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https://arca.live/b/counterside/85708192





 ★  -- Gauntlet Academy Episode X: 폭풍전야 --



 "카일! 일어나요, 카일!"


 "……."


 "카일, 정말! 일어나라니까!"


 "아…."


 눈을 뜨면, 베이지색 자켓과 치마에, 하얀 셔츠를 입은 여성이 보였다.


 옆구리에 손등을 대고서 살짝 화난 표정을 짓는 그녀. 자신을 흔들며 깨운다.


 "누나, 시험 끝났으니 방학 아니었나요? 도대체 왜 깨우고…."


 "어제 자기 전에 전달했죠? 오늘 송별회를 한다고요."


 "…아. 그랬었죠. 그러게요."


 평소 같은 아침이었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날이었다.


 '오늘만 지나면 누나는 결국… 아니, 원래부터 내 누나도 아니고, 엑자일러였으니까.'


 "카일?"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로 준비할게요. 그보다 아침은…?"


 "아침도 점심도 학교에서 먹어요. 그러니까 씻기만 하고 바로 나가요." 카린은 방문을 닫으면서 나갔다.


 씻는 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대충 검은 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나갔더니, 평소처럼 시영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린 준장님!"


 "후우… 왠지, 그렇게 불리는 게 낯설지만은 않네요."

 "기억도 원래대로 돌아오셨으니까요."

 "그러네요… 왠지 이곳에 있던 이 년 동안이, 정말 꿈만 같아."


 "……." 카일은 차에 타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와도 같은 거리.


 평소와도 같은 길가.


 그리고, 평소와도 같은 학교.


 방학이라 학생들이 없어 매우 조용하단 것만 달랐었다.


 차에서 내리면, 기다리고 있던 체육 선생님이 손을 주머니에 빼서 인사했다. "카린 선생님, 시영 선생님, 카일!"


 "대령님."


 "그렇게 불리니 뭔가 어색한 느낌인데… 돌아가면 모를까, 여기서는 대령도 아니잖아."


 "하지만…."


 "그냥 제이크라고 불러줘."


 카린은 그의 손을 잡으며 활짝 웃었다. "…그래요, 제이크."


 시영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진짜 열 받네." 그리고 카일을 힐긋 보더니 쿡 찌르며 말했다. "뭐야, 카일. 질투하는 거야?"


 "아뇨…. 단지… 오늘이 지나면 학교엔 체육 교사도, 영어 교사도 없고 새로 다른 사람들이 오겠구나 싶더군요."


 "……."


 곧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와 여기에 남겨진 카일의 기분이 같을리가 없겠지, 그걸 실감하는 시영이었다.


 '생각이 짧았네요. 질투는 나만 느끼는 거고….'


 정문까지 가면, 서서 팔짱을 끼며 기다리던 치후유가 다가왔다.


 "치후유 양?"

 "오늘이 지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곤 깊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사제간의 연은 무엇보다 깊은 것이지요. 이제까지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어주신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치후유는 조용히 떠났다.


 시영은 왠지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참으로 올곧은 소녀예요."


 제이크도 긍정했다. "고작 그 말을 하려고 길지도 않은 방학에 일부러 학교에 나온 건가…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잘해줄 걸 그랬어."


 "제이크 씨는 학생들에게 잘 해줬잖아요, 인기도 좋았고. 저야 처음부터 원래 세계가 아닌 걸 알아 대충대충 했었는데… 하아. 어라…?" 시영이 돌아보면.


 "에, 카린 씨, 울어요?"


 "안… 울어요… 히끅."


 "……."


 울컥할 만한 일인가.


 자신은 애초부터 떨어질 걸 알고서 모두하고 거리를 두었지만, 카린은 매사에 진심이었으니까…. 지금의 이 순간도, 그녀에게는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라.


 '진짜… 정이 많네. 그렇지만 그래서 제가 카린 씨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도서관에.


 유메노시마에서 찍혔던 시험의 녹화분을 계속해서 반복해 보면서 분석하는 한솔이 있었다.


 "상성… 스트라이커, 레인저, 디펜더, 스나이퍼. 나는 스트라이커니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 스나이퍼에 대응하는 최적의 전술이나, 혹은 레인저를 빨리 제압하는 건…."


 그때, 캐쥬얼한 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에스테로사가 들어왔다.


 "아침부터 열심이군, 한솔."


 "에스테로사 선배님… 아니, 팀장님."


 "솔직히 나도 근면하기론 첫째라고 생각했는데, 한솔 후배님을 보면 왠지 위험하다 느껴. 다만, 오늘은 모두 편안히 쉬고 즐기기 위해 나온 거다. 혼자 공부랑 운동만 하면서 몸을 혹사하는 것도 좋진 않아."


 힐끔 바라보면….


 한솔은 얇은 검은 외투에 바지, 하얀 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메고 있다. 정장 같은 느낌.


 '참, 옷차림도 성격 같다니까.'


 한솔은 기기를 끄면서 말했다. "아뇨…. 전 더욱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어제 마왕의 침식체들과 직접 싸우셨다고 하셨고, 팀장님도 선생님들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셨지요. 저도 한시 빨리, 더욱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진짜 기사가 될 수 있도록."


 "……."


 어제, 돌아오자마자 자려고 했는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아서 밤 늦게 한솔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그걸 얘기했다.


 그땐 평범하게 말을 들어주는 것 같았는데…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내 눈엔 그대는 이미 진정한 기사다, 한솔.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문을 벌컥 열면서 잉그리드와 유나가 인사하였다. 


 "응? 여기 있네, 한참 찾았다고!"

 "아카데미 카페테리아에서 피자랑 치킨이랑 잔뜩 배달 왔어!"


 유나가 한솔을 보며 말했다. "한솔, 잉그리드랑 같이 민초 케이크 대빵 큰 거 사놨더라? 고마워!"


 "아… 아하하하… 그래. 맞다, 돈은 안 줘도 돼. 원래는 심부름 값을 받으려고 했었는데, 유나가 너무 잘 해서 내 돈으로 산 거니까."


 그 말을 듣고 유나가 눈을 빛내며 깡총깡총 뛰었다. "진짜?! 정말 정말 고마워! 너무 좋아, 행복해애!!"


 잉그리드가 옆에서 말했다. "진짜 기뻐하네… 좋아, 부실 냉장고에 있는 거 들고 식당에서 같이 먹을까?"


 "당연히 안 돼! 다들 한 입 달라고 할 거 아냐?! 나중에 나 혼자서 다 먹을 거니까! 한솔이가 사준 거다, 뭐!"


 "아, 아하하… 그래. 그렇겠지."


 …말은 그래도, 그딴 민초 케이크 누가 먹겠냔 표정을 짓는 잉그리드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쨌거나 한솔, 빨리 가자."


 의자를 드르륵 밀며, 옆에 앉은 에스테로사랑 함께 일어나는 한솔.


 "그래요, 갑니다."

 "응? 한솔, 키토 다이어트인가 뭔가 한다고 했잖나? 저런 거 먹어도 되겠나?"


 "버릇처럼 먹지만 않으면, 하루 정돈 괜찮으니까요."

 "그래…."


 과연 식당엔 모두가 사복을 입고 모였다.


 평소에는 얼굴조차 자주 볼 수 없던 교장하고 교감 선생님이 같이 식당에 앉아서 학생들하고 먹으며 영화를 본다… 묘한 광경이다. 또, 지금 트는 영화 또한 - 유빈들의 세계에 있었던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의 삼부작이었다.


 첫번째는 로스트 쉽을 이용해 인공침식파를 지구에 뿌리는 리플레이서의 작전과, 다른 이면세계에서 왔던 관리자와 그의 검은색 타이탄이 세계 각지에서 동료를 모은 내용. 가은이 침식체 티폰의 앞에서 독백하는 장면에서 엔딩을 내었다.


 두번째는 오비탈베이스 낙하작전 및 에델과 로자리아와 세라펠의 클리파 차원에 출동하는 내용, 그리고 마에스트로가 연주한 엘리시움 판타지아. 우주전을 위해 상승하는 장면에서 엔딩을 내었다.


 세번째는 우주전을 거쳐 리플레이서의 이면세계 기지 본진에서 싸운다는 내용. 원래 지아들은 이집트에 갔었지만, 감독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었는지 그 부분은 완전히 잘렸다. 블루레이 보너스에 담긴 부록으론 찰리 등을 비롯해서 배우들이 아닌 실제 참여했던 인물들의 인터뷰가 수록됬고, 감독하고 관리자가 악수를 하는 사진도 있었다.


 …삼부작은 영화라는 매체상 서사들을 압축하여 꽤나 간단하게 줄였었다. 가령, 윌버는 없으며 카린은 처음부터 관리자와 협조하는 관계였다던가.


 다만 그래도 여섯 시간에 달한다. 이걸 다 볼 수는 없어서 유빈은 첫번째와 세번째만 틀기로 하였다. 오비탈베이스 낙하작전이 제일 재밌는 부분이긴 했지만, 내용의 핵심은 아니었기 때문에.


 …….


 전체적인 분위기는 딱 마블스런 느낌이다. 지루한 다큐멘터리보다는 유쾌한 액션 활극 같은 느낌?


 유빈은 클라레스와 교장의 옆에 앉았는데, 영화를 보는 도중에 많은 대화를 하였다.


 치킨을 먹던 교장이 물었다. "그러고보니, 자네는 어떻게 카운터로 각성했나?"


 "아… 영화에선 잘렸지만, 저는 원래 공무원이었습니다. 떨어진 카운터 워치를 제가 소유하지 않고, 분실물로 취급해서 주인에게 돌려주려 했었는데… 시험이었었죠. 저에게 사욕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었던…."


 피자를 먹던 유빈이 갑자기 떠올라 물었다. "잠깐, 이 세계의 저는 어떻게 되었나요? 아니면 힐데 씨는…?"


 "힐데…? 그게 누구인진 모르겠군. 어쨌건 이 세계의 자네는 처음부터 없었네. 어제 내가 말했던 그 유빈은 다른 이면세계의 사람이었고."


 '역시 예상했던 대로인가.'


 창가 쪽에서는 혼자 구출대에 참가하지 못한 루크가 전말을 듣고 있었다.


 …영화는 딱히 안중에 없는 거 같다.


 "뭐야…? 그것보다 진짜 위험했네! 너희들 대체 어떻게 돌아온 거야?!"


 샬롯이 매점에서 사온 과자를 뜯으면서 말했다. "진짜… 거기서 그냥 죽을 줄 알았어."


 빵과 크림 같은 건 좋아해도 기름진 건 싫어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맨날 살이 찐다고 투덜대면서도 정크 푸드는 엄청 좋아하는 실비아는, 닭다릴 입에 쑤셔넣으며 말했다. "나도, 나도. 코핀 기억나? 그거 어제 우리가 타고 갔거든? 근데 거기서 터졌어. 진짜, 이름대로 관짝에 처박혀서 모두 끝장날 뻔했다니까."


