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Black barroca




1회 보러가기











실은 있지.

이미 알고 있었어.

길지 않다는 것쯤은.


시설로 돌아가지 않은 순간부터, 목숨줄에 불이 붙은거나 마찬가지니까.



헤헤, 하지만⋯



너와 보낸 시간은, 내가 꿈꿔왔던 거랑은 조금 달랐지만

꿈결 속에 있는 것 같았어.


응, 그거면 됐어.



“악, 아아악, 아악!!!”

“씨발! 어디서! 자지를! 쳐 깨물고! 지랄이야! 씨발! 년이! 어?!”

“야야야, 씨발 얼굴 좆창 내지마. 아직 박아야한다고.”

“허억, 허억⋯야, 이 년 카운터야. 그냥 지금 힘이 안 들어갈 뿐이지 몇대 맞았다고 금이나 가겠냐?”

“그래도 아프지?”



날, 불량품이 아니라고 해줬다. 마음이 있다고, 사람이라고 해 줬어. 밥을 흘리면 닦아준다. 머리를 다정하게 빗어준다.


날, 그 여자의 그림자가 아니라. 그레텔이라고 불러줬다.

네 이름을 멋대로 딴 장난 같은 걸. 계속.



“자지가 들어오면 핥을! 준비를! 해야지! 어딜 피해!”

“악, 악, 아아악⋯하, 할게요! 하, 할 테니까⋯제발⋯!”



응, 이거면 됐어.



“오, 오오오⋯오오오⋯씨발 누워서도 되는 파이즈리라니⋯”

“아니, 이 새끼 그만 냄새 맡고, 좀 벗겨. 박아야할 거 아냐!”

“습하⋯습하⋯아, 젖기 시작했네.”




그러니까, 괜찮아.




“하악, 하악, 하악♥

“씨발, 살다살다 양구멍에 쳐넣어져서 기뻐하는 년은 처음이네.”
“존나 룸망준데, 왜 회장 같은 걸 해?”

“댈계혀♥ 룸망주우웃♥ 댈계혀♥ 하읏♥




꿈 같았으니까 눈동자를 닫고, 몇 번이든 떠올릴 수 있어. 너무, 너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이건 거기에 있던 우리들이 가지지 못 한 거잖아.


그 여자마저도 가지지 못한 거잖아. 이건 내꺼잖아.

그렇잖아.



그러니까, 시궁창에 처박혀도 괜찮아. 얼굴이 다 타버려도 괜찮아. 오히려, 날 지독하게 괴롭힌 그 여자 얼굴이라면 더더욱.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었어도, 욕하고 날 깔아뭉개도.



괜찮아.



이미, 그러고도 남을 인생을 살았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아주. 작은, 진짜.

진짜, 이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소심하게 바란 소원.




제 아무리 찌그러졌어도, 못 생겼어도, 모조품이여도, 더러워졌어도, 결코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내 마음.

소중하고, 너무 소중해서.



몇 번이고 버려버리려 했다는게 죄스러운.

내 마음.






내 꺼.





















원제

블랙 바로크

-15













꿈을 꿨다.

이건 꿈이라고 싫어도 아는게 너무 싫다.

봄 날, 비행기를 타러 가려고 캐리어를 끄는 엄마와 지아가 보인다.


그러니 꿈이지.


아, 이를 악물고 좀 더 이 꿈에 잠겨 있고 싶은데.

알아차리는게 너무 빠르잖아.


조금, 아주 조금 정도는 꿈결에 취해있게 해주면 어디 덧날까.



“뭐해 오빠!”

“진호야~”



부르고 있다. 팔을 흔들며, 나를 부르고 있다. 그 사이를 봄꽃이 스친다. 

부들대고 있다. 팔을 흔들며, 


“아⋯”


흔들면, 목소리를 내어 부르면, 이 꿈이 깰 것 같아서.



그 생각자체가 꿈을 깨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어서. 무섭다. 시간 초침이 내 목을 긁고 지나간다. 아파서, 무서워서.




끝내 손을 들지 못한다.

봄꽃, 온통 봄꽃. 환하게 웃는 지아와 엄마. 멀어진다.



“아아아⋯아아아⋯”



번진다. 눈 앞이 번진다. 무릎이 땅에 닿아서, 양 눈을 꾹 누른다. 


“하, 하, 하, 하하하악⋯흐흐흐흑, 꿈이구나아아⋯꿈이야⋯”



눈물이 흐른다.

그야, 당연하지. 지아라면 날 용서하지 않을거야.

