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경찰청 직속 특수능력 범죄 대응반 제4 특별기동수사대, 통칭 4기동 소속 형사들이 전날 밤 화려한 폭행 사건이 벌어진 클럽에 방문했다. 그래봐야 4기동의 구성원은 아가씨 둘뿐이었지만.


보통 이런 흔한 폭행 사건에 4기동이 투입되는 경우는 없었다. 단순히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4기동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특수능력 범죄, 즉 카운터 범죄 전담반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투입된 것은 이번 폭행 사건에 카운터가 연루되었다는 정황이 파악되어서였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했다.


파손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머리를 짧게 친 날렵한 몸매의 여형사가 사건 현장 안으로 들어왔다. 거침없지만 신중한 몸놀림에서는 수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노련함이 느껴졌다.


반면 뒤따르는 소녀는 달랐다. 일부러 입을 꾹 다물고 묵묵한 척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이런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앞서나가던 여형사는 강소영이라는 이름이었다. 강소영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너불너불한 모습으로 웃어보였다.


“아, 경정님은 미성년자라 이런 데 오시면 안 되는데. 이거 어쩌죠.”


“시끄러워.”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이유미 경정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둘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아직 여물지도 못한 소녀인 이유미 쪽이 상관이었다. 이 특이한 관계에는 제법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오래전에 둘 다 적응한 채 죽이 잘 맞는 콤비로 활동하고 있었다.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왜 이래요? 몇 년 후에 좋은 거 할 수 있는 나이 되시면 다시 와보죠, 뭐. 여기 지금은 이렇게 을씨년스러워도 되게 재밌는 곳이거든요. 거기다 아무나 못 들어와요. 저는 아니지만.”


“...시끄럽다고 했어. 그리고 빨리 팔 내려.”


그쯤 되자 강소영 경위도 피식 웃으며 이유미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거뒀다. 그리고 완전히 초토화된 클럽 안을 휙 둘러보았다.


그러다 툭 내뱉은 감상은 이랬다.


“확실히 카운터가 아니면 이 정도로 깽판은 못 쳤겠네.”


그 난장판 가운데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완전히 죽상이 된 얼굴로 담배만 뻑뻑 피워대며. 여기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이번 사건의 증인이었다.


강소영은 성큼성큼 다가가 남자의 담배를 홱 빼앗아 던져 버렸다. 남자가 순간적으로 열 받은 표정으로 홱 노려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어깨만 으쓱하며 받아 넘겼다.


“여기 미성년자도 있다고. 못생긴 죄로 과태료 물기 전에 담뱃불 꺼.”


“제발 애 취급 좀 하지 말랬지, 강소영 경위!”


이유미의 항변을 등 뒤로 하고 강소영은 남자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여기 일 저지른 스케일이 꽤 화려한데. 듣기로는 한 명이 이 짓을 다 했다고 들었어. 역시 카운터였겠지?”


“...할 말 없수다.”


“이거 왜 이래. 얘기 다 된 걸로 알고 왔는데.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으면 뭐 어쩔 건데?”


강소영은 한숨을 쉬며 한 발 물러났다. 남자는 이 독종이 웬일로 이렇게 쉽게 포기하나 의아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유미 경정이 기관차처럼 남자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벽에 메다꽂아 버린 것이다.


“커... 컥.....!”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살벌한 칼까지 목 바로 앞에 들이밀어졌다.


그제야 남자는 4기동에 충원되었다던 새 카운터의 소문을 떠올렸다. 물론 남자가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게 무리는 아니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새파란 꼬맹이었을 줄이야......


“아... 음... 경정님...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뭐 좋은 게 좋은 거죠.”


강소영이 말꼬리를 끌며 다가왔다. 이게 이 콤비가 일하는 방식이었다.


“아무튼간에. 내 질문 기억하지? 대답은?”


“모,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너 감방 있을 때 이 누나가 사식까지 넣어가면서 잘 봐줬는데 정말 이럴거야?”


“...그 말 진짜야, 강소영 경위?”


“뭐, 제 나름대로 정보원을 확보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남자는 잔뜩 겁먹은 얼굴을 하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강소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쯤 되면 불 만도 한 녀석인데. 뭔가가 있는 건가?


강소영 경위란 사람은, 평소에는 느긋하고 허술해 보일지언정 결코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순간, 강소영의 예리한 통찰력이 한 가지 실마리를 잡아냈다. 이 클럽을 운영하는 조직원이 이 정도로 완고히 입을 닫을 상대면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됐어요. 경정님. 그만 놔줘요.”


“무슨 소리야? 아직 아무것도 못 알아냈잖아?”


“이만하면 알아낸 거나 다름없죠. 가면서 설명해줄게요.”


이유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남자를 순순히 풀어주었다. 비록 약간 성질 긁는 면이 있는 파트너였지만, 이유미는 강소영의 능력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다.


강소영은 잠시 쪼그려 앉아 쓰러져 쿨럭대는 중인 남자와 눈을 맞췄다.


“오늘은 내가 너 봐준 거야. 빚 하나 추가된 거다. 다음번에 만났을 때 또 이런 태도면 재미없을 줄 알아.”


싱글거리는 얼굴로 그런 경고를 나지막히 읊은 뒤 강소영은 털래털래 클럽을 나갔다. 이유미도 그 뒤를 따랐다.


계단을 다 올라온 둘의 앞에 어스름 짙은 저녁노을이 펼쳐졌다. 강소영은 생각을 정리했다.


저 조직의 조직원들이 저 정도로 두려워하며 입을 떼지 않는다면 그 대상은 하나뿐이었다. 조직의 보스. 형태가 어떻든간에 보스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 이번 사건의 범인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보스와 연관이 깊은 데다 조직에 원한이 있으면서 카운터이기까지 한 인물은 강소영이 알기로 딱 하나밖에 없었다.


강소영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배신자 공주가 돌아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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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계속 늘어나버려서 당황스러움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반대로 생각하면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걍 맘대로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