 "그러고보니 레이, 그 검은…? 평소에 쓴 거랑 다르게 생겼네?"


 "아, 어제…."


 그래, 이 검.


 이게 없었으면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겠지.


 "교장 선생님이 주셨어. 나에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시면서…."


 "헤에… 예쁘게 빛나는 게, 교감 선생님이 가진 검이랑 비슷하게 보여… 색깔도 금색으로 비슷하고."


 근데 갑자기 샬롯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저게 더 예뻐."


 "어… 뭐?"


 "그거보다 저게 더 예쁘다고."


 "아, 알았어."


 루크는 왠지 대화에 껴든 샬롯에 좀 당황했지만 말을 돌렸다. "그래서, 어제 이걸로 굉장한 활약을 했다며?"


 "체육 선생님에게 걸린 세뇌를 풀었어. 듣기로는 신검이라는데… 앞으로 필요한 순간이 더 올 것 같아."


 "신검… 레이 주제에 정말, 대단한 물건을 받았네."


 옆에 있던 실비아가 카일에게 물었다. "야, 카일. 넌 뭔데 먹지도 않고 그냥 영화만 보고 있어? 그렇게 재밌어?"


 방금의 대화에도 전혀 끼지 않고, 그냥 팔짱만 끼고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다.


 "비록 영화지만, 실제 다른 세계에서 있던 일을 소재로서 한 게 아닙니까. 그들은 어떤 적이랑 싸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겼는지… 궁금하지 않은가요?"


 "알 게 뭐야. 우리 일도 아니잖아."


 "……." 그리고 카일은 다시 스크린에 눈을 돌렸다. 카린의 역을 맡은 배우가 다른 인물들과 대화하고 있다.


 '카린 웡… 사실, 그 세계의 저라고 했었죠. 만일, 제가 그녀 대신 저기 있었다면, 그녀만큼 할 수 있었을지….'


 좌측 앞에서는 시엘과 시윤이 앉아있다.


 어려서부터 암살자로서 혹독한 교육을 받으며, 문화생활 자체를 접해보질 못한 그녀에겐 매우 신비로운 걸로 비춰졌다. 다만 시윤은 몸을 수그리곤 핸드폰으로 아버지에게 학교에서 모두랑 놀고 저녁에 들어온다고 문자를 쓰고 있던 중이다.


 특이하게, 닭튀김 껍질을 싫어하는 건지 따로 떼어내서 고기만 먹던 시엘은, 하품을 하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음?'


 "그런데, 그 동영의 무사는 오늘 오지 않았소?"


 "동영? 아… 무사. 그렇죠, 치후유 말하는 거죠? 어제 실전에서 자기 무력함을 통감했다나, 방학이라고 해이해지지 않고서 자신의 힘을 기르려고 오늘부터 산에 들어가서 수행을 정진하다고 하더군요."


 말한 김에 목이 말라 콜라를 마시는 시윤. 다시 내려놓고 말했다. "그래도 오늘 선생님들한테 작별 인사는 한다고 아침에 오긴 왔는데… 못 봤나봐요?"


 "…그랬었군."


 '과연… 그녀답구려. 올곧고 덧없이 무사로서의 길만 걸어간다는 그 신념엔 존경 받을 가치가 있소.'


 중앙에 앉아있던 알렌과 오지만디아스.


 줄리아는 누구보다 열중해서 보며 피자를 계속 먹다가, 갑자기 짜증을 내었다. "퉷… 잠깐, 이게 뭐야?! 누가 파인애플 피자 시켰어?"


 "아, 그거 난데. 왜 내 것이 거기로 갔나?" 불고기 피자를 먹던 제이크가 손을 들면서 말했다.


 "이딴 괴식은 왜 먹어요?"

 "아니… 줄리아 선생님, 파인애플 피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시나?"


 "당신, 태국 치즈버거도 맛있다고 먹을 사람이지?! 카린 선생님, 솔직히 파인애플 피자 맛있어요?"


 그러자 제이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카린을 쳐다봤다. "시, 싫을리가 없죠. 카린 선생님은 정크 푸드만 밝히는 줄리아 선생님하고 다르게 고상한 입맛을 가졌다고요."


 "…피자 자체가 정크 푸드인데?" 줄리아는 피자 박스를 덮어 카린 앞에 놓으며 말했다. "어쨌던간, 싫어하죠? 먹기 싫죠? 그냥 지금 먹는 바베큐 피자나 먹으면 좋겠죠? 왜 굳이 이런 걸 시키는 것인지 모르겠네!"


 "아니… 맛있잖아? 그치, 카린?" 자기도 한 조각을 먹으면서 애원하는 눈빛으로 보는 제이크.


 "이건 체육 선생님이나 먹으라니까! 그쵸, 카린 선생님?" 그리고 계속 따지는 오지만디아스.


 "…………."


 그냥 조용히 영화만 보던 카린은 갑자기 자신을 끌어들이자 당황하였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솔직히 파인애플 피자는 싫다… 알러지는 없었지만 진짜 싫다.


 그러나 여기서 제이크의 편을 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삐질 거 같다. 하지만 그래도….


 "아, 저… 하하… 애초에 피자 자체를 잘 안 먹어요. 잘 모르겠네요."


 좋아한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다.


 "……."

 "……."


 그러자 줄리아는 대충 납득했다. "뭐, 피자 많이 먹으면 살찌죠." 그리고 그냥 자리로 돌아갔다.


 "휴…."


 제이크는 주섬주섬 파인애플 피자를 한 조각 더 떼어 먹었다. "카린, 그러고보니 우리가 있던 원래 세계는 평화롭다며? 피자 집도 많이 있지? 돌아가면 하나씩 들려보는 것도 좋겠네."


 "에…." 카린은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그거… 혹시 데이트 신청인가요?"


 "어? 응. 여러군데 가서 파인애플 피자의 멋짐을 카린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을 거 같고."


 "…………."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만 하나.


 그러자, 옆에서 시영이 킥킥 웃으며 놀렸다. "제이크 대령님이랑 결혼하면 파인애플 피자도 엄청 시켜먹겠네요."


 "……………………."


 사, 사랑으로 어떻게든 극복….


 극복을….


 ………….


 알렌은 그냥 턱을 괴고 있었다. 돌아온 줄리아가 물었다. "응? 알렌 선생님, 뭘 그렇게 생각해?"


 "…클리포트 게임이 열린다면, 누가 제일 먼저 공격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


 알렌은 - 이들의 입장에서는 - 탐미엘이 벨제부브에게 선공권을 줬단 사실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벨제부브가 진짜 공격할지, 아니면 다른 마왕에게 먼저 양보할진 다른 문제다.


 "글쎄…."


 역시 알렌.


 일 중독자. 매사에 진지한 사람.


 '물론 이런 사람이 있어야 집단이 굴러가는 거겠지만….'


 "네헤모트란 마왕도 그렇게 말했지. 자긴 오질 않겠지만, 여기있는 마왕들의 얼굴을 기억하라고. 적들은 얼마나 기다려줄까? 적어도 이 아이들이 졸업할 순간까진?"


 "…길어야 몇 달이겠지."


 "하긴 그렇겠네."


 "미안하군." 알렌은 사이다 캔을 까면서 말했다. "모두들 좋은 분위기인데 굳이 이런 걸 말해서 우울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어."


 줄리아는 치킨을 먹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뭣보다… 딱히 우울하지도 않거든. 어쩌면 우리도 멋지게 마왕 녀석들을 물리치고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


 알렌은 낙천적인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훗…. 그런 기죽지 않는 모습이 네 장점이지."


 조금 지나….


 영화의 일 편이 끝났다.

 잠시 십 분 동안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삼 편을 틀기로 했다.


 학교 바깥으로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던 라이카.


 클라레스가 다가와 말했다. "라이카 조교."


 "아, 교감 선생님."


 "미나 학생은 어떻지?"


 미나라면….


 아.


 탐미엘이라고 했나…? 사실은 미나의 언니가… 신이었다던가?


 '그게 뭔지 잘은 모르지만….'


 솔직하게, 지금 다시 생각해도 헷갈린다. 다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쨌건 자신이 알바까지 뛰며 돈을 벌어 치료비를 내주던 언니가 사라졌단 것이다.


 그렇기에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마치 탐미엘이 편지를 놓고 어디로 떠난 것처럼 위장하긴 했었지만….


 '악의는 없다지만 얄팍한 속임수지, 그거.'


 "어제 바로 집에 돌아가서 자고… 친구들과 얘기하고, 그랬다네요. 아직 눈치채진 않은 것 같아요."


 클라레스는 한숨을 쉬었다. "…미나 학생만이 아니라 짐도, 그리고 라이카 선생도 일이 복잡해지는 것은 원치 않을테니까."


 …그건 솔직하게 긍정한다.


 "그래요… 그렇죠. 여태껏 인생의 큰 일부였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면…."


 "그리고."

 "네?"


 "제1팀 담당이던 유빈 선생이 오늘 가니까, 빈자리는 라이카 교생이 맡아줘야만 할 것 같더군."


 어…?


 "아… 네? 하지만 전…."


 "제1팀의 성과가 적었긴 했지만, 애초에 전체적인 실력은 충분했었어. 저 학생들에겐 무언가 새로 가르칠 교관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매니저가 더욱 중요하겠지. 전투훈련만 내가 집중적으로 지도하면 될 것 같고."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기 좋군. 앞으로 수고해주게."


 안쪽에선 영화의 삼 편이 시작됬다.


 이젠 걱정도 근심도 없는 미나는,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평소 구경도 못한 치킨과 피자를 잔뜩 먹으며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 애초에 취향이 모나지 않았기에 아무거나 틀어줘도 재밌게 봤을 거다.


 옆엔 펠리세트하고 노엘이 앉아있었는데, 노엘은 묘하게 힐데가 나오는 부분을 재밌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힐데가 없는 부분은 지루한지, 미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미나 선배…."


 "응? 왜 그래?"


 "그러고보니 서윤 선배들은 안 왔었네요."


 "아… 어제 내가 불러볼까 말했는데, 이미 자기들끼리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고 했었더라. 지금 쯤이면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도착했을걸?"


 시험 때만 하더라도 서윤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어제의 사건 이후로 어쩌면 걔네들과도 친해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하여 권했던 미나였다.


 펠리세트가 치킨을 먹다 말고 물었다. "제주도? 우리나라?"


 "아, 한국. 응."


 "아… 한국이면, 분명히 일본의 옆에 있었죠? 오른쪽이었던가?"


 노엘이 답해줬다. "…왼쪽이예요."


 "아… 죄송해요. 어라? 노엘, 어떻게 알았어요?"


 프랑스인인 펠리세트에게 동아시아의 지리는 생소한 문제였다.


 딱히 이상한 건 아니다.

 만일 미나에게 네덜란드와 스위스와 세르비아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보라 말하면 그녀도 모를 거다.


