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로딩중 : A010101》


《시퀸스 가동중──데이터가 불완전합니다. 백업을 신청합니다.》


『불가──.해당 기록은 '세계의 의지'에 의해 거부됨.』


《우회경로를 설정합니다. CODE:Z010101, 지정된 매체로부터 변동이 가능한지 확인바랍니다.》


『경로 탐색중──허가. V로그로부터 추출중...대기 시간, 약 25 아브락사스. 추출 완료 이후 전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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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 완료. 해당 데이터를 'SEEKER51' 에게 전송중.』


《SEEKER51에서 알립니다. 해당 데이터를 입수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이터의 유효기간은 10 아브락사스임을 알림. 이후 모든 정보는 자동적으로 폐기될것이라 알림』


─────


"네에, 잘 알겠고요. 그럼 어디 한번 살펴볼까나..."


허공(虛空)이라 표현해도 좋을 공간. 그 어떤 존재도 허락하지 않는 무한의 심연속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읊조린다. 외형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로 유추해 보았을 때, 여성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의외로 '세계의 의지'란 녀석도 허투르다니까. 이정도의 간섭도 무효화 하지 못한다고? 이거, 잘만하면...아니야, 괜히 선을 넘지는 말자.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여성은 웃음기를 지우고는 천천히 자신의 손에 떠오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붉은색 창. 세계의 의지가 '횡단자'들에게 전해준 그 상태창이란 것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무언가. 여성의 손짓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고 이내 어떠한 '정보'를 확인한다.


"...와우. 대단한데...이거, 우리 쪽 세상 사람들이 알면 정말 놀라 자빠지겠어."


"...이제 되었나? 슬슬 '세상과의 절단'이 끝나갈 시간이야.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해."


여성에게 말을 거는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남자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허공을 쳐다보고 외친다.


"응응, 거의 다 끝났어. 이거 잘만하면 '세계의 의지'에게 한방 먹여줄 수도 있겠는걸."


"자만은 금물이다. 알고 있겠지."


"네에네에. 알고있다구요."


붉은색 창을 만지는것을 멈추고 이내 손가락을 휘젓는 여성. 이내 여성의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 정밀한 에너지가 감돌기 시작한다. 고밀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그 에너지. 여성은 그 에너지를 천천히 자신의 머리쪽으로 가져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손가락 끝에 있던 그것은 여성의 머리 안쪽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한다.


약간의 찌릿함이 느껴진것인지 몸을 살짝 떨고는 여성은 말한다.


"이제 됐어! 슬슬 출발할까?"


그 말과 동시에 세상이 밝아진다. 주변이 밝아져오고 끝없는 심연과 허공처럼 보였던 그 공간은 점차 작은 점으로 회귀해 사라진다. 그리고 보이는 사람들.


흑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 무수히 많은 털을 가진 사람. 길다란 귀를 가진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여자를 애워싸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기다린다.


그 시선에 여성은 미소지으며 말한다.


"찾아냈어. 『과거의 기록』을."





"일단, 네가 우리들의 리더니 하자는대로 하기는 했다만, 결국 그 과거의 기록이라는게 뭐지?"


"응? 아아, 뭐 다들 알긴 해야겠지. 과거의 기록이 뭔지 정도는. 앞으로 우리가 이 세계 자체와 싸우려면 말이야."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흔들리는 몸을 바로 세운다. 타고 있는 '생명체'가 유난히도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 보이지만 여성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 생명체 위에는 여성의 동료들 6명이 앉아있다. 여성은 그들을 향해 말한다.


"과거의 기록이란, 쉽게 말해서. '세계의 의지'가 세상에 도달하기 전의 기록이라고 해야할까."


세계의 의지. 그것은 어떻게 보면 기존 세상의 '종말'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다. 수많은 세계들에 내려오는 어떠한 '축복'이자 '저주'인 그것은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도달한 세계에 '탑'을 세워준다. 

다만, 대다수의 세계에서는 그 탑과 세계의 의지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방금 그걸로, 정말 세계의 의지가 무엇 때문에 우리들의 세계를 침범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겁니까?"


인간 도마뱀을 연상케하는 모습을 한 남자가 손을 들고 물어본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대답한다.


"맞아. 이 기록은 세계의 의지가 어째서 우리들의 세계를 침해하고 우리들을 탑에 오르게 하는건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어. 여기에 담긴 모든 기록은, 그야말로 세계의 의지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지."


"그렇다면 얼른 말하지 않고 뭐하는 겐가. 우리들을 답답하게 해서 죽게 만들셈도 아니고."


