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만 생각해왔다. 그리고 인류가 멸절의 위기에 처했을 때까지도 같았다.

그 직후, 용사가 나타나 인류를 구원해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이후로도 좀 더 그러해왔고 용사를 도와가면서 달라졌다.


그 용사는 어렸고 어리숙했으며 상식에 약했고 기초적인 지식 전반이 적었다.

전투의 기술만큼은 당대 최고를 아득히 뛰어넘었지만 너무나도 이질적이였다.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를 보는 것과도 같았지만 점차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용사는,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고 순수하며 어느 때나 발정나 있었다.

태생적인 천재와는 미묘하게 엇갈린 습득력을 보여왔고 운명에 휘둘렸다.

속고 좌절하며 사랑받는 법을 모르고 교만했으며 그렇기에, 사람다웠다.


그는 아름다웠고 강인했으며 실망함에도 멈추지 않고서 용사로 남아주었다.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는 존재였지만 그럼에도 인간적이였다.

언제나 먼저 나서서 위협을 없앴고 많은 이들을 사랑해오며 존경받았다.


그 용사는 이상을 벗어나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용사다웠고 사람이였다.

이상을 넘어서 그의 사람다움이 그를 하나의 개인으로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어디까지나 사람이였고 사랑을 받고자 했으며 사랑을 한 사내였다.…


그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점차 알아가며 그를 흠모하게 되었다.

전설 속의 일화를 재현하며 사악한 드래곤을 죽이고 악마를 죽였다.

사천왕을 하나씩 격파하고 성을 향해 나아가면서 마왕에 닿았다.


지금까지는 큰 위협이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순탄하지가 않았다.

마왕은 강했고 용사를 상회했으며 나의 성법도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사는 나아갔다. 발자국을 옮기며 두려움에 떨었지만 허세를 부렸다.


"죽는다면 나야. 희생을 하는 것도 나야. 적어도 너를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용사는 나아갔고 갑옷은 꿰뚫렸으며 검은 이가 나가고 마법은 파훼되었다.

그럼에도 영혼에 각인된 불굴의 정신은 멈추지 않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종국엔 용사도 마왕도 죽어버렸다. 하지만 바라지 않았다.


내가 희생해야만 했음을 알았다. 내가 가치가 없음을 알았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지금에라도 살려야함을 알았으나 나의 희생을 통해서도 그의 영혼은 살릴 수 없으리.

마왕의 모든 힘은 영멸의 격을 지녔고 신마저도 여럿 죽였음을 모르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성법의 술식을 짜냈다. 시간 신의 술식을 짜내고 토혈을 했다.

혼이 점차 희미해져감을 느끼면서 그를… 보고자…


"——부활은 처음 써보네. 그리고 영혼 방비는 어디에 쓰는가 했는데 여기서였구나…."


들려서는 안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야. 그 술식 뭐야…? 영혼은 또 왜 그렇고?"


그의 손짓 하나로 영혼은 시간을 거슬러 회복되었다. 신의 기적이였다.

그가 살아있음에 안심해버렸고 그의 품에 안기고자 다가섰으며 안겼다.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으며 진심을 드러냈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단지, 행복했다.




CYOA할 때 미묘하게 단점 많이 고르는 거 생각난 김에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