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 앞서서, 이런걸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 보드게임을 만들어서 플레이하기 위함이 아니라 연재를 위한 소재로써 만드는 것이고, 나 혼자만 쓴다면야 이런 글 쓸 필요 없이 '했다 치고'식으로 넘어가도 되지만 혹시라도 이런거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이용해먹을 수 있게하기 위해서이며,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배신자 dlc 신캐릭을 생각해내는 것과 비슷하게 이것도 배신자라는 ip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서임.

https://arca.live/b/cyoa/34555035?category=%EC%97%B0%EC%9E%AC&p=1

어제 한 시간만에 뚝딱 휘리릭 쓴 글에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꽤 재밌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디테일을 붙여보려고 함.

일단 큰 틀은 이렇게 짜 봤음.

  • 평범한 사각형 또는 원형 게임판을 가지되, 진행방향을 한 방향으로 고정하지 않고 왔던 길로 되돌아 갈 수 있음
  • 1,2인플은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파티를 하나씩 운용하고, 3~6인플은 모든 플레이어가 한 파티에 소속되어 진행하며 가장 먼저 배신 조건을 충족해 배신하는 사람만 배신자가 되는 일종의 마피아게임이나 사보타지 류의 게임으로 진행됨
  • 게임 시작 시 무작위 마왕 카드 한 장을 게임판에 뒤집어 두고, 적절한 이벤트 발동 시 공개함. 이외의 마왕 카드는 일반 캐릭터처럼 사용할 수 있음. 단, 상급 증표 8개는 밸붕이므로 증표를 반으로 줄임.
  • 각 마을에서는 주사위를 굴리지 않고 여정 카드를 뽑거나, 능동적으로 원하는 이벤트를 게임 마스터의 허가 안에서 진행할 수 있음. 예를 들면 상점에 간다거나, 엘프 창관은 못 참는다거나.
  • 만약 6칸 이내에 꼭 가고싶은 칸이 있다면 주사위를 굴리지 않고 갈 수 있음. 이는 주사위 운빨로 원하는 칸을 밟고 못 밟는 스트레스가 게임에 불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시스템이며, 멀리 가고 싶다고 6만 골라선 안됨.
  • 각 카드뭉치는 여정 카드(배신의 이유, 인생 경험, 용사의 여정, 사이드 퀘스트, 배신, 종극), 배신자의 여정 카드, 캐릭터 카드(영웅, 무구한 이, 악당, 마왕)로 나뉜다.
  • 초기 능력은 육면체 하나에서 시작하며, 약해졌거나 방해받을 시에는 사면체로 낮아지고, 강해지면 주사위의 수가 늘어나거나 육면체에서 팔면체, 십, 십이, 이십면체 등으로 늘어난다. 게임 마스터 마음대로.
  • 보상 증표의 종류만 다른 여정 카드들은 하나로 통합하고 스토리텔링에 의해 보상의 종류를 결정한다.

  • 예를 들면 위의 세 이벤트는 보상의 색만 다르고 '해금 혹은 친구가 되시오'인만큼, 하나로 합친 후에 해금 혹은 친해진 캐릭터의 영향을 받아 보상의 종류를 결정함. 맷집을 키워준다는 스승에게 죤나게 맞았다면 적색 보상을 받게 되는 식.
  • 플레이어 이외의 캐릭터들은 이제 해당 캐릭터의 증표를 캐릭터 본인이 얻게 됨. 또한 설정에 근거하여 기본 스킬을 갖되, 플레이어의 해석과 마스터의 허가에 따라 고정적이지 않을 수 있음.

