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신이 드세요?

네?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구요?

흠, 좋아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드릴게요.

당신에게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당신은 마법이 없는 세계의 주민이죠.

그러던 어느 순간 당신의 재능이 갑자기 폭주했어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대단히 큰 일은 아니고, 그냥 몽정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지만 인과율이 조금 흐트러지게 됐고, 긴급 복구 과정에서 당신은 약간의 마력 발작을 일으켰어요. 제가 당신을 이 곳으로 모실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혼란스러우시겠지만, 딱 한 가지만 알면 돼요. 당신은 이제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신은 마법이 없는 곳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법사와는 달라요.

당신은 마법에 대해 조금...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울릴 거에요.

여긴 저희 도서관이에요. 당신이 마법사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준비했답니다.



난이도


기본 : 당신은 마법의 세계에서 평범한 마법사 정도인 재능을 가졌습니다. 첫번째로 선택한 마법의 가장 기초적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5년의 학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후 새 마법에 입문하는 데에는 3년이 필요합니다. 평생을 한 종류의 마법에 매진하여도 그저 거리에서 이름 난 마법사 정도일 겁니다.

매우 쉬움 : 당신은 마법의 신, 마법의 창조자나 다름 없습니다. 당신은 책을 펴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익히게 되며, 아래의 설명을 모두 무시하고 자유롭게 마법을 재해석하여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불 마법으로 상대를 태워버리든, 물 마법으로 상대의 피를 흐르지 않게 만들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십시오.



마음에 드는 마법을 골라보세요. 개수의 제한은 없습니다. 당신의 재능은 이 모든 마법들을 습득할 수 있으니까요. 단지 순서와 시간의 문제일뿐이죠.



불 마법


이런, 불 마법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가신다구요? 추천하진 않지만,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연소의 3요소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맞아요, 탈 물질과 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죠. 불 마법은 그 중에 산소와 온도를 통제하는 마법입니다.

물질의 온도를 높여 불이 붙을 수 있게 만들고, 산소가 부족하여 연소가 잦아들지 않도록 마나를 공급할 수 있죠.

하하, 맞아요. 불 마법보다는 열 마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죠. 탈 물질을 만들어내는 마법은 땅 마법입니다. 그래서 땅 마법을 먼저 익힌 후에 불 마법을 익히는 것을 추천한답니다.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요.

전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 불 마법만으로도 생활에서 충분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리할 때 물이나 기름의 온도를 조절한다던지, 난방시설 없이 따뜻한 공간을 만든다던지요.

이런 편리함 때문에 모험과 탐험을 즐기는 마법사들에게는 필수적인 마법입니다. 등 따시고 부엌에 들어갈 일 없는 안락한 환경의 마법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유용하죠.

당신은 어떤 쪽이 되고 싶으신가요?



물 마법


물 마법에 눈길이 가시나요? 흐르는 물과 고인 물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수증기에도 영향력을 갖는 마법이랍니다.

공기 중의 수증기를 응축시켜 몇 명분의 식수로 사용할 수 있고, 농업용수가 언덕을 오르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소소하게는 컵 안의 우유와 커피가 서로 섞이지 않게 할 수도 있죠.

짐작하셨겠지만 대인전에 크게 도움이 되는 마법은 아니에요. 고작해야 상대의 옷을 젖게 하거나 딪는 곳을 진흙으로 만드는 정도죠.

대신 마을에 물을 공급하거나 땅을 용도에 적절하게 젖고 마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든 마을이든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물 마법의 전문가가 필수적입니다.

상수도와 하수도, 수도시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겠죠? 땅 마법과 물 마법 모두에 숙련된 마법사라면 지하 수도 시설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물 마법사는 모험가보다는 공무원이나 전문직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물약 상점, 음료 사업, 각종 공장 등 빠지는 곳이 없죠.

한 곳에 살며 꾸준히 일을 하는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싶으신가요?



바람 마법


오호라, 바람 마법이 관심을 받는 건 드문 일인데 말이죠. 바람 마법은 기체의 흐름을 조종하는 마법입니다.

사실 바람 마법은 멋도 없고 실용성도 부실한 비주류 마법이에요. 유체의 흐름을 조종한다는 점에서는 물 마법과 비슷하지만, 물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물을 공급할 수 없는 곳에서는 물 마법이 필수적인 데에 반해 바람 마법은 그저 이쪽의 공기를 저쪽으로 옮기는 정도이니까요.

기분 나쁜 비 구름을 마을 바깥으로 밀어낸다거나, 빨랫감을 10분만에 마르게 한다거나, 통돼지 몇 마리를 한 시간 만에 육포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 수는 없냐구요? 안 됩니다. 뭐... 글라이더 같은 장비를 착용하면 가능하겠군요. 맨 몸으론 무리에요.

