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레지나의 고함이 저택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그 호통을 들은 당사자인 리벳은 싱글거리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그래. 이것보다 심한 일도 있었는데,안 그래?"


"그걸 지금 말이라고-하아,됐어요. 상황이나 보고해주세요."



"음~지금은 아마 70퍼센트정도? 아마 몇 시간 후면 완벽하게 이 주변을 뒤덮지 않을까 싶네. 물론 이 저택까지 포함해서!"



"지금 웃음이 나와요? 살다살다 식물한테 깔려죽는 카운터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고요!"



"그 식물이 침식체 피를 빨아들여서 무지막지하게 질기고 튼튼하다는 점만 빼고 말이지."



"당신 용병이잖아! 어떻게 좀 해 봐요!"



"그야 무리. 침식체들한테 총알박아넣는 거야 어찌저찌 한다 하더라도 총으로 식물을 어떻게 죽일 건데? 뿌리라도 쏠까?"



할 말을 잃은 레지나에게 리벳이 웃으며 추가타를 꽂았다.



"애초에 너의 그 카운터 능력도 통하지 않아서 저택으로 대피한 거잖아. 나같은 일반인이 뭘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으극!!!"



리벳의 논리정연한 말에 레지나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이대로 죽는 것도 딱히 나쁘진 않아. 추하게 인간세상에서 구르다 죽느니 자연이라는 어머니 품 안에서 죽는 것도...."



"전 죽기 싫다고요! 에델은요? 그녀에게서 딱히 연락 온 건 없나요?"



"걔야 뭐 우리가 걱정 안해도 알아서 잘 하겠지. 우리보다 에델이 더 강하잖아."



".....분하지만 반박할 수는 없군요."



"그래. 그러니까 우리는 일단 에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프리드웬에 연락하겠어요."



"응? 그치만 그 쪽이랑 껄끄러운 거 아니었어?"



"긴급상황이니까요.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 문제 때문에 맥크레디 가문을 통째로 망하게 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수치스러운 일이죠."



"흐응. 그렇구나. 그럼 난 이대로 계속 호위를 할게."



"네,부탁드립니다. 후...내가 이 번호를 직접 누를 줄이야...
아니야,진정하자 레지나. 당당하게,그리고 품위를 잃지 않고-"


"그러고 보니 할로윈 때 꽤나 부끄러운 꼴을 당했다 하지 않았어? 듣기로는-"



쩌저적!


방금 전까지 리벳이 서있던 곳 조금 옆에 자그마한 얼음기둥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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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바꿔 맥크레디 가의 숲,에델은 조용히 숲을 뒤덮은 침식체-식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흥미롭네요. 침식체의 유전자 정보를 받아들일 정도라면 꽤나 튼튼한 종이라는 건데....맥크레디가문의 영향을 받은 걸까요?"



에델은 조심스레 식물의 끝을 건드렸다.

쉿!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녀를 향해 덮쳐들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코트 끝을 살짝 열어 그대로 그것을 먹어치웠다.



"어머? 꽤나 독특한 풍미네요. 새로운 맛이에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청소하고 갈까요."



그리고 마왕은 먹어치우고 먹어치우고 또 먹었다.
어느 순간,


"으음....기분이 조금 이상하네요. 뭔가 어질어질한데 기분이 붕 뜬 것 같은...어디 보자,이런 느낌이...그래,술 취한 느낌!
후후,기분이 정말 좋네요. 안 그런가요 저희들?"


코트 안에 있던 '존재'들은 이미 코트 밖으로 거칠게 튀어나와 보이는 대로 식물들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 수록 에델의 기분은 더욱 더 에스컬레이트해갔다.


"흐응....이 감정을 레지나 님이랑 나누고 싶은데....빨리 돌아가야겠네요."



에델은 휘청거리며 숲을 나와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볼은 붉게 달아오르고 눈은 풀어져 있어 마치-
미약을 먹은 상태와도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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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확실히 이상사태로군요. 저희 쪽에서도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그런데 당신 혹시...."



"네."



"그 때 그 할로윈 때 입었던 의상 아직 갖고 있-"



레지나는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왜? 잘 안 풀린 거?"