  • 예를 들어 이바라는 상급 적색 증표 두개를 본인이 갖고, 오니라는 종족값(하지만 오니는 없기 때문에 추가를 고려해야함)과 임의의 연령을 가지며 그에 해당하는 증표를 갖고, 도적이라는 직업에 대한 보상도 얻음. 그리고 설정에서 "그녀의 몸은 피를 흘릴 것과 사냥하고 죽일 것을 요구합니다."로부터 '혈마법' 혹은 '고통의 진실'을 기본으로 가질 수 있다고 게임 마스터에게 주장할 수 있음. 물론 이건 희망사항일뿐 한 두명도 아닌 캐릭터들 모두의 설정을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면서 대가리를 싸매고 있을 자신은 없기 때문에 대충 넘기거나 등장하는 몇 명만 고민하는게 나을 것 같음.
  • 치유 계열 스킬과 직업이 추가됨. 일단 적색은 응급처치와 지혈, 청색은 일반적인 힐, 녹색은 포션, 예방, 질병의 치료, 의학적 수술 정도로 생각하고 있음. 피가 철철 나는데 힐을 해봤자 곧바로 소모될 뿐이고, 치명적인 마법 피해를 받았을 때 지혈의 의미가 없으며, 팔이 잘려나갔다면 지혈과 수술이 모두 필요하는 등 모든 색의 치유 스킬이 존재감을 갖도록 할 것.
  • 영창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주문은 후공이며, 이는 영창에 대한 능력을 습득함으로서 보완할 수 있다.
  • 흐트러진 운명-금가는 운명-분쇄된 운명은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전체에 적용되며, 특정 플레이어가 조건을 만족하고 배신하기 이전에 세 장이 모두 모이면 배신이 없는 게임이 됨. 마왕이나 잡거나, 아님 꼬시거나.
  • 각 플레이어는 커스텀 캐릭터를 생성하는 대신 마왕을 제외한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음. 이때 캐릭터의 설정을 따를지 아니면 이름과 일러스트와 성별 등만 따올지는 게임 마스터와 합의로 정함.
  • 파티원의 합류는 여정 카드뭉치에서 '영웅의 표식'를 뽑을 시 캐릭터 카드 뭉치에서 한 장을 뽑아 영입하게 됨. 파티는 최대 6인이며, 6인일 때 영웅의 표식을 뽑았다면 버리고 다른 카드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뽑음.
  • 보드게임 배신자의 가장 개성적인 부분은 게임의 목표, 즉 배신에 대한 컨텐츠임. 다양한 배신의 이유와 그걸 만족하기 위한 조건들(연인, 마왕과의 친분, 개인의 신념, 어두운 과거 등)을 충족시킨 후에 배신자의 여정으로 진행함으로써 다양한 루트의 엔딩이 등장하게 됨. 배신을 포기하고 동료들과 마왕을 무너뜨린다던가, 마왕의 신하 혹은 연인이 되어 영웅들을 몰살시킨다던가, 엉뚱하지만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고 마왕이고 세상이고 신경쓰지 않은채 엔딩을 내버리던가.

개선점 혹은 집단지성이 필요한 부분

  • 마왕에게 도전하는 경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왕마다 거처가 모두 다른데 이것을 '이러저러해서 마왕에게 도착했다'치고 넘길 것인가, 아니면 게임판의 모든 마왕의 거처가 될 수 있는 지역을 세팅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마왕의 거처를 각각 별도의 게임판으로 만들어 던전 돌파까지 컨텐츠로 포함할 것인가?
  • 파티원의 수가 파티의 전투력을 좌우하는데, 조우하는 적의 강력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초반에 너무 강해도 별로고 후반에 너무 약해도 별론데 같은 몬스터를 조우하더라도 2인 파티와 4인 파티가 조우했을 때 적의 강함을 조절해야 하는가?
  • 레벨 시스템, 장비와 스탯 시스템, 재화와 거래 시스템 등을 넣어 완벽한 rpg의 틀을 갖출 것인가? 편의를 위해 '있다 치고'를 허용할 것인가?
  • 게임판의 각 칸에 '마을'과 카드를 뽑는 '여정'칸 외에 무슨 칸을 추가할 것인가? 부루마블의 황금열쇠처럼 일방적으로 좋은 칸은 왔다갔다 노가다를 할 수 있어서 넣을 수 없음.
  • 친구, 연인, 사제 등의 관계에 어떤 메리트가 필요한 것인가? 메리트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관계 자체가 디메리트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어서인데, 예를 들어 설정상 절대 같이 배신을 꼬드길 수 없는 사람과 연인인데 배신의 이유로 사랑을 뽑았다면, 새 연인을 만날 것이 아닌 이상 그 카드로는 배신을 할 수 없게 됨. 또, 연인이 되는 카드를 두 장 뽑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인에서 부부로? 부부 다음은 뭐, 출산? 아니면 하렘? "이미 연인이 있다면 이 카드를 버리고 다른 카드를 한 장 뽑으세요"는 너무 싱거움
  • 전투를 개성적으로 진행할 방법은 없는가? "야생 늑대 떼와 조우했습니다. 늑대가 먼저 일행을 발견하여 공격합니다. 이바라가 육면체 하나만큼의 피해를 받습니다. 이바라는 내구+스킬이 있으므로 육면체 하나를 굴려 피해를 경감합니다." 같은건 진부하고 너무 늘어진다고 생각함.


문제점

  • 내가 배신자 세계관에 대해 너무 모름. 고유 지명, 고유 명사, 세계관 설정, 지리 등. 그렇다고 막 찾아가면서 달달 공부할만큼의 열정은 또 없음.
  • 설명이 모호해서 읽고 또 읽어도 못 알아처먹겠는 말이 너무 많음. 특히 스킬.
  • 캐릭터가 쥰내 많음. 근데 이벤트 카드들도 추가, 삭제, 조정을 해야하고 아니 이거 진짜 할 수 있는 일이긴 한가? 너무 큰 그림을 벌려놓고 수습이 안된다는 생각도 듬.

여러분의 많은 집단지성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 내가 짠 시스템에 흥미가 있다면 연재든 단편이든 마음대로 수정해서 쓰든 원하는대로 사용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