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윤에게 그라운드 원은 마냥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주시윤은 오늘도 건틀렛에서 겨우겨우 일자리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 일조차도 자꾸 날아드는 총탄이 쓰라려 힘겹기만 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주시윤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힘차게 주시윤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소박한 일에도 보람을 느끼며 주시윤은 최전방에서 공격을 받아냅니다.


한 명 두 명 늘어나는 후열의 동료들을 보며 잠시나마 미소짓는 주시윤은 정말 기쁩니다.


"어이쿠! 어이쿠!" 

.
.
.


주시윤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마침 이번 주의 불량배인 국경수비대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경수비대원은 착하고 선량한 주시윤을 이유 없이 구타합니다. 주시윤에게는 항상 있는 일상입니다.  왜 이럴까.. 주시윤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촌구석에 박혀 있던 그들이 상향을 업어 건틀렛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수개월째입니다.


반쯤은 놀러온듯이 하지만 명백한 악의를 담아 주시윤을 고통스럽게 하는 국경수비대원들에게 주시윤은 크게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폭력을 통해 그들의 울분을 토해낼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 아인과 츠바이마저 그들에게 무차별저격을 당하는 장면을 두눈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뭐 어떻게든 해보죠."


주시윤이 울부짖습니다.


"실례합니다, 진정하세요!" 


큐리안은 그런 주시윤을 철저히 무시한 채 후열에 황금가지를 찔러넣습니다.




"하하... 곤란한데요?"


인플레에 뒤쳐져 성능이 온전하지 못한 주시윤은 종신 계약이 꿈입니다.


"이거, 스승님이 아시면 곤란하겠는데요...?"


선망의 대상이자 주시윤을 지탱해주는 존재인 스승님의 지원을 믿고 힐데의 이름을 외칩니다.


'미안...하다...'


물론 그런 말도 안되는 캐릭터가 밴을 안 먹을 리 없다는 것을 주시윤은 잘 모릅니다.


펜릴의 에이스인 힐데의 배리어라면 총탄을 받아낼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비웃음을 당하며 일제 사격에 얻어맞고 린치를 당하는 그 순간까지는 말입니다.


그의 꿈도 희망도 산산조각 부서집니다.




주시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껏 얻어맞고 차가운 바닥에 비참하게 누운 주시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주시윤은 힘겹게 눈을 뜹니다. 힘겹게 뜬 그 눈에는 꼬마 아인과 츠바이의 꿈, 건물 잃은 이수연의 슬픔, 유미나의 허탈한 웃음이 비칩니다.


사내 귀염둥이이자 마스코트인 머신-갑의 모습도 아른거립니다.


그렇게 두 눈에 모두의 모습이, 모두의 희망을 가득 품은 채로 주시윤은 힘겹게 눈을 뜹니다.


큐리안은 그런 주시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멸의 웃음을 담은 채, 그 분노를 비웃으며 마냥 기다립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쩌면 힘겹게 들어올린 그 눈꺼풀에 건틀렛에서의 고달픈 하루도 함께 걷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짧은 분노의 뒤에는 워든들의 일제 사격만이 그의 전신에 가해질 뿐입니다.




주시윤은 정신을 잃기 전에 잠시 뇌리에 그려봅니다.


법인 카드를 받아 퇴근한 하루, 그라운드 원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 간소한 회식을 여는 그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 곳에서는 국경수비대도, 침식체들도 함께 웃습니다. 그런 광경을 잠시나마 그려봅니다. 그런 꿈 같은 꿈을 꿈꿔봅니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요? 아마 오지 않을 것입니다.


주시윤도 이제 잘 압니다.




주시윤은 눈을 감습니다. 굳게 닫힌 그 눈 속에 희망도 함께 사라져갑니다.


주시윤은 눈을 뜨지 않습니다. 천천히 감기는 그 두 눈은 다시 띄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주시윤은 감겨오는 눈꺼풀을 들어올리지 못합니다.


천천히 어둠 속으로.. 하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는 붕 뜬 기분 속에서 주시윤은 눈을 감습니다.




주시윤은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 곳에서는 스피라도, 신나래도, 에디도 모두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 곳에선 그토록 염원했던 그의 어머니 연화도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주시윤은 눈을 감습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잘자요 주시윤.


그 곳에서는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고...


계속해서 좋은 꿈 꾸도록 해요. 


다시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곳에서 좋은 꿈 꾸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