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있나요?"

소파에 드러누워있는 악마를 보고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 차일드는 언제나 차분해 보이는 판이었다.

"어, 저것 좀 봐. 애들 너무 귀엽지 않아?"

"아... 인간 아이들이군요."

소파 가장자리에 붙어 앉은 판은 다소곳이 앉아 티비화면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항상 사랑스러운 법이죠. 그...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요."

"뭐 그렇지. 다비도 맨날천날 저렇게 까불대도 귀여우니까 말 다했지."

그리고 부엌에서 왕관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미리나는 악마의 그 말을 듣고선 엉뚱한 생각을 했다.

'다비... 다비가 귀엽다는 건가?'

하루종일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꼬마 서큐버스를 떠올린 미리나는 다비의 말투를 생각해냈다.

"미, 미리나도 초코우유 좋아한단 말이야."

부끄러움에 뺨이 확확 타올랐지만 악마의 말을 떠올리며 미리나는 다시 입을 열어 말해보았다.

"미리나는 악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어머나. 미리나님이 주인님을 사모하시는지는 몰랐는걸요."

"꺄악! 어, 언제부터 게 있었던 것이냐?"

"아까부터 있었사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쿠키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내, 내가 하던 건 단순한 유희일뿐이니 어서 머리에서 잊거라."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미리나님의 언행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차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입을 삐죽거리며 발그래해진 볼으로 코웃음을 치는 미리나를 보고 싱긋 웃어준 선아는 큼지막한 볼에 담긴 반죽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우리 식구와 주인님의 친구분들께도 나눠드릴 수 있겠죠. 오늘 내로 다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습니다."

미리 종이를 깔아둔 판 위에 반죽을 덜어  틀으로 모양을 낸 선아는 예열된 오븐에 판을 넣고선 무릎을 꿇고 앉아 안을 바라보았다.

"처음 해 보는 것인데 잘 될 지 모르겠습니다. 잘 돼야 할텐데..."

오븐 앞에 앉아있는다고 해서 변할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스레 쿠키가 구워져가는 걸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선아는 오븐에서 소리가 나자마자 뚜껑을 열었다.

"하아...냄새는 정말 좋은데, 맛이 어떨지 걱정입니다. 부디 맛있어야 할텐데."

두꺼운 주방장갑을 끼고 판을 꺼낸 선아는 초콜렛칩이 잔뜩 박혀있는 갈색 쿠키를 떼어내 후후 불고는 조심스레 귀퉁이를 뜯어먹어보았다.

"이 맛은...!"



똑똑

"들어와~"

"아. 마침 두 분이 함께 계셨군요. 쿠키를 조금 구워봤는데 한 번 맛보셨으면 하여 가져왔습니다. 부디 사양은 하지 말아주시길."

"오시리스. 내 것도 같이 가져와주겠어?"

침대에 누워 일어서지도 않고 말하는 미다스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오시리스는 그런 티를 내지 않으며 접시를 받아들었다.

"고마워, 선아. 나는 줄 게 없는데 어떡하지?"

멋쩍어하는 오시리스의 목소리에 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댓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니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아, 한 가지 부탁드리자면 나중에 맛이 어땠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그 정도는 쉽지. 알겠어."

문을 닫고 나가는 선아에게 손을 흔들어준  오시리스는 접시에 담긴 쿠키를 책상에 올려놓으며 조금 높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다스. 손님이 왔을 때 정도는 일어서는 게 어때?"

"음?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든 모양이네. 어쩌겠어, 내 성격이 이런 걸."

다소 뻔뻔한 미다스의 행동에 한숨을 내쉰 오시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어디에선가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카를 가져오더니 무언가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오시리스. 뭐 하는 거야?"

친구의 행동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미다스는 그제서야 반쯤 몸을 일으키며 오시리스를 바라보았다.

"네가 이것만큼은 지켰으면 하는 행동을 쓴 거다. 첫 번째. 방에 손님이 오면 친절하게 맞이해줄 것."