내가 그 때 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때 조금만 빨리 돌아갔더라면. 차라리 그 공원에서 기다리지말라고 했더라면.


내가⋯!



“또 그런다. 전부 자기 탓이래. 맨날 지 할 말만 한다니까.”



“허억⋯”



고개를 든 곳에 지아가 있다. 무릎을 질질 끌며 다가가려다가, 멈춰선다. 무슨 염치로? 니가 뭔데. 지아라면 그런 말 하지 않을거다. 그러니까 이것도⋯


꿈이다. 내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만든 환상이다.



꿈이다. 꿈이란 말이야⋯





“하으으으윽, 하아아악⋯”




근데, 그거만으로도 왜 녹는거야. 내 탓이 아니라고? 왜? 어떻게? 그럴 수는 없잖아. 그 말 한 마디에 응어리여. 제발 녹아내리지 마. 그러면 안 되는거야. 




“하아, 오빠. 그래가지고선 여친 영원히 못 사귄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내가⋯ 




“오빠.”


“⋯어⋯”




지아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새까맣다. 걸어온 길이다. 뒤, 뒤에 뭔데. 뭐가 있다고 그러는건데.





“그 때, 난 오빠한테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미안, 하지만 오빠도 말하지 못하게 있잖아?”


“나는, 지아야! 제발⋯”


“괜찮을거야 오빠. 내 오빠잖아. 히히, 그럼 갔다올게.”


“아⋯”



깨기 때문에 꿈이라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 같았으면 처음부터 마음 같은 걸⋯’


아, 그러네.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었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해도 모자르지 않은 말이. 아직 남아 있었다.






.

.

.






-뚜, 뚜, 뚜.




“⋯”




스으읍, 스으으읍, 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귀가 아니라 머리 안 쪽에서부터 퍼지는 소리. 

잘 안 보여. 이상하다. 내 숨소리가 이렇게 컸던가. 잘 모르겠어. 니글니글거려. 토할 것 같은데⋯


“⋯”

“아⋯”



누군가가, 울고 있다. 내 위에서 울고 있다. 누구지? 새하얀 사람. 눈이 자꾸 번져서, 깨진 액정처럼 색을, 선을 반사시켜서 뭔지 잘 모르겠어. 울고 있다. 



“헨델, 헨델⋯!”



아, 그 목소리에 알았다. 낯선 천장 아래, 새하얀 천장 아래에서 그레텔이 내 가슴을 잡고 울고 있다.

손을 들어 올리려다가 깨닫는다. 아프지 않는 오른손은, 붕대에 감겨있다. 하지만 그 형상만으로 그 안에 누군가를 쥘 마디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걱정말라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손을 잡아주는 것도 못하는거구나. 


아, 안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 말 못한게 있는데, 해주지 못한게 있는데.



“----------------”


아, 큰일이네.




“다행이다⋯다행이야⋯눈을, 떴어⋯정신이 들었어⋯”



진짜, 큰일이네.



호흡기 때문이 아니라, 턱이 안 움직여. 머리가 움직여지지 않아. 말을 할 수가 없어.




“이야, 이건 저도 저지만 알파트릭스도 대단하네요. 제가 알기로는 바이오닉스는 경영적자에 원천기술 개발도 그만 둔 줄 알았는데요.”



누구야, 그레텔 위로 갈색 머리칼의 여자가 다가온다. 안경을 쓴 여성. 모르겠어. 그보다, 그레텔. 머리에 붕대는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정신이 든 모양인데, 우선 안정을 취하세요. 지금 당신은 숨이 붙어있는게 용한 수준이니까요. 안와골절, 하악관절분쇄, 치아를 비롯한 온갖 신경 파열. 슬개골이 날라 간 것도, 양손뼈와 신경이 분쇄 된 것도 이거에 비하면 진짜 별거 아닐 정도⋯제 말 이해하죠?”


“--------”



“그래도 뭐, 어떻게든 인공 신경과 재건수술로 턱과 치아를 만들어 붙여 놓긴 했거든요. 하지만, 무리는 절대 금물입니다. 고통스러우시겠지만, 당분간 비위관이나 수액으로 식사를 하시게 되겠네요.”



“-----------”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야.

말하게 해 줘. 아직, 못한 말이 있어.



“다행이다⋯다행이다⋯”


“뭐, 인공 턱이 제대로 붙으면 그 때부터는 의수도, 박살난 무릎도 재건에 들어가게 될거에요. 저도 뭐⋯의학박사는 아닌지라, 상세한 건 전문가들한테 안내 받으시면 되겠네요.”



