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Black barroca




1회 보러가기





“그래서?”


그래서라니. 



“엄마를, 어머니가 아프다고.”

“그래서?”



늙은 눈두덩은, 차갑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훗, 하고 콧수염이 춤을 추고 떠는 노인의 목소리.



“난 말이지, 값을 치루지 않은 적이 없단다.”



“단 한 번도. 없어.”



“그런데, 매번 많은 이들이 내게 찾아와 값을 치루지 않았으니 갚아달라고 말을 하지.”




“왜 그럴까?”




“아, 안 갚았으니까⋯”





“아니지!”



탁, 하고 달리는 차량의 바닥을 치는 지팡이.



“내가 가진 게 많으니까다. 적절한 값을 치뤄도, 더 낼 수 있지 않냐고 기대하고 있는거야. 하지만, 난 한 번도 불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아. 그건 내 자식이라도 마찬가지다.”


“뭐⋯그, 그럼⋯”



“15년 전, 아니지 18년인가? 뭐 좋아. 난 이미 그 창녀에게 값을 치뤘어. 그리고 니가 먹을 옷과 밥을 제공했지. 그 이상을 치뤄야하나? 너한테 그만한 가치가 있느냔 말이다. 있나? 어떤가? 내게 들려줘 보렴. 어디.”


“무, 무슨 말을⋯”


“난 너한테 비싼 내 시간을 할애했다. 이 이동하는 시간은 내가 유일하게 눈을 붙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결국 쓸모 없었던 모양이구나. 기사.”


“네.”


“역이 보이면 내려주게.”



우, 웃기지 마. 누구 멋대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우, 웃기지 마. 너 같은게⋯”

“아버지냐고? 그래, 아니다. 난 단 한번도 네 아버지인 적이 없어. 그럼에도 너와 그 창녀에게 일용할 거리를 내려준 건⋯”



“내 나름의 양심인거다. 꼬마야.”




웃기고 있어. 뭐가 양심이야. 그럴 거면⋯




“뭐, 너한테 카운터 능력이라도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너한테는 청소조차 못 시킬 것 같으니, 시간 낭비였던 모양이지만.”









차가 떠난다.

뭐야, 저 새끼.

저게 뭐야.



사람인가?


난, 진정 저 새끼의 피를 이었다고?

내가?

난 짐승새낀가?




“이런⋯씨발!!!”



걷어 찬다. 그래봐야 차는 지났다. 길가의 돌맹이 하나 걷어 차봐야 쫓아갈 일도, 멈출 일도 없겠지.



“윽.”

“이런, 괜찮으십니까 형님?”



인도에 있던 엉뚱한 사람이 맞긴 하겠지만.

깔끔하게 빼입은 정장. 포마드로 올린 머리, 새치인지 브릿지 염색인지 모를 흰 머리. 턱을 따라 깔끔한 수염. 사과하지 않고, 지나친다.


치고 싶으면 치라고 해.



“저게, 감히 무시를. 형님 밟을까요?”

“이봐 꼬마.”

“⋯”



붙잡는다.

뭐야 해보자는거야?



“기세가 좋은 친구네. 여기 살면서 날 몰라?”

“알면, 돈이라도 하늘에서 떨어져?”

“⋯음? 너 돈 벌고 싶은가보지?”

“⋯”


“좋은 눈이네. 꼬마 너. 내 밑에서 일해보지 않겠어? 난 그런 반항적인 놈들이 좋거든. 아무래도,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아부만 늘어서 말이야.”

“형님!”

“이제 떠날 때도 되었고, 슬. 우리도 우리만의 손이 필요하니까?”

“성냥팔이 형님!”


















원제

블랙 바로크

-11










“아, 아아⋯”


뜨거워. 머리가 아파. 어디지, 여긴⋯



“어이, 정신이 들어?”




그레텔, 그레텔은⋯






“이, 이거 놔! 그, 그만 하라고!”

“씨발년 보게? SY 맞고도 저항하네?”

“야, 그래 봐야 일반인 수준으로 뚝 떨어진 거 안 느껴지냐?”

“캬, 빨통 흔들리는 거 봐라. 야, 와후⋯”




“이런⋯!”



철그럭. 팔이 안 움직인다. 오른팔. 벽을 지나는 배관에 묶인 수갑. 시야가 천천히 돌아 온다. 번지는 풍경 속에, 남자들에게 둘러쌓인 그레텔이 보인다. 이런, 이런. 수갑만 아니면⋯



“어딜 보시나, 우리도 쌓인게 많잖아.”

