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학교 '슈테른블뤼헨'

1113.09.01 오전 9:56



오늘은 계승의 주간, 지혜와 지식을 얻으려 하는 많은 아이들이 본관 강당에 모이기 시작했다.


"'식물과 생명 마법, 그리고 별 마력에 의한 변이'에 대한 강연이라니... 생태학부라면 꼭 들어야지!"
"난 이번에 오는 프로 결투가가 더 궁금해. 내용이 '팀원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라..."


결국 둘 다 왔구나...


"요! 루티!"


"그래 리아. 잠은 잘 잤어?"


"음... 아니!"
"그치만 오늘이 기대되서 그런거라... 걱정마! 안 졸거니까!"

리아의 표정에선 모든 게 다 드러난다.

많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강연 시작은 11시, 시간이 좀 남았다.

그러는 김에, 다른 곳에 좀 들려야겠다.




"말도 안돼... 저게 29세 남자라고?"

의상학파의 부실에서는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의 또 다른 손님, 올리비아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전투부에서 활동하다 셀리아 사태 이후 학교를 나와 다들 자신의 꿈을 쫓기 시작했었다.

그 중 올리비아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모델 일을 하고 있었다.


SNS에서 취미로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건 어제 알았다.


"어! 교장님!"


"뭐 하고 있었어?"

"여기 애들 도와주고 있었어요."

"강연 나간 애들이 많아서 모델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네요."

"교장님!"
"교장님도 함께 하실래요?"

"아니~ 오늘은 바빠서~"




라이브하우스에서는 음악이 울러퍼진다.

한명의 또 다른 손님, 라에는 기악부의 아이들과 함께 연주를 하고 있었다.


기타를 연주하며 마이크에 대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

라에는 그 이후로 새로운 취미를 찾아 현재는 아마추어 가수로 활동하다 

음향 기술자가 되었다. 


지금도 기타를 키고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면 실력은 출중한 것 같다.


"와아아아아!"


연주가 끝나자 기악부 아이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라에!"


"교장님이시네요!"


"멋진 연주였어!"


라에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교장님 이제 엘리 만나러 갈거죠?"

"응. 맞아."

"엘리는 지금 도서관에 있을 거에요. 이제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

저랑 같이 가죠!"




"그래서... 샤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의 상상 속 친구, 다르미네를 떠나보내며 자신의 세계로 뻗어나간 거지."


"와아~!"

카엘리나는 보육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취미는 의외로 애들 돌보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리아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나중에 영화화된 것도 보러가봐. 장소가 우주항공 센터였던만큼 이 장면이 엄청 멋지게 나오거든."

지금도 동화를 쓰기도 한다고 들었다.

정말 의외라는 생각 뿐이다.


"엘리!"

"교장님!"

"예전보다 책이 엄청 늘었네요!"


"맞아. 책 사느라 돈을 좀 들였어."
"그리고 이제 좀 있으면 강연 시작하는데, 빨리 가자."


마법학교 '슈테른블뤼헨', 강당

오전 11:00



"아아. 안녕하십니까 학생 여러분."


셀리아가 휠체어를 끌고 나오자 많은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저는 슈테른블뤼헨의 졸업생이자, 스티그마타 혁신 연구소에서 생태 관련 연구를 맡고 있는 '셀리아 레이크'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기소개를 마치자 많은 학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당혹감을 지우긴 어려웠다.


설마, 그 사람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셀리아는 휠체어를 움직이며 강연을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있던 연구, 그리고 흥미로웠던 이야기들을 전하는 모습은, 내가 아는 그 셀리아의 모습이였다.


"준비된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그러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혹시... 그 사건 때..."

"... 네! 제가 그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이 학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투부의 죄업의 증인이 눈앞에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더 이상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이렇게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다들 탓하려는 것은 아니였다.

엄연히 셀리아는 피해자에 가까운 상태였으니까.


"그 사건 때, 저는 균열체가 되어 스타디움을 날려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가슴이 뚫려 있는 교장님과 쓰러진 친구들이 보였죠."


"..."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셀리아는 태연한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만, 태연한 마음은 아니였다.


나에게 다가온 셀리아는 다시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교장님."

"늘 죄송한 마음 뿐이에요."


"..."

셀리아는 나와 비슷했다.

