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변을 잘 살피지 않으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날 주피터가 당한 사고는 그런 종류의 사고였답니다.

주피터가 사고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해요.

멋스럽게 기른 수염, 조금은 재수없어 보이지만 멋있는 외눈안경.

매일 빳빳하게 펴져있는 양복.

조심히 눌러쓴 중절모.

검은색 우산.

그리고 항상 무언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눈빛.

주피터라는 남자는, 외형만으로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차일드였어요.

참, 항상 들고다니는 그 가방을 빼놓고 말할 수 없겠죠.

이번 사고 역시 그 가방과 관련된 것이니까요.

주피터가 들고다니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는 것은 본인 뿐이였어요.

다나처럼 자인 전지전능한 차일드는 그 안에 든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차일드가 가방에 대해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주피터 본인도 가방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했고요.

그런 이유로 그의 가방을 호시탐탐 노리는 무리가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 무리에는 한 명의 차일드, 한 명의 서큐버스,  한 명의 악마가 있었어요.

냉혹한 차일드 이미르.

이 차일드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 냉혹해서 대화조차 해 본 적 없으니까요.

서큐버스 다비.

이미 몇 번이나 그의 가방을 훔쳐가려 했지만 이 꼬마 서큐버스에게 주피터는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어요.

다만, 아무리 윽박을 지르고 주인이라는 악마에게 말을 해둬도 그 때 뿐이고 호시탐탐 자신의 가방을 노려오는 다비가 점점 번거로워지는 주피터였어요.

악마, 다비의 말에 따르자면 뿔쟁이라고 불리는 악마가 그 무리 중 마지막 인물이었어요.

앞의 두 명처럼 막무가내로 가방을 보려 달려들지는 않지만 전투에 나갈 때면 가방 안을 보고 싶어 흘끔흘끔거리는 모습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었어요.

그런 노력의 댓가로 이미 가방의 안을 본 적이 있지만 본인의 말로는 가방에서 터져나오는 빛만 보았다고 해요.

이렇게 허술한 세 명이라도 매일매일 그 가방을 노리고 있으니 주피터는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머리가 아파왔답니다.

그런 악의 무리들 때문에 방에 가방을 두고 다닐 수도 없고, 어딘가에 맡길 곳도 없어서 주피터는 항상 그 가방을 들고다녔어요.

하지만 그런 주피터에게도 위기는 찾아왔어요.



피 할 수 없는 함정.

주피터에게 찾아온 위기는 이미르, 다비, 뿔쟁이가 생각해낸 아주 못된 함정이었어요.

이 셋이 어떻게 마음을 하나로 모았는지는 모르지만...아, 앞으로 이 셋은 가방 사냥꾼이라고 부를게요.

흠흠. 가방 사냥꾼들이 어떻게 마음을 하나로 모았는지는 모르지만, 가방 사냥꾼들은 자신들이 생각해도 기가 막힌 생각을 떠올렸답니다.

먼저 이미르가 주피터의 화를 돋구어 가방에서 떨어지게 만들고, 다비가 가방을 훔치면 뿔쟁이가 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그런 함정.

을 떠올릴 정도로 가방 사냥꾼들의 생각은 창의롭지 못했어요.

가방 사냥꾼들의 계획은 주피터에게 마구 달려들어서 가방을 뺏는 것이었답니다.

조금 단순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함정이었어요.

문제는 그 함정이란 것을 거실에서 과자를 뜯어놓고 큰 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커피를 마시러 부엌으로 나왔다가 그 얘기를 들은 주피터는 침을 꿀꺽 삼켰어요.

아무리 모자란 가방 사냥꾼들이라도 한꺼번에 달려들면 자신은 당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짧은 고민 끝에 주피터가 생각해낸 방법은 자신의 친한 친구인 메티스에게 가방을 맡기는 것이었어요.

평소 자신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가방 안을 궁금해하지 않았으니, 분명 괜찮을 거야!

주피터는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메티스는 착한 아이였기 때문에 냅다 가방을 맡기는, 다급해 보이는 표정의 주피터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가방을 받아들고서 자신의 방으로 가 문을 닫았어요.

 휴우, 하고 안심하는 한숨을 내뱉은 주피터.

하지만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어요.

손을 나란히 잡은 가방 사냥꾼들이 주피터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거든요.

한 걸음 한 걸음.

저벅저벅.

꽈당!

저런, 다비가 넘어져버렸네요.

하지만 바닥에 그대로 코를 찧은 다비는 씩씩하게 다시 일어났어요.

마침내 방구석에서 가방 사냥꾼들에게 둘러싸인 주피터는 두 손을 들었어요.

하지만 가방 사냥꾼들이 아무리 주의 몸을 찾아보고, 방 안을 찾아보아도 가방은 온 데 간 데 없었어요.

이미르는 화가 잔뜩 났지만 이내 마음이 식어버려 가버렸답니다.

다비는 아까 찧은 코가 이제서야 아파왔는지 좋아하는 모나 언니에게 달려갔어요.

'모나 언니! 후에엥~'

결국 혼자 남은 가방 사냥꾼.

아니, 뿔쟁이는 험악한 표정의 주피터를 바라보다가 휘파람을 불며 슬금슬금 방에서 나갔답니다.

뿔쟁이가 나가는 것을 본 주피터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어요.

터 질 것 같은 심장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는 걸, 뿔쟁이는 알고 있을까요?

가슴이 진정된 주피터는 메티스의 방으로 가 문을 두들겼어요.

어라? 문이 열리지 않아요.

메티스는 그 노크가 못된 가방 사냥꾼들의 것인 줄 알았나봐요.

'나니까 문 열게.'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메티스의 방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답니다.

주피터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쾅쾅쾅!

주먹으로 문을 세게 쳐봐도 메티스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그 대신.

찰칵. 찰칵.

하고 가방을 여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어요.

아뿔싸!

그제서야 주피터는 자신이 정말로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았어요.

'후후. 주피터, 그동안 내가 당신이랑 친하게 지낸 건 이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고 싶어서였어! 아하하하하! 오호호호호!'

그 말을 들은 주피터는 부엌으로 달려가 젓가락을 가져왔어요.

빨리! 열려라, 열려라!


탁.

탁.

탁.

철커덕.

드디어 메티스의 방문이 열렸어요.

하지만 저런, 너무 늦었나봐요.

메티스는 이미 주피터의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고 말았답니다.

주피터는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어요.







"안 돼애애애애애애애!"

꿀꺽.

어린 차일드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래서 그 가방에 들어있었던 건 뭐예요?"

"그건..."

"그건...?"

"양치질 하고 오면 얘기해주마."

이불을 덮고 있던 어린 차일드들은 와아아 하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미소지은 에르제베트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얘기를 듣고 있던 이미르와 주피터, 메티스, 악마를 바라보았다.

"어때, 재밌었니?"

"왜 저는 그렇게 나온 거죠?"

"유치합니다."

"저, 저는 주피터 가방에 관심 없어요!"

"어, 그... 재밌었어요."

"흐음. 다들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보구나. 그런데도 다들 왜 안 나가고 있니?"

"...뒷 얘기는 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다른 셋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걸 본 에르제베트는 피식 웃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이야기가 끝난 후, 혹시 자신의 가방에 든 것을 아는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해하던 주피터는 안심하며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근데 주피터, 그 가방에 든 건 대체 뭐야?"

"......"



가방 사냥꾼이 넷으로 늘어났네요.

불쌍한 주피터.






침대에서 어린 차일드들 동화 들려주는 엘제님 상상하면서 썼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