 하지만 노엘은 달랐다….


 "그야, 미나 선배가 태어나고 자라신 곳이잖아요? 저도 언젠가 미나 선배와 함께 한국까지 가지 않으려나 해서~"


 턱을 괴던 미나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가자."


 "네? 정말요?!"


 "한 이십 년 뒤에."


 그러자 펠리세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절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네요."


 하지만 노엘은 오히려 눈을 빛내며 갑자기 엄청나게 들떴다. "크으… 최고야아앗!!!"


 "어… 노엘?"


 "그야! 미나 선배가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선배랑 전 적어도 이십 년 동안 함께라구요!"


 "아, 아니… 졸업하고 연락은 하겠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


 "만세!!!"


 "…이런 귀찮은 점이 약간 싫다니까."


 하지만 미나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건지, 노엘은 계속 싱글벙글 웃으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대충, 시간이 많이 지났고 - 영화도 삼 편 후반부에 돌입했다.


 화면에는 호라이즌의 시무르그 형태가 비춰졌다 - 그리고 활을 사용해, 모두의 의지를 담은 화살을 차지하는 장면까지 온 것이다.


 "호라이즌…? 그녀가 실제로 저렇게 싸웠다고?"


 관리자의 물음에 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레스가 물었다. "현자여, 너는 저게 무엇인지 아는가?"


 "마왕의 사도야. 하지만 어떻게…? 자네 세계에선 마왕들이 협력했다 말했는데 혹시 그쪽에서 지원해준 원군…?"


 "아뇨, 저희 쪽의 호라이즌은 다릅니다. 아후라마즈다란 무언가가 건조했던 것들 중의 하나로서…."


 교장은 처음 듣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아후라마즈다?"


 "어쨌던간, 저희 쪽의 시무르그는 인공성수로, 과거 마왕과 성수의 대전이 있을 당시부터 성수들의 편에 서서 협력했습니다. 첫번째 인공지능은 본체와 함께 파괴되어 소멸했고, 이후 지금 호라이즌의 데이터가 인스톨됬죠."


 클라레스는 놀라운 목소릴 내었다. "성수… 인가. 우리 세계하고 너무나도 달라."


 관리자도 동의했다. "탐미엘의 휘하 마왕들과 그 사도, 끝도 한도 없는 침식체들에게 싸워야만 했던 세계들과 다르기도 하지."


 "……."


 하지만 이 세계도 유달리 독특한데….


 "제가 보기엔 이쪽도 매우 특이한 것 같았습니다만…. 설마 그 구원 기사단에 관리자 님이 직접 가세할 줄이야."


 "유빈 선생, 그건 무슨 의미지?"


 "처음 봤거든요. 구원 기사단과 관리국은…."


 그리고 유빈이 뭐라고 설명하려던 도중에.


 스크린의 호라이즌이 관리자에게 우리의 의지가 하나란 말을 듣고선, 눈을 감고 힘을 안정화해….


 "IMPERIVM SINE FINE…"


 "OVER THE HORIZON!"


 티폰에게 화살을 쏘면서 피날레를 날리는 장면을 보여줬다.


 말하다가 말고 그쪽으로 주의가 쏠렸던 유빈이 중얼거렸다. "음? 거의다 끝났네."


 궁금한지, 클라레스가 물었다. "유빈 선생. 다른 세계에도 우리 구원 기사단은 있겠지. 그런데 관리국하곤…?"


 "아…."


 근데.


 유빈도 왠지, 어제 교장이 말하다가 말았던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됬다.


 '레이가 마왕이 됬다거나, 관리국의 미나들과 싸웠던가, 졌다던가….'


 그런 비참한 최후를 굳이 말하면서 기분을 망칠 필요가 있나?


 없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딱히 이쪽 세계의 일도 아니고, 잊어주세요."


 클라레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으음, 선생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근데… 알 것 같다.


 '아마, 교장 선생님도 이래서 말하지 않으려던 것이겠죠.'


 그 뒤.


 예정대로 놀이공원으로 갔다.


 미나의 생일 날부터 오고 싶어했던 노엘은 즐거운지 시윤하고 떠들다가, 방방 뛰며 좋아했다.


 "와아~ 진짜 소풍 온 느낌이예요! 바이킹도 있고, 롤러 코스터도 있고, 유령의 집도 있고, 실내 스키장도 있고, 범퍼카도 있고, 사격장도 있고! 너무 할 게 많아!"


 "…시간은 제한됬지만 말이죠."


 미나가 둘러보곤 말했다. "근데 사람은 없고 직원만 있네?"


 "하하…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전세냈습니다."


 "정말요?! 교장 선생님 최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음… 일단 모두가 같이 롤러 코스터를 타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타세요. 한 시 정도 되면 식당으로 와서 같이 점심을 먹으면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저녁에 해산하는 게 좋겠어요."


 카린은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 뒤엔….'


 그 옆에서 샬롯이 떨며 말했다. "저, 저기… 교장 선생님. 모두 타야만 하는 건가요?"


 "네? 가급적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


 무슨 문제라도 있냔 듯이 물어보는 클라레스. "왜 그러지, 샬롯 학생?"


 "아니… 타겠어요. 타지 않으면 안 되니까."


 "……." 떠는 걸 보고 무서워한다는 걸 꿰뚫어 본 클라레스가 웃으며 말했다. "용기가 가상하군, 마르티네즈. 짐이 직접 옆에서 지켜봐주지."


 "…네?"


 샬롯은 얼굴이 붉어지며 흥분된 목소리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


 "나참, 저런 게 뭐가 무섭다고…." 카일은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루크는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야, 여자애가 무서워할 수도 있는 거지…!"


 "여자이기 이전에 카운터가 아닙니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러자 오지만디아스가 옆에서 말했다. "헤헤… 그렇게 말하면 큰 코 다칠껄?"


 "네?"


 "여기 있는 놀이기구들은 전부 카운터용과 일반인용을 별도로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되어졌어. 카일도 못 견딜 걸?"


 "훗…."


 설마 진짜로 그럴까.


 "재밌는 도전이군요. 해보십시오."

 "좋아~ 선생님이 가서 카운터 용으로 해달라고 말할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줄리아는 달려가서 카운터 용으로 출력을 올려달라고 했다.


 …사실 본인이 그걸 원해서 내심 그런 대답을 유도한 게 아닐까.


 하지만 라이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줄리아 선생님, 여기 절대 다수가 카운터지만, 저랑 펠리세트는 일반인이예요! 게다가 카운터 중에서도 이런 거에 약한 애도 있고!"


 "어라…? 그러고보니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펠리세트는, 묘하게 도전적인 눈빛을 띄며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하죠."


 "야, 잠깐. 갑자기 뭘…."


 "카운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요."


 "이거 그냥 놀이기구라구… 왜 그렇게 진심인 건데."


 줄리아는 펠리세트를 보고서는 깔깔 웃더니, 엄지를 척 올렸다. "그럼, 결정됬네요! 치사하게 학생이 하고 싶다는데 선생이 뺄 생각은 없겠죠?"


 "선생님은 진짜… 언제 봐도 능글맞아요."

 "그럼 당장 타죠!"


 …….


 올라가서 라이드에 앉는 모두.


 벌써부터 피곤한지, 미나는 한숨을 쉬었다.


 "와아! 저, 미나 선배의 옆에 앉고 싶어요!"


 …그게 다 노엘이 옆에서 정신사납게 꺅꺅거리며 날뛰었기 때문이다.


 미나는 시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싫어. 시윤 선배, 옆에 앉아."


 "네? 저요?"


 "와! 우정보다 사랑을 택하다니… 노엘, 상처받아버렸습니다…."


 "아니거든?! 나도 좀 차분히 즐기고 싶은데 네가 계속 산만하게 굴어서 그런 거니까!"


 '아, 아하하… 롤러 코스터를 차분히 즐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뒤에서는 한솔들이 따라오며 자리에 앉았다.


 "잉그리드, 잉그리드! 이거 다음에 어디로 갈래?"


 "글쎄, 마법사의 탑이라는 것도 있던데? 한 번 가볼까?"


 "좋아! 진짜 마법사인 우리가 평가해주겠어!"


 시엔과 그녀의 팀은 송별회에 오지 않았기에, 시엘은 에스테로사와 한솔과 붙어서 다녔다.


 둘이 먼저 같이 앉고, 그녀들의 뒤에 앉는 한솔.


 "그러고보니 시엘도, 선배님도, 딱히 어뮤즈먼트 파크 같은 곳은 와본 적 없으셨죠?"


 "아… 일단 나는 그렇다. 그대는 어떤가, 시엘?"


 "본녀가 자랐던 곳에 딱히 유원지는 없었다오."


 그럴 것 같다.


 그렇게 예상한 한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음? 한솔, 마치 너는 다르다는 듯이 말하는데? 맨날 연습이나 하는 네가 이런 곳에 자주 놀러왔다고?"


 …연습이랑 관계 없지 않나?


 한솔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건틀렛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으니까요. 휴일에 친구들이랑 몇 번 놀러간 적은 있었죠."


 "그랬었나… 꽤나 평범한 남자아이 같은 인생을 살았군."


 평범하지 않게 보인 건가….


 "하하… 이젠 평범하지 않지만은 말이죠."


 그런 한솔의 옆에 카일이 앉으며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아, 응. 괜찮아."

 "그럼…."


 '…….'


 문득 궁금해졌다. 카일… 자신이 봐도 확실히 우등생이지.


 자신은 에스테로사 기준으로 '딱히 평범하진 않은' 사람이다. 그러면 카일은 어떤가?


 '뭐… 아무래도 상관 없나.'


 …한솔은 몰랐다. 에스테로사가 평범하지 않다 부른 것은 사실 이상하단 뜻보다는, 특별하단 의미에 가까웠다.


 어쨌던간 카일 뒤로 루크가 계속 따지며 앉았다. "야, 너 때문에 괜히 모두가 이런 거 타게 됬잖아!"


 "왜 제 탓입니까? 저는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했었지, 직접적으로 명령하지는 않았습니다."


 "너 정말… 그래서 안 무섭단 거지?"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루크가 화내며 내기를 걸었다. "좋아, 나는 무섭거든? 근데 너는 확실하게 그렇지가 않다니까 내기 할까? 네가 쫄면, 네가 아이스크림 전부 사는 걸로 하자!"


 그러자 옆에 앉은 실비가 말렸다. "야… 그만해. 네가 질 걸?"


 "뭐? 야, 너네 사귀는 거야? 왜 얘 편을 드는 건데?!"


 "뭐, 뭣?!"

 "뭐야? 당황하네? 너희 혹시 몰래 사귀는 거 아냐? 맞지?!"


 "그, 그런 거 아냐! 이 바보가! 전에 미나들이랑 같이 여기 왔는데, 카일 얜 재미도 없다는 듯이 옆만 보고 멀뚱멀뚱 있더라고!"