나보단 나았지만 그래도 자책감이 심하고

그걸 숨기려는 성향이 강했다.


"괜찮아."

"안 아팠어. 셀리아."

"그리고, 고마워."




"..."

"역시 못하겠어요!"


"그런다고 취소할 수도 없잖아!"


"거기서 뭐해?"

공터로 나온 우리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리아와...


"셀리...아?"

셀리아의 오랜 친구, 사니아였다.


"오랜만이야. 사니아."




"그동안 뭐하면서 지냈어?"

셀리아는 아무런 감정 없이 말을 던졌다.

반가워서 하는 말이 아닌 정말 상투적인 어투로.


"... 그냥 경기에 나가고 그랬어."


"맞다. 4강 축하해."


"고마워."


두 명은 호수 공원에서 공허한 하늘을 보며 대화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어색한 관계였다.

 

"..."
"저기 셀리아."


사니아는 자신의 친구였던 이에게 조심히 말했다.


"무슨 생각해...?"


"그때 생각."


"나도."


"왜 나한테 그렇게 말했었어?"

"...네가 어떻게든 전투부에서 나가게 하고 싶었어."

"망할 (마족어 욕설)놈의 손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이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거든."


"너도 들었을 거 아니야. 나 그렇게 뛰쳐나가고 죽으려 했다고."


"..."


"어땠어?"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였어."


"그래."


"..."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한번 얼굴을 비추자 똑같이 반응했지."


"그건..."

"'균열'이 발생하고, 친구들은 쓰러졌고, 교장님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자살기도를 했어."

"그 때는 왜 그랬어?"


"그땐..."

"그땐 왜?"


"..."


휠체어에 앉은 조용한 엘프에게는 분노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순수한 의문과 회한만이 있었다.


"... 오랜만이네."
"스타디움으로 따라와."


"뭐?"

"오랜만에 결투 좀 하자고."



전투부 부실, '스타디움'

오전 12:34



결투가 시작된 순간 나는 셀리아의 눈빛을 보았다.


*쉬이이이익!*

*파자작!*


휠체어에 앉아, 최소한의 마도 복장만을 입은 채, 그것도 휠체어에 앉아 결투하겠다는 것을 봤을 땐

그저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번성."


*차자자자자작!*

*콰자작!*


셀리아는 그 이상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같은 알량한 것도 아닌 오직 결투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격한 감정의 산물을.


"언제까지 봐주기만 할 거야?"
"내가 장애인이 되어서 그래?"


"크윽..."


"차가운 창으로 내 머리카락을 꿰뚫고 그보다 더 차가운 말로 내 마음을 꿰뚫던 사니아는 어디로 간 거야?"

"..."




셀리아는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였다.


생명 마력 분출 지점에 노출되었을 때 가장 크게 공명하며 압도적인 재능을 얻은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의 마법을 갈고 닦는데 시간을 쓰던 아이였다.


마법은 '감정'을 물레로 삼는다.

마법사에겐, 자신의 자아를 가다듬고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셀리아는 그 당시 전투 동아리의 아이들과 달리 자신의 감정과 자아를 발달시키는 데에도 신경을 쓰던,

그 때 기준으로 '별종'에 속하는 아이였다.


분명히, 그 때 그 사건이 없었다면, 결투가로 에웬투스 전역에 이름을 알렸을 것이다.


"끌어안아라."


*콰자자자작!*


"말도 안돼... 졸업자들은 원래 저런 실력이야?!"

물론, 절대로 약해진 적은 없다.

셀리아는 조기 졸업을 한 이후 '스티그마타'의 아래에서 자신의 마법을 단련하고, 지식을 습득하며 자신의 길을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은 생태학자가 되었다. 새로운 꿈을 찾아낸 것은 자신의 친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장담할 수 있다. 

셀리아는 나와 리아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일 것이라고.


하지만 예상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친구를 몰아붙이는 것인지.





"허억... 허억..."

땅에서 솟아나는 날카로운 줄기들은 나를 집요하게 추적해왔다.

셀리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왜 그랬어?"


"...허억... 뭐라..."

"그 땐 왜 그랬냐고."


"... 네가 다시 결투에 발을 들이는 게 싫었어."


"그래서, 친구가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게 될 뻔했던 행동을 반복했어?"
"그게 '걱정'해주는 거야?"


"그건... 그게 아니라..."


