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시판

제 1-1장


나는 변방의 노예로 태어났다. 가족이라고는 어머니 한 명 뿐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래도 마상 경주 하나만큼은 당대에 쟁쟁한 선수들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난 비록 마차 수리점의 노예일 뿐인 작은 꼬마였지만 우리 주인님은 날 경주에 내보내 꽤 돈을 짭짤하게 벌었다. 그래서인지 주인님은 내가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면서 간단한 기계나 무쇠 인간을 만드는 것 정도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어느날, 먼 곳에서 온 수도승과 예쁜 누나와 어떤 못생기고 웃긴 괴수가 우리 수리점에 찾아왔다. 마차 부품이 고장나서 도저히 속도를 낼 수 가 없단다. 그래서 도와주기로 했다. 비록 큰 도움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저 예쁜 누나에게 칭찬받고 싶다. 물론 저 수도승 아저씨도 좋은 사람인것 같다. 나한테도 상냥하고 똑똑한 사람인것 같다. 


수도승 아저씨가 온 뒤로 며칠 뒤, 수리는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다. 아저씨는 내가 마상 경주를 한다는 것을 알고 뭔가 확인할게 있다며 피를 뽑아가고는 자기랑 같이 가서 수도승이 되는건 어떻겠냐고 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저 온 세상을 여행하며 아저씨랑 같이 온 예쁜 누나같은 사람이랑 만나서 엄마랑 같이 행복하게 사는 꿈. 그래서 같이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와 내 엄마는 노예였다. 아저씨가 가진 돈도 우리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저씨는 주인님과 말을 해보러 갔다. 아저씨가 말해주길 자기가 내기에서 이겨서 마상 경주에서 이기면 나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슬프게도 엄마는 여기 남기로 한 것 같다. 


그 뒤로는 내 경주용 마차를 고쳤다. 저 우스꽝스러운 괴수가 방해를 하는건지 도와주는건지 어쨌든 같이 수리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중략)


마상 경주에는 룰이 없다. 그래도 난 이겼다. 이겨서 이 지겨운 동네를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인님은 영 못마땅한 듯 한 표정으로 나와 아저씨를 본다. 그래도 상관없다. 난 자유다. 이 아저씨와 함께 떠나서 온 세상을 누비며 강한 수도승이자 기사가 될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떠날 날이 왔다. 엄마는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자기는 신경쓰지 말라고 어젯밤에 말씀하셨다. 그래도 마차 수리도 끝났겠다, 이제 더이상 지체 할 시간이 없었다. 엄마와의 짧은 작별인사를 끝으로 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이게 엄마를 보는 마지막 순간이 될까 두려워졌다. 그러나 나는 계속 가야했다. 


계속 걸어가다가 마차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차에 막 올라 탈 쯤에 갑자기 붉은 피부에 온 몸에 문신을 한 뿔 달린 남자가 나타나 아저씨를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강했다. 그 괴한을 적당히 뿌리치고 이미 출발한 마차를 따라잡아 가까스로 올라탔다. 마차 안에는 아저씨와 비슷한 옷을 입은 형이 있었다. 그 형은 아저씨의 제자라고 했다. 나도 이 형처럼 아저씨의 제자가 될 것이다. 


제 1-2장 


우리는 드디어 수도에 도착했다. 내가 처음 본 대도시의 풍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평소에 보던 것이라고는 보잘 것 없는 사막과 석양이 전부였지만 이 곳은 높은 형형 색색의 건물과 마차,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저씨는 나를 다른 수도원장들한테 데리고 갔다. 앞에 앉아있는 수도원장들은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아저씨는 내가 예언에 나온 선택받은 자이고 세상에 균형과 평화를 가져 올 거라고 앞에 있는 수도 원장들에게 말했다. 수도원장들은 내가 나이도 많고 감정적이라 날 제자로 받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날 데려와 준 아저씨만큼은 규칙을 어겨가면서 까지 날 보살펴 주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아저씨는 아무래도 참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건지 제자는 못 되었지만 일단은 아저씨가 날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제 1-3장


갑자기 누나가 사는 왕국에 적들이 처들어 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아저씨와 형, 누나, 그리고 나는 모두 그리로 향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나에게 위험하니 나오지 말라고 했다. 난 우리 편 진영에 남아 전투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괜찮았던 계획과 전황이 모두 뒤집어졌다. 난 어리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지역 최고의 마상 경주 챔피언이다. 난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주변에 종자 하나를 데리고 말을 골라 잡아 전장에 나갔다. 


전장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적들을 피하고 공격하는게 쉽지는 않다지만 막상 해보니 재미도 있고 어렵지도 않은 듯 하다. 뒤에 타고 날 도와주는 종자도 나와 죽이 잘 맞는 듯 하다. 


(중략) 


결국 우리 편과 내가 상대편 진영에 총공을 가해 적들의 진영이 무너졌다. 나중에 들었는데 아저씨는 그 붉은 색의 문신한 남자에게 죽었다고 했다. 그자리에 있던 형이 그 남자를 전신을 위아래로 두동강내어 복수했다고 했다. 왠지 그 빨간 남자...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뭐 어떤가... 아저씨... 좋은 사람이었는데. 


모든 일이 끝나고 형은 이제 제자가 아니라 정식 수도승이 되었다. 이 형이랑은 뭔가 잘 안맞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 형이 이제 내 스승이 되고 난 이 형의 제자가 되기로 결정되었다. 나도 이제 수도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예쁜 누나에게 칭찬도 받고 선물도 받았다. 그 누나는 사실 공격받은 왕국의 여왕이라고 했다. 잠시 적들에게 쫒겨 도망치는 중이었다고 한다. 뭐가 어찌됐든 기분이 너무 좋다. 엄마는 잘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