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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법학게이야.


저번 시간에 신체적 학대와 방조, 방임에 대한 글에서 댓글로 퇴거불응죄를 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런데 내가 솔직히 말해서 페그오 트럭 보러 다니고 알바 구하고 (지금도 못 구했지만) 한다고 조금 늦었다. 미안하게 생각해. 나도 법학 전공서적만 들여다보고 사는 건 아니니까 조금 너그럽게 용서해줘.


하여간 저번에 요청한 퇴거불응죄에 대해서 짧게 써볼게. 사실 내용이 별로 없어. 바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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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퇴거불응죄는 학술적으로 내가 보는 전공서적에서는 '사생활의 평온에 대한 죄'라고 하는 부분에서 다루고 있어. 이름만 보면 딱 느낌이 오지? 이 분류에 속하는 범죄는 모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부류의 범죄야. 퇴거불응죄도 그런 범죄고. 설명을 보면 감이 올 거야.


먼저 퇴거불응죄는 형법에서는 단독 조항을 가진 범죄는 아니야. 조항을 먼저 볼까?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에서 퇴거불응죄는 위 조항처럼 주거침입의 죄와 같이 규정되어 있어. 조항을 굳이 해석하자면, 퇴거불응죄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나가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죄인 셈이야. 일단 용어가 조금 어려운데, 법학 용어는 다 이따위니까 용서해줘. 차근차근 해석해 들어갈거야. 나 같은 놈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해석할텐데, (이과라던가 하는 이유로) 어려우면 댓글 남겨줘. 추가로 해석해서 답변 남길게.


일단 사람의 주거를 먼저 해석해보자. 여기서 사람의 주거는 住居라고 써. 한자인데,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의 해석은 일정한 곳에 머물러 사는 것, 또는 그런 집을 말해. 법률에서는 이걸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장소라고 해석하지. 즉, 사람의 주거라는 건 쉽게 말하면 여러분의 집이야. 그 집의 형태가 원룸이거나 80평짜리 아파트거나 수백평짜리 대저택인 건 상관없어. 혹시 수백평짜리 대저택에 산다면 나한테 얼마라도 기부해주면 좋겠네. 알바도 안 구해지는데. 하여간 당연히 내가 사는 집이라는 건 여러분이 24시간 365일 계속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일시적으로 비워둔 집도 당연히 사람의 주거라고 봐.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있어. 주거에 사용하는 건물에 부속된 것은 사람의 주거에 포함해. 그러니까 여러분이 수백평짜리 대저택에 산다고 치자. 정원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럼 그 정원도 사람의 주거에 포함해. 정원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거지. 동시에 영구적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캠핑카나 휴가 기간 머무는 텐트 같은 것도 사람의 주거에는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어. 기간이 길지 않다고 해도 텐트에서 휴가를 보내면 주거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 다음이 관리하는 건조물인데, 이 건조물은 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인적, 물적 설비가 갖추어진 장소를 말해. 사람의 주거와 다른 점이라면 사람이 관리는 하지만, 현재는 주거에 사용하지 않는 곳이지. 착한 냥붕이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보통 흉가 체험이라고 가면 일반적으로는 관리를 하지만 좀 부실하게 하는 장소일 뿐이야. 그런 곳은 '사람이 관리하지만 주거에는 사용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적용될 수 있어.


그리고 여기서 건조물은 주위에 벽 또는 기둥과 지붕 또는 천장으로 구성된 구조물로서 사람이 기거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장소와 이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위요지(圍繞地)를 합친 개념이야. 앞은 대충 건물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쉽겠지만, 위요지라는 말이 좀 어렵지? 나도 어려워. 그래서 당연히 해석을 들고 왔지. 위요지라는 건 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 토지로서 관리자가 외부와의 경계에 문과 담 등을 설치하여 그 토지가 건조물의 이용을 위하여 제공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곳을 말해. 쉽게 설명하자면 기업이 연수를 위해 만들었지만 연수 기간이 아닐 땐 비어있는 연수원 기숙사라던가, 공동 주택 내부의 계단과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 위요지지.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침입행위의 객체인 건조물은 주위벽 또는 기둥과 지붕 또는 천정으로 구성된 구조물로서 사람이 기거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하고, 또한 단순히 건조물 그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위요지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나 위요지가 되기 위하여는 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 토지로서 관리자가 외부와의 경계에 문과 담 등을 설치하여 그 토지가 건조물의 이용을 위하여 제공되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도5351, 판결

이 내용은 위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인데, 참고가 되길 바래.


그리고 그 다음으로 선박과 항공기는 주거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것이어야 해. 소형 모터보트 같은 것에서 주거할 수 있는 사람은 상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 그렇기 때문에 소형모터보트는 주거침입체의 행위객체가 될 수 없어. 보통 여기서는 크루즈 선 같은 큰 배라던가 아니면 요트 같은 식으로 어느 정도 비바람도 피할 수 있는 정도의 배 정도는 되어야겠지. 항공기도 드론 같은 걸로 주거침입죄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고.