"좋아, 그럼 계속 하자고."

"내가 못 걸으니까 그런 것 같네. 그러니..."




셀리아는... 일어섰다.


"너... 어떻게..."


사니아는 그 모습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관중석에서 보고 있던 라에, 카엘리나, 올리비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금, 다리에 마법을 심었어."

"일시적으로 신경의 일부를 식물의 줄기로 바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신경을 대신해 다리를 움직이지."


"이것이 나만의 고유 마법이야."

"체력을 너무 잡아먹어서 오래 쓰지도 못하고, 해제하고 줄기가 신경으로 되돌아 올 때까지 다리는 커녕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지만..."


"의족을 쓰지 못하는 순혈 엘프라서... 선택지는 없었지."

"하지만, 이런 마법을 쓸 각오도 안 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다리를 뿌리와 꽃이 감싸며 셀리아는 땅에서 거대한 가지를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 가지는 낫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셀리아의 눈은 녹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말씀드리는 순간! 셀리아 선수가 일어섭니다!!!"

"..."
"셀리아... 난..."

"대답하기 힘들다면... 좋아."
"당장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셀리아는 나를 향해 낫을 겨눴다.


"전력으로 상대해."





*쾅!*


낫이 허공을 가르며 대지를 내리치자 날카로운 뿌리들이 솟아났다.

스타디움은 가면 갈수록 녹지로 점령되어 점점 나를 붙잡기 시작한다.


"흐아아압!*


크게 베는 공격을 적중시켜 팔에 상처를 입히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산 자의 육신은 시들지 않으리."


순식간의 줄기로 감싸 수복했다.


전투 동아리에 있을 적에는 셀리아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낫이 대지를 내리치며 지면이 박살나는 소리*


"크윽!"


*쉬이이익-!*


*챙!*


"으으으...!"


말도 안되는 근력, 방대한 마력에서 나오는 힘이다.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여기서 끝내자."

"결국, 할 말은 없어?"

"..."


"셀리아 선수! 사니아 선수를 낫으로 찍어내리려 합니다!"




셀리. 


사실은, 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밖에 할 순 없었어.


"셀리!"


"여~! 사나!"


어릴 적부터 우린 함께 놀았었지.


그땐 늘 즐거웠어.

부모님이 모두 일을 나가셨을 땐, 유치원에서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었거든.


"더 높이~"


"야! 왜 너만 타!"


그러면서... 소중한 게 생겨서... 꼭 지키고 싶었어.

난 친구가 많지 않았거든.


"우리 10년 20년 뒤에도 만나자!"

"그래!"

너가 학교에서 인형을 잃어버렸을 때, 기억나?
무려 공사 현장에 숨겨져 있었어.


"셀리~ 찾았어~"


"와!! 고마워!"

"이제 내려갈게~ 좀만 기다ㄹ... 어어!"

"사나!!"

그 때 떨어져서 울었었는데.


"으아아아앙!!!"

"사나! 괜찮아!"
"여기 도와주세요!"


그래도, 네가 깎아주는 사과는 맛있었어.


"그거 애착...인형?이야?"

"맞아. 엄마가 오래 전에 만들어주셨어."
"그나저나... 이런 거 잃어버렸다고 네가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에이~ 애착인형이라며... 친구면 당연히 찾아줘야지."


"그치만... 여기 애착친구가 있는 걸?"

"...뭐뭐...뭣?"

정말 나쁜 애들이였어.

순혈 엘프의 애착인형을 공사현장에 숨겨두다니.


"(수인어 욕설)! 뒤지라고!"


"으윽..."

"여기에요! 선생님!"

"(공용어 욕설)... 튀어!"


"..." 

"너는 그 때도 여전했네."


"그러게."


"왜 싸운 거야! 왜!"

"그야... 다시는 까불지 말라고..."

"그런 것보다 중요한 건 너야! 나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셀리아.

그래도 나는 네가 제일 소중했어.

또 다른 가족 같았거든.


올리, 엘리, 라에... 그리고 너랑 나까지.


다섯 가족끼리 여행 갔던 때, 기억나?


그때 진짜로 재밌었는데...


"저기 저 별자리가 '두건자리'라고 하는 거야."
"여름철에 가장 잘 보이는 별자리지."