덕분에 바람 마법만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바람 마법이라도 다룰 줄 아는 마법사 자체가 드뭅니다. 시간이 아까우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남들이 알아채지 못한 바람 마법의 잠재력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땅 마법


대지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고 싶으신가요? 땅 마법은 우리가 발을 딪고 서있는 이 땅, 주로 흙과 돌에 관여하는 마법입니다.

밭을 개간하거나 땅을 평탄화하고, 산을 깎아 내는 등의 토목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마법입니다.

덕분에 물 마법이 공무원의 이미지라면 땅 마법은 일꾼의 이미지가 있죠. 부유한 농가에서는 장남이 땅 마법을 배우도록 마법학교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기능은 바로 기척감지입니다. 발소리, 걸음걸이, 보폭 등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암살자 혹은 호위무사들에게는 필수적인 마법이죠.

또한 불 마법을 배우고자 하는 마법사들이 거쳐가는 마법이기도 합니다. 땅 마법을 잘 숙지해야 원하는 화염의 크기, 연소의 지속 시간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완성형 불 마법사로 거듭날 수 있죠.

하지만 대인전에서는 활약하기 힘듭니다. 상대방이 발을 딪는 곳의 지반을 약하게 한다던가, 돌을 끌어올려 투사체를 막는다던가 하는 쓸모는 있지만 환경의 제약이 크다는 약점이 너무 치명적이거든요.

흙과 돌 바닥 이외에서는 콘크리트만 되어도 전혀 통하지 않아요. 아무리 마법 세상이라도 요즘은 어딜 가든 포장도로가 일반적이니 그야말로 흙과 돌밭에서 살아가는 농부, 광부, 일꾼에게만 사랑받는 마법이지요.

땅 마법을 숙달하여 자연 가까이에 살고 싶으신가요?



금속 마법


금속 마법이라구요? 그런 것을 용케도 찾아내셨군요. 금속 마법은 금속의 가공과 합금에 사용되는 마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마법으로 취급받지 않고 대장장이의 실력이라고 여겨집니다. 불 마법과 금속 마법을 모두 잘 다루는 대장장이는 훌륭한 대장장이로 인정받죠.

무기를 더 날카로우면서도 깨지지 않게 하고, 방어구를 튼튼할뿐만 아니라 어설픈 무기는 날이 나가게 만드는 것도 금속 마법의 성과입니다. 고작 쇠망치질만으로 그렇게 될 수는 없죠.

땅 마법의 이웃 같아 보이지만 땅에서 철광석이 솟아오르게 한다거나, 철판 바닥을 휘게 하는 것은 못 합니다. 단언컨데 금속 마법을 평생 연구해도 매그니토가 될 수는 없어요.

그래요, 괜히 헷갈리니까 차라리 오늘부터는 합금 마법으로 부르도록 할까요? 어차피 부르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직접 장비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다면 금속 마법이 필수적이죠. 물론 쇠망치질도요.

당신만의 커스텀 장비를 만들어 새로운 아이언맨이라도 되고 싶으신가요?



전기 마법


전기 마법. 올 것이 왔군요. 우리, 존재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세상 모든 것은 분자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분자와 원자는 양성자, 전자, 중성자로 나뉩니다.

우리의 인지, 사고, 감각, 기억은 모두 뉴런의 전기 신호로 전달되어 특정 화학물질에 저장되는 것뿐이죠.

그야말로 우리는 양전하와 음전하의 정전기적 인력과 척력의 규칙적인 반복을 통해서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만물의 존재를 유지하며 움직이게 하는 이런 전기를 다루는 마법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오한지 아시겠어요?

...

하하, 농담입니다. 전기 마법은 그냥 배터리를 쉽게 만드는 정도밖에 못 해요. 원자도 아니고 양성자 전자 단위의 전기에 관여하다뇨? 하하, 저도 못 하는걸요.

당신도 그렇게는 못할 겁니다.

신이 아니고서야.



중력 마법


질량을 갖는 모든 두 물질 사이에는 서로 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이걸 만유인력이라 하고, 그 중 한 물질이 지구인 경우를 우리는 중력이라고 부르죠.

중력 마법은 만유인력에 간섭하는 마법입니다. 하늘을 걷고 싶다면 바람 마법이 아니라 중력 마법을 수행해야 하죠.

단순하게 지구의 중력을 무시하거나 더 강하게 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만유인력을 강하게 하여 물체를 염력처럼 당겨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굉장히 위험합니다. 중력 마법 입문자들은 천장에 부딪히면 다행이고, 야외에서 실수했다가는 대기권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일도 있으니까요.

