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법학게이야.


저번 시간 글 마지막에 증거인멸과 관련해서 쓰겠다고 이야기했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증거인멸 관련해서 시사현안이 많았었는데, 난 그런 사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순수하게 형법상 조문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만 할 거야. 그 부분을 기대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난 그 사안에 대해서 증거를 본 것도 아니고,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논쟁을 벌이는 걸 본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증거는 형사소송법에서의 증거야. 민사소송법에서의 증거는 다루지 않아. 내가 민사소송법은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성적도 개판쳐서 뭐라 할 말이 없거든. 착한 냥붕이들은 관심이 없다고 성적을 개판치진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날 수가 있는거지?


그럼 바로 시작할게. 말이 중간중간 좀 과격해줘도 이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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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거재판주의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요 근래는 판사들이 집단으로 뭘 잘못 처먹었는지 성인지 감수성 같은 헛소리로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증거를 무시하고 대충 유죄 때리고 치우는 식으로 판결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사실 학자적 입장에서는 이런 재판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위배되는 재판이고, 그 자체로 무효라고 할 수 있어. 적법절차의 원리라는 건 개소리가 아니라 법치국가의 중요한 원칙이거든. 혹시 냥붕이 중에 판사게이가 있다면 형사소송법 조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래. 일개 대학생이 봐도 이건 아니잖아 싶은 판결을 하는 게 사법 정의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여간 그 조문을 첨부할게.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형사소송법 [시행 2021. 1. 1.] [법률 제16924호, 2020. 2. 4., 일부개정]


우리 형사소송법 조항은 증거재판주의를 명시하고 있다는 조문이야. 그럼 증거재판주의라는게 뭐고, 왜 필요할까? 일단 증거재판주의를 형사소송법에 맞게 설명하면, 범죄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따라야 하고,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즉, 증거가 없으면 그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거지. 흔히 말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는 좀 다른 이야기야. 이게 뭐가 다르냐면 무죄추정의 원칙은 "얘는 유죄 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서 함부로 불이익을 주면 안된다"는 거야. 증거재판주의에서 말하는 증거로 증명해서 이 추정을 깨트리면 유죄가 되는거지.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에게 합리적으로 반박했는데 검사가 이걸 논파하지 못한다? 그러면 무죄야. 추정을 깨트리지 못하는거지. 그리고 이 절차에서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증거재판주의야.


그럼 이게 왜 필요할까? 국가의 제재방법 중에서 형벌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야. 전에 형벌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하자면 형벌은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야. 이 중에서 가벼운 건 하나도 없어. 제일 가벼운 게 과료나 몰수 정도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과 기록에 안 남는 건 아냐. 흔히 빨간줄이라고 하지? 그리고 기록에 남으면? 공무원이 되거나 공공기관에 취직하거나 하는 것에도 불이익이 있고, 민간에서 직업을 구하더라도 전과자를 뽑지 않는 직업에는 취직하기 어렵겠지? 조회해보면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취직해. 그런 직무는 전과기록조회가 필요하거든.


제41조(형의 종류) 형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
형법 [시행 2020. 10. 20.] [법률 제17511호, 2020. 10. 20., 일부개정]


전과기록조회를 떠나서도 이게 엄청나게 강력한 제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사형은 죽이는 거야. 죽으면 살릴 수가 없지. 징역과 금고, 구류는 감옥에 가두는 건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나? 마찬가지로 자격상실과 자격정지도 그래. 일정한 자격을 뺏거나 일정 기간 정지를 시키는 건데, 이걸 뺏겨서 못한 모든 걸 국가가 되돌릴 수가 없거든. 벌금과 과료도 이자까지 쳐서 돌려준다고 해도 그 돈이 당장 없어서 문제가 생긴 것까지 배상할 수는 없지. 몰수도 물건에는 감가상각이라는 게 있잖아? 그래서 우리 법률에서는 이런 형벌을 내리는 걸 이론적으로는 매우 중대한 걸로 봐.


그런데 그런 중대한 걸 대충 말장난으로 내리면 안 되겠지. 그래서 우리 형법에서는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이 증거재판주의조차도 더 강화하고 있어. 각종 증거의 증거능력을 가지고 이런저런 상황에서는 이건 증거능력이 없다(즉, 증거로 써도 인정 안해준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 그건 나중에 설명할 거야. 대신 궁금하니까 조문 하나만 미리 보여줄게. 체험판 같은 느낌으로.