그거만 말하면 남은 건 어떻게 되어도 되니까. 니네 원하는대로 해도 되니까, 그레텔⋯!



“---------”



울지 마. 그 머리는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머리 뿐만이 아니라 목까지 그렇게 된 거야.



“----------”



젠장, 배에 힘이 안 들어가. 일어나야 하는데, 손이 없어.

젠장⋯제발⋯움직여 줘.




“휴우, 간만에 조교 없이 일하려니까 힘드네. 그럼, 보상을 주실까요? 알파트릭스 바이오닉스의 원천기술들. 아직 숨기고 계신 거 있죠?”


“⋯”



의사로 보이는 여자가 걸어간다. 그레텔 뒤로 걸어가자, 거기에는 새하얀 재킷을 입은 여자가 있다. 




“네, 물론입니다. 그 이전에⋯잠시만.”

“네, 뭐.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모처럼 사장님까지 보증을 해주셨는데 기다리죠.”




“헨델⋯아아, 아아⋯나, 있지⋯”



기다려 봐. 저 재킷의 문양. 알파트릭스⋯? 붕대에 환자복을 입은 그레텔의 일어선다. 잠깐만, 어디 가는건데.



“----------!”



“약속대로 남자는 살렸습니다. 걱정 마시죠, 뒷일 없도록 재활 이후, 안전한 곳으로 보낼겁니다. 그 대신⋯”

“⋯응.”



“당신은 우리가 처리합니다. 남자의 생사는 확인 했으니⋯”




뭐라는거야. 이 미친, 잠깐만. 기다려 봐.

문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돌아본다. 왼쪽 얼굴은 붕대에 가려져있고, 오른쪽 눈알. 그 보라빛 눈동자가 언덕을 그린다.



“안녕, 헨델. 재활 잘 받아야 해?”


안 돼.  가지 마. 

눈물에 부은 새빨간 눈 두덩. 억지스러운 웃음. 처리라니? 그레텔을 어쩌려는거야?


뭐겠냐. 그레텔은 알파트릭스 그룹 회장의 클론이다. 신동숙이 벌인 사건, 그 외에 클론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불안.



죽여서 폐기하는 것 말고는 없겠지.



안 돼.



“------------”



안 돼.




“---------!”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목이 안 움직여. 다리도, 배도. 안 움직여. 손이, 손이, 없어. 뻗을 손이 없어. 이건 아니잖아. 이건 너무 하잖아. 가지 마. 아직⋯ 아직⋯




“그럼, 잠시 자리를 비울게요. 주리. 처치가 끝나면, 남자의 이송을 부탁합니다.”

“하, 맡겨 두시라. 파사의 추격자인 이 라파엘라 주리 더 에빌⋯”

“그럼.”

“끝까지 들어!”


문이 열린다.

웃기지 마. 재킷을 입은 여자가, 그레텔을 데리고 나간다.

어딜 가는거야. 



“-----------!”


“음⋯?”


작은 소녀가, 나를 들여다 본다. 비켜, 비키라고. 젠장, 그레텔⋯!














/




https://www.youtube.com/watch?v=l7XhHc3nSWs









복도를 걷는다. 당당하게 앞을 걷는 이진과 그걸 따르는 환자복의 소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죄인이나, 혹은 사형수를 인도하는 집행관으로 보일 법한 모양새였다.


둘 사이에 대화는 없다. 이미 거래는 끝났다.


땅을 보고 걷는 사형수. 걸을 때 마다 불의 흔적이 쑤신다. 진통제를 더 받으면 아마 고통이 좀 가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고통은 무의미하니까 사양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

어차피, 그리 길지 않다.


신지아의 프로토타입. 불량품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얼마가지 못할테니까. 시설로 돌아가지 않는 한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땅을 벗어난 매미를 덮친 것이 노래도, 날수도 없는 폭우라고 해도 노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고대하던 지상에, 아무것도 없더라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걸 느낄 지성이 없었더라면, 아파 할 마음이 없었더라면 고통은 덜했을지 모른다. 무한히 이어져나가는 종의 순환. 그 고리 속에서 그냥 살았다면, 현실을 자각할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어설프게 가졌고⋯



그래서?

소녀는 걸으며 웃는다.



아프지만, 슬프지만, 지금도 도망치고 싶지만.

그래도, 이제는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절대.

절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게 있으니까.

얼마나 더럽혀져도, 망가져도, 찌그러져도, 엉망이여도.




이 마음은 내꺼니까.





그러니까, 안타깝지만, 슬프지만, 아프지만.

