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만화 아닌 글 창작물입니다

조금 오글거릴수있습니다

싫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희 집에도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는 거예요?"


에르제베트의 팔에 기댄 아우로라는 잠이 와 꿈뻑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글쎄. 아가가 착한 일을 많이 했다면 오지 않겠니?"


동화책을 덮은 에르제베트는 진작에 잠든 메티스의 머리를 베개 위에 조심히 올려주었다.


아우로라도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부비다가 이내 잠이 든 것을 본 그녀는 조심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바깥쪽 문고리에 걸려있는 큼지막한 양말 두 개를 본 에르제베트는 옅은 미소를 짓고선 거실로 향했다.


"애들은 다 자나요?"


"그래. 그런데 그 양말은 상아 네가 짠 거니?"


"네. 크리스마스니까요."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그 둘도 알텐데."


무심하게 내뱉는 주피터를 찢어죽일듯한 눈빛으로 쳐다본 에르제베트는 시선을 돌려 상아를 바라보았다.


"참, 아가들 선물은 준비했니?"


"그럼요. 잠들었으면 지금 넣고 올까요?"


"그러렴."


상아가 선물을 넣어두는동안 에르제베트는 냉장고에서 와인을 하나 꺼내 잔과 함께 가져왔다.


"아가들도, 꼬마도 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 와인은..."


와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피터를 이상하게 쳐다본 에르제베트는 코르크를 뽑아내었다.


뽕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진한 포도의 냄새가 거실을 맴돌자 그럭저럭 괜찮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자, 받으렴."


"감사합니다."


"저는 조금만 주세요. 좀 이따가 나가봐야 해서요."


"그 아이한테 가는 거니?"


상아는 말없이 웃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잔을 부딪힌 셋은 각자의 방식으로 와인을 즐겼다.


에르제베트는 한 모금을 마신 뒤 눈을 지긋이 감았고


주피터는 잔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외눈안경을 고쳐쓰며 와인을 자세히 관찰했다.


"딸꾹!"


"천천히 마시지 그랬니."


"저, 전에 마신 거랑은 딸꾹! 마, 많이 다르네요?"


"후후. 그 때의 것이 음료수라면 이건 진짜 술이니까."


약간 발그래진 얼굴로 재차 잔을 들어올리는 에르제베트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이런 좋은 와인은 어디서 구해오신 겁니까?"


"선물받은 거란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을 뚝 끊는 모습에 주피터는 더 묻지 않고 와인에 집중했다.


"그럼 전 다녀올게요."


"오래 걸리니?"


"아뇨, 금방 올 거예요. 술만 드시면 심심하실텐데 온천마을에서 뭐라도 사올게요."


"그래주겠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커다란 가방에 뭔가를 바리바리 챙긴 상아는 딸꾹하는 소리를 내며 찬 바람이 부는 밖으로 나갔다.


"저런 모습을 보면 상아도 아직 어린 아이구나."


"글쎄요. 에르제베트 님한테는 다들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음? 내 말이 그렇게 들렸니?"


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히 말하는 그녀의 속마음은 여전히 알기 어려웠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가 포장지로 싸인 작은 상자를 상아의 방에 가져다 두고선 다시 주피터의 앞에 앉았다.


"그녀의 선물을 준비하신 겁니까?"


"항상 아이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대견해서 말이지."


"제 선물은 없습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 보니 내 선물이 퍽 마음에 들었나보구나."


빈 자신의 잔에 다시 와인을 부어준 에르제베트에게 주피터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저는 준비한 게 없습니다만..."


"괜찮단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으니."


장난스레 말하며 내미는 잔에 주피터는 잔을 마주내밀었다.


이후 안주거리를 사 온 상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셋은 새벽이 깊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에르제베트 님! 이거 보세요!"


늦은 아침 침대맡으로 달려온 건 메티스와 아우로라였다.


"왜 그러니?"


에르제베트의 물음에 둘은 상기된 얼굴로 손에 낀 장갑을 내밀었다.


메티스의 손에는 흰색 토끼 장갑이, 아우로라의 손에는 연한 갈색의 강아지 장갑이 끼워져있었다.


