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다가 던졌던 거 완결까지 해서 걍 올려봄

아라한 애호해





"하아......"


동아시아 지부 퇴마사 협회의 지부장이자 사도의 일각,아라한은 자신의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지부장으로서 딱히 모범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이 넓은 집에는 아라한 한 명뿐이었기에 그를 문제 삼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아....."




아라한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변할 것이라 기대했건만....그건 단순한 내 망상이었던 것 뿐일까?"









며칠 전,신 퇴마사 협회 본부(동아시아).




"아라한 님도 슬슬 후계자를 생각해주셔야..."


"협회장님께만 막중한 책임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저한테 맡겨주신다면 지금보다 더욱 웅장할 정도의 퇴마사 협회를....."



"바보 같은 소리! 자네같은 기회주의자가 무슨!"


"그러는 자내는 옹고집아닌가. 도태되기나 하겠지!"



"뭐야?"







■■■■■■와의 결전 이후,아라한은 많은 힘을 잃었다.

때문에 그녀를 영웅이라 치켜세우는 이들조차도 그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다행히 환생부에 이름이 다시 올라 환생을 할 수는 있으나 잃어버린 힘을 되찾으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때를 틈 타 다른 이들은 자신을 협회장으로,자신이 안 된다면 자신과 관계있는 이들을 차기 협회장으로 세우고자 미친 듯 밀려들었다.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목소리 뿐이지만 그들의 의견이 하나로-
정확하게는 차기 협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로  되어야 한다
- 라고 모이는 순간 그녀로서는 대처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인간이란 결국 같은 잘못을 반복할 뿐이구나. 내가 그 때 어쩌면...."




아라한은 머릿속에 순간 든 끔찍한 생각을 털어냈다.



넓다 못해 휘황찬란한 저택이었지만 아라한은 그 넓음이 한없이 야속하기만 했다.


멍하니 시간을 죽이던 중 전화벨이 그녀의 정신을 각성시켰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시끄러운 벨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어? 어...그러니까 이거를 이렇게 하는 건가?"


퇴마사라고는 하나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속세에는 익숙치 않은 몸.

아라한은 허둥대며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만졌다. 그리고는 가장 눈에 띄는 빨간 버튼을 눌렀다.




"휴,멈췄네. 다행이다."




그런 안심도 잠시,


띠링!


이번에는 문자메시지였다.

기계치인 아라한이였지만 문자는 화면에 바로 뜨는 덕에 별 어려움 없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빨강색 대신에.....초록 버튼을 누르라고?"





띠리리리-

띠리리-




다시 한 번 전화가 걸려왔고 아라한은 이번에는 침착하게 녹색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다."

"아,니르티!"



간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에 아라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바로 끼어들었다.




"뭐가 나다야,나다는. 통화를 거는데 하루종일 걸리면 어떻게 해?"


"오늘이 처음 이 기계를 만져보는 것 아니냐. 다소의 시행착오쯤은...."


"아무리 그래도 통화 하나 거는데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야."


"여긴 해외이지 않느냐. 국제 통화는 일반 통화보다 훨씬 어렵다."

"됐다 됐어. 너나 저쪽이나.  어이,내 목소리도 들려?"

"라라까지! 둘이 갑자기 무슨 일이야?"



니르티와 카라라트리.

두 사람은 협회를 지키는 아라한 대신 아직 세계 곳곳에 퍼진 로키의 추종자들을 비롯해 아직까지 저항하는 일부 악마들을 체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라한으로서는 이 둘이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소식(주로 손편지)에만 의존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갑작스런 소식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그렇다면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가서...."


"우린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마. 전화를 건 건 알려 줄 게 있어서야."


"알려줄 것?"


"카라라트리,돌려다오. 전화기가 내 손에 안 닿지 않느냐."


"에휴...."


바둥대는 니르티를 보며 카라라트리는 전화기를 그녀에게 돌려줬다.




"여보세요. 아라한?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좋은 소식이라니?"


"신 마왕 측에서 우리들의 평화협의를 받아들였다.
조만간 그 쪽과 우리 측에서 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 중심측은 당연히 네가 될 거고."

"마왕측에서 받아들였다고? 그...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현 마왕은...."

"그래. 강하지만 다혈질인 악마지. 하지만 그 또한 우리와 함께 최후에 관여한 이다.

더불어 그 옆에서 조언을 해 줄 서큐버스 또한 존재하니 충분히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구나. 그럼 회의 장소는 어디야? 양 측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할 텐데."


"후후. 당연하지 않느냐. 그 집이다."


