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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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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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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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닌 글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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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를 데리고 회사에서 나온 상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무언가 말을 꺼내야하나 생각하면서도 입만 달싹거리던 카카는 이내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상아를 뒤따라갔다.

"여보세요. 사장님. 오늘 거기 자리 있죠? 조용한 데로 두 자리 내줘요. 네. 네. 그럼요. 그럼 이따 봐요. 네. 고마워요."

웃는 얼굴로 통화를 끝낸 상아는 카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 가는 데 엄청 좋은 곳이에요. 뭐, 최고급까진 아니라도 집에 가서 혼자 먹는 밥보단 좋을 거야."

기분 좋게 말하는 상아의 말에 카카의 얼굴이 조금씩 무너졌다.

"어? 아까 다 운 거 아니었어요?"

"죄, 죄송합니다. 이건..."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이리 와요."

상아는 부드럽게 카카의 어깨를 감쌌다.

"회사 일은 회사 일. 밖의 일은 밖의 일. 그런 실수 누구나 한 번 쯤 하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 오히려 자기 잘못 아니라고 뻔뻔하게 구는 애들도 있는걸?"

"......"

"아까 내가 그렇게 말한 거, 좀 서운했죠? 메티스 대리님도 그렇고."

"......"

"신입들은 그럴 때 바짝 안 쪼아주면 어쩔 줄을 모르거든요. 그래도 이런 상사들이 어딨어요? 야근하면서까지 일도 같이 해주고."

"...감사합니다."

"그래요. 죄송하기보다는 감사하기. 나는 죄송하다는 말 싫어해요."

죄송할 짓을 안 하면 되는 거거든.

하고 덧붙이고 싶은 상아였지만

큰 안경 너머로 붉어진 카카의 눈망울이 안쓰러워 그 말은 넣어두기로 했다.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 무슨. 오늘은 또 왜 왔어?"

"왜 오긴. 회 먹으러 왔죠. 조용한 방으로 잡아줬죠?"

"안 잡아줬다가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저 방 들어가."

"고마워요. 자, 카카씨. 먼저 들어가. 난 뭐 좀 사올게. 아, 사장님! 맨날 먹는 그걸로요! 얼음컵도!"

"그런 메뉴 없어!"

풍채 좋은 사장님이라는 사람은 툴툴거리면서도 주방으로 향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방, 세팅이 끝난 테이블 앞에 혼자 어색하게 앉은 카카는 정신 없었던 하루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호주머니의 담배가 고팠지만 상사를 두고서 밥 먹기 전에 피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되돌아보며 앉아있으니

어느새 상아가 한 손에는 얼음컵을, 한 손에는 커다란 사이다를 들고 들어왔다.

"어머. 담배라도 한 대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있었네요?"

"아... 아니요. 그건 좀..."

"왜. 상사랑 밥 먹는데 담배 냄새 배기면 안 되니까?"

상아는 피식 웃고선 사이다의 뚜껑을 따고 얼음컵에 콸콸 부었다.

"아. 카카 씨는 술이라도 한 잔 해요. 이거 메티스 대리님이 내시는 거니까 비싼 거 마셔도 돼요."

"그럼... 저는 맥주 한 병만 마실게요."

"사장님!! 여기 맥주도 하나요! 빨리 가져다주세요!"

"지금 가고있어!"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회 접시가 들어왔다.

"오늘 사장님 인심 좀 쓰셨네요?"

"시끄러워. ... 그 쪽 아가씨, 맛있게 먹고 가요."

눈도 안 마주치고 말한 사장님은 문을 거칠게 닫고선 나갔다.

"이게 얼마만에 먹는거람? 카카씨, 맘껏 먹어요. 난 어차피 많이 못 먹어."

긴장이 약간 풀려서인지 하루종일 굶었던 탓에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 카카는 회를 한 점 두 점 빠르게 해치워갔다.

상아는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카카를 조용한 미소로 바라볼 뿐이었다.


여자 둘이 먹기에는 좀 많은 양이었는지, 카카의 맥주가 바닥을 보일 쯤에도 회 접시에는 아직 회가 가득했다.

카카는 맥주가 다 없어진 걸 보고서야 자신이 허겁지겁 먹은 걸 떠올리고선 상아의 눈치를 살폈다.


언제부터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상아는 턱을 괴고서 카카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많이 먹었어요? 맛있죠?"

"네... 혹시 저 때문에 못 드신 거 아니에요?"

"이렇게 많은데 무슨 말이에요. 나도 배불러 죽겠어요."

카카는 텅 빈 사이다 페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회를 먹느라 들리지 않던 음악소리가 귀에 들어올 때 쯤, 드르륵하고 문이 열렸다.

"아직 안 끝났지?"

"메티스 대리님?"

벌떡 일어서다 휘청이는 카카의 팔을 잡아준 메티스는 외투를 벗고선 카카의 옆에 앉았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니가 올 곳이야 뻔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남겼어? 사장님. 여기 수저 하나만 더 갖다주실래요? 소주도 두 병 가져다주세요."

이내 수저와 소주를 가져온 사장님에게 인사를 꾸벅 한 메티스는 소주부터 따 잔에 따랐다.

"신입. 많이 놀랐지."

"네, 조금..."

"원래는 상아가 계속 붙어줘야 할 시기인데, 하필 연말이랑 겹치는 바람에 상아가 바빠서말이야. 그러니까... 그, 뭐야."

메티스는 회 한 점에 소주를 들이키고선 말을 이었다.

"원래 실수할 시기고, 당연히 할 실수를 한 것 뿐이니까 신경쓰지 마."

"...알겠습니다."

"표정 풀고. 오늘은 마음껏 먹고 들어가서 푹 쉬어. 아직 9시 안 됐지?"

"이제 8시 반이요."

"아직 한참 남았네. 자, 신입. 이거 먹고 오늘 일은 잊어."

메티스는 젓가락질 한 번으로 회를 여러개 집고선 초고추장에 찍어 카카에게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카카는 또 울먹울먹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나 팔 떨어진다. 얼른."

"... 감사합니다."

입에 회를 잔뜩 물고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카카의 모습은

그녀가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해

카 차장이라고 불릴 때까지도 회식 자리에서 술안주로 쓰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