 루크는 놀리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러니까 다른 애들은 전혀 눈길도 가지 않았고 사랑하는 그이만 계속 쳐다봤단 거네?"


 "아 씨, 이게 진짜! 야, 카일, 그냥 발라버려!"


 그렇지만 뒤에서 뭐라고 부르던지, 카일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꾸했다. "…어차피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다들 왜 그렇게 호들갑인지."


 …그리고 라이드가 시작됬다.


 계속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이 인상이 변하다가, 비명을 몇 번 질렀던 루크.


 하지만 카일은 그냥 팔짱을 끼고 그대로 있었다.


 빙글빙글 돌며….


 시엘은 눈이 아파서 그런지 중간에 눈을 감았고, 앞에 앉은 노엘은 무서운 건지 즐거운 건지 모를 소리를 냈다.


 쭈욱 내려갈 때에.


 "좋아아아아아아!!!!!"


 기다렸단 듯이 신나게 환호성을 지르는 줄리아.


 꽉 잡고서 내려가는 속도가 재밌는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펠리세트.


 "으어어어…."


 창백한 표정을 지으면서 억지로 버티는 라이카.


 그리고….


 "우, 우우으으…"


 샬롯은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정말로 기절한 것이다.


 …….


 누구에겐 재밌었고, 누구에겐 지루했고, 누구에겐 그냥 지옥 같은 라이드가 끝난 뒤에.


 모두가 내렸다.

 이제 흩어져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


 휘청거리는 루크를 레이가 잡아주면서 억지로 걸었다.


 "야… 너, 이거 진짜 인정 못해!"


 "됬으니까 아이스크림이나 사시죠."


 "아니 진짜, 아오! 아니, 잠깐…." 루크가 이상하단 듯이 물었다. "잠깐, 너 아이스크림 설탕 들어갔다고 안 먹잖아? 왜 사달라고 하는 거야?"


 "그쪽이 먼저 내기를 걸지 않았습니까. 레이나 실비아한테 줄 겁니다."

 "에휴… 그래, 내가 졌다."


 반면 다른 쪽엔, 기절한 샬롯을 벤치에 앉아 무릎에 뉘여준 클라레스.


 교장이 다가와 물었다.


 "여기서도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고, 자네는 정말 바쁘게 사는 것 같아."


 "짐은 동경을 받는 남자다. 이 아이에게건, 누구에게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으면 안 돼."


 샬롯도 그렇고. 모두도 그렇고. 자신을 그렇게 보는 건 알고 있었다.


 "현자여, 그대는 나와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


 "아니… 솔직히 난 그렇겐 못 하겠더군."


 그렇게 말하며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는 교장이지만, 클라레스가 째려보면서 막았다. "잠깐, 학생들 옆에서 담배를 피울 생각이냐."


 "……."


 다시 품에 집어넣는 교장. "미안, 완전히 잊고 있었군."


 "널 보면 말이다…." 클라레스는 벤치의 등에 팔을 기대곤 하늘을 보았다. "의외로 빈틈이 많은 남자다. 특히 능력이 아니라 마음이 그렇지."


 "……."


 "그래도 그걸로 좋은 거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되려 인간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어차피 그대 혼자만 마왕들에게 맞서는 것도 아니고."


 "…그런가."


 그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저편에서 미나들이 불렀다.


 "교장 선생님, 거기서 뭐해?"

 "아~ 아까 레이하고 카일들이 아이스크림 가게로 갈 때, 샬롯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여기 있었네요?"


 미나, 시윤, 노엘.


 미나와 노엘이 교장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자, 할 거 없으면 우리랑 같이 놀자."


 "네? 아, 아니…."


 "놀이공원에선 학생도 선생도 모두 친구라구요?!" 노엘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볼링장.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려고 했는가 생각했더니….


 '은근히 센스가 좋군요.'


 교장은 싫진 않은지, 살짝 미소를 띄며 공을 굴렸다.


 깡!


 "…음, 스페어인가."


 미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미나 양이 하고 싶었던 게 볼링이었나요?"


 "응. 왜, 교장 선생님 취향에 맞진 않았나? 그럼 좀 미안한데…."


 "그럴리가 있습니까. 단지… 살짝 안 어울린다 생각했죠."


 미나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건 무슨 의미야?"


 옆에 있던 시윤도 장갑을 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하하."


 "아니, 시윤 선배까지…."


 미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뭐, 이런 건 서윤 같은 애들이 더 좋아할 만한 거지?"


 "……."


 그리고 공을 굴리는 미나.


 적당히 맞췄다.


 "근데 말야, 어렸을 때엔 언니랑 자주 했거든. 왠지 모르게 그때 생각이 나서 말야."


 …….


 "미나 양의 언니는…."


 "응? 언니가 뭐?"


 "아니, 아닙니다."


 '아직 병원에 들리지 않은 것일까. 언니가 깨서 어디로 갔다는 종이를 남겨놨다… 그런 뻔한 거짓말이 어디까지 갈지.' 교장은 팔짱을 끼고선 고심했다.


 노엘이 물었다. "그러고보니, 교장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는 뭐예요?"


 도르르르….


 시윤도 스페어를 낼 수 있었지만, 그냥 옆으로 빠진 공.


 "야구입니다. 카운터 리그가 아니라 일반인 리그요."


 "그래도 카운터들은 붕붕 날려대니까 재밌지 않아요?!"


 "글쎄요… 뭔가 스포츠의 의미를 잃어버린 느낌이니까요."


 시윤이 다가오며 말했다. "근데 교장 선생님도 의외군요. 골프 같은 게 취향이실 줄 알았는데."


 "아… 물론 직접 하는 건 골프지만, 바빠서 자주 할 수 없는 골프랑은 달리 야구는 편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자기 차례가 오자, 공을 잡곤….


 엉성한 포즈로 굴리는 노엘.


 그렇지만 스트라이크다!


 …사실 지금이 바로 다섯 번째 연속 스트라이크다.


 미나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따졌다. "야, 노엘. 너 아까부터 수상한데?"


 "네, 네?!"


 "너 바즈라 날리듯이 볼링 공에 이상한 수작을 부렸지?"


 노엘은 킥킥 웃으며 부정했다. "그럴리가요, 요령 좀 부리면 되요~ 어렵지 않은데."


 "수상한데…."


 바깥.


 헌티드 하우스 어드벤쳐.


 시엘과 한솔과 에스테로사가 서있다.


 "그래서, 본녀를 이곳으로 초빙한 이유는…?"


 한솔이 말했다. "아, 저기… 시엘은 낮에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했잖아?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도 적다고 생각했거든…."


 평상시의 남을 생각하는 성격이 묻어나는 태도였다.


 "……."


 "어쩌면 시시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거면 낮에 오나 밤에 오나 똑같아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흐음.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진 몰랐었소."


 에스테로사는 억지로 평정을 가장하며 말했다. "하, 하하하… 한솔이는 예전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다니까."


 사실….


 이런 상황에선 엄청나게 싫었지만.


 그것도 시엘을 위해 마음 써주는 거니, 어쩔 수 없나.


 "음…?"

 "소저, 혹시 떨고있는 거요?"


 히끅.


 "그, 그럴리가! 황도 기사단의 블루시프트 단장 후보로서 불리는 나 에스테로사가 그럴리 없잖은가!"


 "……."


 한솔은 뺨을 긁적였다. '옆에 있으면 다 보이는데… 참 의외네, 선배가 또 이런 것한테 약하다니.'


 안에 들어가면, 늙은 노파 분장을 한 사람이 나와서 등불을 건네줬다.


 그리고 매우 축축한 동굴과, 그보다 더 지하인 감옥을 걸어가는데….


 이미 충분히 깊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안은 엄청나게 넓다. "…진짜 대단하네. 건물의 구조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박쥐…? 같은 것도 사방에서 날아다녀,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을 주었다.


 '진짜 분위기가 있어. 꽤나 정성들여 만들었네.'


 …….


 침묵.


 "그러고보니… 시엘? 선배? 왜 아무 말도…."


 시엘은 엄청 무서운 눈으로 날아다니는 헛것을 노려보고 있었고, 에스테로사는 매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시엘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


 "아… 어쨌건 계속 갈게요."


 그리고 등불을 들고 가던 한솔이지만….


 갑자기 불이 꺼졌다.


 한순간에 완전히 캄캄한 어둠에 사로잡힌 그들.


 "꺄, 꺄아아아아아악!!"


 당황하는 에스테로사를 꽉 잡으며 조용히 묻는 시엘. "한솔, 혹시…?"


 "아, 이거…."


 한솔은 묘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절로 꺼졌어요, 제가 한 게 아니라…."


 "그렇소? 음…?"


 갑자기 빛이 보였다.


 "발 밑에 레일이 보이는 구려. 이 방향으로 가라는 것 같은데…."


 레일에 나란히 깔려진 전구.


 어둠 속에서 끝을 향해 천천히 갔더니 엄청 큰 레일 카트가 보였다.


 …웃기게도, 다양한 많은 언어들로 '타세요'라고 적혀져있었다.


 '아, 이건 좀 깨네. 근데 어쩔 수 없나….'


 이 놀이공원엔 한국인만이 아니라, 유럽인도 미국인도 오는 거다.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선 이럴 수 밖에 없겠지. 그렇다고 분위기 더 망치게 가이드를 세울 수도 없고.


 그리고 거기 올라타니까….


 갑자기 불이 확 켜지며, 시체처럼 분장한 인형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천천히 다가왔다!


 이미 부들부들 떨며 카트에 탔었던 에스테로사는 마구 시엘과 한솔에게 안기며 소리질렀다. "와, 아아아아!! 아아아!!"


 "자, 잠깐… 붙잡지 마세요, 선배!"


 "이건…." 시엘은 버릇대로 적(?)을 보자마자 꿰뚫어 보았다. '꽤나 잘 만들어진 모조품이구려. 기가 아예 흐르질 않으니, 진짜 인간이 아닌 인형들이겠지.'


 그리고 그것들이 다가올 무렵에.


 레일 카트가 빠르게 도망치듯이 출발했다!


 …….


 "하, 하아, 하아… 하아…."


 한솔을 붙잡고 떨린 다리로 억지로 나오는 에스테로사.


 "저, 선배… 이제 놔주세요."


 "응? 아… 미, 미안! 정말 미안하군."


 정신이 없었는지, 자기가 매달려있단 것을 드디어 자각한 것일까, 황급히 팔을 떼었다.


 "……."


 에스테로사는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저, 저기…."


 "네?"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애초에 사람을 전체적으로 보는 한솔에게는….


 딱히 귀엽게 보이진 않았다.


 아, 그냥 이 사람은 이렇구나, 그런 느낌일까.


 '그럴 수도 있지.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고.' 


 "선배, 의외로 분위기에 약하군요."


 "우, 우우…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아, 아뇨! 놀리는 거 아닙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죠.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 안 할테니까 안심해도 좋아요."


 한솔은 고개를 돌리며 시엘에게 물었다. "그보다 시엘. 어땠나요?"


