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영어는 뭐고 문법은 뭔가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영문법을 알고 싶으면 읽을 필요 없습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보는 나무위키인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선 문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문법은 자연어의 화자나 필자의 단어, 구, 절의 생성이나 사용에 대한 구조적인 규칙을 말합니다.

또한 이 용어는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그리고 음성학, 의미론, 화용론을 다루는 연구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즉 광의의 문법은 이론언어학 (Theoretical Linguistics) 그 자체이지만, 협의의 문법은 주로 통사론에서 다루는 문장에 대한 규칙을 의미한다.

문법은, 언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언어학이라는 학문이 처음 생겨나기 전까지 언어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이었고 따라서 문법을 언어학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지...않을까?

보통 연구 방법론을 '이론적 틀'이라고 하는데, 구조주의 언어학 (Structural Linguistics) 이전까지의 문법, 또는 언어학을 전통 문법 (Traditional Grammar)이라고 하고 이후 생성 문법으로 대변되는 형식주의 언어학 (Formal Linguistics)과 인지 언어학으로 대변되는 기능주의 언어학 (Functional Linguistics) 이 두 개의 이론적 틀이 언어학의 주류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나는 구조주의 문법도, 생성 문법도, 인지 문법도 아닌 전통 문법으로 영어를 공부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전통 문법이 다른 언어학의 이론적 틀에 비해 언어의 구조와 현상에 대해서는 많은 걸 설명해주지 못해도, 전통 문법은 언어 교육과 학습에 있어서는 간결하면서도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통 문법 (Traditional Grammar)

전통 문법은 때로 처방 문법 (Prescriptive Grammar), 규범 언어학 (Normative Linguistics), 학교 문법 (School Grammar) 등으로도 불리는데,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보는 나무위키인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서 전통 문법 항목을 살펴보자.

전통 문법은 언어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적인 틀로, 특정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하거나, 사람들에게 말하는 법과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전통 문법은 광의의 문법에서 보자면 발음법 (Pronunciation), 철자법 (Orthography), 품사론 (Part of Speech), 어형론 (Accidence), 문장론 (Sentence), 어휘론 (Lexicology), 어원학 (Etymology), 수사학 (Rhetoric) 등으로 구성되고, 이는 이론언어학을 구성하는 음성음운론 (Phonetics and Phonology), 형태론 (Morphology), 통사론 (Syntax), 의미론 (Semantics), 화용론 (Pragmatics)의 분야를 전부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쓰이는 협의의 문법에서 보면 전통 문법은 통사론 분야에서의 이론적 틀의 일종이며 품사론, 어형론, 문장론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전통 문법의 역사

19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역사언어학 (Historical linguistics) 이전의 언어학은 전통 문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 문법의 등장 이전에도 사람들은 언어에 관심을 가졌다. 기원전 제2천년기의 바빌로니아에서는 고전 언어 (Classical Language)인 수메르어와 민중 언어 (Vernacular Language)인 아카드어 간의 사전이 있었다. 그러나 전통 문법의 진정한 시작은 고대 인도라고 볼 수 있다. 

대략 기원전 4세기 파니니 (Pāṇini)는 산스크리트어 문법서인 ‘팔장편 (Aṣṭādhyāyī)’을 통해 베다 산스크리트어의 문법을 여러 개의 규칙으로 정리하여 고전 산스크리트어를 확립하였다. 파니니는 최초의 언어학자로 알려졌으며 고전 문법의 전통은 파니니의 문법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기원전 2세기 디오니시우스 트락스 (Dionysius Thrax)의 그리스어 문법서인 ‘문법의 기술 (Tékhnē Grammatiké)’, 4세기 아엘리우스 도나투스 (Aelius Donatus)의 라틴어 문법서인 ‘문법학 (Ars Grammatica)’ 등과 같이 문헌적으로 주요한 고전 언어의 문법을 다루면서 품사론을 정립시켜 나갔다. 이 시기 정립된 8품사 체계는 이후 유럽의 전통 문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중세와 근세 시기에는 7세기 롱가라드 (Longarad)의 게일어 문법서 ‘학자의 지침서 (Auraicept na n-Éces)’, 15세기 안토니오 데 네브리하 (Antonio de Nebrija)의’ 카스티야어 문법서 (Gramática de la Lengua Castellana)’와 같이 고전 언어가 아닌 각국의 민중 언어의 문법들 또한 다루기 시작했다. 

