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x메 선아,나타 나옴














"주피터. 안경 삐뚤어졌어."

"음? 그렇군, 고맙네."

"정말이지, 나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메티스는 주피터의 안경을 바로씌워주고서는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다정하면서도 꼼꼼해보였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메티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갈 채비를 하는 주피터를 지켜보았다.

그 때, 봄향기가 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차일드가 메티스의 옆을 지나 주피터에게 다가갔다.

"주피터님. 어디로 나가시는지요?"

발걸음 하나하나에 깃든 우아함과 사근사근한 목소리를 가진 그 차일드의 이름은 선아였다.

"잠시 바람 쐬러 나가는 길이네."

"저도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는데 오늘 날씨가 참 좋더랍니다. 어머. 주피터 씨, 여기 옷깃이 흐트러져있습니다."

주피터가 피할 새도 없이 그의 앞으로 다가간 선아는 흐트러진 주피터의 옷깃을 매만져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닿는 그 흉악한 가슴을 본 메티스의 눈에는 불이 화악 타올랐다.

"여기만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랑 여기도... 후훗. 주피터 씨는 생각보다 칠칠지 못 한 분이시네요."

선아는 주피터에게 딱 붙어 한참동안 옷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인정하기 싫지만 둘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해버린 메티스는 이를 박박 갈았다.

'저 여자는 둘째 치고. 당신은 왜 부끄러워 하는 거야!'

"그, 그럼 다녀오지. 고맙네."

선아의 뒤에서 입술을 삐쭉거리던 메티스는 그녀가 등을 돌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주피터랑 친한가보네. 언제부터 친해진 거야?"

메티스의 질문에 선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을 많이 섞어본 적은 없습니다."

"흐응. 안 친한 사이인 것 치곤 엄청 다정하던데."

안 그런 척 하지만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느낀 선아는 약간 당황해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사옵니까?"

"아니. 그냥 그렇다고 말한 것 뿐이야."

찬바람을 풍기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메티스를 보며 반사적으로 팔을 내민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리고 그 일련의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나타는 히죽 웃고선 모르는 체 선아에게 다가갔다.

"선아. 뭘 그렇게 고민해?"

"나타 왔구나. 별 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거라."

"나한텐 뭐 맨날 별 일 아니래. 말 하기 싫음 말아."

나타가 떼를 쓰며 알려달라고 할 줄 알았던 선아는 김이 빠져 메티스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이 정도로 눈치 줬으면 이젠 안 그러겠지."

메티스도 선아가 딱히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알고있었다.

단지 주피터에게 다정하게 굴었다는 이유만으로 괜스레 화를 낸 건 오히려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후회하진 않았다.

"그리고 또 가슴은 왜 그렇게 큰 거야?"

고개를 조금 내민 것만으로도 주피터의 몸에 닿던 가슴을 떠올리고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본 메티스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침대에 뛰어들었다.

"...하긴. 선아는 어른스럽고, 다정하고, 성격도 좋고... 예쁘니까."

그런 그녀와 주피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 한 메티스는 타는 속을 주체하지 못 해 물이라도 한 잔 마시기 위해 거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선아가 있을까 봐 벽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메티스는 그녀가 없는 걸 확인하고선 컵에 물을 따랐다.

시원한 물을 마시며 자신이 과민반응을 한 건가 고민에 빠져있던 메티스는 옆에서 팔을 툭 치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며 컵에서 입을 떼었다.

"나도 물 마실 건데, 다 마셨으면 물통 좀 줄래?"

"여기."

메티스가 건넨 물통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킨 나타는 크으 하는 소리를 내고선 입을 열었다.

"어디 다녀왔어?"

움직이기 싫어하는 이 게으른 차일드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걸 본 메티스는 궁금증을 참지 못 하고 물었다.

"응. 아까 선아가 급하게 나가길래 무슨 일이 있어서 저리 급하게 나가나~ 하고 따라갔다 왔지."

"선아...?"

"그래, 선아. 왜, 선아한테 볼 일 있어?"

