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


하지만 세계의 침식률은 너무나 높아졌고

 

결혼식 당일 찬란한 샹들리에도 축가를 불러주는 가수도 그들을 축복해주는 하객도 없이 그들만의 단 하루뿐인 결혼식




반지를 건네고 신부는 반지를 받아끼우며 


신랑은 신부가 검은머리에서 흰머리로 변하기까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겠습니까?


신랑은 망설임없이 예라고 말하고


신랑도 신부는  신랑이 늙고 병들어도 영원히 사랑하시겠습니까?


하니 신부는 웃음을 짓지만 눈물을 맺으며 예 라고 대답하고


두 사람은 이곳에서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하고


그리고 몇분 후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침식체들


그 침식체를 막기 위해 드레스를 입은 채로 혼자 유유히 떠나는 신부...



그것을 그저 멍하니 볼 수 밖에 없는 일개 일반인인 카붕이...



몇 번인가 들려오던 총성은 어느샌가 멎어버렸고



그녀없이 혼자 살 이유도 없고 희망조차 없는 이 세계에서 카붕이는 공허히 소리를 지르지만


들려오는 것은 침식체들의 야유섞인듯한 괴성을 들으며 카붕이는 조용히...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