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x메 구미호 나비가 나와요




이노래 들으면서 읽으시면 두배로 좋아요

근데 여기선 못트니까 따로 틀어서 들어주새요

감사햐요


















아모스 섬으로 가기 전 날 밤.

메티스는 아담한 분홍 캐리어 앞에 가만히 앉아 고민에 빠졌다.

"으음..."

하필 상아가 자리를 비운 이 때, 혼자서 여행짐을 싸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도 큰 문제였다.

속옷과 옷, 세안도구... 그리고 또 뭘 챙겨야 하더라?

그런 생각을 하며 옷이 엉망으로 들어가있는 캐리어를 보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왔다.

"아까 주피터는 혼자서 잘 싸던데... 도와달라고 해볼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이 입을 옷을 지금 보여주고싶진 않았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진 메티스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으며 눈을 감았다.

'한 숨만 자고 생각하자...'

불도 안 끄고 이불도 안 덮은 채로 잠든 메티스를 깨운 건 간질간질거리는 누군가의 머리칼이었다.

"음...으음..."

"아가, 이불은 덮고 자렴."

졸린 눈을 간신히 떠보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에르제베트의 얼굴이 보였다.

에르제베트는 그러고서도 여전히 깨지 않고 헤롱거리는 메티스를 억지로 일으켜세웠지만 그녀는 오뚜기처럼 쓰러져 에르제베트의 품에 안겨왔다.

그렇게 졸린 병아리처럼 자신에게 기대 꾸벅꾸벅 조는 그녀의 등을 몇 번 가볍게 쳐주고나서야 메티스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내일 들고갈 짐은 다 챙긴거니?"

"아, 아니요..."

"가져갈 옷들 좀 가져오렴. 3박4일이라 했으니 다섯 벌 정도는 챙겨야겠구나."

"네? 네 금방 가져올게요."

금방 가져온다는 말과 다르게 메티스는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가장 좋아 보이는 세 벌을 가지고 왔다.

"여기요. 근데 이게 다 들어갈까요?"

"이 정도면 충분하단다."

에르제베트는 옷들을 모두 펼치더니 하나하나 개켜 캐리어에 차곡차곡 넣기 시작했다.

자신이 넣을 때는 두 벌만 넣어도 꽉 차던 캐리어에 다섯 벌이 모두 들어가는 걸 메티스는 입까지 벌려가며 구경하고 있었다.

"와... 감사해요."

하지만 메티스의 감사인사에도 에르제베트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지 캐리어를 한참 노려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가. 그 곳은 섬이라고 하지 않았니?"

"네? 맞아요. 바다가 엄청 예뻐서 낮이고 밤이고 거기서 파티를 한대요."

메티스는 들뜬 표정으로 악마에게 들은 얘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왜 수영복이 없니?"

"수, 수영복이요?"

갑작스러운 에르제베트의 질문에 메티스는 당황해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게... 저번에 상아랑 같이 산 게 있긴 한데요..."

"그래? 그럼 가져와보렴."

"네..."

메티스는 서랍 구석 한참 깊은 곳을 찾더니 포장도 뜯지 않은 상자를 가져왔다.

"저기 근데, 이게 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에르제베트의 시선에 메티스는 쭈뼛거리며 수영복을 꺼냈다.

"귀여운 수영복이구나. 입는 방법은 아니?"

"아, 아뇨... 저번에 입어 볼 때는 상아가 입혀줘서요..."

"그럼 입는 방법을 배워야겠구나. 자, 이리 오렴."

"그그 근데요... 수영복은 안 입어도..."

"어서."

"네...."



우여곡절 끝에 에르제베트의 도움으로 짐을 모두 싼 메티스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불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집 근처로 놀러 나간 적은 많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여행을 가 보는 건 처음 하는 경험이었기에

메티스는 기대감으로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끔 슬픈 마음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에르제베트를 찾아갔지만

오늘은 달랐다.