"그 집?"


"그 아이,미트라가 살던 집 말이다. 현 마왕이나 우리가 안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라 하면 그 곳이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미트라는...."


"그래. 우리도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지. 성물들을 봉인하고 스스로 자취를 감췄으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내 저택 쪽이-"


"하지만!"



니르티의 다음 말이 나라한의 목소리를 끊고 강하게 울렸다.



"그렇기에 이 곳인 거다. 그가 살던 곳에서 고하는 거다. 평화가 이뤄질 수 있노라고. 우리가 알던 미트라라면,분명 그를 바랄 것이다."


"....그렇네. 집이 미어터지겠다고 불평은 하겠지만."



그 모습을 떠올리며 아라한은 작게 웃었다. 언젠가는 돌아온다 말했지만 그 언젠가가 대체 언제란 말인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건데 왜 난 그 소식을 못 들은 거야?"



카라라트리의 목소리가 답했다.



"공식으로 너희한테 공표가 오는 건 내일이거든.
우리는 우연찮게 그 인큐버스꼬맹이한테 얻어들은 것 뿐이야."


"레오? 그 아이는 무슨 일로?"


"주인 찾기."


"아."



짧은 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뉘앙스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기한은 언제?"


"오늘로부터 일주일 후.

만약 거기서 네가 활약하면 한동안 협회의 바보들도 함부로 네 권위에 도전하지는 못할 거야. 그들이나 우리나 서로 얻는게 많으니까."


"악마는 적정한 선에서 행복을 이뤄주고 퇴마사는 그 행복이 지나칠 경우 처리한다...
서로 이득을 보는 관계지만 고깝게 생각하는 이들 또한 있어."


"그런 자들을 컨트롤하는게 이번 회의의 안건이기도 하지. 그 쪽에서도 강경파 몇 명 때문에 골치가 아픈 모양이더라고."


"그래.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 준비하고 있을게."


"그래. 나나 니르티도 돌아갈 테니 일주일 후에 보자."


"아,잠깐만 기다려라 카라라트리. 나는 아직 인사를 하지 않-"




뚜-

뚜-

뚜-


통화음이 끊겼지만 아라한은 보다 편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약속의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늘 겪어오던 하루를 지내면서도 아라한의 마음은 묘한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아라한은 그 집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작고 좁지만 포근한 느낌이 드는 그 여전한 모습에 아라한은 작게 웃었다.



"내가 처음인가 보네....역시 조금 빨랐나?"



아라한은 집 문에 살짝 기댔다.

그녀는 아직까지 그에게 받은 열쇠를 가지고 있기에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의 집에 들어갈 때는 역시,모두와 떠들썩하게 들어오는 편이 좋으니까.

기다리기를 몇 분. 마력의 반응이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치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력은 점점 더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이내 커다란 원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명이 쑥 튀어나왔다.




"아,아아! 귀....귀!  떨어져,떨어진다고!"

"이런 걸로 악마의 귀가 뜯어질리가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제가 만약 귀를 뜯을 거면 진작 뜯었을 겁니다."


흰 머리에 긴 뿔,화려한 복장을 한 악마와 그런 그와 정반대 성격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깔끔하게 차려입은 서큐버스였다.


"프레이에....리자."



신규 마왕(거의 100%타의에 의한) 프레이와 그를 보조하는 서포터 리자였다.



"예. 그 때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아라한님.

빨리 오셨군요. 윗사람으로서 존경할만한 모습입니다. 그에 비해 저희 쪽은..."



"애 취급하지 마!"



신 마왕, 프레이는 아직까지 잡혀있던 귀를 거칠게 털어내고 옷을 추슬렀다.



"여어."



"....."



프래이의 짤막한 인사에 아라한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의 결전 이후 그와 아라한 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연관점도 남지 않았다.


그 결전마저도 공동의 적 타도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협력했을 뿐,아라한은 그에게서 미트라만큼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그것은 그쪽도 마찬가지겠지.


적이 있는 동안에는 동료였으나 그 일이 끝나자 각자 퇴마사와 악마의 가장 위에 서는 자로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기도 했었다.



"이 녀석 집은 여전하구만. 좁아터졌어. 우리가 다 들어갈 수 있을래나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레이의 눈은 어딘가 그리워보였다.



"어라,프레이님.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우시는 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툭닥대기를 몇 분. 차례차례 익숙한 얼굴들이 도착했다.




"왔다."


"하아...너 다시는 내비게이션 써 보겠다 하지 마라."


"도착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네비게이터도 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느냐."



