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용 작품이라 당연히 NTR 장르이고, 장르에 맞춰서 내용을 짰기 떄문에 카사 스토리 고증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다는 것 감안하고 읽어주셈.





배경은 대충 또다른 엘리시온의 평행세계라고 생각하면 될 듯.


1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

동부에서 발생한 역병의 토벌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 결과, 아니나 다를까 에클레시아는 이번 동부 원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당연한 결정이었고, 설령 그녀를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왔어도 그녀 자신이 반발했을 것이다.

 

최강의 성자인 그녀가 직접 전선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희생을 최소화 할 유일한 방법이었고, 이득만 따져도 그녀의 무위를 본 사람들의 칭송과 믿음에 힘입어 그녀는 더욱 강해질 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그녀에겐 기꺼이 받아들일 의무였다.

 

다만, 이는 곧 또다시 마크는 혼자서 이곳에 남아 그녀를 오매불망 기다려야만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에클레시아가 이 원정을 마땅히 나서야만 할 일이라고 여긴다 한들, 그녀의 연인이 그녀가 없는 시간을 외롭게 지낼 것이라는 것 또한 그녀를 편치 못하게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대한 빠르게 역병을 몰아내고 돌아와야겠지.”

 

돌아올 때 그에게 건내줄 선물이라도 구해오자고, 그녀는 그리 다짐했다. 그것이 이 못난 연인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였으니.

 

=============================---------------------------------------------------------------------------------

 

인간과 역병의 괴물이 만들어내는 비명, 병장기와 송곳니, 발톱이 부딫치며 울리는 소음,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폭음이 한데 뒤섞여 귀를 찢을 듯 울려퍼졌다.

 

“오, 오지마….오지말라고 괴물 새끼야!”

 

갓 들어온 어린 병사 한 명이 고함치며 기세 좋게 창을 휘둘렀지만, 괴물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세가 아닌 힘과 기술이었고, 안타깝게도 이 병사는 둘 다 미숙했다.

 

콰직.

 

역병의 괴물이 그 창을 가볍게 씹어부순 뒤 부스러기를 뱉어냈고, 병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무기를 잃은 병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윽! 어…어어…죽기 싫어. 사, 살려…아무나 살려주세요…제발 아무나 살려주세요!”

 

입을 쩌억 벌리는 괴물에 앞에서, 무력한 병사는 그저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 그림자가 병사의 몸에 드리우자 병사는 다가올 죽음을 상상하며 몸을 웅크렸지만, 이빨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은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쿵-

 

그저 굉음과 함꼐, 반으로 쪼개진 괴물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을 뿐.

 

병사가 무심코 올려다보자, 그곳에는 그가 익히 들었던 추기경, 에클레시아가 찬란한 푸른 빛의 검을 든 채 그를 바라보았다.

 

“두려워하지 말거라. 이 내가 그대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그리 말하며 내밀어진 손을 붙잡고 일어난 병사는 그녀가 바닥에서 주워 건넨 또다른 창을 쥐었다.

 

“내가 그대들을 지킬 테니, 그대도 우리들을 믿으며 기도하는 이들을 위해 무기를 들어주지 않겠느냐?”

 

병사는 잠시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얼굴을 굳히며 창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전장을 노려보았다.

 

“…네, 예하.”

 

“용맹하구나. 자, 나의 뒤를 따르거라. 나는 결코 물러서지도, 쓰러지지도 않을 터이니, 두려워 말고 나와 함꼐 역병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어린 병사여.”

 

“예!”

 

병사가 결의를 다지듯 외치자, 에클레시아는 싱긋 웃어보이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찬란한 푸른 검에서 새하얀 빛이 타오르듯 솟구쳤다.

 

“엘리시온을 위하여!”

 

““”엘리시온을 위하여!”””

 

함성과 함께, 섬광이 어둠을 갈랐다.

 

------------------------------------------------------------------------------------------------------------------------------------------

 

“콜록, 콜록…”

 

“리아, 흘리지 말고 삼키렴. 자…옳지.”