“이거 풀어. 이 씨발새끼들아!”


“컥⋯!”



목이 졸린다. 한 쪽눈이 자동으로 감기고, 시야가 목을 조른 손을 따른다.



“명령하지 마. 나한테.”

“으⋯으으윽⋯”

“나 알지? 잊었다고 하기엔 너도 너무한 사람된다 그치?”



모를리가, 없지. 머리를 짧게 깎았어도, 그 짙은 눈썹, 역겨운 보라색 눈동자. 다부진 입술. 


잊을리가 있겠어 이 씨발 새끼야!


신동숙.

잊었을리가. 너 때문에 살았다. 너 때문에 이 좆같은 세상 속에서 살았었으니까.



“윽, 으으윽⋯!”



내 목을 쥐고 흔든다. 흐, 하고 웃으며 내려다 보고 있다. 죽여버린다. 넌 반드시 죽여버린다. 이 새끼, 니가 뭔데, 니가 왜.



“솔직히, 좀 더 너네하는 꼴 봐줄 생각이었거든. 근데, 어쩌냐. 쟤도 유통기한이 있다잖아. 하여간에 이래서 싸구려는 오래 못 써요.”



“으윽, 죽여⋯버린다⋯이 새끼⋯”


“하! 죽여? 어떻게? 팔도 묶여서, 이 꼬라지인 니가 카운터한테 뭘 어쩌게? 아~ 저번처럼 총으로 쏘게? 근데 그거 맞아도, 안 죽거든?”



“그만, 그만 해!!! 헨델⋯! 으으윽, 하지 마!”

“아니 뭐, 목청 하나는 죽이네. 자지 마개 빨리 준비 해 봐.”



젠장, 그레텔한테 무슨 짓 하고 있는거야. 신동숙 이 새끼가 가리는 바람에.



“어허어허, 저런 오나홀에 신경 쓸 틈이 있어? 니 여동생 조져놓은 장본인이 여기 있는데.”

“그레텔을⋯! 놔, 으으윽. 으윽⋯!”

“⋯”




“싫은데?”




씨익, 하고 웃는다. 그 웃음에, 나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미친 새끼, 전신의 피가 다 끓어서 터질 거 같다. 팔을 당겨도, 오른 팔을 묶여있고 왼팔은 목을 조르고 있는 손을 당기는게 전부.


이, 이런, 이런, 이런, 이런.




“그거 아냐? 난 딱히 그렇다고, 너한테 악감정이 있기야 하지만 뭐 되갚아주고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근데, 니가 저 년이랑 붙어 먹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라고. 니 여동생이 지 친구 구하겠다고 나한테 깝치다 뒈진 것처럼.”


“개씨발 새끼야!!!!”


“⋯”


“흐흐흐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굳었다가, 웃는다. 웃었다가, 다시 식는다. 


“그래, 개 씨발놈의 새끼다. 그럼 니가 뭐 어떻게 할건데?”



죽여버릴거야. 죽여 버릴거야. 넌 반드시. 내가! 지아를 그 꼴로 만든 널⋯!



“억⋯!”



잠시, 시야가 꺼진다. 점멸 하더니, 배에 힘이 안 들어가진다. 뭔가 입으로 흐른다. 아, 아아⋯



“거기서 잘 보고 있어. 네 역할도 아주 중요하거든. 일이 끝나면 넌 세실리아 신, 혹은 바흐 신이 되어줘야하니까.”


안 보여. 안 보여.



“아, 맞다. 니 여동생 말인데⋯좆거지 주제에 뭘 먹이면 그렇게 몸이 쫄깃해지냐? 진짜, 맛있더라? 잘먹었습니다.”


짝짝.



자, 이제 당분간, 조용히 하고 계세요 하듯이 시야가 꺼지고, 암전으로 들어간다.



안 돼.

그레텔.



그레텔⋯

지아야⋯











다음화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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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는 드디어 닉값하는 보지팡팡이라 19를 위해 일찍 끊음.

19 묘사가 싫으신 분들은 지정 포인트까지만 읽고 스킵해도 됨.




30분 남았는데, 이미 대회는 조졌고 오늘 그냥 완결까지 쭉 달려야겠다.

하, 인생 시발꺼



헨델의 본명은 홍진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