"그럼 좌회전이라 할 때마다 액셀은 왜 밟았던 건데."



"......."




니르티에 카라라트리.




"으음....벌써 지루한데 돌아가면 안 돼?"


"안 되지. 짧게 끝날테니 조금만 참으렴?"


"힝....알겠어."





마계측에서 일하던 다비와 모나.




"흠....나도 뭔가 그립다같은 말을 해야 하나?"


"딱히 그런 대사 안 치셔도 됩니다."




오드와 아르테미스.


그리고......



"얘네는 또 왜 이렇게 안 와?"


"익숙한 일이지 않습니까. 마왕으로서 인내심을 기르는 것 또한 중요한 책무이니 인내심을  가지시죠."


"하아....여기까지 와서 잔소리를 들어야 해?"





고개를 흔드는 프레이 뒤로 자그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허겁지겁 달려오는 레오와 그 뒤로 천천히 걸어오는 이브가 보였다.



"빨리요,이브님! 저희가 젤 늦었다고요!"


"너무 소란스럽게 굴 팔요 없단다. 잠깐 길을 잃었다고 하면 되지 않겠니?"


"하아....."




도도하게 걸어온 이브와 그 옆에서 우물쭈물하던 레오를 끝으로 모두가 미트라의 자그마한 집 앞에 모여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계속해서 그려왔던 그 모습과 비슷할 정도로 닮아있었지만 어딘가 달라서-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좀 많구만."


"다 들어갈 수 있는 거 맞나요?"


"어머~걱정 마세요.
저희 꼬마 주인님이 차알드들한테 어떻게 자리를 안배했었는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 테니까."


"부탁한다,아라한."


"아,응."



니르티의 말을 듣고 아라한은 현실로 돌아왔다.

아라한은 그녀의 목에 걸린 열쇠를 풀어 조심스레 문에 넣었다. 21세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구식인 자물쇠.

하지만 그런 순박하고 어딘가 뒤떨어진 듯한 느낌또한 사무치게 그리웠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그런 감상을 뒤로 하고 아라한은 열쇠를 힘껏 돌렸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좁디좁은 집이 펼쳐졌다.





"자자. 여러분. 대충 자기 자리는 잡으셨죠?"


"용케도 이런 집에 계속 살았었구나."


"우웅. 뿔쟁이는 짠돌이였으니까."



마계와 퇴마사 협회의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자리였건만 그 모습은 위엄있다거나 웅장한 모습은 결코 아니였다.



"자. 내용이야 어차피 서로 다 합의했으니까 서로 도정만 쾅쾅 찍으면 되잖아."


"그런 대충대충인 태도에 제가 질린 겁니다."


"친구로서 다시 한 번 충고하건데 넌 너무 성미가 급해. 무릇 마계의 새 마왕으로서 조금 더 인내심을 길러야...."



프레이의 대충 던진 한 마디에 바로 오드와 리자가 딴죽을 걸었다.



"제길. 한 마디를 못하겠네."



중간에 집 구경과 사소한 말다툼 등등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회의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우리 마계 측은 숨어다닐 필요없이 차일드를 만들고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이것으로 우리 퇴마사 측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마와 그 가문을 용서나 자비없이 멸할 수 있다."



프레이와 아라한이 형식적으로 악수했다.



"아아,역시 이런 지루한 건 안 맞아. 리자!"

"무슨 일이시죠?"

"알면서 왜 물어. 오랜만에 몸 좀 풀러 간다고. 어이,오드!"


"싫어. 안 해. 이걸로 얼마나 많은 서류가 쌓일지 알면서."

"마왕 자유 이용권 하나 더 추가."

"콜."

"실례지만 프레이님,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제가 오드 님의 서포터라고는 하지만 이 쯤 되면 프레이님과 역할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갔는데?"

"아."



오드가 지적한 대로 프레이가 있던 곳엔 이미 아무 것도 없었다.

프레이같은 악마에게는 이런 곳에서 얌전히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흐음~그럼 우리도 슬슬 돌아가볼까. 어때,리자? 오랜만에 전 서포터끼리 차라도 한 잔 할래?"

"좋습니다.다비도 오랜만에 이야기하는군요."

"헤헤. 나야 모나 언니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야!"


"그럼 여러분,저희도 이만."


"자자. 여러분. 대충 자기 자리는 잡으셨죠?"

"용케도 이런 집에 계속 살았었구나."

"우웅. 뿔쟁이는 짠돌이였으니까."


마계와 퇴마사 협회의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자리였건만 그 모습은 위엄있다거나 웅장한 모습은 결코 아니였다.