"산타클로스가 다녀간 모양이구나. 후후."


침대 위로 올라온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에르제베트는 문득 생각이 나 물었다.


"참, 상아는 깼니?"


"네. 아침 챙겨주고 잠깐 쉬고있어요."


"그런데 저희 지금나가서 놀다 와도 돼요?"


슬쩍 보니 둘은 선물로 받은 장갑을 끼고 나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춥지 않게 외투를 입혀주고 모자까지 씌워 둘을 보낸 에르제베트는


소파에 앉아 잠시 쉬고있는 상아에게 향했다.


"아침부터 고생했던 모양이구나."


"아니예요. 참, 제 방에 그거 에르제베트 님이 가져다 두신거예요?"


"음?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구나."


서로 마주보며 웃은 둘은 소파에 앉아 평화로운 아침을 만끽했다.


창문 밖에는 밤새 쌓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끙끙대는 아우로라와 메티스가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아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에르제베트에게 말을 걸었다.


"악마는 저녁쯤 돌아온다고 했죠?"


"그렇게 들었단다."


"그럼 그 전에는 준비를 해둬야겠네요."


"도와줄 건 없니?"


"괜찮아요. 아, 트리를 꾸며야되니까 아이들이랑 밖에서 좀 놀아주실래요?"


"그러면 아이들 점심도 먹이고 들어오마. 괜찮지?"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자리에서 일어난 에르제베트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서 밖으로 나갔다.


집 안에서 셋이 눈을 굴리는 걸 본 상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냉장고를 열었다.




"상아. 트리 가져왔네."


"고생하셨어요. 생각보다 크네요?"


"이왕 하려면 큰 게 낫지 않겠나."


"그런데 장식품이랑 전등 다 달 수 있으시겠어요? 저는 음식을 해야 해서요."


"그,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 했군. ...그래도 해보지."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거실 구석에 트리를 세운 주피터는 함께사온 장식품과 전등을 내려놓고서는 한참동안 고민에 빠졌다.


판매상의 말을 들을 때는 간단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하려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그것들이 절로 달아지는 건 아니었기에 주피터는 큼지막한 별부터 트리의 꼭대기에 장식했다.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지만 갈 길이 멀다는 걸 아는 주피터는 한숨을 내쉬며 전등줄을 풀기 시작했다.




"우와! 3단 눈사람이야!"


팔이 닿지 않는 아우로라 대신 나뭇가지를 눈사람의 양 옆에 꽂아준 에르제베트는 기뻐하는 아우로라와 메티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참, 먹고 싶은 건 없니?"


"어... 잘 모르겠어요.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럼 우동은 어떻니?"


"우동이요? 와아, 맛있겠다!"


"우동... 좋아요."


양 손에 아이들의 손을 잡은 에르제베트는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시내로 향했다.





시내는 크리스마스여서인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간신히 우동가게로 들어온 에르제베트는 둘을 안쪽에 앉게 하고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저녁은 상아가 만찬을 준비한다 했으니 너무 배부르게 먹진 말렴."


"네. 어...저는 새우튀김 우동 먹을래요."


"저는 고구마튀김 우동이요!"


눈사람을 만드느라 허기가 졌는지 


아우로라와 메티스는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우동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에르제베트는 턱을 괴고서 그런 둘을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 시선을 느낀 메티스는 젓가락을 내려두고 물었다.


"그런데 에르제베트님은 왜 안 드세요?"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구나."


그 말에 아우로라는 자신의 숟가락에 우동을 올려 에르제베트에게 내밀었다.


"에르제베트 님, 아~"


에르제베트는 잠시 망설이다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고 아우로라가 내민 우동을 받아먹고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맛있구나. 이제 더 안 줘도 되니 많이 먹으렴."


그 모습에 메티스도 급하게 우동을 말아 그녀에게 내밀었다.


어쩔 수 없이 메티스의 우동도 받아먹은 에르제베트는 똑같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으, 배부르다~ 메티스, 맛있었지?"


