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Black barroca



1화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4Aty-ZgA4ME&list=PLoRyB3OVL7hH4GWwXBNjNMaPG3b1VGJdY&index=96




“허억, 허억⋯”



폐공장을 벗어나, 천장 사이를 뛰는 거구의 남자. 입고 있던 옷은 불꽃에 다 타버려서 남은 건 런닝과 정장 바지 하나. 




“이런 씨⋯”



욕지거리를 입에 담으려다가도, 참는다. 아직 기회는 있다.



그래, 신동숙=바흐 신에게는 아직 기회는 있다. 성냥팔이가 죽으면서 남은 것들. 도현이 죽으면서 남은 것들. 그걸 다운그레이드한 GT가 있고, 그 상위인 SY가 있다.


영상도 지금, 그의 손에 있다.


알파트릭스를 부술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뭣하면, 이걸 빌미로 그 검은 평의회라는 곳에 협상을 걸어봐도 되겠지.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잡힐 수는⋯”




자신은 다르다. 이런 곳에서 죽을리 없다.




사람이 환경이 만드는 것인가, 환경에 사람이 적응하는 것인가. 현대에 들어서는 모호해진 개념이지만, 고대부터 그러하듯 늘 사람은 환경에 맞출 뿐이다.


그러니, 그도 자신의 철칙 하나를 지금 어겼다.




‘자만, 과신하지 말 것’






“경정님! 저거, 진짜 신동숙이에요!”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강소영이 발견하자마자 사격한다. 맞아도 큰 위력은 없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 카운터 제압용 탄환. 발끝에 맞아 그대로 공장 천장을 나뒹군다.




“크윽, 이런⋯!”

“거기 서!!!”



서전트 점프 만으로 천장까지 타고 오른 이유미가 쫓는다. 지붕 위에 오르자마자 트윈 블레이드를 꺼내든다.



“⋯ 빡통 꼬맹이 주제에, 그래도 A급이라고⋯!”

“시끄러워. 신동숙. 넌 카운터 범죄자 신분으로 또 죄를 저질렀어. 이번엔 봐주는 거 없어.”



이유미가 달려든다. 천장을 차고, 하늘 위. 달을 가리며 떠오른다. 양 손에 쥐어진 트윈 블레이드가 달빛을 대신하며 빛을 뿜는다.


“하, 세상이 힘만 갖고 돌아가지 않는다고. 이 빡통년아!!!”


천장을 내려치는 바흐. 폭삭 주저 앉으며 아래로 떨어진다. 



“⋯훗⋯ 아니, 뭐?!”



무너지는 천장에서 안전히 착지한 바흐를 뒤쫓는다. 공중에 뜬 이유미는 잔해들을 하나씩 밟아, 도약하면서 공장 지면의 바흐를 노리고 들어온다.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 그걸 해낸다. 옆구리가 베이고, 그대로 허리가 꺾이는 바흐. 그 틈을 노려 꽃히는 발차기. 



“크악!”



바흐는 그대로 공장 벽면에 날아가 박힌다.

그 충격으로 위의 자재들이 무너져 내리며 흙먼지를 일으킨다.



“경정님!”



일어서는 이유미 뒤로 공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소영. 



“잡으셨어요?”

“⋯아냐, 경위. 도망쳤어.”

“네?”

“걷어차는 감촉이 물렁했어. 카운터가 아니라 데코이야 저거.”

“그럼 포박하고, 따라갈게요.”

“응.”
















원제

블랙 바로크

-16











“크윽, 그 씨발년들⋯!”




폐공장의 터를 곧 벗어난다. 이쪽으로 가면 부두가 있다. 배를 타고, 일단은 그라운드 2쪽으로 가면 된다. 방금은 데코이가 있는 쪽으로 유인하지 않았으면 일격이었다. 그게 A급 카운터. 



“후, 하지만 기회는 아직 있어.”



겨우 피가 오른 머리가 식는다. 이번에는 실패했다. 문제는 전력의 차이. 이진이나 이유미의 전투력. 바흐는 겨우 상황을 되짚는다. 그들과 전면으로 맞붙을 일은 없을거라 생각한 점. 




“무식한 새끼들이 설마, 그냥 대놓고 전면전으로 나올 줄이야.”