 

마크는 조심스레 약을 숟가락으로 떠 리아에게 먹였다. 에클레시아가 떠난 지 일주일, 마크는 외로움을 느낌 새도 없이 바빴다. 리아의 병세가 급작스레 악화되었기 떄문이다. 다행히도 소피아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는지, 약이 제법 잘 들어 어제부턴 눈에 띄게 호전을 보이는 중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마크가 뒤를 돌아보자, 소피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리아를 쳐다보았다. 마크는 애써 괜찮은 척,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 소피아. 미안, 리아가 조금 아파서…조금만 기다려줄래? 기침이 멎으면 차라도 내 줄 테니까…”

 

소피아는 한숨을 내쉬며 바구니를 뒤적였다. 그녀가 꺼낸 것은 환약 두 알과 초콜릿이었다.

 

“소피아, 이건…”

 

“어제 들어온 기력회복용 환약, 그리고 초콜렛이야. 먹여. 지금 그 약을 줬으니 환약은 내일이랑 모레 하나씩 먹이고, 초콜릿 줘.”

 

“소피아, 언, 니…”

 

“말 하지 마. 자, 이거 먹어.”

 

소피아는 초콜릿은 조그맣게 쪼개서 리아의 입 앞에 내밀었다. 리아가 간산히 초콜릿을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자, 리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맛…있다…”

 

“그렇지? 제법 큰 돈 썼다고. 그러니까 오빠 속 그만 썩이고, 얼른 건강하게 뛰어놀기나 해.”

 

“소피아, 이 귀한 걸…대체 얼마나 쓴 거야?”

 

“알 거 없어. 어차피 고아인 내가 돈 모아서 어디다 쓰게? 그리고 내 돈이니까 어떻게 쓰든 내 맘이야. 잠자코 보기나 해. 자, 너도 좀 먹어.”

 

“…!으음…”

 

급작스럽게 초콜렛이 쑤셔넣어진 탓에 소피아의 손가락에 마크의 침이 묻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조그만 조각 하나를 자신의 입에 털어넣었다.

 

“음, 역시 단 게 비싸도 맛은 참 좋아.”

 

“소피아, 손가락에 내 침…”

 

“에잇, 너랑 나랑 본 세월이 얼만데 이런 거 가지고. …그나저나, 애가 이렇게 아픈데 네 애인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에클레시아 님은…동부에 역병을 진압하러 가셨어.”

 

“….그 사람, 추기경이라며. 리아를 도와줄 수는 없어?”

 

“에클레시아 님은 치유 능력이 없으셔.”

 

“아니, 꼭 본인이 치료해주는 게 아니라. 추기경이면 교단의 높으신 분이잖아. 치유의 성흔을 가진 고위 성자에게 부탁한다거나...”

 

마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안 돼. 그런 분들은 정말 목숨이 위험한 사람들 위주로 치료하니까.”

 

“너 바보냐? 교단이 마냥 깨끗한 줄 알아? 뒷돈 좀 찔러주면 순번같은건 얼마든지 땡길 수 있다고. 하물며 추기경이 직접 명령하면…”

 

“그만. 내가 필요하다고 에클레시아 님께 부정 청탁을 바랄 순 없어. 그분은 모두를 구하려고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계시는데, 나라도 짐을 덜어드려야지 짐을 더 지우면 안 돼.”

 

“너는? 명색이 연인인데? 연인의 하나뿐인 가족이 아프다는데, 그정도 호의도 편법이랍시고 못 해주는게 맞아?”

 

“…소피아, 이 얘기는 그만하자.”

소피아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마크는 묵묵히 어느샌가 잠든 리아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소피아는 벌떡 일어서서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었다.

 

“…호구새끼. 짜증 나.”

 

쾅 소리와 함께 소피아가 나가자, 방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마크는 착잡한 표정을 지은 채, 리아의 손을 어루만졌다.

 

---------------------------------------------------------------------------------------------------------------------------------------- 


에클레시아는 원정이 끝나고 복귀한 뒤 사흘이 지나서야 마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복귀 후 살아남은 자들을 치하하고, 순직한 이들을 위해 장례를 치르고, 남은 유족들을 위로하고…추기경이자 원정대장으로써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고 결고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마크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선물을 건네주면, 기뻐해 주려나.”