고전 문법의 완성은 덴마크의 언어학자 오토 예스페르센 (Otto Jespersen)에 의해 이루어졌다. 예스페르센은 덴마크어를 모어로 쓰는 언어학자이지만, 주로 영문법과 관련된 다양한 업적을 남겼으며, 음성학,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역사언어학, 사회언어학, 언어 교육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연구를 하였다. 예스페르센은 현대 영어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저서인 '영어의 발달과 구조 (Growth and Structure of the English Language)'를 남겼으며 '언어: 언어의 성격과 발전, 그리고 기원 (Language : Its Nature, Development, and Origin)', '문법 철학 (The Philosophy of Grammar)', '분석통사론 (Analytic Syntax)'과 같이 역사언어학과 통사론에서도 주요한 저서를 남겼다. 예스페르센은 위계 (Rank)와 연쇄 (Nexus)를 통해 문장의 구조와 의미를 설명하고 품사 분류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새로 제시했으며, 언어를 인간의 사회적 활동으로 보았다.

20세기 이후 전통 문법은 구조주의 언어학, 형식주의 언어학, 기능주의 언어학과 같은 다양한 이론언어학의 이론적 틀의 등장과 함께 비판받았으나 현재 전통 문법은 교육 문법 (Pedagogical Grammar)으로 계승되어 S. 핏 코더 (S. Pit Corder), 르네 디르벤 (René Dirven), J. 패트릭 B. 앨런 (J. Patrick B. Allen), 윌리엄 E. 루더포드 (William E. Rutherford), 마이크 샤우드 스미스 (Mike Sharwood Smith), 테렌스 오들린 (Terence Odlin), 데이빗 뉴비 (David Newby) 등과 같은 제2언어 학습을 연구하는 응용언어학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영어 전통 문법의 시작은 1586년 윌리엄 불로카르 (William Bullokar)의 ‘영문법서 (Bref Grammar for English)’가 라틴어의 8품사 체계에 따라 영어의 문법을 설명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후 주요한 영어 문법서는 1761년 조지프 프리스틀리 (Joseph Priestley)가 실제적인 영어 사용을 위해 만든 영문법 교육서인 ‘영어 문법의 원리 (The Rudiments of English Grammar)’와 20세기의 현대 영어 문법의 시초인 오토 예스페르센 (Otto Jespersen)의 ‘역사적 원리에 대한 현대 영어 문법 (A Modern English Grammar on Historical Principles)’, 일본과 한국의 영어 교육의 기반이 된 찰스 탤벗 어니언스 (Charles Talbut Onions)의 ‘고등 영어 통사론 (An Advanced English Syntax)’ 등이 있다.

21세기 들어서 전통 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영어 교재는 ‘종합 영문법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롱맨 구어와 문어 영문법 (Longman Grammar of Spoken and Written English)’, ‘실용 영문법 (English Grammar in Use)’ 등이 있다.

전통 문법의 주요 분야에 대한 간략한 설명

발음법 (Pronunciation) = 발음법은 표준 발음에 따라 언어나 단어의 정확한 발음 방법과 발음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정서법 (Orthography) = 정서법은 어떤 문자 체계로 특정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품사론 (Part of Speech) = 품사론은 단어들 간의 공통된 성질을 기준으로 단어들을 분류하는 법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어형론 (Accidence) = 어형론은 단어가 특정 기능을 나타내기 위해서 형태를 바꾸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문장론 (Sentence) = 문장론은 단어들이 구와 절을 이루는 방식과 그 규칙들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어휘론 (Lexicology) = 어휘론은 한 언어 내의 어휘의 구성과 어휘들의 의미와 사용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어원학 (Etymology) = 어원학은 단어의 기원과 변해온 역사, 그리고 의미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수사학 (Rhetoric) = 수사학은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문장과 단어를 꾸미는 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중 영어의 품사론, 어형론, 문장론에 대해서 공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