마지막으로 점유하는 방실이라는 건 건물 내에서 사실상 지배하는 장소를 말하는데, 방실이라고 어렵게 적어뒀지만 그냥 방이야. 예를 들자면 하숙집에서 내가 쓰는 하숙방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방은 내가 사실상 지배하는 장소야. 점유하는 방실이 되는거지. 호텔 객실 같은 것도 내가 사용하는 호텔방이라면 내가 점유하는 방실이 되는 셈이고. 이 부분은 방실이라는 용어가 좀 그렇지만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지?


그럼 이제 퇴거불응죄에 해당하는 행위객체를 확인했으니 퇴거불응죄를 살펴보자. 퇴거불응죄란 아까도 말했지만 퇴거 요구를 받고 불응한 경우에 성립되는 죄야. 여기서 어떻게 들어갔는가는 퇴거불응죄와는 상관이 없어. 그러니까 적법하게 들어갔거나 과실로 들어갔다고 해도 퇴거 요청, 그러니까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나가지 않으면 그때는 성립해.


조그마한 예시를 들어볼까? 냥붕이 A와 냥붕이 B가 있다고 치자. A가 B를 집에 초대했어. 그럼 B는 A의 허가를 받았으니 적법하게 들어간 거지? 그런데 B가 집에 돌아가지 않아서 A가 나가달라고 요구했어. 여기서 나가면 퇴거불응죄가 아니야. 그런데 A가 나가달라고 요구했는데도 B가 나가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퇴거불응죄가 성립해. 교회 현관에 들어간 사람이 관리인의 퇴거요구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 퇴거불응죄를 인정한 경우도 있어.


피고인이 예배의 목적이 아니라 교회의 예배를 방해하여 교회의 평온을 해할 목적으로 교회에 출입하는 것이 판명되어 위 교회 건물의 관리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교회당회에서 피고인에 대한 교회출입금지의결을 하고, 이에 따라 위 교회의 관리인이 피고인에게 퇴거를 요구한 경우 피고인의 교회출입을 막으려는 위 교회의 의사는 명백히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이에 기하여 퇴거요구를 한 것은 정당하고 이에 불응하여 퇴거를 하지 아니한 행위는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도2309, 판결


그렇다면 객관적 구성요건을 보자. 객관적 구성요건은 주거권 등의 권리가 없는 자가 퇴거요구를 받고 퇴거에 불응하는 것이야. 주거권이 있는 경우에는 퇴거불응죄가 되지 않겠지. 자기가 거기 살 권리가 있는데 퇴거불응죄로 처벌하는 건 이상하잖아. 주관적 구성요건은 당연히 고의인데, 이 경우에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가 없어. 퇴거불응죄는 진정부작위범이라고 하는데, 어떤 행동을 요구받았을 때 하지 않을 경우에 범죄가 되는 경우야. 즉, "하지 않는 것"이 범죄가 되는 거지. 퇴거에 불응하는 것은 나가달라는 요구를 무시한 거니까 나가달라는 요구를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성립한다고 봐야해.


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 죄는 계속범이야. 퇴거불응죄는 법익침해상태의 계속이 범죄가 되는 행위야. 계속범은 공소시효가 좀 특이한데, 퇴거불응죄를 예로 들면, 퇴거불응죄는 퇴거에 불응하는 순간부터 성립하지만, 공소시효는 실제로 이 사람이 퇴거 요구에 응하거나 강제로 끌려나오기 전까지는 흘러가지 않아. 나간 순간부터 공소시효가 흐르는거지. 뭐, 중요한 건 아니야.


그리고 다른 죄도 있는데 특수퇴거불응이야. 형법 조항을 좀 가져왔어.


제320조(특수주거침입)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죄 이름은 특수주거침입이지만, 전조(제319조. 본문 참조)의 죄를 범한 때를 말하기 때문에 퇴거불응죄에도 해당되지. 그리고 조건은 이미 조항에 나와있으니까 설명하지 않을게.


이제 진짜 마지막인데, 미수범이야.


제322조(미수범) 본장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사실 제319조부터 제 322조까지는 모두 다 형법에서는 제36장 주거침입의 죄라고 다루고 있어. 그리고 제322조에서 본장이라고 말하는 건 제36장 전체를 말해. 제319조부터 제321조까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퇴거불응죄의 구성요건을 보면 "퇴거 요구에 불응"하면 죄가 성립되는데, 이걸 어떻게 미수를 할 수 있을까? 일단 학계에서도 이게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 그저 입법자가 편의를 위해서 본장이라고 퉁쳤다고 보는 셈이지. 당연하지만 퇴거에 응하면 응하는 거고, 응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는 거니까. 응할까 말까는 이미 거기서 응하지 않는 게 될 수도 있어. 나가질 않고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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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좀 짧게 퇴거불응죄 이야기를 해봤어.


다음 시간 주제는 증거인멸죄 관련해서 해볼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