모처럼 사법거래로, 관리국 소속이 되어서 뇌물까지 먹여가며 수사를 방해한게 의미가 없어질 줄은 몰랐다. 그 강소영이라는 여자를 너무 얕봤다. 


하지만 괜찮다.

영상은 손에 있고, 무엇보다 그 비밀 시설과 관련 된 정보를 얻었다.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다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리라.



컨테이너 사이를 빠져나간다. 이제 부두. 혹시 몰라 대기시켜 둔 보트가 있을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도항선을 써서라도⋯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에 바흐는 멈춰선다.

동시에 왼쪽에서 쏟아지는 총격.



피하지 않아도 되지만,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던져 피한다. 


그리고 그 뒤에서 불꽃이 사르륵 튀는 소리. 타닥, 타닥.



“⋯뭐냐, 너희는⋯”



불꽃? 이진?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그 여자라면 분명히 그 프로토타입을 우선 할테니까.

그 외에 불꽃⋯ 바흐를 노릴만한 사람.



“⋯너, 너네  설마. 민병대인가 뭔가하는⋯”

“판단이 빠르군.”



남자의 목소리가 답한다. 민병대, 알 수 밖에 없다. 성냥팔이도, 도현도, 모조리 죽여버린 미치광이 집단. 



“하, 꼴에 정의랍시고 죽이고 다니는 모양이던데⋯”

“정의? 웃기는군. 사람을 죽이는데 정의가 어디있지?”

“듣자하니, 돈에 쪼들리시나봐? 요새는 그냥 청부살인이나 한다던데⋯!”


이건 하나의 수였다. 바흐는 알고 있다. 그들의 상황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민병대에게는 자력으로 그라운드 원이나 직할령에 들어 올 힘이 없다. 돈도 빽도 없다. 그러니, 이번에 개입 해올 수 없으리라 생각했을 뿐.



“용케도, 그라운드 원에 기어들어왔군!”

“⋯시끄러워.”



여자 목소리. 오른쪽에서 들렸다. 컨테이너에 몸을 밀착시키며, 바흐는 주변에 귀를 기울인다. 이 어둠 속이다. 놈들도 정확히 바흐의 위치를 알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도시 외벽이 폭발했거든. 그 덕분이지.”

“무슨 헛소리를⋯”

“네가 GT를 뿌려 준 덕분에, 난민지구에도 약이 퍼졌어. 덕분에, 어느 공방 주인도 열불이 난 거 아니겠어?”

“⋯”


빠져나간다. 말을 시켜 놓은 다음, 위치를 찾으려는 건 서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틈에⋯



“⋯아, 미안한데. 그 쪽으로 가면 총보다 더 고통스러운게 기다릴걸?”


흥, 웃기는 소리. 이 어둠 속에서 뭘 볼 수 있다고. 하는 순간 빛이 번쩍인다. 바흐의 눈 앞에 한 명. 걸어온다. 화르륵, 주변 화물 컨테이너를 녹일 정도로, 그녀 자체가 일렁이게 만들정도로 뜨거운 화력.


“신동숙. 본명 바흐 신. 맞지?”


지면을 내리깔듯이 걸어오던 눈동자가, 바흐를 향한다.

이글거리는 보랏빛 눈동자. 오른손에는 주먹. 불타는 주먹.



“너, 너는⋯!”



안다. 성냥팔이를 태워 죽인. 그 여자다. 




마치, 사신처럼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카운터 범죄자. 신동숙. 맞냐고.”



“하, 범죄자? 웃기지 말라고. 그건⋯”



“맞나보네.”



그 말과 함께 불꽃이 탄다. 컨테이너를 가르며, 허공을 타고 바흐를 덮친다. 피하려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자, 크기를 더 키운다. 완전히 바흐를 집어 삼킨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이진의 불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녀는 명백히 제압과 기술에 가까웠다면, 이것은 그냥 폭력이다. 바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불꽃을 끄려고 컨테이너로 달려가 몸을 비빈다.



“크아아아아악, 아아악. 여, 여기서⋯ 여기서⋯ 끝 날 수는⋯!”



그리고 그 행동을 반대편에서 탄환이 저지한다. 불이 붙은채로 춤을 추는 바흐를 가지고 놀듯이 쏘아지는 탄환. 춤을 춘다. 바흐는 춤을 춘다. 불꽃에 괴로워하며, 땅바닥을 구른다. 하지만 꺼지는 일은 없고, 사신을 저벅이며 걸어온다.