제310조(불이익한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시행 2021. 1. 1.] [법률 제16924호, 2020. 2. 4., 일부개정]


이 조항은 뭘 말하는 거냐면, A라는 사람이 있어. 걔가 그냥 경찰에 와서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라고 했다고 치자. 그럼 보통은 개소리 하지 말라고 그러겠지. 그런데 이 사람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거야. A가 말하기를 "내가 원양어선 냥붕호에서 일하다가 B라는 사람과 다퉈서 죽였습니다." 그러면 경찰이든 검찰이든 이 사람이 너무 진지하니까 믿고 수사를 시작할 수도 있겠지? 진짜 범죄자가 자수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까 냥붕호는 오호츠크해에서 명태를 잡다가 배가 난파가 되서 선원 전원이 실종되었어. 이 사람만 지나가던 배에 구조가 된 거란 말이야? 이러면 어떻게 되지?


물론 국제공조를 하거나 해서 증거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쉽지 않단 말이야. 난파되서 선원 전원이 시체도 못 찾고 실종된 원양어선 냥붕호에서 A가 B를 죽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못 찾았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면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한 A의 말을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어. 이러면 재판에 가서도 무죄가 되는거야. 증거가 없으니까. 살인죄의 유일한 증거가 A의 말인데, A의 말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증거로 인정을 안 하거든. 그래서 무죄.


하여간, 이런 식으로 재판에서 검사의 주장이든 변호인의 주장이든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되는 것이 증거야. 그리고 이 증거를 가지고 싸우는 게 이게 증거재판이야. 증거를 통해 재판을 하는거지.


그러니까 씨발 성인지 감수성 같은 개미친 헛소리로 공부하는 사람 빡치게 하지마라. 형사소송법 좆빠지게 보는데 성인지 감수성 판례가 나와서 형사소송법 공부에 지장오면 씨발 책값은 재판한 판사새끼가 물어주냐?



2. 엄격한 증명


증거재판주의에 대해서 위에서 이야기를 했지? 그런데 증거라는 건 검사나 변호사가 자기 주장의 근거로 쓰는 거란 말이야? 여기서 주장은 당연히 검사는 피고인은 유죄라고 주장하는 거고, 변호사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고. 그런데 여기서 증거라는 게 아무거나 가능한 걸까? 당연히 아니야. 재판이 무슨 모 방송사의 100분 토론처럼 아무말 대잔치가 되면 재판관이 자기 마음대로 판결해도 문제가 없겠지? 그러면 그 중대한 국가의 형벌권이 남용되게 된다고. 그래서 형사 재판에서는 아주 철저하게 규정에 따라 증거를 인정해. 이게 엄격한 증명의 법리라고 해.


즉,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률이 자격을 인정한 증거에 의하여, 법률이 규정한 증거조사방식에 따라 증명하여야 한다. 이게 엄격한 증명의 법리야. 이 반대되는 개념이 자유로운 증명인데, 이건 엄격한 증명의 법리에 해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거야. 자유로운 증명이라고 해서 법정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해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냥 사실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어. 엄격한 증명하고 무관하게 인정되는 경우인데, 조항을 첨부할게.


제361조의5(항소이유)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로 할 수 있다.
1.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제383조(상고이유)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
1.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형사소송법 [시행 2021. 1. 1.] [법률 제16924호, 2020. 2. 4., 일부개정]


위 두 가지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지 않아. 그냥 사실이 인정되서 항소(1심에서 2심을 가는 것), 상고(2심에서 3심을 가는것)의 이유로 작성할 수 있어. 다만 검사나 판사가 바보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실수가 아니면 기대하기 어려워. 



3. 엄격한 증명의 대상


그러면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재판과 관련된 모든 행동이 엄격한 증명을 요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엄격한 증명이라는 건 법에 하나하나 세세하게 규정되고, 절차를 세세하게 따라야 하거든. 그러면 재판이 질질 늘어지게 되고, 실제로 무죄를 받아 마땅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재판이 질질 끌리는 것 자체가 손해지. 게다가 판사의 숫자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재판이 너무 끌리면 재판이 밀리면서 제대로 된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을 우려도 있어. 그래서 보통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만 이걸 적용하게 된다고 해. 하나씩 알아보자.