"아니요. 협력 요청은 성공적으로 접수됐습니다.
이제 프리드웬 기관의 병력이 오면 식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불태우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죠."



"응? 그럼 불나는 거 아니야?"



"엉뚱한 곳으로 튀는 불 정도야 제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얼음벽을 만드는 연습도 충실히 해왔고요."



"그래? 그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내."



"네. 에델이 오면 향후 방침에 대해 설명할 생각입니다."



덜컹-!


학회장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에델이 비척비척 걸어들어왔다.



"다녀왔어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안녕~별 일 없었어. 아,프리드웬 기관이 곧 와줄 거야. 우리 학회장이 열심히 설득해줬거든."



"누,누가 열심히 설득했다는 건가요!"



"다행이네요. 프리드웬기관이 온다면...."



"그 쪽은?"



"이 쪽도 딱히...예상 외로 그 식물이 맛있기는 했는데 그 뿐이었네요. 특별한 건....."


에델은 레지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시선은 존경과 보호심이 담겨 있던 평소의 것이 아니라 끈적한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리벳은 그를 눈치챘는지 에델에게 다가가려는 레지나를 팔로 가로막고 에델에게 총을 겨눴다.



"물러나. 에델 저 녀석,또 굶주린 것 같아."



"예? 하지만 분명히 며칠 전에도 배불리 먹었을텐데요?"



"그 말대로에요,레지나 님. 전 지금 배고프지 않아요. 아니요,오히려 배부르다 해야 할까요?"


"뭐?"


"미안하지만 리벳 씨,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나요? 학회장님이랑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하하, 거절할게. 아무리 내가 생각이 없다지만 네가 지금 위험한 상황이란 것 정도는 잘 알겠거든."



".........그런가요.원래는 둘이서만 즐기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죠. 당신도 꽤나 맘에 들었으니까요. 같이 즐겨도 괜찮겠죠?"



"뭐? 그게 대체 무슨...우와아아앗!"


리벳이 반응하기도 전에 에델의 코트 안에서 순식간에 '그것'이 뻗어나오더니 그녀의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어올렸다.


"젠장!"


투타타타타-


리벳의 반응은 신속했다. 총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그대로 그것을 에델을 향한 채 쏘았다.

평소 에델이 굶주림에 시달릴 때처럼 촉수를 끊고 그녀의 본체를 노려 에델이 이성을 찾을 때까지 소모전을 노린다-여느 때와 똑같은 계획이었다.


에델은 리벳의 발목을 잡은 '그것'을 회수하는 대신 하나를 더 뻗어 리벳의 몸을 더욱 강하게 죄여들었다.



"하으윽! 뭐야,이거. 기분나빠...갑자기 너 왜 이러는....아힛?"


에델의 몸을 마치 촉수처럼 감고 있는 그것은 리벳의 다리 사이로 미그러지듯 들어갔다.


"아....뭐야,이거...."



"후훗, '필요한' 지식은 충분하답니다. 잠시만 그렇게 계셔주세요. 금방.....금방 같이 즐기게 해드릴 테니까요."



에델은 리벳을 뒤로 하고 천천히 레지나에게 다가갔다.


"쳇!"



레지나는 혀를 한 번 차고 재빠르게 얼음 송곳을 여러 개 만들어 에델에게 그대로 쏘아냈다.


"걱정하지 마세요. 레지나 님."

"어,어느새?"



에델은 레지나의 바로 앞에 바짝 붙어 부드럽게 오른쪽 다리를 레지나의 다리 사이로 끼웠다.



"저는 그런 쓰레기같은 녀석과는 다르니까....전혀 아프지 않게 해드릴 수 있거든요...."



지금은 이미 자신이 먹어치운 그 인형을 생각하며 에델은 쿡-하고 웃었다.



"에,에델....당신 진정하고 우선 이야기를-"



에델은 그대로 레지나를 끌어안아 입을 맞췄다.




"으읍-!?"


당연하지만 레지나의 입술은,무척이나 따뜻했다.

입술이 마주치고 이내 둘의 혀가 부드럽게 얽히며-



















라는 내용의 야설 좀 써와 줄 사람.

거짓말해서 미안. 사실 2같은 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