“사, 살려 줘. 크아아악, 아아악, 어차피 너희 돈, 돈, 필요하잖아!!! 으아아악, 나를 살려⋯주면⋯”


“⋯”



사신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철컥.




“돈? 그래. 필요하지. 너희같은 카운터 범죄자를 죽이려면.”



총구를 들이민다. 방아쇠를 당긴다. 그걸로 바흐 신은 끝.

하지만, 총성이 그걸 방해한다. 


땅을 구르는 바흐와 사신 사이를 가르는 탄환.



“경정님!”

“잘했어. 경위!”



컨테이너 천장 위에서 앉아 쏴 자세로 권총을 겨눈 강소영 뒤로 이유미가 날아든다. 사신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불꽃으로 저격하기 위해 자세를 잡는다.



“큭, 방해가 들어왔군! 이유리!”

“숨통을 끊겠어⋯!”

“아니, 경찰이다! 빠지자!”

“하지만⋯!”



“크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으으으윽⋯!”



남자의 목소리에, 사신은 밑을 내려다본다. 발 밑의 바흐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불꽃은 꺼지지 않고, 영원한 고통을 주며 그를 불태우고 있다. 




“그래.”

“어딜, 놓칠 것 같아?!”



하늘에서 내리는 칼날처럼 이유미가 회전한다. 사신은 그걸 백스텝으로 피한 뒤에, 소총을 든다. 쏟아지는 탄환. 이유미의 직감이 몸으로 받아낼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카운터용 CRF 집속 탄환. 트윈 블레이드로 쳐내며 돌진한다.



“크앗!”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총탄을 가르며, 질주하는 이유미가 멈칫한다. 들려온 것은 위. 강소영의 비명. 



“칫, 경위!”



그 찰나의 틈에 탄환이 파고든다. 이유미의 어깨를 뚫고 지나간 탄환. 하지만 큰 데미지는 아니다. 이유미는 컨테이너 사이로 숨어든다.



“이쯤 하자고, 경찰양반. 우리는 목적을 다 했어. 다툴 이유는 없을건데?”

“웃기지 마! 너흰 뭐야? 왜 멋대로 범죄자를⋯”

“움직이지 말라고. 네 동료가 총을 맞았어. 거기다 이쪽에는 야시경이 있다. 찾아내서 쏘면, 카운터인 너와 다르게 목숨 보장을 못할테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지?



“그 딴 협박에⋯”

“협박처럼 보이나? 우리는 카운터 범죄자만 처리하면 충분해. 싸울 이유는 없다고.”

“처리? 너희가  뭔데!”



이유미는 호흡을 가다듬는다. 바흐를 태운 불꽃은 이제 사그라들어, 주변의 빛이 사라진다. 경위는 무사할까. 걱정과 함께, 머리를 굴린다. 



“너희가 하지 못하는, 아니 안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웃기지 마. 그냥 너흰 자기 멋대로 사적제재나 하는 범죄자들이야.”



이유미의 말에, 사신은 조용히 입을 연다.



“⋯그럴지도.”

“가자. 타깃은 처리했어.”

“어딜!”



그 말에, 이유미가 바흐가 있는 곳으로, 총탄세례를 받아낼 각오로 뛰쳐나오지만 발소리만이 들린다. 이제 완전히 사그라든 불길에, 까맣게 타버린 바흐만 있을 뿐이다.



“경정님!”

“경위! 괜찮아?”


컨테이너 사이로 강소영이 손을 움켜쥐며 달려온다.



“네, 스쳤을 뿐이에요. 그보다⋯”

“⋯미안.”



이유미는 시선을 돌린다. 바흐의 체포는 실패했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졌고, 바흐를 노린 민병대도 놓쳤다.



“⋯칫.”



하고, 트윈 블레이드를 내려치려다가 멈춘다. 강소영의 일그러진 표정이 있다. 



“죽었네요.”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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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1yx_Z7XDMg&list=PLoRyB3OVL7hH4GWwXBNjNMaPG3b1VGJdY&index=54






“저기요. 당신이죠?”


돌아본다. 갈색머리 단발. 교복을 입은 여자. 나를 노려보고 있다. 꺼낸 말은 떨리지 않았지만, 붙잡은 치마.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제 친구한테 약을 팔고, 협박까지 하셨죠?!”


