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후 전투기 보관소(제309항공우주정비및재생전대)에서는 다수의 낡은 전투기들을 보관하고 있다. 사실 이 낡은 전투기라는 말이 미국 입장에서나 낡은 거고 다른 나라한테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갈 품질들이다.


1960년대~70년대의 모습.


현재의 모습.


물론 이곳이 세계 공군력 4위라는 이야기는 별로 근거가 없다고 한다. 오래된 기종이 많아서 숫자는 많을지 몰라도 그 능력은 한참 떨어지고, 대부분 망가지거나 결함이 있어 이곳에서 수리/보수 중인 기체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많은 전투기를 보유한 곳이다. 적어도 세계적으로 10위에서 14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추산된다.


이곳에 2008년경 어느 날에 귀한 손님이 들어오셨다. 바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스텔스 공격기F-117 한 대가 정비 및 보존을 이유로 이 보관소에 넘겨진 것.



이 기체는 세계 최초의 스텔스 공격기일 뿐 아니라 당시 존재하던 어떤 레이더로도 잡을 수 없었고 최대 속력이 마하 0.95로 최초의 스텔스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행착오 없이 대단히 훌륭하게 만들어진 전투기였다. 지금 F-22와 B-2의 포지션을 이 전투기가 꿰어차고 있었기에 만약 미국이 무력시위를 해야겠다 싶으면 가장 먼저 출격시키는 전투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관소 측에서는 이 유명하고 카리스마 있는 기체를 주기장에 전시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국가 상부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스텔스기는 그 외관을 보고 적국이 베껴 만들 가능성이 있으니 직접 전시하지 마라!"


그래서 이 기체는 공식적으로 전시될 수 없게 되었다. 보관소 운영 담당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기라는 이름값을 고려한다면 그것을 전시하고 과시하는 것이 보관소에게 이득이었지만, 정부의 지침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노출시키기에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F-117은 전시장에도 지하창고에도 가지 못하고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예비 보관소에서 썩어야 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운영진 측은 결론을 내렸다. 어떤 결론이었는지는 직접 보자.






F-117은 스텔스기이므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유를 내세워 저렇게 바퀴와 사다리만 세워놓고 진짜 본체는 지하 창고에 보관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F-117의 디자인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절대 찾을 수 없는 최강의 스텔스기라는 그 이름을 과시할 수 있는 묘수였다.


덕분에 지금도 F-117의 바퀴와 사다리는 눈과 비를 맞으면서 전시장에 세워져 있는 중이다. 언젠가 미국이 다시 전쟁의 칼 앞에 놓이고, 이곳에 있는 노후 전투기들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때, 가장 빠르게 가장 조용히 날아가 적을 응징할 때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