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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기는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한치 앞도 모른단 말씀!"


성능도 앞날도 어둑한 광속촌이지만 차일드 악마 개개인이 뿜어내는 기운은 미친듯이 발광하는 것이 광속촌의 특징이었다.

활강하는 에슈, 광에슈도 그런 차일드 중 하나였다. 매일같이 질리지도 않고 되도 않는 도박판을 벌여 활기와 광기를 돋아올렸다.


"오늘은 새로운 마왕후보생! 데.린.이가 오셨단 말씀! 오늘의 내기! 레벨업 보상으로 출장나간 다나가 언제 복귀할까입니다!"


오늘 내기는 새로 온 계정이 2렙을 찍어 간만에 나간 다나가 언제 광속촌으로 돌아올지 거는 내기였다.


"요즘 찍먹하는 데린이 며칠이나 가려나...일주일 후에 돌아온다!"

"다나가 초반은 든든해도 잘 먹으면 금세 버리니까 사흘 후에 오겠지!"

"다나 떼는 거 쉽지 않은데? 보름은 잡아본다!"


각자 이유를 가지고 저마다 돌아오는 날짜에 재화를 걸고 있었다.

점점 재화가 쌓여갈 때쯤 버스가 돌아왔다. 요즘같은 때에 월보뛰는 마아트라도 돌아온 것일까?


"...여신의 귀환을 찬양하라!"


다나는 본인이 왔음을 어필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적뿐이었다.


"...벌써 왔어?"

"아니 오늘 나갔잖아! 뭔 일이야!?"

"이건 아니지! 오늘 돌아온다는 거에 건 녀석 있어?"


도박판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가뜩이나 술렁거렸다.


"왜 벌써 돌아온 거야?"


누군가의 물음에 다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후보생이라면...서큐버스가 부담스러워서 못하겠다고 했다."



모나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하루만에 접어버린 후보생. 악마도 차일드들도 예상은 못했다만 이해는 갔다.


"오늘 돌아온다에 걸어주신 분은 없는 결과로...재화들은 이 에슈가 챙겨가겠습니다!"


오늘의 승자는 에슈. 다들 에슈에게 갖은 물건을 던졌지만 에슈는 한탕 벌었단 생각에 돌팔매 따위는 기꺼이 맞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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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고고...마냥 좋은 결과는 아니네..."


다나가 너무 일찍 돌아온 것 때문에 재화가 많이 걸리진 않았던 모양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에슈씨, 뭐하고 계신가요?"


그런 에슈에게 찾아온 건 넵튠. 멀찍이서 구경만 하다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우리 멍멍이 왔어? 벌이가 시원찮아서 말이지..."

"에슈씨, 에슈씨는 원래 수속이셨잖아요?"

"그래서? 설마 이 에슈에게 궁금한 거라도?"

"아뇨 그냥...이런 곳 보다 수속타운에 계신다면 밤세계도 가깝고...더 편하게 지내실 수 있을텐데..."


수속타운.


에슈는 수속타운에 있었을 시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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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속타운은 수속 모나가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살로메는 수속 모나가 아니다'


마을 입구에 걸려있던 현수막을.


'타나토스, 마르스, 에슈, 버들도령, 이외 명단에 실려있는 차일드, 악마들은 수속타운의 이미지를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상기되어 있는 시간 외에 외출, 활동을 금지합니다. 해당 규정을 어길 시 월아와 공동생활 1개월 형에 처합니다.'


마을 곳곳에 붙어있던 경고사항을.


'라쿤에게 코어를 주지 마십지오. 발각 시 엄벌에 처합니다.'


마을 공원에 붙어있던 경고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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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에서 끝난 에슈는 광속촌을 둘러보았다.


능력은 어딘가 나사 빠져있고 챙길 위신도 없어 망가져도 끄떡없는 모질이들이 있었다.


"에슈는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게 더 맞는 거 같은데?"

"이 마을이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불편하긴, 이딴 스킬셋을 가지고도 안 버려지는 곳이 여기란 말씀. 여기서 천년만년 살란다~"


말이 끝난 에슈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넵튠은 살짝 웃었다.


"우리 넵튠은 수속타운으로 안 가도 괜찮아? 우리 멍멍이야말로 수속타운 갈 수 있을텐데?"


넵튠은 그 말을 듣고는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이 바닥 머저리들이 저 마저 가버리면 몇이나 살아남는다고요. 제가 불쌍해서라도 못가는 거에요. 알아들으셨죠?"


잠깐, 이 녀석이 이런 녀석이었던가?


"멍멍아? 잠ㅅ..."


넵튠이 드러누워있던 에슈의 위로 파운딩을 걸고 에슈의 입을 조용히 틀어막았다.



'에슈는 넵튠에게 <이로운 효과(기억) 제거> 을(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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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은 급히 밤세계 행 버스를 타는 중이었다.


"세공 확률 3배...대장간에서 세공석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어!"


에슈의 크리스탈을 훔쳐서 가고자 했던 곳은 대장간. 조금 비싸지만 넵튠이 세공석을 구할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7300크리스탈... 방어구 세공석으로 부탁드려요!"



넵튠은 바로 자리에 앉아 세공석을 받았다.


용광로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되어 그 뜨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거만 있으면...!"


세공이 잘 입혀져있다면 분명 자신의 입지도 나아지겠거니 생각한 넵튠은 뜨거움을 참고 세공석을 사용했다.



"...이거 확률 조작이야! 상도덕 없는 십새들아!!!"


게임사의 농간은 차일드도 피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