먼저 사실인데, 사실에는 공소사실, 양형사실, 간접사실, 보조사실, 소송법적 사실이 있어.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은 공소사실이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고 해. 공소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야. 이건 아주 중요해. 형사처벌의 기초가 되거든. 애초에 법원에 형사재판을 시작해달라고 하는 공소장에 적힌다는 것에서부터 이 중요성은 빼놓을 수가 없을 거야. 공소장 양식 예시를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첨부해줄게.





이 뒤쪽으로는 무지막지한 양의 첨부 서류가 붙는데 착한 냥붕이들은 여기에 이름과 공소사실이 적힐 일이 없는 게 좋아. 우리나라의 1심 무죄율은 0.82%밖에 안 되거든. 2심 무죄율은 2.18%고. 그러니까 100명쯤 형사재판에 올라가면 1심에서는 99%가 넘게 유죄, 2시심에서는 97%가 넘게 유죄야. 2심까지 올라가는 사람 자체가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하니까 올라가는 건데도 97%가 넘게 유죄가 나는 거니까 사실 좀 심하지. (출처 : e-나라지표 1심, 2심 무죄현황)


그리고 공소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라고 했지? 당연히 범죄사실은 범죄의 특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로, 위법성과 책임의 요건이 갖추어진 것이어야 해. 당연하지만 이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사실은 구성요건의 객관적 요소인지, 주관적 요소인지는 가리지 않아. 모두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지.


객관적 구성요건을 먼저 볼까? 행위의 주체, 객체, 결과발생, 인과관계가 객관적 구성요건이라고 볼 수 있어. 이건 모두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지. 예를 들자면, 허위사실이 구성요건에 포함된 범죄의 경우에는 검사가 그게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해. 진실이라는 증거가 없으니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어. 왜 검사가 증명하냐고? 전에 내가 거증책임에 대해서 쓴 글이 있어. 그걸 읽어주길 바래. 관련 판례도 첨부할게.


형법 제309조 제2항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여야 하고, 단지 공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하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그 입증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고, 따라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며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인데, 이 때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임을 검사가 입증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은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915, 판결]


그리고 특가법이나 특경가법 같은 곳에서는 이득액 등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있어.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이득액이 정해진 조건을 넘으면 특가법의 구성요건이 되는 거잖아? 그러면 그 금액도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고 봐. 단순 뇌물죄에서도 뇌물을 받은 만큼 몰수나 추징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지. 만약 수뢰사실은 증명했지만 액수를 특정할 수 없으면 액수만큼 처벌하는 추징도 불가능해.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주관적 요소도 당연하지만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야. 고의, 과실, 목적범의 목적, 공동정범의 공모, 불법영득의사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도 엄격한 증명의 방식에 따라 유죄냐 무죄냐를 판단하게 된다고 봐. 당연하지만 허위사실의 인식을 하고 이를 공공에 적시하여 명예훼손을 할 경우에는 이게 허위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그러니까 합의에 의한 성관계지만 성관계 상대가 미성년자라서 강간으로 간주하는 범죄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가 의제강간에 해당하는 나이라는 걸 인식했다고 검사가 입증해야 해. 지금은 법이 바뀌었지만 이 판례까지는 만13세였으니까 첨부한 판례를 볼 때 참고해줘.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1항에서 정하는 범죄의 성립이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임을 알면서 그를 강간하였다는 사실이 검사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물론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 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하여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 내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라는 객관적 사실로부터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단된다고 볼 만한 경험칙 기타 사실상 또는 법적 근거는 이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7377, 판결]


참고로 위 판례는 만 13세 미만인 아동과의 성관계를 한 사건인데, 피해자는 걔는 자기가 14살이라고 했고, 애가 커서 15세나 16세는 되는 줄 알았다고 해. 그런데 법원에서 14살(한국나이)는 만 13세인지 만 12세인지 알기 어렵고, 피해 아동이 중학교 1학년생 치고는 큰 편이어서 피고인이 알았다고 볼 수 없는데, 검사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유죄로 올라온 판결을 파기환송한 건이야.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의제강간 대상 나이가 올라갔지만, 이때까진 만13세 대상이었으니까.