"엘리 엄청 잘 안다~"


"칫, 난 새벽에 엘리가 에웬투스 성상 관측도를 정독하는 걸 봤어."

"... 새벽에 그 긴 책을 읽는 것도 여간 노력이 아닌 것 같은데..."

"맞아 올리! 내가 드워프어를 좀 알아서 이런 어려운 책도 읽고 그러는 거지!"


"흥, 어 저기 별똥별!"


라에가 수인이라서 그런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챘었지.


그 때 난, 소원으로 '우리 우정 영원히'를 빌었거든.

이루어진 것 같지는... 잘 모르겠어.


어느 날 산에서 우리는 사고를 당했지.


"어어! 뭐야!"


"설마... 여기 분출 지점이야! 다들 도망쳐!"


하필 잠시 꺼진 분출 지점이여서 그 위에 있었다가 봉변을 당했지.


"꺄악!"


"셀리!"


우리 모두 그 강한 힘에 노출되어 쓰러졌고.

넘어졌던 너를 잡으려다가 결국 탈출을 못했네.


하지만... 너 혼자 두고 갈 순 없었거든.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고.


그 뒤에는... 마법학교에 입학했지.

같은 기숙사에서 지낼 순 없었지만, 옆 방에라도 있었던 게 다행이였지.

교장님이 그래도 친절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망할 (마족어 심각한 부모 욕설) (마족어 심한 욕설) (공용어 비속어)로 모든 게 시작되었고.


"하루에 이걸 8번? 미쳤어요?!"

"알지도 못하면 닥쳐라. 1군에 진출하려면 이 정도 연습은 필수다."


"됐어요! 이런 식으로 프로가 될 거면 전 그냥!"


*벽을 치는 소리*


"내 앞에서 '포기'라는 말은 쓰지 말도록..."


난 나보다 네가 걱정되었어.

애착 인형이 찢어지고 울면서 수선하던 네 모습이 제일 보기 힘들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네가 이 동아리에서 나가길 바랬어.


"셀리아, 교장님한테 말하면 동아리를 바꿀 수 있대."

"됐어. 여기 친구들도 있는데."


다들 그땐 결투가를 꿈꿨지.


그래서. 그랬어.


"주임교사님!"


"뭐냐 사니아."


"다음 경기, 뛰게 해주십쇼!"


"..."
"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알겠다. 마침 자리가 비었군."


그렇게 되었어.

어떻게든 나가게 하기. 그게 목표였어.


"그딴 알량한 마음으로 전투부에 왜 있어!"
"당장 전투부에서 꺼져!"

"워후!"
"와아아!!!"

환호성은 내가 의도한 건 아니야.

그땐 우리들 빼고 다들 도발하는 줄 알았어.


그렇게 네가 죽으려 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히 살았고, 동아리를 바꿨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음 한편으론 기뻤어. 이젠 괜찮을거라고.


비록 너와는 멀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또 다른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전투부에 남았지.


"야! 내 밑으로 다 모ㅇ"

*소드스피어가 벽에 거세게 꽂히는 소리*


"꺼져."


그리고, 결국 애들이 너를 다시 불러왔지.


이번에도 너는 다시 하얗게 질렸고, 나는 어떻게든 너를 뒤로 빠지게 하기 위해 

계속 위협했어.


*공격이 머리카락을 꿰뚫는 소리*


"나가. 셀리아."
"하얗게 질려서 떨기만 할 거면 나가라고!"

...


*삡 삡 삡 삡*


"흑...으으..."


더 이상 너를 볼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네가 산다고 하는 곳을 계속 피해서 다녔어.


나는 결국 혼자만의 독선으로 참극을 초래했어.

좋은 의도로 해본 거였는데, 희생양은 네가 되었어.


"..."

"미안해... 셀리아... 흑... 으... 내가..."


"사니아 선수! 갑자기 창에 기대어 흐느낍니다!"


*쉬이이이익!!*


*콰장창!*


"히이이익..."




"..."

"사니아... 괜찮아..."

"네가 그럴 애가 아닌데... 왜 내가 널 미워했을까..."

"나도...흑...으으...미안...해..."


둘은 껴안았다. 

활성화된 마이크로 사니아의 말은 송출되기 시작했다.


관중석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내가 방관했었던, 퍼지게 놔뒀던 거짓이 씼겨나가는 순간이었다.


