


그 말이 무엇을 향한 건지도... 무엇을 의미한 건지도

그건... 레이만이 알 길이었다.






퍼지는 것은 피아노의 음색, 비추는 것은 개와 늑대의 시간.


시간이 멈춘듯한 부실 아래 존재하는 것은


...비밀 속에 살고 있는 너,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