"아, 아니. 그래서 선아는 무슨 일로 나갔었던 거야?"

컵을 씻으며 궁금하지 않는 척 묻는 메티스를 보고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은 나타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주피터랑 어디 놀러가는 것 같았어. 선아가 그 뭐라더라? 누구를 떼어놓고 오느라 늦었다고 하는 걸 들은 것 같은데."

"......"

나타의 얘기를 들은 메티스는 말 없이 컵을 계속 씻었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던 나타가 메티스의 굳은 표정을 보고 더 이상 장난을 치면 안 되겠다 생각한 순간,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메티스의 손에 들려있던 컵이 떨어졌다.


"야, 야! 메티스! 너 괜찮아?"

"아... 응. 나타. 저기 위에 장갑 좀 줄래?"

컵을 깨트리고도 놀란 기색 하나 없는, 인형과도 같은 메티스의 얼굴에 나타는 등에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

"여, 여기."

자신이 건네준 장갑을 끼고 큰 조각만 골라 비닐에 넣는 메티스에게 나타는 '지금이라도 말해야지'라는 생각에 입을 열려 했다.

"저기, 메티..."

"죽여버릴거야. ...나 불렀어, 나타?"

"...스, 남은 건 내가 치울테니까 가서 좀 쉬어."

"그래 줄래? 고마워."

입은 웃고있지만 빛이 바랜 빨간색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히, 히익!"

괜한 자신의 장난 때문에 선아에게 폐를 끼치게 될 것도 걱정되고 갑자기 변한 메티스도 무서웠던 나타는 몸을 벌벌 떨며 깨진 컵의 잔해를 조심스레 치우기 시작했다.



싱크대의 유리를 전부 치운 나타는 냉장고에 숨겨둔 악마의 초콜렛을 꺼내먹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메티스를 관찰했다.

'서, 설마 진짜 선아를 죽이지는 않겠지?'

그 때, 메티스가 몸을 홱 돌렸다.

나타는 깜짝 놀라며 위장용으로 펴둔 책을 읽는 척 했지만 메티스는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그대로 현관으로 향하는 메티스를 보고 나타는 용기를 내 물었다.

"저, 메티스. 어디 가?"

"주피터가 놓고 간 게 있어서 가져다주려고."

"그, 그랬구나. 나도 같이 가줄까?"

"나타가 왜? 나 혼자 갈 테니까 집에서 놀고있어."

말을 마친 메티스는 부츠를 신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사고를 쳐도 제대로 쳤다는 걸 알아챈 나타는 악마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하지도 못 하고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나섰다.



'근데 쟤는 찾아서 가는 거야?'

나타는 선아와 주피터가 함께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주피터는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으며 선아는 그저 산책을 하러 나간다 들은 게 다였다.

처음엔 긴장을 하며 들킬까 조마조마해하며 메티스를 쫓아가던 나타였지만 큰 길을 몇 번 지나고 난 후에는 숨으려는 시늉도 내지 않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막 긴장이 풀어지려던 무렵, 사거리 신호등 반대편을 바라본 나타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서, 선아?'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를 본 나타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느끼며 벽을 짚었다.

선아의 옆에는, 외눈안경을 끼고 가방을 들고있는 그 남자가 서있었다.



'메티스는? 봤나?'

천만다행으로 메티스는 그 광경을 보지 못한 듯 했다.

'저 둘은 왜 같이 있는 거야! 선아는 산책하러 나간다고 했는데?'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 메티스가 둘을 못 보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세로,가로, 대각선으로 6개의 횡단보도가 있는 사거리는 동시에 신호가 켜진다.

다행히 주피터와 선아는 메티스와 서로 바라보자 않는 곳에 서 있어 부딪힐 확률이 적지만 건너갈 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거리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이 나서서라도 막아서야겠다 생각한 나타는 손에 땀을 쥐며 두 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윽고 파란 불이 켜지고 셋이 움직이는 걸 본 나타는 자신도 들키지 않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반의 반, 반, 그리고 다시 반의 반.

