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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꺼무위키 보다가 들어왔는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자를 읽고 쓸 줄 몰라도 상관은 없다.

일상에선 한자검정시험의 가장 기초 단계인 8급 단어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한국어 어휘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식과 그 구조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 돼.

념글 간 "한자로 이름쓰기에 대한 단상"에서 글쓴이가 언급한 화(化)라는 글자를 예로 들면, 

저 한자는 쓸 줄 몰라도 '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접미사로서는 '되는 것(현상)' 이라는 논리만 알면 된단 얘기야.  

이걸 알면 세계화, 보편화, 강화, 퇴화, 진화 등의 어휘를 처음 보더라도 '~이 되는 현상'이라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 논리와 구조를 모르면 모든 단어를 개별적으로 익혀야 되니 어휘 습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음. 

이걸 왜 모르겠나 싶겠지만 놀랍게도 00년 이후 출생한 애들은 모르는 경우가 꽤 많아...

난 국문과 중퇴라 한자 교육 담론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는 없지만서도

강사/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들의 학생들을 보면 기초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알 수 있음.

물론 어휘력의 부족은 한자 지식의 문제라기보단 활자를 읽는 경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긴 해.

나도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어 책은 별로 안 읽고 유튜브만 보니깐 점점 0개국어 능력자가 되고 있음 ㅅㅂ.

하지만 한자 지식이 없으면 위의 예시처럼 새로운 어휘를 봐도 유추를 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야.

한자 사용은 점점 줄어도 한자어의 비중은 줄지 않기 때문에 그 구조와 논리는 무조건 알아야 돼.


한자와는 상관없지만 외국어에서도 비슷한 예시를 찾을 수 있음.

영어는 게르만어군이지만 프랑스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어휘에 불어의 조상인 라틴어의 흔적이 많아.

특히 접두사로 쓰이는 pre-(선행), bi-(양쪽), anti-(반대) 등등... 영단어에서 자주 봤을거야.

그렇다고 영어권 화자들이 라틴어에 대한 지식이 있는건 당연히 아니지.

그냥 저 단어들이 저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단어 구조를 이해할 뿐이야.

preview라는 단어를 보면 먼저(pre) 보는것(view) = 미리보기라고 이해할 수 있어.

근데 이 접두사를 모르면 preheat (예열), precaution (예방책) 등의 단어를 봐도 같은 구조인 것을 모르니 개별적으로 익혀야 돼.

이러면 구조를 아는 사람보다 어휘 습득력이 떨어지겠지? 난 이게 한자 교육과 같은 논리라고 생각해.

물론 라틴어-영어의 괴리보다 한자-한국어의 괴리가 훨씬 더 크긴 하지만.


이제 다시 과제해야겠다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