그래? 라고 옆을 돌아본다. 유통책 중 하나가 하하, 하고 웃는다. 병신같은 새끼. 학생은 건들지 말라니까. 나중에 하라고. 나중에.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아뇨, 무슨 오해에요? 앞으로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웃긴 년이다. 하지말라는 말로 그만두는 악당이 있겠냐.



“어린 년이, 뒤지고 싶어!”

“그, 일단⋯ 이야기 하고 싶다그래서 데려오긴 했는데⋯”


귀찮게.


“⋯돌려 보내.”


내 손짓에 그 눈동자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


“아뇨, 아직 제 말 안 끝났어요. 두 번 다시, 제 친구한테⋯!”

“학생. 어른들 사정에 너무 끼어들면 혼나.”

“어른이면, 학생들한테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아죠!”

“왜?”


물러난다.


“그, 그야⋯”


“지켜줘야죠. 괴롭히는게 아니라.”



그 말에 옆에서 웃음이 터진다.



“약한 놈은 먹혀. 그게 이 세상이야. 너도 먹히고 싶어서 온 거야? 그러면, 얼마든지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는데.”


“아뇨, 약하니 강하니가 아니라!”



옳고 그름이라.

웃기네. 돌려 보낸다.



“형님, 저 년 어떻게 할까요?”

“그러게 왜 급식들한테 약을 팔아 미친새끼야.”

“아, 그치만 할당량이⋯”



약하냐, 강하냐가 아니라 옳고 그름이라.

웃기네. 약한 주제에. 이 세상은 강자가 모든 걸 쥐고 있다.

권리, 의무, 하물며 생명까지도.


그 늙은이의 눈빛이 떠오른다. 길가의 돌맹이를 보는 듯한 보랏빛 눈동자.



“적당히, 겁만 줘. 안 깝치게.”





















쌓아둔 GT 상자의 수량이 맞지 않았다. 단순히 그 이유였다. 적당히 겁만 주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통책 놈들이 갔던 곳을 뒤쫓았다. 그라운드 원의 외곽. 언덕 위의 공원.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여학생은 겁에 질린 채 좌변기를 붙잡은 채 떨고 있었고..

아래에는 GT를 쓰고 남은 주사기들. 정액. 오줌. 피. 그리고, 피떡이 되어 널부러진 세 명의 남자들.




“아아아, 아아아아⋯”




하하, 뭐냐 이건.

도대체 뭐야.


알몸의 소녀의 팔에는 째깍째깍, 시계가 아니지만 들려오는 브레이슬릿 하나.



문득, 그 때를 떠올렸다.

침식증후군에 걸린 엄마가 내 목을 조른 날을. 성냥팔이의 눈에 들어, 마약을 팔고 창녀촌에서 술을 마신 뒤에 돌아온 날이었다.


결국, 아무리 벌어봐야 침식증후군은 치유할 수 없고, 연명이 고작. 나도 포기했다. 그 눈동자가 떠오른다. 날 돌맹이처럼 여기던 보랏빛 눈동자. 그 말 그대로. 


아무런 가치가 없었던 거겠지.


침식체가 내 목을 졸랐다. 저항하다, 죽였다. 시계가 째깍거렸다. 그것 뿐이다.


“히이이이, 이이이익, 아, 아니야. 내가, 내가, 아아아⋯오빠⋯오빠아⋯”


좌변기에 몇 번이나 머리를 박고, 우는 소녀를 뒤로 한 채.

화장실의 CCTV를 찾는다. 있다. 부순다.




자 봐라.

옳고 그름일까.





너도 결국 나처럼, 똑같은 짓을 했잖아.














“그 여자를 강간하고, 나머지 셋을 죽인 건 접니다.”

“하지만, 확보한 영상에는 셋이서 강간을⋯”

“그렇게 시킨 뒤에 저도 강간했습니다.”









변덕이다. 결국, 이렇게 된다. 그 늙은이 말대로다.

아아, 진짜.



돌고 돌아, 이해할 수 밖에 없는게 피라는 걸까.



정말, 정말.







밉다.

전부 다.

전부 다.




다, 찌그러져 버려라.

부디 부탁이니까, 전부 다. 찌그러져서, 망가져 버려라.

안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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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