메티스가 횡단보도의 끝에 도착한 걸 본 나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이제 어떡하지? 메티스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나타가 답지않게 뒤를 생각하고 있던 그 때, 메티스가 멈칫하고 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바라본 건 아니지만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 얘기를 하며 걷고있는 주피터와 선아가 있는 걸 본 나타는 숨을 흡하고 들이마셨다.

둘에게 빠르게 다가간 메티스는 주피터의 한쪽 옆에 서서 물었다.

"선아, 주피터. 둘이 웬 일이야?"

"아, 메티스 씨. 이런 데서 다 뵙는군요."

"산책하던 길에 만나서 잠시 같이 걷고있었네. 자네는 웬 일인가?"

"나도 잠깐 산책 나왔어. 아, 신호등 꺼진다. 빨리 건너자."

'뭐야. 쟤 훼까닥 돈 거 아니었어?'

예상과 다른 메티스의 언행에 나타는 잠시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셋을 따라갔다.

'근데 저 남자는 표정이 왜 저렇담.'

선아와 메티스의 사이에 선 주피터는 언뜻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눈의 초점이 계속 흔들리고 어쩔 줄 몰라하고있었다.

한쪽 눈을 찡그리며 혀를 찬 나타는 거리를 벌리고 셋을 멀리서 관찰했다.

'사람이 셋이라는 건 그만큼 들키기도 쉬워진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거리를 벌리자 더 이상 셋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답답해진 나타는 입모양만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무리한 시도란 걸 깨달은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들키지 않고 셋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한창 얘기중이던 선아와 메티스가 주피터를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나타는 가까운 벤치에 앉은 주피터는 무시한 채 밝은 얼굴로 얘기하며 골목길로 들어가는 둘을 쫓았다.

그리고 골목길의 벽에 가려 둘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메티스의 손에서 무언가 반짝하고 빛났다.

아까 메티스가 깨트린 유리컵이 떠오른 나타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갔다.

"안 돼, 선아!!!"

하지만 그 애타는 목소리를 못 들은 건지 선아는 메티스와 함께 사라졌다.

"선아, 선아!!"

'내가 그런 장난만 안 쳤어도...'

하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둘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간 나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푸흡... 안녕, 나타?"

"무슨 크흡... 일이 있어 그리 애타게 나를 불렀느냐, 나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선아와 메티스였다.

"메티스에게 다 들었단다. 네가 메티스를 놀리려 했다면서?"

"장난도 칠 사람, 아니. 차일드한테 쳐야지. 내가 웃음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오히려 자신이 놀아났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챈 나타는 부끄러우면서도 큰 일이 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맞아. 너, 마음을 읽는다고 했지? 으으... 깜빡 속아버렸어."

"지금은 큰 일이 안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꼭 이렇게 일이 나야 잘못을 깨닫는구나 나타."

선아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타의 이마로 흐르는 식은 땀을 보고선 표정을 풀었다.

"너도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남을 놀리면 안 된다는 건 이제 잘 알았겠지?"

"응..."

"잘못했으면 사과도 해야겠지?"

"...미안. 메티스."

"괜찮아. 나도 너무 심하게 장난쳐서 미안해."

"참. 아까 보니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던데 거기 들리시는 건 어떠신지요? 지난 번 주인님께 받은 용돈이 있으니 제가 사겠습니다."

"아이스크림? 좋아. 주피터 데리고 같이 가자."

다시 주피터와 합류한 뒤, 넷은 메티스와 선아, 나타와 주피터로 쌍을 지어 걸었다.

메티스와 선아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을 지었고 나타는 뚱한 표정으로 옆에 있 서있는 주피터를 흘끔 바라보더니 말을 붙였다.

"주피터. 당신도 알고있었어?"

"무얼 말인가."

"아니, 그 내가 한 거."

"자세한 내용은 모르네. 자네가 메티스에게 장난을 치려 했다는 것만 알고있지."

"그랬구나. 하아... 메티스도 보통이 아니네. 순진해 보여서 놀려주려고 했는데."