네가 긍정해준 마음이니까, 널 위해 쓸거야.

결국, 그녀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요정의 발치조차 가지 못 했지만. 후회는 없다.





걷는다.

집행장으로 가는 길.





소원이라면 지금 전부 이뤘으니까.



꿈꿨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맛있는 걸 먹었다. 함께 웃었다. 화를 내고, 다투고, 짜증을 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

그랬었지.


그러니까 이젠⋯





-지이이이잉.





“-------------------!”



“⋯? 뭐하는거죠 주리?”



“아, 아니. 그 뭐야, 뭔가⋯말하고 싶은게 있는 거 같아가지고.”




그런 그녀를 붙잡듯이, 부축받아 남자가 걸어온다. 아니 반쯤 끌려 오고 있다.





“-------------!”



“-----------!”



“----------!”



외치고 있다. 호흡기가 없지만, 턱을 고정한 고정기에 의해 아무것도 말하 수 없지만. 외치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말하고 있다.




“⋯헨델⋯”





그 이름은 거짓이다. 알고 있다. 전부 들었다. 자세한 정황까지. 





“------------!”



“그만하시죠. 그녀는 그냥 클론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조금은 동정합니다만⋯”




“-----------!”



시끄러워. 뭐가 클론이야. 너네들 그래서 그레텔을 얼마나 안다고 지껄이는거야. 쟤가 웃는 걸 봤어? 우는 걸 봤어? 짜증내는 걸 봤어? 맛있는 걸 먹을 때 어떤 표정인지, 맛 없는 걸 먹을 때 어떤 표정인지, 잠버릇이 어떤지, 어떤 톤으로 칭얼거리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소녀가, 이진을 바라본다.

후우, 하고 한숨이 돌아오며 눈을 감는 이진.


“---------!”

“아, 잠깐.”



소녀가 걸어간다. 그 광경에 남자가 걸어가려다가 땅바닥에 엎어진다.

목이 움직이지 않지만, 걷는다.



“----------------------!”



소녀가 걸어간다. 걸어가서 무릎을 꿇는다.

속죄하듯이, 일러주듯이, 사과하려는듯이. 혹은




“헨델, 나 있지? 그렇게나 이 얼굴이 싫었는데, 이제 완전 찌그러져서 흉측하다?”


“-----------”


“그래도 진짜, 진짜 고마워.”


“나한테도 마음이 있다고, 말해 준 거. 그거 덕분에⋯”


웃는다.

눈물이 번진다. 


“진짜, 그게, 너무 기뻐서⋯”


“그거만으로, 가슴이 가득 차서 있지?”



있지? 하고 더 반복하는데 붕대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걸 닦으려 남자가 손을 뻗는다. 손이 없다. 남자의 손 끝에는 붕대밖에 없다.



“------------”


“⋯나, 있지. 기뻐.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마음 같은 건 없는거고 결국 대체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 그 여자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을 때, 난 내 가치는 끝난 줄 알았어. 그 여자가 미웠어. 그걸로 우리 모두를 부정했으니까. 근데⋯”



소녀가 손을 뻗는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그리고 상처투성이로 자신을 긍정해준 이의 뺨을 만진다. 따스하다. 동시에 그도 따스하게 느꼈을까. 그렇다면 이건 자신과 닮았으면서 또 다른 온도. 흐르는 눈물의 촉촉함이 엄지에 스민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뜨겁구나. 눈물이라는 건. 



그녀가 그걸 느낀 것은 자신의 뺨의 온도일까, 아니면 엄지에 닿은 온도일까.




“다 줬어. 다 받았어. 그래서, 나 있지⋯ 지금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엄청, 행복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헤헤, 이러면, 이러면, 되게⋯아아⋯안 돼.”




“잘 지내. 건강해야 해? 아프지 말구. 그럼, 나도 왼쪽이 이렇게 쿡쿡 쑤셔.”


여자는 웃는다.

왼 손으로 가슴을 쿡쿡 찌르다가 땅에 쓰러진 남자의 뺨에서 서서히 손을 올린다.

마치, 춤을 추는 무녀와도 같이 자, 신탁은 끝났으니 돌아가세요 하듯이.

그런 뒤에 있는 힘껏 웃는다.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안녕.”

















.

.

.

.








문이 보인다.

이 다음에 소녀를 기다리는 것은 끝이다.



사형 집행장이라고 소녀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고마워요. 제 억지를 들어주셔서.”

“⋯아뇨, 이건 거래니까요.”

“그래도⋯고마워요.”
























========================================




기절했었음.

늦어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