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단장을 필두로 우르르 달려나오는 아리타들, 그 뒤를 잇는 용사들. 계승 레벨 합계 순위로 뛰쳐나오더군요.


가장 신뢰하는 용사/좋아하는 용사 둘 중 적어도 하나는 많이 플레이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이 아마 6성 이상 잘 키운 숫자를 뜻할 겁니다. 아리타가 달타냥보단 적어요. 여신/챔피언도 마찬가지로, 고블린 금고 뺑뺑이의 업보가 넘어왔습니다.


공부하다 말고 무과금 뉴비를 돕겠다며 승급용사로만 플레이를 하기도 했었는데, 낡아버린 전화기가 렉이 심해서 지금은 도전조차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습니다. 실은, 왕복에 4시간 가까이 걸리는 퇴근길에 꽤 괜찮은 상대라고 생각하면서도 쌓여만 가는 ★4 용사들을 언제 처분하나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캐치프라이즈였던 '아이가 어른으로, 어른이 아이로'를 어쩌다보니 지켰네요. 고등학생 시절 시작한 게임을 선생님이 되어서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핀치에는 투정부릴 구석을 찾기도 합니다. 진열장 한 켠에 쌓인 장난감을 볼 때면 다시금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어린 시절의 흔적이 하나하나 수명을 다해감에 나는 또 어른이 되어감을 느낍니다. 사라져가는 벗들을 가슴에 안은 채,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승급용사 챌린지가 큰 의미가 없게 되었군요. 그래도 그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내가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는 것을 둔 채 내일이면, 그리고 수십 년 후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동심을 심으러 떠나야 합니다. 좀비처럼 공부만 하던 나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어 감사합니다. 결투장의 중견은 하슬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리타에게 맡깁니다. 이런저런 메타 속에서도 아리타는 여전히 강합니다. 게임이 사라지면 여기도 폐허가 되겠지요. 그러나 피날레를 함께한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럼, 항상 품위있는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