 "…음?"

 "아니, 옆에서 계속 봤는데 짜증나는 표정처럼 보였달까, 딱히 재밌지는 않았던 것 같았달까."


 그러자 에스테로사는 얼굴을 붉히며 빽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재밌지 않겠지! 저게 뭐가 재밌나? 한솔, 너는 재밌었나?"


 "아, 아하하하…."


 "……."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던 시엘은 의외로 호평했다. "꽤나 흥미로웠다오. 무대도 이벤트도 상당히 정성들여 만들었더군. 적어도 보는 재미는 있었소."


 …….


 "그, 그런가?!" 진짜?! 그렇게 묻는 듯한 표정을 짓는 에스테로사.


 "그건 다행이네요. 적어도 모두가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신경써줘서 고맙구려. 그보다…." 힐끔 놀이공원의 우뚝 선 시계를 보는 시엘. "이제 곧 시간이 되는데, 식당에 가야하지 않겠소?"


 "아, 그러네요. 가요, 선배."

 "으, 음. 같이 가지. 배도 고파졌다."


 레스토랑에는 모두가 먼저 와서 먹고 있었다.


 언제 깨었는지 샬롯은 어린이 세트를 시켰고 - 본인은 햄버그랑 밥이랑 스파게티랑 여러가지 먹을 수 있어 시켰다고 변명했지만, 루크는 킥킥 웃었다. - 제이크는 평범하게 카린 옆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다.


 "좋아… 결정했어. 이런 날엔, 비싸보이는 걸 시키는 것보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게 더 낫겠지!"


 이미 생일 때에 비싼 걸 실컷 먹었지만, 딱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던 미나였다.


 그러니까… 응! 추억에 남길려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걸 시키는 것이다. 그게 정답이야.


 둥-.


 특대 만두 세트를 먹던 시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떡볶이랑 순대? 돈까스 샌드위치? 미나 양의 입맛은 정말 뭐랄까…."


 "뭐, 불만 있어? 그러는 시윤 선배도 분식 먹는 주제에…."

 "아뇨… 저는 놀이기구 타다가 체하지 않으려고 속에 잘 받는 걸 먹으니까요."


 "나도 그런 거야, 따지지 좀 말라구."


 "…어련하시겠어요."


 파스타를 가져온 노엘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미나 선배, 저도 조금만 줘요!"


 "너 진짜… 그럼 너도 같은 거 시키지 그랬어? 난 누가 먹을 거 달라고 하는 게 제일 싫단 말야."


 그러자 노엘은 놀라며 심각하게 위축된 목소리를 냈다. "…죄송해요. 그렇게 싫어하실 줄은 몰랐는데… 용서해주세요, 선배."


 …어?


 "아,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었고."


 "……."


 얜 왜 맨날…!


 "알았어, 알았다고! 네가 파스타 주면 나도 순대랑 떡볶이 조금 줄게!"


 그러자 다시 표정을 피며 활짝 웃는 노엘. "정말요?!"


 "근데 이거 엄청 매운 맛이야… 그래도 먹고 싶어?"


 말이 끝나자마자 노엘은 바로 포크로 집어먹었다. "그럼요! 정말 맛있게 드시는 것 같으셔서 저도… 우핫?!"


 …….


 "무, 물! 물!"


 마치 죽을 듯한 목소리를 내는 노엘.


 "노엘, 괜찮아? 으이구, 이 바보! 진짜!"


 쟁반에다 양고기 스튜와 양념 치킨을 담아온 라이카가 옆에 앉았다.


 "음? 시윤인 또 만두야?"

 "아… 뭐,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난 같은 음식만 계속 먹지는 못하겠더라. 넌 간식도 만두고 식사도 만두고, 부실에도 냉동 만두만 가져다놓고."

 "…그러는 선생님도 아침에 치킨 먹었는데 또 치킨 드시는 건가요?"


 라이카는 숟가락으로 스튜를 떠먹으며 말했다. "야,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은 달라."


 "하하하…."


 뭐, 솔직히 다르긴 하다.


 라이카의 옆에 펠리세트가 앉으며 말했다. "그래요, 만두만 먹으면 질린다고요."


 "패스트리만 먹어도 질립니다만…."


 "음? 어째서?"


 평생 이것만 먹어도 살 수 있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


 …뭐.


 라이카가 치킨을 포크로 찍어먹으면서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만두나 패스트리나 거의 비슷하지 않나? 밀가루에다 다른 걸 얹은 게…."


 그러자 시윤과 펠리세트가 동시에 말했다. ""아니예요.""


 "알겠어, 알겠어. 너흰 진짜 묘한 구석에만 의견이 일치해. 무섭다니까, 증말…."


 그제서야 진정이 됬는지, 땀을 뻘뻘 흘리던 노엘은 풀어진 혀로 말했다. "뭐… 잼을 채워넣는 만두는 없잖아요?"


 옆의 식탁에선 유나가 행복한 목소리로 팔을 들어올렸다.


 "이거 봐라~ 민초 오므라이스!"


 "……." 옆에 앉아 조용히 먹던 유빈은 그 괴식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머쉬룸 그라탕을 숟갈로 떠먹고 있던 잉그리드도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입맛 버리니까.


 "잉그리드, 너도 먹을래?"


 "아, 아니…."


 "민초 소스 빌려줄까?"


 "됬어…."


 "흐응… 이렇게나 맛있는데."


 …….


 "여깄었군, 다들."


 시엘과 한솔과 에스테로사.


 평범하게 연어 샐러드를 시킨 한솔, 모듬 초밥을 시킨 에스테로사. 알록달록한 오색에 덮여진 스프링클 도너츠와 녹인 초콜렛을 바른 버터 쿠키를 주스와 함께 쟁반에 담아온 시엘.


 유빈이 물었다. "도넛에다 쿠키… 시엘 양은 그런 걸 좋아했었나요?"


 "본녀가 자란 곳에선 이런 간식거릴 취급하지 않지. 언젠가 한 번 원 없이 먹어 보고 싶었소."


 "모처럼 그런 날이니까요."


 먼저 다 먹은 유빈은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천천히 먹으며 얘길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엘이 궁금하단 듯이 물어봤다.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이지만… 블루 시프트와 레드 시프트는 무슨 차이가 있소?"


 한솔이 말했다. "아… 그거. 프랑크의 샤를마뉴가 누군지는 알지?"


 "아니, 모르겠소. 미안하오."


 "아니, 미안할 필요야… 8세기의 인물이야. 그러니까… 중국에는 동시기에 당나라가 있었네. 샤를마뉴는 황도 기사단과 함께 로마하고 협력해 침식체에게 맞섰고, 이후 아르카데누스라는 이름을 얻고는 제국을 세웠어."


 한솔은 브로콜리를 먹으며 말했다. "승계의 과정에서 제국이 분열될 때, 황도 기사단은 그의 손자들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 독립적인 세력이 됬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프랑스인과 로마인들로 이뤄진, 양국에서 지원 받는 중립적인 팩션으로 변모했고."


 계속 말할 눈치였다. 잉그리드는 먹다 말고 하품했다. "흐아암…."


 '또 시작이네… 지루하게.'


 에스테로사는 물론이고 왠지 유나조차 흥미롭게 듣는 얘기지만, 잉그리드는 재미없기만 했다.


 "하지만 브리타니아의 지배권을 두고서 아르카데나 제국과 로마 제국이 백년전쟁을 할 때, 황도기사단도 그때 완전히 나뉘게 됬어. 친불파가 정통적인 블루 시프트로, 친로마파가 레드 시프트로 갈라서서 참전했지."


 시엘이 물었다. "누가 이겼소?"


 "아무도. 침식체와 무슬림의 침공에 화평을 맺었어. 로마인들은 프랑스인들의 브리타니아 지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프랑스인들은 로마인들의 이베리아와 아프리카의 지배를 인정하기로 하였어."


 "흠…."


 시엘이 도너츠를 먹으며 물었다. "그럼 구원 기사단은 무엇이오?"


 "아, 그건 백년전쟁 이후 조디악 나이츠를 신임하지 못한 아르카데나의 황제가 새로 창설한 기사단이야."


 그렇게 계속 대화를 하는데, 레이와 알렌이 나가는 걸 보았다.


 유나가 손을 흔들며 물었다. "저기, 레이! 혹시 마법사의 탑에 가봤어?"


 "응? 아니, 아직…."

 "거기 멋지고 귀여운 기념품도 팔아!"


 얘기가 무척이나 지루했던 잉그리드도 덧붙여 말했다. "응, 그렇다니까. 진짜 마녀들인 우리들이 봐도 꽤나 재밌게 꾸며놨어. 한 번 가봐!"


 "그렇다는데, 알렌? 우리도 가볼까?"

 "…뭐, 네가 좋다면야."


 "추천 고마워, 유나! 좋아, 당장 가보자고!"


 그리고 레이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지, 알렌은 살며시 웃었다. "…훗."


 마법사의 탑 - 혹은 환각의 탑 - 건물은 여러 구조로 이루어졌다.


 옥상은 플라네타리움.

 5층은 마법사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마법주문들이 그려진 팬시 물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다.

 4층은 점술집.

 3층은 사진관. 소품과 의상을 빌려주고 사진을 찍는 곳이다.

 2층은 카페다.

 1층은 유명한 마법사들의 석상을 세워둔 홀이었는데, 데이돌론, 호바스, 메이 스프링필드 등이 있었다.


 신기하다며 이것저것 둘러보았던 레이는 알렌과 함께 여기저기 돌아보곤, 마지막으로 점술집에 가보았다.


 "…레이, 그런 걸 믿나?"

 "아니, 그냥 재미로 보면 어떨까 해서."

 "흠…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혼자 들어가면, 신비로운 목소리의 여성이 앉으라고 권했다.


 후드 안에 비치는 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 눈동자.


 카드를 섞더니 짚으라고 말했다. 손이 살짝 닿았는데, 마치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처럼 매우 차가웠다. 그녀는 텀블러 컵에 담겨진 오일을 계속 마시면서 이쪽을 봤다.


 '…어떻게 윤활유를 마시는 거지? 마술사임을 강조하려는 장치인가?'


 "그렇다면 휴먼, 뽑은 것을 맞춰보겠습니다."


 "아… 네."


 "역의 광대. 역의 교황. 정의 태양. 정의 세계. 맞습니까?"


 레이는 자신의 패를 보곤 놀란 목소리를 냈다. "와… 굉장해! 진짜네요."


 "……."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다음은 손금을 보겠습니다. 손을 이쪽으로…."


 역시나 차갑다. 점술사는 펼친 손을 뚫어지게 보았다. "역시, 당신이 이 세계의 대적자였군요."


 "……?!"


 "당신의 앞길에 엄청난 적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죽기 직전에, 세계적인 단위의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휴먼."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침식체들의 위협이 도사리는 현대에서 이런 수준의 말은 예언이라 부를 것도 아니겠죠."