"응. 추운 날에 먹어서 더 맛있었어."


다시 둘의 손을 잡은 에르제베트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빵집으로 향했다.


"너희가 먹고 싶은 걸로 고르렴."


"정말요?"


"그럼. 오늘은 좋은 날이잖니."


"아우로라, 네가 먹고싶은 걸로 골라."


"그래도 돼?"


"응."


유리 너머로 손가락을 물고 한참 고민하던 아우로라는


딸기와 초콜렛이 잔뜩 올라가있는 생크림케이크를 골랐다.


"초는 몇 개 드릴까요?"


"초는... 여섯개가 좋겠구나."


"네. 금방 포장해드릴게요."


"제가 들고갈래요!"


"아가가 들면 팔이 아플텐데? 괜찮으니 내가 들게 해주렴."


배도 부르고 케이크도 사서 신이 나는지 눈 덮인 거리 여기저기를 뽈뽈거리는 둘과 함께 에르제베트는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왔군."


"주피터, 아침부터 안 보이던데 뭐 하고 있었어?"


"거실로 가 보면 알 걸세."


"거실?"


"빨리 가보자!"


아우로라와 손을 잡고 거실로 가니 전등이 깜빠깜빡거리는 트리가 보였다.


"이거 주피터가 한 거야?"


"처음 한 것 치곤 잘 하지 않았나?"


"예뻐. 참, 에르제베트 님이랑 케익 사왔어. 이따 같이 먹자."


"그러지. 그리고 부엌에는 가지 말게."


"왜?"


"상아가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는 오지 말라더군."


"알았어. 그럼 옷만 갈아입고 올게."





"상아."


"아, 오셨어요? 아이들은요?"


"주피터랑 함께 거실에 있단다. 저녁 준비는 다 되어가니?"


"네. 한 시간 정도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고생이 많구나."


"뭘요. 그리고 아까는 말씀 못 드렸는데 선물 감사해요."


"크리스마스에 착한 아이는 선물을 받아야지."


"그런가요? ...에르제베트,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에르제베트의 행동을 긍정의 표시라고 알아들은 상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메이가... 제 선물을 기뻐할까요?"


다소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에르제베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아, 너는 어땠니?"


차분한 목소리로 되묻는 에르제베트를 잠시 바라보던 상아는 멋쩍게 웃었다.


"저는 정말 기뻤어요. 메이도 분명 그렇겠죠?"




"와아! 이거 상아가 전부 다 한 거야?"


"네. 많이 했으니까 양껏 먹어요."


"잘 먹을게, 상아."


식탁 위는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접시가 놓여있었다.


만두, 갈비찜, 잡채, 전부터 시작해서 밥과 국 각종 반찬들로 가득한 식탁은


어쩐지 크리스마스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그걸 지적하는 차일드는 아무도 없었다.


"나...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자네만큼은 아니었군."


"아녜요. 주피터도 트리 꾸미느라 고생 많았어요."


그리고 에르제베트는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현관문에서 종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집으로 들어왔다.


"앙마야!"


젓가락을 내려놓고 달려간 아우로라는 악마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으... 피곤해 죽겠네. 아우로라,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응! 에르제베트 님이랑 메티스랑 그리고 또 주피터랑 재밌게 놀았어!"


그 말에 악마는 에르제베트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 트리는 웬 거야?"


"내가 꾸민 거라네."


"네가?"


"왜. 이 주피터가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나?"


"...응, 조금."


"......"


"악마, 어서 와요. 마침 식사시간에 잘 오셨네요. 손 씻고 오셔서 밥부터 드세요."


상아의 말에 식탁을 바라본 악마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이거 다 상아가 한 거야?"


"그렇단다. 상아한테 고마워하렴."


"그야 뭐..."


"항상 고마운걸요. 라고 생각하고 있네."


장난스러운 메티스의 말에 악마는 부끄러워하며 욕실로 향했다.





"그런데 초는 왜 여섯개에요?"


"우리가 여섯명이잖니. 돌아가면서 한 명씩 불면 되겠구나."


'왜 그리 번거롭게 합니까.'