 

자신의 연인의 집으로 향하며, 에클레시아는 손에 쥔 것들을 꼬옥 붙들었다. 그를 위해서 새로운 기타를 샀고, 그가 가장 좋아하던 꽃들로 장식했다. 그녀는 연애에 소질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한 설물이었으니 부디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똑똑.

 

“마크, 나 에클레시아야.”

 

잠시 뒤, 문이 열렸다. 마크는 그녀를 보자 미소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에클레시아.”

 

“응, 돌아왔어. 자, 선물이야. 리아는 안 보이네?”

 

마크는 그녀의 품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놀란 얼굴로 선물을 받아들었다.

 

“리아는 피곤해서 잠이 들었어요. 그보다 이건…”

 

“장인이 만든 기타야. 물론 지금도 네 연주는 훌륭하지만, 더 좋은 걸 선물로 주고 싶었어. 꽃은…네가 예쁘다고 말한 것들을 모아서 엮은 거야. 마음에 들어?”

 

마크는 기타 줄을 튕겼다. 맑고 고운, 자신이 갖고 있던 낡은 기타보다 확연히 아름다운 음색이 울려퍼졌다. 함께 선물받은 화환은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던 꽃들이 전부 섞여있었다. 투박하지만 그녀 나름대로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런 선물이었다.

 

“고마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에클레시아.”

 

“…그래? 다행이다…”

 

에클레시아가 눈에 띄게 밝아진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기쁘게 해서 다행이라는 듯 안도하는 그녀를 보며, 마크는 약간이나마 떠나있던 그녀에게 품었던 서운함을 떨쳐버렸다. 설령 의무로 인해 떠나있는 시간이 길더라도, 자신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명확했으니.

 

마크가 웃음과 함께 테이블에 선물을 조심스레 내려놓자, 그제서야 에클레시아는 그의 품에 안겼다. 팔 힘이 어찌나 강한지, 그녀의 팔이 휘감은 양 팔과 허리가 아렸다.

 

“보고 싶었어, 많이. 내가 너무 늦어서 서운했지? 미안해. 나도 빨리 돌아오고 싶었지만, 일 떄문에…”

 

딱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음에도 먼저 사과까지. 참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올곧은 사람이라고  마크는 생각하며 그녀를 마주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당신이 절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모두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

 

에클레시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의 곁보다 전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전투를 즐긴다거나 하는 이유 따위가 아니란 걸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그녀가 의무를 짊어지는 것은 그녀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을 다른 모든 이들도 누군가에게 느낀다는 것을 에클레시아는 너무나도 잘 알기 떄문이라는 것을 마크는 알았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항상 나는 너에게 이해받기만 하네.”

 

조심스레 그녀의 팔을 뗴어내자, 그녀는 아쉽다는 듯 떨어졌다. 루비처럼 붉은 두 눈에서 미련이 뚝뚝 떨어졌지만, 마크는 빙긋 웃으며 선물받은 기타를 들어올렸다.

 

“연주, 해드릴까요?”

 

그제서야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너의 연주라면, 언제나.”

 

-----------------------------------------------------------------------------------------------------------------------------------------

 

“으음…? 언제 잠든 거지.”

 

테이블에서 눈을 뜬 마크는 기지개를 켰다. 우드득, 아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윽…이건?”

 


그가 테이블에 내려다보자, 거기엔 푸른 주머니와 함께 조그만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마크가 주머니를 열자, 안에는 금화가 가득 들어있었다.

 

미안, 자는데 깨우긴 미안해서 먼저 가볼게. 이건 오래 기다려준 보답이야. 네 마음대로 사용해도 돼. 사양은 할 필요 없어-난 어차피 돈 같은거 별로 필요 없거든. 리아 약값으로 써도 좋고, 오랜만에 리아랑 둘이서 외출하는데 써도 좋아. 당연히 못된 짓을 하는데 쓰면 안 되지만, 안 그럴 거잖아?

-너를 사랑하는 에클레시아가-

 

물음표 뒤에 깨알같이 그려진 웃는 얼굴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네, 네. 정말이지,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