 "아… 그렇긴 하겠죠."


 손을 꽉 잡고, 그녀가 말했다. "눈을 감으십시오. 저도 감을테니."


 "아, 네."


 점술사는 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른 이면세계의 마왕… 갑옷을 입은 거대한 전사하고 만났군요."


 "…뭐?"


 그걸 어떻게…?


 이 사람은 그냥 일개 점쟁이가 아닌가?


 "머잖아… 클리포트 게임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곳에 당신은 동료들과 서있군요. 그리고 그 다음에…."


 "……."


 "침략자인 마왕하고 싸우게 됩니다, 대적자. 그리고…."


 "잠깐, 그 침략자는 네헤모트… 아니, 그 갑옷을 입은 거대한 전사였습니까?"


 "…아뇨, 그는 아닙니다. 그 다음에 보이는 건…."


 "보이는 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마신. 양산을 쓴 백색의 귀부인이군요."


 ……!


 설마, 그때 관중석에 앉아있던 그 사람이…!


 그러자.


 갑자기 무서운 목소리로, 점술사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휴먼, 눈을 떴었군요."


 "…아, 아니…."


 그녀가 차가운 푸른 눈을 번쩍이며 질책했다. "제가 뜨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죄, 죄송해요." 하지만 레이는 신경이 쓰여서 급히 물어봤자. "그래서, 그 이후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엿보던 중에 가려져, 더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가요…."


 아….


 시킨대로 할 걸 그랬었다.


 하지만 레이가 기운 빠지는 그런 태도를 보이자, 점술사는 냉정하나 온화하게 격려했다. "그렇지만 걱정하진 마십시오. 그때에도 당신의 뒤에 동료들이 있었으니. 대적자… 당신의 검에 모두의 목숨이 달렸지만, 절망스럽지만은 않은 광경이었습니다."


 "……."


 레이는 일어나며 말했다. "정말로 시간을 읽을 수 있는 분이네요. 언젠가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


 "……."


 점술사는 조용히 레이를 쳐다보다 그가 나가는 순간에 나지막히 인사했다. "그럼 안녕히, 대적자 레이."


 그리고.


 알렌과 레이가 탑에서 나갈 무렵에.


 조용히 다른 남자가 찾아왔다.


 "죄송하지만 오늘 영업은 하지 않습니다… 음?"


 유빈이다.


 "뭡니까, 휴먼."


 그도 자리에 앉았다. 딱히 점을 보려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가 여기 있어서 들린 거다.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호라이즌?"


 후드를 벗고는 텀블러 컵의 빨대를 입에 무는 그녀. "이 세계는 어떤지, 그리고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승리의 가능성은 있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호라이즌, 당신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인공 성수 시무르그.


 그녀는 양자 컴퓨터를 통해 미래를 읽을 수 있다.

 방금 그것도 딱히 점술이 아니라, 잔류 정보들로 사실들을 유추했던 것에 가까웠다.


 "아깐 대적자가 눈을 떠서 미래를 읽을 수 없던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어찌됬건 알 수 없습니다."


 "……."


 "확정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계산에선 적어도 클리포트 게임을 극복하는 결과는 봤습니다."


 "그 이상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거군요."


 호라이즌은 컵을 책상에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워진 저녁.


 그렇지만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은은하게 번쩍이며 황홀한 활기있는 분위기를 내었다.


 오늘 하루, 둘만 같이 다녔었던 카린과 제이크는 페리스 휠을 타면서 서로 느긋하게 대화했다.


 이 세계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였던가.


 그간 체육 교사로서 무슨 추억들이 있었는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여기가 그립지 않겠는가.


 …여러가지.


 못 다한 얘기가 많았는데, 겨우 풀 수 있었다.


 카린은 제이크를 잃었을 때를 회고하며 중얼거렸다. "너무, 꿈만 같아요. 제가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제이크가… 이렇게 눈 앞에 있다니. 마치… 지금도,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서…."


 "그럴리가 없잖아."


 제이크는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카린, 그러면 눈 감아봐."


 "네?"


 "빨리."


 …….


 키스… 하려는 걸까?


 "…그래요."


 …….


 그가 다가오는 소리.


 하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좋아, 이제 떠도 돼."


 그리고.


 제이크는 자신의 앞에… 결혼반지를 내밀었다. "여기서 여태 번 돈을 다 털어서 엄청 비싼 걸로 샀어."


 "…제이크."


 왠지, 눈물이 흘렀다.


 오늘 몇 번째 우는 걸까.


 "그러고보니, 카린. 처음 델타 세븐에 온 날, 군인이 아니라 어리광쟁이라고 질책했더니 새벽에 사격장에서 혼자 울고있었지. 그땐 엄청 귀여웠는데."


 "정말, 심술쟁이!" 그리고 카린은 약지에 반지를 끼며, 왠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리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지금은 안 귀엽단 건가요?"


 "아니… 지금도 엄청 귀여워."


 "……."


 카린이 말했다. "그러면… 마음을 증명해주세요."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제이크도 그녀를 부드럽게 안곤, 끌어안으면서 입을 맞추었다.


 상냥한 볓빛이 창문 너머로 둘을 어루만지어주는 것 같은, 포근한 잠깐의 순간이 마치 영원의 행복처럼 느껴진 그때. 밖에선 너무나도 화려한 색상의 폭죽들이 우주처럼 드높은 밤하늘에 퍼졌다.


 서서 창 밖을 보는 두 사람.


 "음…?"


 "뭔가 분위기 좋네. 여기 괜찮은 걸…? 폭죽까지 쏴주고 말이야."


 카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거 유나들이 쏜 거예요. 5팀은 심심하면 밤 중에 마법으로 색깔을 쏘잖아요?"


 제이크의 어깨에 기대었던 카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봐요… 어머? 다들 뭐에 타고 있네요? …범퍼카?"


 그렇다.


 셀레스티얼 반중력 범퍼카!


 이 놀이공원에서 자랑하는 명물.


 천공 스테이션에서 공중에 떠있는 범퍼카에 타는 줄리아와, 유나, 잉그리드, 펠리세트, 라이카.


 오지만디아스가 벨트를 메며 외쳤다. "피날레는 이게 좋겠지!"


 "응, 재밌겠네! 하지만 선생님이라도 지지 않을 거야!"


 잉그리드가 고개를 돌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무리일 걸…."


 "응? 왜?"


 "저기 전광판에 봐봐. 골든컵 수여자… 오지만디아스, 오지만디아스, 오지만디아스… 챔피언이라구."


 그리고.


 곧 무지개의 빛깔이 밤하늘에 펼쳐지면서 트랙을 그려내었다.


 줄리아가 펠리세트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아…! 어때, 내게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흥… 챔피언의 자리에서 은퇴할 때예요, 오지만디아스!"

 "원하면 뺏어봐! 하지만 범퍼카 챔피언의 자리는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을테니까!"


 어뮤즈먼트 파크의 상공에 레이싱이라.


 건틀렛 아카데미의 모두가 밑에서 올려보며 응원과 환호를 하고 있었다. 과연, 마지막을 장식할 이벤트에 너무나도 적합했다.


 삐잉.


 삐잉.


 삐잉!


 시작하자마자, 유나를 제외한 모두가 로켓 스타팅을 하며 엄청나게 빨리 날아갔다.


 "에… 에~? 뭐야, 다들! 치사해!"


 그리고 첫번째 커브에, 드리프트를 어떻게 할지 모르는 라이카가 감속을 하면서 뒤쳐졌다.


 "뭐… 뭐야 저것들? 이상하게 방방 뛰고…!"


 따라 붙는 잉그리드하고, 계속해서 서로 부딪치며 밀치는 줄리아와 펠리세트.


 "제법인데!"


 "흥… 이 정도가 챔피언인가요?!"


 근데 거기서 문제가 있다.


 잉그리드는 가볍고 빠른 범퍼카를 골랐지만 드리프트가 좋지 않아 뒤쳐졌었다.


 둘은? 둘 다 같은 차를 골랐지만, 문제는 줄리아는 어른이고 펠리세트는 소녀였다.

 계속해서 서로 밀치니까, 같은 차여도 펠리세트가 크게 튕겨나갔던 것이다.


 "으윽?! 역시, 중량 싸움에서 밀리는 건가요…!"


 오지만디아스는 이기면서도 왠지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중량이라고 하는 거 그만둬 줄래?"


 그리고 밀치면서 1위의 궤도에 오르자….


 갑자기, 뒤에서 홀로그램 아이템을 먹은 잉그리드가 부스트를 쓰면서 날아왔다!


 "선생님, 레이싱은 실력이 아니야, 운이라고!"


 "뭣…?!"


 근데 그때였다.


 추월하고 앞서 나가는 도중에, 갑자기 뒤로부터 블루 셸이 날라왔던 것이다!


 펑!


 "이, 이건…?! 네가 쏜 거지, 유나아아아아아!!!"


 5등에 있었던 유나는 아이템을 먹자마자 바로 썼었는데 이런 여파를 미쳤다.


 줄리아는 트랙의 난간에 그대로 부딪쳐서 멈춘 잉그리드를 추월했다. "맞아, 실력이 아니라 운이네!"


 휭. 그리고 펠리세트.


 휭. 그리고 라이카.


 그리고 유나가 지나가려는 직전에, 간신히 방향을 돌리며 잉그리드도 다시 출발하였다.


 "블루 셸만 없었다면 지금 쯤 내가 1위였을텐데!"


 유나는….


 "기, 기다려 모두…! 이거, 보기보다 어려운데…?"


 여기저기 부딪치며, 제대로 길을 돌지 못했다.


 그리고 마치 달을 향해서 올라가는 듯한 무지개빛 트랙에서 - 라이카는 올라가는 앞의 둘을 향해 전속으로 밟다, 홀로그램 아이템에 부딪치곤 트리플 레드 셸을 먹었다.


 "좋아… 이거라면!"


 바로 두 개 쏴버리는 라이카. 앞서 펠리세트에 맞았다.


 "라, 라이카…! 어른들은 너무 치사해요!"

 "애들도 치사하거든?!"


 그리고 오지만디아스를 향해 날라가는 레드 셸. 하지만….


 "뭣… 사라졌어?!"


 투명하게 변한 줄리아를 그대로 꿰뚫고 넘어가는 아이템.


 "이, 이런…!"


 그 상태로 한 바퀴를 돌았다. 남은 두 바퀴.


 "다시 나타날 때까지 레드 셸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응?"


 그때였다. 뒤로부터 잉그리드의 카트가 번쩍이면서 날아왔다.


 "스, 스타?!"


 쾅!


 닿자마자 그냥 부딪치며 나가떨어지는 라이카. 그리고 잉그리드는 더욱더 가속해, 아이템이 풀린 줄리아에 다시 달려들었다. "다시 왔다구, 선생님! 어쩌면 운이 아니라 실력이 답일지도 모르겠네!"


 "오~?"