"자. 내용이야 어차피 서로 다 합의했으니까 서로 도정만 쾅쾅 찍으면 되잖아."

"그런 대충대충인 태도에 제가 질린 겁니다."

"친구로서 다시 한 번 충고하건데 넌 너무 성미가 급해. 무릇 마계의 새 마왕으로서 조금 더 인내심을 길러야...."


프레이의 대충 던진 한 마디에 바로 프레이와 리자가 딴죽을 걸었다.


"제길. 한 마디를 못하겠네."


중간에 집 구경과 사소한 말다툼 등등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화의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이걸로 우리 마계 측은 숨어다닐 필요없이 차일드를 만들고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이걸로 우리 퇴마사 측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마와 그 가문을 용서나 자비없이 멸할 수 있다."


프레이와 아라한이 형식적으로 악수했다.


"아아,역시 이런 지루한 건 안 맞아. 리자!"

"무슨 일이시죠?"

"알면서 왜 물어. 오랜만에 몸 좀 풀러 간다고. 어이,오드!"

"싫어. 안 해. 이걸로 얼마나 많은 서류가 쌓일지 알면서."

"마왕 자유 이용권 하나 더 추가."

"콜."

"실례지만 프레이님,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제가 오드 님의 서포터라고는 하지만 이 쯤 되면 프레이님과 역할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갔는데?"

"아."


오드가 지적한 대로 프레이가 있던 곳엔 이미 아무 것도 없었다.


"흐음~그럼 우리도 슬슬 돌아가볼까. 어때,리자? 오랜만에 전 서포터끼리 차라도 한 잔 할래?"

"좋습니다.다비도 오랜만에 이야기하는군요."

"헤헤. 나야 모나 언니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야!"


그렇개 또 한 번 빛이 번쩍이고 고요함이 그곳을 덮었다.


"돌아가자,아르테미스. 할 일이 많겠네."

"네. 그런데 이브 님과 레오 님은 어떻게...?"

"알아서들 왔다 또 알아서 가겠지. 원래 그런 녀석들이니까."

"네. 그럼 퇴마사 여러분들,안녕히."



오드와 아르테미스가 떠나고 니르티와 카라라트리가 아라한의 양 손을 잡았다.




"그럼 다시 한 번 이별이로구나."


"언재든지 만날 수 있는데 뭔 상관이야."


"....!  듣고보니 그렇구나. 혹여나 우리와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연락해다오."

"응. 언제나 의지하고 있어."




자그맣게 웃는 니르티와 어딘가 아쉽다는 듯한 카라라트리도 떠나고 이 집엔 고요함만이 남...... 지 않았다.




"이브님,지금 떠나야 한다니까요?"


"어머,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니? 회의는?"


"이미 끝난지 오래라구요....."



아라한부터 조금 떨어진, 집 문 앞에서 레오와 이브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거 받으세요."


레오는 이브에게 자그마한 보석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니?"


"좌표이동석이에요. 그걸 손에 쥐고 어떤 장소를 강하게 떠올리시면 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편리한 도구구나. "


"원래는 비상탈출용으로 엄청 비싼 건데....으으.....이브님 루시페르 밸리라고 크게 외치시면 돼요! 아시겠죠?"


"걱정 마렴."

"우우....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했어..."



이브와 래오가 이동석을 손에 쥐고 각자 외쳤다.




"루시페르 밸리!"


"루시베르 밸리."




키이잉- 이브와 레오,두 사람의 몸이 점차 부얘지며 공중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루시 '페'르 밸리라니까요?"


"그게 그거 아니니?"


"역대 마왕 이름이잖아요! 일부로 간단한 곳으로 정한 건데...."


"관심없어서 잘 모르는데."


"아아,정말!  계신 곳에서 얌전히 있으세요!  제가 만나러 갈 테니까 절대 움직이지 마시-"




레오의 다급한 말은 이어지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마치 아무도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집에 남은 것은 아라한 혼자였다.



"....."



아라한은 조용히 미트라의 집을 바라보았다.


추억. 기억. 그리고 소중한 인연.



그 모든 것이 결실을 맺고 스스로애게 솔직해질 수 있겠다 생각할 때 즈음,그는 갑작스레 사라졌다.



'바보'




이대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그 쓸쓸한 저택.

그렇다면 단 하루쯤의 일탈쯤은 괜찮으리라.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한 아라한은 자신의 방이었던 곳으로 들어가려다 이내 방향을 바꿔


'일탈일 뿐이니까....괜찮겠지?'




미트라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