세 걸음 떨어진 곳의 병따개를 당겨오려다가 제때 멈추지 못해 관통당하는 일은 흔합니다. 주변에 물체가 많고, 집중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되죠.

덕분에 지금 중력 마법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남아있는 괴짜들도 자연사를 바라긴 어렵겠죠.

전기 마법과 빛 마법에 맞먹을만큼 다루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얻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늘을 휘청이며 걷거나, 세 걸음 떨어진 병따개를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져오는 정도죠.

그래서 마법 학교에서는 중력 마법을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고가 생기면 대처할 수도 없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도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리고 싶네요. 병따개에 관통상을 입은 당신을 치료하는 게 즐겁진 않을 것 같거든요.



빛 마법


빛은 물질과 파동의 성질을 함께 갖는다는 말, 들어보셨죠? 사실은 둘 다 틀렸습니다. 빛은 마나거든요.

마법이 없는 당신의 세계에서는 마나를 인지할 수 없으니 물질과 파동의 성질을 갖는 다는 식으로 꼬아서 받아들이게 된거죠.

빛은 모든 생명이 숨 쉬고 움직이고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세상은 빛, 그러니까 마나와 전기로 이루어졌다고 받아들이면 대충 맞아요.

좀더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자동차가 한 대 있다고 떠올려보세요. 바퀴가 구르고 차가 앞으로 움직이며 창문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치적인 부분은 전기이고, 마나는 곧 기름입니다. 차이를 아시겠나요?

덕분에 빛 마법이라 함은 마나 그 자체에 대한 학문입니다. 아주 원초적이고 위험하죠.

빛 마법이라고 해서 무슨 '눈에서 빛!' 같은 걸로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 마법사가 대기 중의 수증기를 끌어모으듯 빛 마법사는 자연 마나를 끌어모으는 것으로부터 시작이죠.

끌어모은 마나로 상처를 치료하거나, 인조 생명체에 생명을 불어넣거나 하는 일이 주된 사용입니다.

빛 마법은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마나를 보충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마나를 다른 마법에 사용하면 제 실력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죠. 운동선수로 치자면 금지약물 같은 부스트 효과가 있다고 하면 비슷하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어떤 마법을 다루더라도 빛 마법에 먼저 숙련되면 더 수월하게 다른 마법도 사용할 수 있을겁니다.



어둠 마법


빛 마법이 있다면 어둠 마법도 있겠죠. 어둠 마법은 자연 마나가 아닌 특정 대상의 마나를 뽑아내는 데에 특화된 마법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마족들이나 사용하는 사악한 마법일 것 같지만, 물 마법과 함께 사용하여 얼음 마법으로 응용하는 것이 어둠 마법의 가장 대중적인 사용 방법입니다.

게다가 편견과는 다르게 빛 마법보다 위험하지도 않고, 살상력도 부족하죠. 대인전에서 어둠 마법을 사용하여 상대의 마나를 뽑아 내 죽인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대단한 조롱이자, 약자를 향한 기만이죠.

다른 사용으로는 어둠 마법으로 나무를 쇠약하게 하여 쉽게 베어내고 바람 마법으로 건조 시켜 짧은 시간동안 많은 목재를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묘목의 성장은 빛 마법으로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무 부족할 일은 없죠.

또한 미생물의 활성을 촉진시켜 시체를 빠르게 자연으로 돌리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합니다. 싸구려 증류주를 양산하는 데에도 쓰이지만, 어둠 마법으로 만든 술은 정말 맛이 없습니다. 정말요.

어둠 마법을 배우신다면 다른 마법과 응용하여 다양한 곳에 사용하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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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내가 처음 만든 cyoa( https://arca.live/b/cyoa/41143834 )처럼 ppt로 제작하려는 것이었는데, 보면 알겠지만 텍스트가 너무나도 많아서 제작 중에 포기했음. 이렇게 그냥 글로 공개할 것이었으면 한참 전에 올릴 수 있었는데, 디자인 작업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 꼬라지를 보고 포기함. 배경 일러 찾은 내 노력은 뭐였나...


또한 내용을 보면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건 cyoa가 아니라 그냥 마법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하나이고, 잠깐 떠들만한 떡밥 따위밖에 되지 않음. 만들면서도 같은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일반에 묻힐래 자작에 묻힐래"에서 자작을 선택하자고 스스로를 달랬었지.

이후 계획은 전면 백지화임. 본래 계획은 이거>연재>백일장>연재>다른 cyoa 제작이었는데, 연재는 완전히 놔버렸다고 해도 무방하고, 백일장은 다시 생각해보니 cyoa랑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cyoa는 이것보다는 좀더 구색을 갖춘 걸로 계획했지만 딱히 재미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묻어두기로 했음.

생각해보면 딱 연재 멈춘 후부터 의욕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제작과 연재를 멈추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