 "칫… 벌써 스타가 떨어진 건가."


 "안타깝네. 그럼!"


 그렇게 말하곤, 줄리아는 그대로 속도를 살짝 낮추며 앞길에 끼어들었다.


 "뭐, 뭘 하려는 거야? 설마…!"


 그냥 길을 막는 게 아니다. 이건….


 그리고, 뒤에 바나나가 생기면서 바로 잉그리드는 그에 접촉하곤 빙글빙글 돌며 길에서 밀렸다.


 "잘가~"


 "선생니이이이이이이이이임!!!!!"


 잉그리드의 절규를 맛있게 즐기며, 줄리아는 왼팔을 창틀에 올리고는 야경을 즐겼다.


 "쉬워, 쉬워. 뭐, 다들 초짜니까… 응?"


 그때.


 "이야야아아앗!! 트리플 머쉬룸!!!"


 바로 펠리세트가 엄청나게 빨리 추진하며, 골을 추월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네. 꽤 하는데?"


 좋아, 해주지. 그런 표정을 지으며 다시 양손으로 핸들을 잡는 줄리아.


 남은 한 바퀴…!


 지금, 둘은 계속해서 미니 터보를 쓰며 모두와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역시 줄리아가 더 능숙했다.


 "도전자로선 꽤 하는데? 당돌하기만 한 소녀인 줄 알았어." 오지만디아스가 옆에서 밀치며 말했다.


 "…그렇게나 뒤에 있었는데 어떻게 벌써 따라잡은 거죠?"

 "이게 실력이란 것이니까 말야."


 "하, 하지만… 좋아, 아이템으로!"


 그리고 좌측으로 가는 루이즈, 우측으로 가는 줄리아.


 각기 홀로그램 아이템을 먹었지만… 둘 다 트리플 그린 셸이다.


 "이익… 이래서는…!"

 "오~ 둘이 같은 걸 먹었네?"


 그리고 두 범퍼카의 주위에 나타나며 빙글빙글 도는 홀로그램 그린 셸들. 오지만디아스는 일부러 다가와 부딪치며 서로 상쇄했다. 그리곤, 바로 강하게 밟아 추월했다.


 "그럼, 다음 도전을 기대할께!"


 틀렸다.


 한 번 거리를 벌리니 계속해서 벌려졌다.


 그러나 펠리세트는 이를 꽉 물고 액셀을 밟았다. "벌써부터…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라고요!!"


 그리고….


 계속 가다가 바로 뒤로부터 청색의 섬광이 날라왔다.


 "저건…!"


 블루 셸.


 유나가 던진 것이다.


 펑!


 "이이이익…!"


 전방에 달리던 줄리아가 그에 맞고 휘청였다.


 "지금이 기회… 이번에 아이템 빨을 제대로 받으면…!"


 그리고.


 홀로그램을 툭 치면서 가던 펠리세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써, 썬더 클라우드?!"


 이런…!


 마치 사신처럼 머리 위에 떠올라 지직거리는 불운의 번개.


 "으으으으… 오지만디아스으으으으으!!!!"


 그리고.


 다시 달을 향해서 올라가는 듯한 무지개빛 트랙에서.


 두 그림자는 다시 겹쳐졌다.


 "꽤, 꽤 하잖아아아…!"

 "가라아아아아앗!!!"


 곧 있으면 아이템.


 그것보다, 썬더가!


 쾅!


 범퍼카를 부딪치며 썬더 클라우드를 옮긴 펠리세트는 손의 떨림과 가슴의 흥분을 멈추지 못하며 그대로 달렸다.


 "이런…! 억지로 부딪치느라 아이템을 먹지 못했는데!"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오지만디아스가 뭐를 먹건, 어차피 번개는 내려칠 것이다. 그러면…!


 근데.


 갑자기, 뒤에서 그녀가 외쳤다.


 "OH YEAHHHHHHH!!!! TIME TO GO MEGAAAAAAA!!!!!!"


 오지만디아스는 그때 메가 머쉬룸을 먹었다!


 "뭐… 뭐야?"


 펠리세트도 잉그리드처럼 절규하였다. "뭐야아아아아?! 이거 사기잖아요! 안 돼!!!!"


 콰과콰쾅--!!


 갑자기 테마파크의 천공 트랙에 낙뢰가 내리 꽂혔다!!


 하지만.


 번개에 맞아도 단지 원래대로 돌아올 뿐이고, 줄리아는 그대로 전속으로 달려들어 펠리세트에 부딪쳤다!


 "카블라모!!"


 애초 레이싱의 시작부터 그랬듯이.


 둘은 같은 범퍼카를 탔었지만, 레이서 자신 때문에 무게에 차이가 있었다.


 "우웃…! 이, 이런… 말도 안 돼!"


 그리고….


 "이겼다아아아아아아!!!!"


 오지만디아스는 유유히 일등으로 들어와 트랙을 천천히 돌았다.


 …….


 그리고.


 돌아가기 직전, 놀이공원의 중앙에서 모두가 사진을 찍었다.


 화면에 전체가 나오기 위해 교장은 머신갑에게 카메라를 들려주었고, 잘 찍혔는지 확인하곤 바로 인쇄하여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음…? 그러고보니 호라이즌은 어디 갔지?'


 사진을 보다가 그게 생각난 유빈이지만, 그냥 고개를 털었다. '뭐, 혼자서 여기 왔으니 알아서 돌아갔겠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제이크와 카린, 시영, 유빈 넷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두와 악수를 하는데….


 카일은, 선뜻 손을 내밀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

 "……."


 카린도 단지 아무런 말도, 재촉도 하지 않았다.


 …….


 "저쪽으로 돌아가면, 저에 대한 것은 잊어버릴까요?"


 왈칵.


 다시 쏟아지는 눈물.


 이 년 간에… 생각해보면, 정말로 남동생처럼 대했었는데.


 그래… 그립긴 하겠지.


 카린은 검지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럴리가 있겠나요. 우리가 헤어져도, 어디로 가더라도… 결국은 다시 만날거예요. 그럴 거라고 믿어요. 왜냐면…." 그리고 카일을 안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나의 남동생이니까."


 맞아.


 남동생이니까.


 "그러니까…."


 "……."


 "그러니까, 카일도, 누나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그 옆을, 제이크가 선글라스를 벗고서는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려봤다.


 그리고….


 샛노란 달빛이 비추는 저편을 향해 돌아선 그들은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면서… 마치 처음부터 여기에 없었던 사람들처럼,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

 .

 .



 "…다녀왔군."


 낯익은 목소리다.


 그 사람하곤 다른 것 같은, 하지만 더욱 익숙한….


 눈을 뜨면, 검은 머리칼에, 날카로운 눈동자로 이쪽을 보고 있는 남자가 보여졌다.


 이 세계의 관리자.


 아니, 우리 세계의 관리자.


 "하아…." 유빈은 고개를 털었다. "저쪽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를 데려왔습니다."


 관리자는 팔을 뻗어 나유빈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수고했네. 자네에게 맡기길 잘한 것 같아."


 …….


 관리자의 옆엔, 소녀가 동화책을 품에다 꼭 껴안듯 네크로노미콘을 안고 있는 레지나와 - 옆에 부유하는 에델, 그리고 그녀가 지도하는 학생인 미리네와 정다인과 진보라가 있었다.


 그리고 놀란듯한 눈으로 자신… 아니, 깨어난 시영을 쳐다보는 셋.


 리네가 말했다. "오, 오? 주시영, 좀 컸잖아? 오랜만에 보니 많이 달라졌네…?"


 시영은 사령의 지팡이를 잡고서 일어났다. "아… 아하하, 많은 일이 있었죠. 정말로 많은 일들이… 근데, 어라?"


 …….


 "리네, 사투리가 줄었네요? 뭔 일 있었나?"


 "아, 그게…." 리네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다들 알아듣기 힘들다고 말하길래, 말투 좀 고치면 어떨까 노력하는디 말야."


 "리네." 옆에서 보라가 지적했다.


 다만 습관대로 리네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내는 그대로인게 더 편한데…."


 찰싹!


 "아, 아얏! 보라 넘마! 그 정돈…!"


 찰싹!


 "……?" 유빈이 이상하단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들의 담당인 레지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리네 양이 자신의 버릇을 고칠 수 있게, 보라 양에게 실수할 때마다 때려서 지적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에델은 그걸 보면서 웃긴지 키들거렸다.


 '레지나 님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을 때도 있잖아요?'

 '가끔이예요, 에델. 이젠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닌데….'


 다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투리도 리네만의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뭐어, 언젠가는 바뀌겠지?"


 …사실, 끝까지 고치지 못한다.


 "으음…?"


 그리고 그 소란에, 카린도 눈을 떴다.


 관리자는 넥타이를 고치듯 잡으며 말했다. "어서오게나. 즐거운 꿈은 꿨던가, 카린 준장?"


 "교장 선생님…?"


 아니.


 그래….


 카린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제이크를 봤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관리자를 향해 돌아봤다. "네, 집정관님. 복귀 신고합니다."


 그렇게.


 나비는 꿈에서 깨었다.


 그로부터 이 년….


 제이크는 카린하고 결혼했다.


 비록 이곳이 원래 세계라고는 해도, 오히려 자신에게는 저쪽의 건틀렛 아카데미가 고향과 같이 느껴지는 그였기에 항상 저쪽의 뉴스를 계속 체크했다. 모두는 건강한지, 아직도 싸우는지. 그리고….


 저쪽의 마왕들은 어떤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제이크는 그들이 위급해지면 언제든 자신을 부를 수 있게 이곳의 군을 나왔다. 어차피 완전한 평화를 이룬 세계였으니까.


 하지만.


 레이도, 미나도. 다들 잘 싸우는 것 같았다. 굳이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카린은….


 카일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매달 편지를 계속 보내었다.



 "친애하는 남동생 카일에게.



 지난 번의 답장은 잘 받았어요. 요즘은 너무 바빠서 편지를 쓰기도 힘드네요.


 후후… 아실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귀여운 공주님을 얻었답니다.


 크면 어떻게 생길까 기계를 통해 봤는데, 금발이 아름다운… 샬롯 같은 느낌의 소녀로 자랄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될 때까지 어머니로서도, 군인으로서도 저 자신의 책임을 다할 생각이예요.


 그리고 그쪽은…. 비록 이 년 간의 생활이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비치네요.


 밥은 잘 먹나, 학교는 혼자 잘 가나, 이런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이제, 당신도 어른이니까요.


 그래요, 모두를 위해 싸우는 각오를 마친 한 명의 어른이니까. 그러니까….


 사랑해요. 다음에 볼 때에는 키도 좀 크고, 더욱 멋지게 변할 것이라고 믿어요.


 그때는 제 아이도 보여드릴 수 있겠네요. 그러면, 그때까지 몸 건강하게 지내시길….



                        당신의 하나 뿐인 누나인 카린이."



 '으음….'


 이 정도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이쪽의 관리자가 역설계한 전송기를 통해서 편지를 보내었다.