오시리스의 말에 피식 웃은 미다스는 눈을 몇 번 깜빡거리더니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네가 들어올 때 친절하게 맞아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왜 이제서야 그러는 거지?"

미다스의 질문에 오시리스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나는 손님이 아닌 친구고, 네가 손님을 그렇게 대하는 건 처음 봤으니까."

"...그런가? 까짓 거 신경 좀 써 보지, 알겠어."

이후 미다스의 방에는 총 12개의 화이트보드가 걸리게 되었다.


"악마님, 어서 오세요."

선아가 싸준, 쿠키가 잔뜩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온 악마를 맞아준 것은 춤 연습을 하느라 땀범벅이 된 새턴이었다.

"연습중이었나보네. 내가 방해한 거 아니야?"

"그렇다고 하면, 미안한 마음에 밥이라도 한 번 사주실 건가요?"

새턴이 쿡쿡 웃는 걸 보고서 농담이라는 걸 안 악마는 얘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애써 누르며 물었다.

"마에스트로는 어디 있어? 매니저 알바비 챙겨준다고 해서 왔는데."

"아, 마에스트로님은 지금 안쪽에서 스케쥴 조정중이세요. 제일 중요한 일이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러지 뭐. 온 김에 아리아도 한 번 보고. 아리아는 어디 있어?"

"자기 차일드라고 아리아 씨부터 챙기시는 건가요?"

짐짓 삐친 척을 하는 새턴의 모습에 당황한 악마는 손을 휘저었다.

"그, 그런 거 아니야."

"후훗. 농담 한 번 해 본 거예요. 아리아 씨도 안 쪽에서..."

"어? 눈치 꽝에 둔탱이에 어리숙한 주인님!"

아리아도 양반은 못 되는지 연습복을 입은 채로 달려왔다.

"아리아! 요즘 잘..."

지내냐고 물으려던 악마는 아리아가 와락 안겨오는 바람에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조심스레 그녀를 안아주었다.

"잘 지내고 있지?"

"훌쩍... 그럼요. 마에스트로 님이 얼마나 잘해주시는데요."

"그래도 자주 와주세요 악마님. 아리아 씨가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요."

"새, 새턴!"

"뭐가 이리 소란스러운 게냐?"

"연습 하다말고 어디 갔나 했더니, 다 여기 있었네."

"아, 오래간만이에요 악마님!"

다섯 명과 모두 인사를 마친 악마는 참 하며 손에 든 바구니를 내밀었다.

"이거 우리 집 차일드가 한 쿠키거든. 나중에 먹어봐. 나는 엄청 맛있더라."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흥. 아이돌한테 이런 선물을 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마,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근데 이건 누가 만든 거예요, 주인님?"

"선아가 만들어줬어. 어제 갑자기..."

연습실 앞에서 한참동안 얘기를 하고있자

마에스트로가 기지개를 펴며 나왔다.

"마에스트로. 알바비 받으러 왔어."

"네, 알고 있습니다."

품속을 뒤진 마에스트로는 흰 봉투를 꺼내 악마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수고하신만큼 정확히 넣어두었습니다."

"더 넉넉히 넣어줘도 되는데. ...그런데 너희 어디 가?"

"아... 무, 물 마시러 가요."

"안에 물이 없나보네?"

패뷸러스 플러스 멤버들이 한 명씩 건물을 나가고 마에스트로도 은근슬쩍 나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 한 채 주머니에 들어온 흰 봉투를 열어보던 악마는 안에 있는  육인육색의 '죄송합니다'라는 글자를 보고서야 사태를 깨닫고 사기아이돌과 프로듀서를 따라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악마님, 죄송해요!"
"나중에 제가 챙겨드릴게요 주인님!"
"그냥 못 받는 걸로 알고 포기하는 건 어떻느냐?"
"죄죄죄죄 죄송해요오오!!"
"그러게 내가 연습실은 하나면 된다고 했잖아!"


"너희드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미리나 유녀는 잘 모르겠어서 좀 얼버무림






신청한게 선택안됐을때의 슬픔을 알기때문에

전부넣었습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행복할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