라고 말하려던 주피터는


아침의 그 눈빛을 떠올리고선 입을 다물었다.


"그럼 나부터 불래!"


"그러렴. 초를 불기 전에 소원을 말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아우로라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레 초를 하나 불어 껐다. 


그 후에는 메티스, 상아, 주피터, 악마의 순으로 초를 끄고


마지막으로 에르제베트가 초를 불어 껐다.


"이걸로 올 해도 지나가는구나."


"에르제베트 님은 몇 번째 크리스마스예요?"


천진난만한 아우로라의 질문에 악마와 다른 차일드들은 잠시 얼어붙었다.


"글쎄? 잘 기억나지 않는구나."


다행히 에르제베트는 별 반응 없이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나는 내 것만 딱 먹을 거야."


"나는 맛만 보면 된더네."


"어머. 그럼 제가 주피터 몫까지 먹어도 되나요?"


"마음대로 하게."


"나는 괜찮으니 아가들 많이 주렴. 피곤해서 잠시 쉬고 싶구나."


방으로 들어가는 에르제베트의 모습에 다섯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걸 본 악마는 조심스레 상아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아뇨. 저녁 드실 때까지만해도 기분이 좋아보이셨는데요?"


"우리랑 놀아주시느라 피곤하신 걸지도 몰라."


"아! 메티스. 그거!"


"그거라니... 아, 맞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게 있나?"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잠시만 에르제베트 님한테 다녀올게."


메티스와 아우로라는 자신들의 방에 들리더니 곧장 에르제베트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일까요?"


"...화나신 건 아니겠지?"


"그것만은 아니면 좋겠군..."









방으로 들어온 에르제베트는 불을 끄고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 크리스마스라는 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뿐 아니라 어떤 기념일도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많이 겪어 무의미한 날들이었다.


그런데도 오늘 그렇게 마음이 들떴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식탁에 앉아 있을 아이들. 꼬마 악마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 하나하나가 지금의 자신에게 소중하게 여겨졌다.


작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 덮인 길을 걸을 때

그 아이들이 주는 우동을 먹었을 때

함께 케익을 사서 돌아올 때


에르제베트는 그 순간들에 느낀 감정을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자신이 그 순진한 아이들의 손을 잡아도 되는 걸까.


"......"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아이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짧은 순간순간의 행복을 놓치기 싫어하는 자신의 행동에 토악질이 나왔다.


어차피 또 잊을거면서.


아우로라는 아무 생각없이 던진 질문이었겠지만


그 질문을 들은 에르제베트의 마음은 그랬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는 것처럼


그 아이들도 언젠간 기억에서 잊혀지겠지.


에르제베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점점 자신의 안으로 침몰해갔다.




"에르제베트 님!"

"에르제베트 님!"


"...메티스? 아우로라? 무슨 일이니?"


감은 눈을 뜨니 작은 두 아이의 형태가  보였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린 에르제베트는 최대한 평온을 가장하려 했지만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이거,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앙마한테도 안 주고 에르제베트 님한테만 드리는 거예요!"


"...정말이니?"


"네! 혼자 있을 때만 읽어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둘이 내민 것은 알록달록한 편지봉투였다.


"나한테... 주는 거니?"


"네. 어제 아우로라랑 밤새서 쓴 거예요."


"어제는 일찍 자지 않았니?"


그 말에 메티스와 아우로라는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사, 사실... 오늘 아침 쓴 거예요."

"상아가 에르제베트 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해서..."


"...이리 오렴."


움찔하며 다가오는 둘을 에르제베트는 양 팔로 안아주었다.


"정말 고맙구나."


그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잠겨 있어서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품에 안겨있었다.



"자, 이제 가서 케익 먹으렴."


"에르제베트 님도 같이..."

"아우로라. 우리 먼저 나가있자. 천천히 나오세요."




아우로라와 메티스가 나가는 걸 본 에르제베트는


침대맡에 놓인 램프를 켜고서는 아이들이 써준 편지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편지를 다 읽은 에르제베트는

램프의 불을 껐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