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피터. 주피터는 뭐가 제일 좋아?"

"뭐가 제일 좋냐니... 그게 무슨 말인가?"

"아니 그냥. 좋아하는 거 있을 거 아냐?"

주피터는 갑작스러운 메티스의 질문에

외눈안경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요즘에는 레드크로스와 바둑을 두는 게 가장 좋군. 자네도 시간이 나면 한 번 배워보게. 재밌는 취미가 될 테니."

"아. 그래."

메티스는 갑자기 화난 표정을 하고서는 몸을 훽 돌려버렸다.

"메티스? 자네 왜 그러나?"

"주피터는 늙은이처럼 레드크로스랑 바둑이나 해."

'바둑은 아이도 할 수 있는 오락일세.'

하고 말하려했지만

메티스는 이미 없었다.



"주인. 하나 물어볼 게 있네만."

"응? 뭔데?"

"자네는 무얼 제일 좋아하나?"

"그것 참 그럴듯한 질문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만..."

주피터는 악마에게 메티스와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주피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도 참 눈치없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내가 무얼 잘못한건가?"

"기다려봐. 아우로라! 지금 집에 있어?"

악마가 소리치자 어디선가 통통 튀는 가벼운 발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악마야! 나 여기 있어. 왜 불렀어?"

"아우로라. 너는 뭘 제일 좋아해?"

"나? 나는 악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아우로라는 활짝 웃으며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 미소를 보고서야 주피터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눈치챘다.

"주피터. 이제 알겠어?"

".....고맙군. 나는 잠시 외출하고 오겠네."

"그래. 나중에 메티스랑 꼭 화해하고."

주피터가 돌아온 건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집에서는 메티스가 소파에 앉아 동화책처럼 보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

"크흠."

주피터는 일부러 크게 헛기침을 했지만

메티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서른두가지맛 아이스크림이 담긴 종이가방이 부스럭거리도록 흔들기도 해보았지만

메티스의 시선은 동화책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하는 수 없이 주피터는 입을 열었다.

"메티스. 아이스크림 사왔다네. "

"그래. 맛있겠네."

"...메티스. 자네는 무얼 제일 좋아하나?"

"그런 건 알아서 뭐 하게?"

"......나는..."

"뭘 그렇게 뜸을 들여? 할 말 없으면 가. 나 책 읽느라 바뻐."

"나는 자네가 제일 좋다네."

그 말을 들은 메티스는 고개를 돌려 주피터를 바라보았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자네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이라네. 아까는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어버렸군."

"흥. 그게 진심인 건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느새 메티스의 볼은 빨개져있었고

손은 동화책을 덮어 책상 위에 내려두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왜 사온거야?'

"...뇌물일세, 뇌물."

"그래. 이번만 봐주는거야. 맛은 뭘로 사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