"아이 할아범. 좀만 기다려봐요. 'HeKiientroGen'아니랄까봐, 성격 되게 급하시네."


외계의 언어. 외계의 대명사가 흘러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그 말을 듣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테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말에 그저 킥킥 웃을 뿐이다. 다들 의미를 알 고 있듯이. 그 말을 들은 '할아범'은 얼굴을 찌푸리며 여성의 말을 기다린다.


여성은 주변이 조용해졌음을 느끼고 입을 열어 말한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78층'에 있어요.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한 '미션'은 이미 수행했고, 앞으로 저 너머에 있는 탑을 마저 오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죠."


그렇게 말하며 여성은 자신의 손에 든 지팡이를 들고 한 방향을 향해 가리킨다. 그 방향에는 거대한 탑이 세워져 있다. 그것을 바라본 여성의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내 여성이 말한다.


"문제는 하나죠. 과연 우리는 '탑을 오르는'게 맞는 판단일까?"


"...무슨 소리에요? 그럼 탑을 오르는 것 말고 저 너머를 향할 방법이 있는건가요?"


늑대의 귀를 가지고 있는 소녀가 말한다. 오들오들 떨며 묻는 그 모습에 여성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고선 말한다.


"응,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탑을 오를 필요가 없다' 라는 거지."


그 말에 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성의 동료들은 각자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소리지? 탑을 오를 필요가 없다니?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이곳에.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던 동료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던 여성은 자신의 지팡이로 바닥을 크게 내리친다.


쾅──. 흔들리는 바닥. 커다란 생명체의 괴성소리. 동료들은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여성을 바라본다.


"음, 좀 진정하시고. 자, 자 설명해줄테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 탑을 오르지 않으면 확실히 '횡단자'인 우리는 그 의미가 없어. 하지만 우리가 어째서 횡단자로서 이 탑을 오르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답을──우리들은 알지 못하잖아? 아니, 이제까지 알 지 못했다고 표현하는게 정확하겠지."


"그 말은, 즉. 이제는 알게 되었다 라는건가."


검은 머리카락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이 묻는다. 여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맞아. 그래서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이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에요. 그러니 다들 여기 모이시고."


드디어. 모든것을 알게 되는 순간인가. 여성의 동료들은 천천히 여성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여성은 그들을 기다린다. 이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이자 여성이 말한다.


"그러면, 다들 알아보자고요. 『과거의 기록을, 이 세상의 진실을』 말이죠."


그 말과 함께 여성의 머리에서 무언가 희미한 에너지가 새어나온다. 곧, 그 에너지는 손끝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이내 그것은 천천히...그리고 살며시 뭉쳐서 하나의 구체를 생성한다. '정보'와 '지식'의 형태화. 여성은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움직이고───.





【 Warning!! Warning!! Warning!! Warning!! Warning!! Warning!! 】

【 데이터의 확산이 감지되었습니다. 데이터의 확산이 감지되었습니다. 데이터의 확산이 감지되었습니다. 】

【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긴급 제거. L0851A3 구역의 '78층'을 절단합니다.】


공간이 흔들리고 진동한다. 세상이 '무너진다'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할까. 여성과 동료들은 갑자기 하늘이 '깨부숴지는것'을 목격한다. 그 모습에 당황하는 동료들. 그리고 여성 또한 예상외의 사태에 기겁하며 말한다.


"뭐...? 그럴리가...! 모든 정보적 차단과 우회경로 설정은 완벽했어...! 데이터 복고화도 성공했고...! 불가능...아니 설마, 모든게 페이크였다고...?"


"무슨일이냐 이게 대체!"


"사...살려주세요...!"


"츠르르르륵...이거 야단났군."



구어우어어어어어엉───여성의 발 아래에서 생명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여성이 아래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커다란 생명체가 갈기갈기 찢겨 세상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성은 혀를 차며 말한다.


"젠장...이건 전혀 예상못했다고. 이봐! 미안하게 됐어! 안타깝지만 우리들의 여행은 여기까진가봐!"


"우리는 다 죽는건가?"


"그럴리가! 이런일이 있을거라고 예상...은 못했지만, 적어도 파괴되는건 이 78층일 뿐, 그렇다면 다른 '공간'으로 도망치는 수 밖에 없지...!"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푸른색 구슬. 초록빛과 하얀빛 또한 감도는 그 구슬을 여성은 바라보며 말한다.


"이게, 무슨 아티팩트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쓰여있는 설명에 의하면 우리들을 다른 '공간'으로 차원이동 시킨다고 했어. 적어도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다들 동의해?"


