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ㅡ 오만함은 그만한 근거가 있기에 성립된다.






 "...설명해봐라, 루크레시아. 왜 시험지가 백지인지."


 "...학창 시절에 겪는 경쟁 사회에 경종을 주기 위하여..."


 "......"


 "자느라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살벌하게 노려보길래 실토해버렸다.

무섭기도 해라...


 "쯧, 그래 뭐. 네가 그렇지."


"드디어 이해해 주시는 겁니까?"


 "웃기지 마라. 너 같은 걸 이해해 버리면 교사 실격이야."


 "딱히 이해를 바라는 행동은 아니었으니까요."


 "...무슨 만화 주인공 같은 대사를 하는 군."


들켰네.

어제 본 만화에서 주인공이 한 대사다.

이걸 알 정도면 알렌 선생님도 혹시...?


 "저와 동류 셨군요, 선생님. 후후."


 ".....?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선생님은 그 말을 하며 쓰고 있던 안경을 벗는다.

역시, 안경 안 낀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시험 때문에 부르신 거예요? 보통 쪽지 시험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학생을 부르지는 않잖아요."


 "학교도 안 나오면서 그런 건 잘 알고 있구나."


 "혹시 저 편애하시는 거예요? 나만의 학생 그런 거?"


 "하아, 말을 말아야지."


머리를 짚는다.

어지간히 머리가 아팠나보다.

...방금 말은 내가 생각해도 뇌절이었던 거 같다.


 "...레이는 잘 지내고 있나?"


갑자기 레이 이야기로 노선을 튼다.

아니, 원래 레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른 걸지도 모른다.


 "어...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포장해서 말씀드릴까요?"


 "솔직히로 부탁하지."


 "......잘 모르겠어요."


 "뭐가 말이지?"


 "그냥, 전부 다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 구원부라는 것이 가장 의문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부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다.

그러나 난 실제로 보았다.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그게 정말 구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뭘 골똘히 생각하지?"


 "선생님은 구원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세요?"


 "레이가 운영하는 동아리 말이냐?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른다."


 "...모른다고요?"


 "난 레이가 그 교실에서 무슨 일을 하던, 누구를 만나던 일절 관여하지 않아. 레이의 부탁으로 말이지."


그렇구나.

그럼 알렌 선생님이 구원부에 대해 모를 만도 하겠네.

선생을 완벽히 배제해 놓는 다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어딜 가는 거지?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하아.

오늘 하루도 피곤해 지겠구만.






하교할 시간, 

곧장 집으로 가서 만화를 마저 읽으려 했으나

문득 구원부 생각이 나서 발걸음을 옮긴다.


 "어? 잠겨 있네?"


늘 여기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로 간 거지?

별 수 없이 돌아가려던 찰나

문득 선생님께 받은 게 떠올랐다.


 "이거 가져가라."


 "...열쇠네요? 어디 비밀 금고 열쇠인가요?"


 "...네 상상력은 따라가지를 못하겠군. 열쇠의 용도는 조만간 알게 될 거다. 일단 가지고 있어."


그 열쇠가 이 열쇠였나...

자물쇠에도 잘 맞는 것 같다.


 "뭐야? 부원이 있었나? 전에는 그 평민 놈만 있었던 것 같은데."


 "히익!"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놀라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음? 왜 그렇게 놀라지? 설마 날 보고 놀란 건가?"


 "아, 아뇨. 죄송합니다."


 "그래, 용서하지."


뭔가 오만해 보이는 사람이다.

아니, 그것보다 이 사람...


 "혹시... 선도부장님...?"


 "오, 나를 아는가? 아니, 나를 모르는 게 더 부자연스럽지. 어지간한 학생은 다 나를 알테니 말이야."


 "아, 네..."


......

망할, 할 말이 없어.

이런 사람하고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부터 기가 빨린단 말이야.

여기는 왜 오신 거지?


 "이봐, 너."


 "네? 네."


 "혹시 평민 놈은 언제 오는 지 알고 있나?"


 "평민... 이요?"


레이를 말하는 걸까?

레이의 행방이라면 나도 모르는데...


 "모르는 건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오도록 하겠다."


아싸!


 "아, 오셨네요?"


...망할.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거냐! 이 몸을 기다리게 하다니. 말해라, 누구 허락을 받고 자리를 비웠는지."


 "죄송합니다, 하하. 들어오시죠, 선도부장 님."


 "흥, 말하지 않을 셈인가? 좋다. 이번만 넘어가 주지."


 "감사합니다. 아, 너도 들어와. 루크레시아."


 "......응."


그렇게 불편한 삼자대면이 시작 되었다.






------------------------------------------------


제목이 '구원부에 어서 오세요' 로 변경되었습니다.

피곤한 관계로 이번 화 분량은 조금 짧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