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네게는 복수할 권리가 있어.

내가 네게서 그녀들을 빼앗았으니까.

그야말로 쓰레기같은 짓이었지.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

처음부터 내가 시작한 일이고, 네가 바로 그 당사자인 만큼, 

네겐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은 자명해.




하지만... 나 역시 사죄로 내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어.

그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의 난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어.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면 차라리 편하겠지만, 

더 이상 나 하나만의 목숨이 아니야.








...그 때가 좋았지. 

짊어진 것도 없었고, 싸워야 할 적도 눈에 보였으니까.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이 적.

그 무엇을 버려서라도 하루를 더 살아남는다면 승리.


그 때는 모든 게 명확했어.

세계의 진실 따위는 알 여유도 없었지.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녀들에겐 미안할 뿐이야.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는 변명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모르겠군.

누가 옳은 것인지, 누가 악인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과 싸우는 것인지... 


이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런 형편좋은 구실을 찾는건 오래 전에 포기했지.

남는 것은 오직 그 행위의 결과 뿐.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기준삼을 것은 있어.

인간의 불완전한 가치판단에 얽매이지 않는 절대적인 척도.


언제나 확실한, 숫자.

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간을 구할 수 있는 쪽에 걸기로 했다.







미안하다. 호라이즌.


네 개인적인 복수는 더없이 정당하지만... 

넌 나를 죽이기 전에는 절대 멈추지 않겠지.

그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멸망시키면서.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이건... 내가 해서는 안될 말이야.

정말이지 뻔뻔하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직접 말해야만 해.










아직 남아있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난... 당신을 막겠다. 


시무르그سيمر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