그 말에 여성의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일들이 한 두번 있는것도 아니다. 78층까지 오며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은 그들에게 있어서 이것 또한 어떻게 보면 해쳐나갈 수 있는 '이벤트'라 보는 듯 했다. 여성은 동료들을 둘러보고는 말한다.


"좋아. 그러면, 다음에 만날때는 내가 확실하게 기록에 있는 차단장치들을 제거 한 뒤 일테니까. 그때 다시 만나서 보자고. 아티팩트 발동...! 'SEVENTEEN'. 전원을 대상으로 '푸른 구체'를 사용한다...!"



여성의 말과 함께, 파괴되어가는 세상속에서 여성과 그녀의 동료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그 모습과 동시에 고요해진 세상. 허공과 허무만이 가득해진 어두컴컴한 세상속에서, 그저 하나의 아티팩트만이 그 한 가운데에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푸른색과 초록색. 그리고 옅은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구체. 허공을 떠다니는 그 구체 이외에는 아무것도──.




『이건──귀찮아졌군. 날이 갈 수록 '가능성'의 존재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허공 가운데에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손. 그 손은 그 구체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집어든다.


『너무나 아쉽구나. 저들이 100층까지 올라온다면 분명히 크나큰 힘이 될 것을...』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손가락 끝에 힘을 준 그것은, 이내 손가락에 있던 푸른 구체를 부숴버린다.


그리고, 언제 나타났냐는듯이 금세 사라진다.


더 이상, 세상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그그긋...아오 아파라...차원이동이면 그냥 한번에 팟─하고 보내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아파죽겠네..."


여성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콘크리트로 된 건물. 높게 선 마천루. 처음보는 광경에 여성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 주변을 살펴본다.


이내 주변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들. 빵──빵──. 덜컹덜컹.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여성은 이게 무슨소릴까 하며 길을 걸어간다.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 여성이 보게 된 첫번째 광경은──. 수많은 사람들과 움직이는 강철들이었다.


우와, 이게 뭐람. 여성이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


"@^%$3@^4^$!##$5##? #534$#. #%%@62?"


앗. 뭐 뭐야. 여성은 놀라며 뒷걸음질 친다. 그 모습에 여성에게 말을 건 남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네모난 강철을 꺼낸 남자. 그리고는 무언가 만지작 거리더니 그 네모난 강철이 밝게 빛난다. 


"뭐, 뭐야? 환술사? 환술사야?"


여성이 묻는다. 하지만 여성의 말을 들은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무언가 잘 되지 않는다는듯이 네모난 금속을 계속해서 만질 뿐이다. 이건 이대로 있으면 위험할지도. 여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뒤로 물러서는 그 때 였다.


"1%@%4. @%#@. #%@^#%$%#$^%."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한 소녀. 소녀는 여성의 앞에 있던 남자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더니 이내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난다. 어떻게 된건지 여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 때였다.


"#^355___동. 언어 중추신경 변경. 바빌론의 탑(turris babylon), 발동."


"어? 어라? 코펜헤겐어? 당신 코펜헤겐어 할 줄 알아요?"


여성이 그렇게 묻자 소녀는 여성을 슬쩍 바라보고는 고개를 젓고 말한다.


"아뇨. 이건...번역 마법이에요. 당신, 모습을 보니 마법사인거 같은데 이 근방에서 대규모 차원균열현상이 관측되서 찾아왔는데 아는거 있어요?"


"대규모 차원균열현상...? 아, 그거 저일지도? 저 방금 이 세계에 왔거드───."


"만인은 무릎꿇고 영원한 잠에 빠지리(Omnes homines genuflectunt, et in aeternum dormiunt.)"


"읏...!? 저기 뭐하시는거에요!"


몸 전체에 느껴지는 '마력 변동' 현상에 여성은 지팡이를 크게 내려치고 말한다. 그러자 소녀는 놀란 눈으로 여성을 쳐다보고 묻는다.


"...무영창 파훼...? 그것도 고작 지팡이의 움직임 하나로...?"


"흥~. 스킬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고요. 그나저나 좀 흥분한 것 같은데 이야기좀 들어보실래요? 아무래도 당신은... 이 세계의 '환술사'같은데."


소녀는 그 말에 잠시 여성을 쳐다본다. 여성 또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바라본다. 주변에 울리는 경적소리와 도시의 소리들. 그 누구도 그녀들을 신경쓰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다. 앞으로 찾아올 일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처럼.








【 세계의 의지가 도래하기까지 D-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