 휙, 허공에서 사라지는 편지봉투. 그리고….


 "Honey, 손님 왔어!"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나.


 문을 똑똑 두들기는 소리에 카린도 일어나서 현관에 나갔다.


 궁니르를 들고 있는 힐데.

 사령의 지팡이를 쥔 시영.


 힐데가 벽에 창을 받치곤, 주머니에서 커피를 톡 까면서 마셨다. "휴가를 핀란드에서 쓴다라… 뭐, 나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부부끼리만 가는 게 더 오붓하고 좋지 않나?"


 아기를 안고 나오는 제이크. "그런 것은 신혼여행이고, 이번 것은 관광여행이죠. 전쟁영웅이자 발키리인 힐데 씨에게는 같이 다니면서 묻고 싶은 것도 조금 많습니다."


 "…그렇게 치켜세워도 곤란할 뿐인데. 나만 싸운 게 아닌, 모두가 서로 도왔던 거니까. 음…."


 자기를 보자 손을 펼치며 만지려는 아기. 힐데는 슬쩍 바라보곤 코를 톡 건드렸다.


 옹알이를 하며 깔깔 웃는다. 그 모습에 왠지 미소가 지여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얼음장 같던 성격이 리플레이서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로 완전하게 녹았기 때문이겠지.


 "꾸물거려서 죄송해요, 힐데 씨. 어라… 시영 씨도?" 카린이 짐가방을 끌고 나오면서 시영을 봤다.


 "하아~ 안녕하세요."

 "당신… 요즘 산에 틀어박혀서 도무지 연락이 닿질 않았는데, 왠 일로 내려온 거예요?"


 언제부턴가, 신선처럼 산에 들어가서 도통 나오질 않아 얼굴도 못 봤던 그녀다.


 …무슨 수행이라도 하는 건가?


 시영은 제이크에게 아기를 받으며 말했다. "경사로운 일이 생겼는데, 카린 씨의 베스트 프렌드인 제가 축하하지 않으면 섭섭하겠죠? 우쭈쭈… 착하지?" 아기를 살짝 살짝 들어올리는 시영.


 "베스트 프렌드는 무슨…." 그러면서도 카린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모두가 나오며, 문을 닫았다.


 저기, 앞에 보이는 함선.


 "시영 씨,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뭘, 저도 오랜만에 두 분 얼굴을 봐서 좋은데요."


 차례차례, 또각또각 계단을 밟으면서 네 명 전부 승선하고.

 문이 닫힌 차원함은 조용히 상승하며 북동쪽을 향해 출항했다.


 창문 바깥을 보며 졸고 있던 카린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제이크의 얼굴.


 잊을 수 없던 추억.


 …카일의 얼굴.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


 또….


 만들어야만 하는 추억.


 이제까지 그녀가 만났었던 모든 친구들을 회상하며… 그녀는 다시금 달콤한 잠에 빠졌다.


 나른한 햇살이 느긋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오후였다.




-- 카운터:사이드 IF 외전 - 건틀렛 아카데미아 END




 [ 에필로그 ]


 (1-10) 일반적 스케일

 (11-25) 초월적 스케일





 << 화력 17 기술 16 반응 17 속도 11 >>


 카린 웡 준장: (본편 에필로그하고 동일) 계속 준장이다. 결국 제이크를 잊을 수 없어 애인도 만들지 않는다 - 이면세계의 제이크와 만난다는 내용의 단편의 소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 화력 23 기술 17 반응 19 속도 19 >>


 주시영(레이스버지): 외전 1편~3편에 걸쳐 그녀의 서사가 끝났다. 카린과의 관계 또한 정상화가 됬고, 마치 이름 없는 산에 있다고 전해지는 기인과 같은 정체성으로 정의되었다. 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한국적인" "판타지적" 양측 속성들을 겹칠 경우 연상되는 키워드가 "인연" "초탈" "섭리" 같은 건데, 잘 마쳐진 것 같다고 자평한다.



 << 화력 20 기술 25 반응 25 속도 20 >>


 나 유빈: (본편 에필로그하고 동일) 전쟁이 끝나고 스튜디오 브이사이드란 게임회사를 창설하였고, 카운터 사이드라는 게임을 개발하였다.



 << 화력 23 기술 19 반응 20 속도 ? >>


 마르스 제이크: 카린하고 결혼했다. 훈련을 게을리하진 않지만, 아직 진정한 힘에 도달하진 않은 것 같다.



 << 화력 25 기술 25 반응 25 속도 25 >>


 초월의 마왕 네헤모트: 이쪽 세계관의 최강자들 중의 하나에 있는 존재. 본편의 주피터나 티폰에게 견주며, 확실하게 탐미엘을 이길 수 있긴 하지만 침식체 '시민' 및 '군인'들의 지나친 피해를 우려해 아직 정면으로 전쟁을 일으키진 않고 있다. 이미 짐작했듯, 로마적인 성향이 강한 얘기의 로마인적 성격을 가지는 마왕이다.



 교장 관리자: 원작 관리자에 '완전함'을 아예 추출시킨 형태로서 묘사된 인물상(원작 관리자도 우울과 피로를 표출하나 이 정도로 호소하진 않는다). 한국계란 것이 매우 희미하게 묘사되었는데, 카사 자체가 한국계 게임인 것에 베이스를 두었지만, 원작도 한국계 인물이 다수를 이룬단 것 이상의 기조는 없었기에 그런 정도로만 서술됬다.



 << 화력 ? 기술 22 반응 24 속도 20 >>


 대적자 레이: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신검을 다루기에 자신에게 엄청난 책임이 주어진 걸 깨달았다. 마왕들과 결단을 내야만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 화력 20 기술 22 반응 18 속도 18 >>


 클라레스 아르카데누스 마그누스: 이쪽 관리자에 있어 힐데 같은 존재. 지휘관의 역할을 겸하는 데다가, 인재의 능력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어 마치 샤를마뉴의 환생 같은 캐릭터로서 조형되었다. 원작과는 달리 미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오늘도 직접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화력 20 기술 20 반응 19 속도 19 >>


 알렌: 알루카드 비슷하게 생겼기에 그런 느낌의 마검사로 쓰였다. 마왕들의 힘을 경계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화력 11 기술 9 반응 9 속도 9 >>


 샬롯 마르티네즈: 그 사건이 있던 뒤에도, 그냥 평범한 소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 아껴뒀던 달콤한 케이크를 우유와 함께 먹고, 티비를 켜놓고 친구랑 전화를 하다가 잠이 드는…. 원작 구원 기사단의 그녀에 비교하면 약하지만, 그녀에겐 이것이 더 행복한 인생일지도 모른다.



 << 화력 8 기술 7 반응 5 속도 6 >>


 루크레시아: 샬롯이랑 비슷하다. 부모가 살아있는 대신에 좀 약화된 주시윤과 같은 느낌. 원작과 동일하게 레이에게 관심을 표하지만, 레이는 소꿉친구 이상으로 바라보질 않고 있다.



 << 화력 21 기술 19 반응 21 속도 17 >>


 오지만디아스: 어쩌다보니 그녀가 참여한 시합은 전부다 그녀의 승리로 끝나게 얘기를 썼었다…. 그 날 이후, 이면세계의 독립 침식체들에 싸움을 걸면서 5팀의 전원이 실전에서도 충분하도록 침식체 사냥을 시켰다. 레드 시프트 단장인 시절과 같은 느낌일지도.



 << 화력 15 기술 21 반응 21 속도 23 >>


 시엘: 시엔이 딱히 진지하지 않은 캐릭터라 본편에선 무협계 요소를 언급만 했었지 다루지는 못했는데, 비로소 직접적으로 써보게 되었다. 예상치 못하게 카운터 사이드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한 게 살짝 놀라웠달까…. 다만 그녀가 옌의 라이벌이며 또 풀 포텐셜에 도달하지 못했단 점을 고려해, 비록 무협계 테마 전체의 힘을 상징하는 캐릭터긴 하지만 살짝 너프를 시켰다.





 총평 ----



 사실 이거 말고, 알렉스 같은 캐릭을 중심으로 딴거 단편이건 중편이건 써볼까 고려는 해봤는데 내가 다루기엔 뭔가 어색해서 관두었다.



 어쨌던간 본편부터 봐왔다면 내가 쓰는 것의 특징으론, 소재를 한 작품에 제한하는데도 흡사 크로스오버물을 보는 것 같단 인상, 또, 대체역사물을 보는 것 같단 인상 등을 꼽을텐데 이는 여기에도 동일하게 드러나진 느낌이야.


 애초에 내 라이팅 스타일이 그러니까 뭐….


 다만 소재가 소재라 본편과 달리 연애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솔직히 난 연애를 쓰기 좋아하진 않아.


 내 취향은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파멸하는 비극' 같은 것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사상적인 답으로서 완전하게 딜레마를 초월하는 철학자형 캐릭터가' '실제 정복자와 같이 힘으로 현실을 바꾸는' 그런 종류라서.


 아무튼, 약간 길었지만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대충 괜찮은 소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후기 ----



 사실 본편 에필로그 쓸 때 당시에도 '카린이 제이크를 만난다' 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학원물을 섞으려고 했었지만은 소재가 부족해 동결되었어. 그것이 몇 달 전인데….

 데드 엔드 로드에서 미네르바 카린이 나온 뒤에 마르스 제이크를 소재로 한다면 되겠단 발상에 더해서, 그걸 후반부로, 전반부는 배틀 로얄 같은 느낌으로 쓰면 좋겠다는 걸로 구조를 마쳤고, 여기다 마왕을 더할까 해서 골라진 게 초월의 마왕이라는 정체성으로 덧칠해졌던 네헤모트야.


 시나리오는 애초에 미나가 납치되어서 구출하러 출동하는 신학기 조회를 중심으로 구성됬고, 드라마의 감정 노선 또한 이에 맞춰 짜여졌어.


 외전 3편은 이런 과정으로 마쳤지만, '이거 쓰면 재밌겠다' 같은 발상을 겨우 잡은 거지, 애초 팬픽에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주역으로 넣지 않는 내 특성상 앞으로 하나 더 쓸진 모르겠다. 그런 '이거 쓰면 재밌겠다' 같은 발상이 원작이란 소재 내부에서 아예 고갈되서….


 (외전 2편도 힐데? 라그나로크? 오딘? 뭔가 랜덤하게 아무거나 집어넣는 것 같진 않네, 해보자. 이래서 쓴 것인데 카사엔 더이상 이런 구도로 취할 '원전' 로어가 깊은 소재도 없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애초에 페그오도 명방도 그렇고 다른 폰겜은 안 하는데 카운터사이드는 어찌됬건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3부건, 아니면 더 나아가 4부건, 탐미엘 뒤에 무슨 보스가 있건, 다른 카운터사이드 팬들이랑 같이 끝까지 볼 거니까. 엔딩까지 멋진 스토리를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