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카붕이는 알람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깼다.


시간은 오전7시 주말의 익숙치 않은 시간에 일어난 카붕이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알람을 성질을 부리며 끄고 그대로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꿀잠을 취하려고 했다.


그렇게 다시 주말의 꿀잠을 챙기려는 카붕이는 문득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듯 번쩍하더니 후다닥 일어나서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시간은 오전9시 잠깐 눈 좀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도 모르는 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잠자리는 대충 던져버리고 빠르게 욕실로 가서 고양이 세수하듯 씻고 머리도 광속으로 말리고 옷도 입은 후 문단속을 하고 집밖으로 후다닥 달려나갔다.


빠르게 달려나가 버스정류장에 선 카붕이는 운 좋게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한 번에 탈 수 있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니 오전 9시27분 다행히 약속시간인 10시까지 맞춰서 약속장소에 도착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역에서 내린 카붕이는 지하철 개찰구 앞쪽에서 기다리려니 이미 그 쪽엔 약속상대인 여성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해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기도 하고 거울을 꺼내 머리를 매만지거나 화장이 잘 됐는지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며 누가봐도 남자와의 데이트는 평생 처음인 티를 내듯 우두커니 약속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붕이는 시간을 보니 9시56분 다행히 늦지는 않았으니 잔소리 들을 일은 없겠네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여성에게로 다가갔다.


초조해하는 여성에게 다가가며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카붕이는 몰래 뒤로 다가가서 놀래켜줄 생각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는데


"...카붕쿤 그런 수준 낮은 장난은 어린 애들에게나 하시죠? 지금이 몇 시 인지는 아시나요? 약속시간이 10시면 최소 10분전에는 도착해서 기다리는게 예의가 아닌가요? 카붕쿤은 그 정도의 개념도 없는건가요? 정말 한심하네요...그렇게 보진 않았는데 조금 실망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잔소리폭격을 시작하는 여성...아니 카린에게 다가가던 카붕이는 뻘쭘하게 서서 멋쩍게 웃고는 카린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어...안녕 카린? 그래도 10시전에는 맞춰나왔으니 괜찮은거 아냐? 늦지만 않으면 되잖아?"


"그래서요? 매일 아슬아슬한 시간에 나와서 나는 늦지 않았으니 상관없어 같은 마인드로 회사생활을 하시는 건가요? 그러다가 중간에 무슨 일이 생겨서 약속시간에 늦으면 누가 책임지실 건가요? 카붕쿤? 과장님? 아니면 사장님? 약속이라는 건 사회생활의 기본 중에 기본이에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주세요. 저만 해도 역에 도착한게 아침 8시..."


또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침묵을 고수하는 카린.


"알았어 미안해...다음 번엔 이런일 없게할게 약속이 있는걸 알고 알람을 맞춰놨는데 주말이라 나도 모르게 끄고 다시 잠들었나봐."


"변명도 가지각색이군요..."


한숨을 쉬고 카붕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카린은 너한테 뭘 기대하겠니 하듯 몇 초간 처다보았다.


"그래서 주말엔 무슨 일로 불러낸거야? 카린이니까 당연히 회사와 관련이 있는거겠지?"


매사에 열심히인 카린은 주말에도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끔 일이 많으면 주말에도 혼자 나와서 일할 정도이니 말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같은 표정으로 카붕이를 처다보는 카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신가요? 농담이죠?"


살짝 화난 말투로 물어보았다.


"카린이니까 당연히 회사랑 관련있는 일아냐? 요 근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잖아 난 그거 때문에 부른건줄 알았는데"


요즘 일이 많다보니 카린 혼자서는 아무래도 업무처리가 힘들어서 카붕이가 가끔 카린을 도와주는 일이 많았다. 카린은 늘 회사에서 자기가 도맡은 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받기를 매우 꺼려했다. 그 때문에 유능하지만 사내에서는 친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굳이 꼽자면 주시영이나 카붕이정도인데 주시영은 매일 농땡이치고 카린에게서 가끔 비명이 나올때가 있는데 대부분 그 소리는 "주시여ㅕㅕㅕㅕㅕㅕ어엉!!!!" 하면서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고생하고 주말에도 나오는 것을 몇 번 본 카붕이가 억지로라도 카린을 도와주었는데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면서 하지말라고 냉담한 반응과 함께 철벽치듯 꺼려했지만 몇 번이고 옆에 붙어서 끈질기게 도와주자 카린도 그제서야 마음을 조금 열었는지 고맙다며 업무분담을 하는 일이 많아져서 카린도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출근하는 일이 많이 적어졌다.


그 때문에 카린은 카붕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나름 호감도 느껴서 그녀의 일생일대의 도전으로 카붕이에게 주말에 만나자고 어렵게 말을 꺼낸것이다.


"그런게 아니라면 날 불러낸 이유가 뭐야? 내가 뭐 맡긴 물건이라도 있었나?"


잘 모르겠다는 듯 한참을 생각하는 카붕이는 감을 못잡고 카린은 내가 왜 이딴 사람에게...하며 한숨을 쉬고는


"그래요 맞아요 딱 봐도 주말에 제일 할.일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을거 같고 방에 콕 틀어박혀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만 자다가 일어나서 밥도 대충 라면으로 끼니때우고 만화나 애니메이션보고 게임이나 하면서 주말에도 아무계획없이 빈둥빈둥 거리며 놀 거 같은 사람 생각하다가 카붕쿤이 제일 적임일거 같아서 불렀어요. 됐나요? 바보씨?"


잔뜩 화가 난 카린이 카붕이에게 따박따박 가슴에 못을 박듯 강한 어투로 말을 하였다.


살짝 기분이 상한 카붕이는


"무슨 소리야 나도 다 주말에는 따로 계획이 있어. 친구 만나기로 했었거든?"


라며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친구요? 혹시 여성분은 아니시죠...?"


살짝 당황한 카린이 카붕이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그런건 아니야...그냥...좀 아는 사람"


라고 말하며 인터넷게임 속 지인들도 친구라면 친구겠지? 하고 생각했다.


사실 카린말대로 카붕이는 주말에 인터넷게임 레이드를 돌 계획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안심한 카린은 밝게 웃으며 


"그럼 됐어요. 얼른 가요 지하철 놓치겠어요."


그러고는 카붕이의 옷 소매를 붙잡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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