스피커에서는 우는 소리만 들렸다.

셀리아의 다리에서 나무 뿌리가 거둬지며 다리에 힘이 풀렸고 사니아는 엎어지는 셀리아를 받아줬다.


"결국... 아무도 잃지 않았네."
"거봐. 루티아나."

"... 그렇네."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다행이야'라는 생각 뿐이였다.





마법학교 '슈테른블뤼헨', 호수 공원 '라타니카'

오후 6:54



"노을 이쁘다~"


사니아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탄 셀리아는 아름다운 노을의 정경에 감탄했다.

친구와 함께 보는 노을이였다.

"하늘이 무지개로 물드는 느낌이네..."


카엘리나는 노을진 하늘을 무지개처럼 신기하게 여기며 사진을 찍었다.

호수 공원은 다들 떠나고 설치한 곳이였다.


"오늘 강연 멋졌어 사니... 아니 사나!"


올리비아는 사니아의 옆에서 어깨를 두들기며 칭찬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였다.


"오기 잘한 것 같아! (기지개 피는 소리)"

라에는 노을이 비춘 호수 앞에서 기지개를 폈다.

마치 희대의 난제를 해결한 듯이 후련한 소리를 내었다.


"저기... 셀리."


"왜?"


"다름은 아니고... 우리 나중에 여행갈래?"

"오! 오랜만에 실바니아 세계수 기사단 집결인가?"


라에는 '여행'이라는 말에 갑자기 옆으로 와 말했다.

"하하하!!!"

"그 이름 오랜만이다!"

카엘리나는 자신의 날개를 퍼덕이며 웃었다.


"여행... 우리 그럼... 언제 갈까?"

올리비아는 벌써 계획을 시작했다.


"음... 그건 우리 좀 더 고민해보고... 아 맞다! 다들 내가 채팅방 새로 만들었으니까 들어와!"


셀리아는 이 재결성을 가장 흐뭇해했다.




"교장님! 그리고 이사장님!"

"왜 셀리아?"
"왜?"

"이번 일...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흡... 다시 사니아와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셀리아는 감격의 눈물을 삼키며 말을 계속 해나갔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나중에 여행 가면 같이 가실래요?"

"나도... 가보고 싶은데... 휴일이 딱 하루라서..."

"연장... 안 되나요?"

"근데... 정부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해놓고 휴가 신청하면..."

"분명 나한테..."

"알몸으로 절하라 하겠지?"

"야!"

*꽁!*


"아야! 장난이야 장난!"

"그리고... 나한테 방법이 있으니 안심해!"

"그럼... 가시는 거죠?"

"... 방법이 통한다면."

"난 오케이! 언제든지!"



"셀리. 근데 말이야..."


"응 왜?"

"나 어떤 정령 여자애가 강연할 때 엄청 째려보던데... 혹시... 네 가족이야?"

"..."
"어 맞아. 내 동생이야."
"이름은 사니아 레이크!"

"뭐?"

"맞아! 네 이름 따온 거야!"

"... 나이 봐서는 그 때 이후에 지은 것 같은데..."
"미워했다고... 하지 않았어..."

"..."
"애증."


"애증?"

"차라리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그런 마음이였어."


"..."
"이제야 말해서 미안해..."

"괜찮아!"
"나중에 내가 내 동생 소개시켜줄게!"


"나한테 원한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걔 말썽꾸러기지만 엄청 착하다고!"


"음... 알았어! 나중에 보자!"

"어! 사나~ 조심히 들어가!"




























★ [공지] 전투부 '균열' 사건에 대한 진실 (feat. 교장의 코멘트)


√ 총학생회장                                                                          조회수 34426      추천 26837       업로드 1113.09.01 21:17:54  



(대충 상당히 긴 내용의 전말)


(대충 긴 감상)


- 교장의 코멘트

"... 좋은 엔딩이라 다행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괜찮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그 동안 그런 소문을 잡지 않았던 저의 책임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진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늘 좋은 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 수고많았고, 희망찬 내일이 있기를."




                 ★
                 

추천



√ 3분간단태우기

       (루흐흑루흐흑 콘)


√ 버블버블

       이게... 이런 이야기였구나...
       결국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네...


√ Blade

     교장님 자살하려 했던 건 진짜... 읽으면서 이렇게 막막했던 글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