가만히 있으려는 입을 비집고 나오는 웃음과 신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는 들뜬 마음에 잠을 자지 못 하는 건 그녀이게 신선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이불 밑에서 들썩거리던 메티스가 잠든 건 새벽 두 시가 다 된 후였다.





"다들 모였어? 빠진 사람 없지?"

새벽 늦게 잠에 든 댓가로 샤워를 하고도 눈을 뜨지 못 하는 메티스는 헤롱거리며 주인의 질문에 네 하고 대답했다.

옆에 선 구미호가 꼬리로 얼굴을 장난스레 간질였지만 잠기운에 간질거림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보자... 구미호 있고. 메티스, 나비. 주피터는 나중에 간다고 했으니까... 머큐리만 오면 바로 출발하자."

악마가 인원을 확인하고 머큐리를 기다리는동안

어느새 메티스의 옆으로 다가온 에르제베트가 메티스의 머리에 밀짚모자를 씌워주었다.

"아가. 재밌게 놀다오렴."

"가, 감사해요... 기념품도 꼭 사올게요."

에르제베트는 한 번 빙긋 웃어주고선 구미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가를 잘 부탁하마.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내가 알아서 잘 하겠다는 것이다."

담담한 그녀의 말에 구미호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가 귀를 붙잡혀 울상을 지었다.

메티스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나비를 쳐다보았다.

이런 여행에 제일 소극적일 것 같은 이 차일드가, 웬 일일까?

"......"

즐거워야할 여행 날에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자 메티스의 기분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차라리 주피터가 있었다면 재밌었을텐데.

"악마님! 준비는 되셨나요?"

"아, 응. 나는 나중에 다른 차일드랑 갈 테니까 얘들부터 데리고 가 줘."

"알겠어요. 자, 여러분. 가요."

머큐리라는 이름의 차일드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차일드였다.

생기가 돋보이는... 그래, 여행 가이드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비는 제쳐두더라도 메티스나 구미호나 낯선 차일드에게 금방 마음을 여는 차일드는 아니었기에

아모스 섬으로 가는 길은 조용했다.

머큐리가 아모스 섬에 대해 설명해도 둘은 기계적으로 대답할 뿐이었고 나비는 텅 빈 눈으로 바닥만 쳐다보는 바람에

아모스 섬에 도착했을 때 머큐리는 셋을 별장에 안내해주고선 도망치듯이 떠나버렸다.

"이 방을 셋이서 쓰는 건가봐."

"정말이지 악마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넓다는 것이다. 이 섬이 전부 한 악마의 것이라니..."

구미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넓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메티스도 따라 누워 푹신한 구미호의 꼬리에 안기고싶었지만

나비가 빤히 쳐다보고있어 그러지는 못 하고 천천히 짐을 풀기 시작했다.

"메티스. 뭐부터 하고 싶냐는 것이다."

"나는... 바다부터 가볼래. 거기에 먹을 것도 분명 많을 거야."

메티스의 말에 구미호는 입맛을 다시며 나비를 쳐다보았다.

"너는 어쩔 거냐는 것이다."

구미호의 질문에 나비는 눈만 깜빡깜빡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따라갈게."

"그럼 옷부터 갈아입으라는 것이다."

"응... 알았어."

그렇게 나비는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메티스와 구미호도 편한 옷을 골라 입었다.

행동이 느린 나비까지 챙이 넓은 모자를 마무리로 치장을 마치자

꽤나 그럴듯해 보이는 삼인방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수영복은... 나중에 입어야지."

"첫 날은 뭐가 있는지 구경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볼 것도, 놀 것도, 먹을 것고 마실 것도 많은 즐거운 여행.

나비 덕에 여전히 분위기는 살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여행을 온 느낌이 나자 메티스는 조금 신이 났다.

"그럼 어서 가자. 둘러보고 와서 어떻게 놀지도 정하고."

"좋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다소 생소한 조합의 셋은 별장과 가까운 해변을 향해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