"순진하다니. 메티스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당신은 뭐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혹시 메티스랑 그렇고 그런 사이야?"

"...못 하는 말이 없군."

"뭐야. 그냥 해 본 말인데 진짜야? 정말 상상도 못 했네. 메티스야 그렇다 쳐도, 당신은..."

자신에게 쩔쩔매는 주피터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한 나타는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띄우며 그를 놀려주려다

웃으면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메티스를 보고선 입을 다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선아. 아이스크림 가게는 어디야?"

"이 바로 앞에 있다. 왜, 아이스크림이 그리도 먹고싶으냐?"

"응. 우리 먼저 가서 앉아있자."

"자, 잠깐. 나타!"

메티스는 선아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나타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저 애, 귀엽네. 그렇지 않아?"

"생긴 건 멀쩡한데 제정신은 아닌듯 하더군. 한 마디만 더 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주려 했는데 아쉽게 됐어."

주피터의 허세가 약간 섞인 말을 들은 메티스는 선아와 나타가 가게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주피터의 손을 잡았다.

멈칫하며 그 손을 마주잡은 주피터는 헛기침을 한 번 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번엔 자네도 있고 하니... 으아악!"

자신의 손을 으스러져라 잡은 메티스를 바라보자 그녀의 눈에서 빨간 안광이 빛나고 있었다.

"선아랑 둘이서 뭐 했어."

"아무것도 안..."

"그리고 아까 선아 가슴 닿았는데 피할 생각도 안 하더라. 그렇게 좋았어? 그 길로 나가서 만난다는 게..."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던 메티스는 가게의 입구에서 손을 흔드는 선아를 보고 다정하게 손을 마주흔들어주었다.

"나중에 집 가면 내 방에서 마저 다 들을테니까 무슨 변명 할지 잘 생각해둬."

흥 하며 메티스가 놓아준 손을 주물럭거리며 주피터는 고개를 저었다.

'메티스를 모르는 건 나타뿐이 아니었군.'

그녀의 말대로 변명할 말을 생각하며

주피터는 문을 닫고 가게로 걸어들어갔다.











나타의 마음을 읽은 메티스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장난끼 넘치는 차일드의 천진난만함에 영향을 받은 걸까, 역으로 나타를 놀려주고 싶다 생각한 메티스는

'주인, 미안해.'

생각하며 컵을 떨어트렸다.




장난을 거는 나타에게 역으로 장난을 치는 마음으로 무작정 밖에 나온 메티스는 그녀가 쫓아오는 걸 흘끗 흘끗 보며 정처없이 길을 걸었다.

'그렇게 하고 나오긴 했는데, 뭐 할 게 없네.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말해줄까?'

바람을 쐬고 나니 별 것도 아닌 일로 화가 났던 것도 바보 같아지고 나타 덕에 기분도 좋아진 메티스는 큰 사거리 앞에 서서 마음을 정했다.

'다 건너고 나면 놀래켜줘야지. 그런데 컵은 어떡하지? 너무 심취했나봐... 아, 파란불이다.'

파란불을 보고 길을 건너며 언제 나타를 놀래켜줄까 고민하던 메티스의 시선 가장자리에 분홍 머리칼이 날렸다.

'...선아?'

분명히 선아와 주피터였다.

'저 둘이 왜... 설마 진짜?'

차마 움직이지 않는 발을 간신히 움직인 메티스의 귀에 그 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래서 왜 메티스 씨가 화를 내신 건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사옵니다."

"메티스는 말이 안 통하는 차일드가 아니네. 집에 돌아가서 다시 말해보면 분명 자네의 얘기를 들어줄 걸세. 메티스는 그런 여자니까."

그 말을 하는 주피터의 목소리와 표정에 선아는 어머 하며 입을 가렸다.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선아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강직하면서도 상냥한 마음의 소리가 메티스에게 전해졌다.

'메티스 씨는... 그런 거였군요. 집에 가서 꼭 사과드려야 하겠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선아를 오해했다는 걸 안 메티스는 횡단보도의 끝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드르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