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262지 뭐긴 뭐야. Me 262는 나치 독일에서 만들어 세계 최초로 제식배치한 제트전투기 되시겠다.


해당 영상 45초부터 들어 보면, "저거 뭐야? X발 저거 대체 뭐야??"라고 말하는 미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Me 262, 일명 "슈발베"는 독일에서 1941년 피스톤 엔진으로 처음 만들었고, 그 이듬해에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진정한 제트전투기로 거듭난 병기이다. 제트전투기이니만큼 당시 사용되던 프롭기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민첩했으며, 처음 슈발베를 맞닥뜨린 파일럿들이나 대공포병들은 거의 재앙에 준하는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이 전투기를 시승했던 아돌프 갈란트 독일 공군 중장은 "뒤에서 천사가 밀어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했으며, 당시 독일 주력기였던 Bf109를 그토록 찬미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난 Bf109 한 편대보다 슈발베 한 기를 고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슈발베를 극찬하였다. 그리고 그 칭찬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니어서, 이 전투기가 일단 하늘에 뜨자 연합군은 뒤집어져야 했다.


그전까지 제트엔진 전투기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2차대전기 초중반에 세계는 프롭기의 시대에서 제트전투기의 시대로 넘어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생산절차를 밟아 제식배치된 건 없었고, 대부분 프로토타입으로 한두 기 만들어지고 그칠 뿐이었다. 왜냐하면 2차 대전이 막 발발해서 당장 대규모의 전투기를 납품해야 하는 판국에 검증되지도 않은 제트전투기를 대량으로 찍어낼 엄두를 낸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44년 최후반, 독일은 해냈다. 사실 그 이유는 도저히 못 이기게 생겼으니까 = 검증되었던 놈들 다 뒤졌으니까 이제 검증된 놈이고 검증 안 된 놈이고 가려받을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각설하고 그래서 독일은 처음으로 슈발베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당시 독일이 슈발베는 개뿔이고 총알 하나도 만들기 버거운 벼랑 끝까지 밀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져 납품되었다는 슈발베의 품질은 눈 뜨고 봐주기 힘들 지경이었다. 못과 나사가 없어 순간접착제와 청테이프(...)로 마감을 한 부품이 있는가 하면, 모자란 석유 대신 목탄을 태우려고 애를 쓴 엔진도 있었고, 심지어 깨진 유리창을 대충 끼워맞추고 테이프로 덕지덕지 막은 경우까지 있었다. 이런 꼬락서니를 본 독일 파일럿들은 엄청나게 경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발베는 2차대전기 최고의 전투기로 모든 전투기 위에 군림하였다. 미치광이가 지배하는 망해가는 전범국가, 다 군대에 끌려가고 남아 있는 서투른 정비공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몇 대 되지도 않고 질도 쓰레기 같은 그 슈발베 앞에, 하늘을 지배하던 번뜩이는 연합군 전투기들이 모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과장 좀 보태서 슈발베는 천하무적이었다. 일단 슈발베가 떴다 하면 연합군 전투기들은 꽁무니부터 빼고 봤지만 슈발베의 어마어마한 속력 앞에 꽁무니를 금새 따라잡히고 칼밥이 되어야 했다. 슈발베를 대적할 방도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슈발베가 신나게 아군 전투기를 양학하는 틈을 노려 뒤에서 저격하는 것. 즉 아군 전투기 최소한 두세 대를 미끼로 던져야 슈발베 한 대를 격추시킬까 말까 했던 것이다.


슈발베를 맞닥뜨리고 도저히 일대일로는 대적이 안 되겠다고 판단한 연합군은 전략 자체를 아예 수정한다. 연합군은 정보력을 앞세워 슈발베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 비행장이란 비행장은 다 찾아내서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닥치는 대로 폭격해 그 일대를 날려버리는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전투기였지만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었는지, 슈발베는 연합군의 압도적인 물량과 제공 장악 능력에 분투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슈발베가 연합군 전투기 10대를 격추시키면 얼마 안 가서 100대가 몰려왔고 100대를 격추시키면 얼마 안 가서 1,000대와 폭격기와 대공포 부대가 몰려왔다. 게다가 슈발베를 운용하는 독일은 만성적인 석유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석유를 공중에 들이붓듯이 쓰면서 날아가는 슈발베에게 이는 거대한 타격이었다.



결국 독일의 패전과 함께 주인 잘못 만난 전투기 슈발베는 그 짧은 역사를 마감해야만 했다.


슈발베에게는 배다른 동생, ki 카류라는 녀석도 있었다. 지구 반대편 일본 제국에서 기획된 신형 제트전투기였다. 그러나 이쪽은 주인의 상태가 더 메롱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못하고 파기되었다.


그러나 슈발베가 남긴 족적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슈발베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공군은 제트전투기가 실현 가능하며 또한 아주 유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슈발베를 시작으로 세계의 공군은 프롭기에서 제트전투기로 갈아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슈발베는 제트전투기 제작에 아주 중요한 것을 역사에 남겼다. 그것은 바로 후퇴익이다.

날개가 일직선인 일본의 A6M 제로센


반면 날개가 뒤로 향하는 슈발베


이전까지의 모든 비행기는 날개를 뒤로 향하게 꺾는다는 생각을 아예 할 수 없었는데, 슈발베는 제트엔진의 무게 지탱을 위해 꺾여 있는 날개를 고안했고, 이것이 아주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세계의 모든 제트전투기는 슈발베의 유산을 받들어 후퇴익을 도입하게 된다.



현대까지도 이 후퇴익의 유산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