근데 14살도 애새끼 아닌가? 2D도 아니고 현실에선 그냥 애새끼인데;


그리고 이런 주관적 요소를 피고인이 부인할 때는 검사가 사물의 성질상 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하게 되는데,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해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해.


위법성 조각사유와 책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보통은 검사가 범죄의 구성요건을 증명하면 위법성과 책임이 추정되지. 그런데 보통 재판에서 술을 먹어서 몰랐다는 식으로 변명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그게 왜 그러냐면 책임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는거야. 피고가 주장하면 추정은 바로 깨지고, 이런 경우에는 검사가 위법성조각사유와 책임조각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엄격하게 증명해야 해. 피고가 주장하지 않는다면 추정은 그대로 판결로 이어지지만... 그럴 일은 별로 없지? 그리고 객관적 처벌조건과 인적 처벌조각사유라는 것이 추가로 있는데, 이것 역시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야. 인적 처벌조각사유는 증거인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아마도 할 수 있을 것 같네.


공소사실 다음으로 보아야 할 것은 양형에 관한 사실이야. 이건 형의 종류와 형량에 관한 사실인데, 형의 종류와 형량은 그 자체로 피고인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기 때문에 보통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라고 봐. 그야 사형과 무기징역은 애초에 그 중대함이 다르잖아? 한국은 사형 폐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사형폐지국이긴 하지만) 언제든 사형을 다시 집행할 수 있어. 단지 인권의 문제, 외교적 문제 등등을 고려해서 안 하는 것일 뿐이지 할 수는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의 종류를 정하는 것도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내가 보는 교과서에서는 이야기하는데 일단 법률상 형의 가중, 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확실하게 되지. 법에 정해져 있는 거니까.


물론 양형조건도 법원의 재량사항이지만, 법률상 규정된 가중, 감경사유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률이 규정한 증거로서의 자격이나 증거조사방식에 구애됨이 없이 상당한 방법으로 조사하여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인정할 수 있어. 판례를 하나 첨부할게.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51조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한다고 해석되므로(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등 참조), 법원은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법률상 규정된 형의 가중·감면의 사유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률이 규정한 증거로서의 자격이나 증거조사방식에 구애됨이 없이 상당한 방법으로 조사하여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형의 양정에 관한 절차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단계와 달리 취급하여야 하므로, 당사자가 직접 수집하여 제출하기 곤란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직권으로 양형조건에 관한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수집·조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제1심법원이 법원조직법 제54조의3에 의하여 심판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 소속 조사관에게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수집·조사하여 제출하게 하고, 이를 피고인에 대한 정상 관계 사실과 함께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 8월을 선고한 이 사건에 있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달리 거기에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의 수집·조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750, 판결]


세 번째로는 간접사실인데, 이건 범죄구성에 관한 주요사실의 존부를 간접적으로 추인하게 하는 사실이야. 요증사실이 주요사실인 경우에는 간접사실도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지. 이게 무슨 소리냐고? 예시를 들어줄게. 범죄구성요건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는 건데, 위드마크 공식 있지? 혈중알콜농도 조사에서 사용하는 공식인데, 이걸 쓰려면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시각, 체중 등의 자료가 필요한데, 이건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는 거야. 관련 판례를 첨부할게.


한편, 범죄구성요건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바, 위드마크 공식의 경우 그 적용을 위한 자료로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시각, 체중 등이 필요하므로 그런 전제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 나아가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추정방식에는 알코올의 흡수분배로 인한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부분과 시간경과에 따른 분해소멸에 관한 부분이 있고, 그 중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의 계산에 있어서는 섭취한 알코올의 체내흡수율과 성, 비만도, 나이, 신장, 체중 등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개인마다의 체질, 음주한 술의 종류, 음주 속도, 음주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이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고,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있어서는 평소의 음주 정도, 체질, 음주 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이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음주 후 특정 시점에서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바,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필요하므로, 위 각 영향요소들을 적용함에 있어 피고인이 평균인이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자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확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9도5541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5531, 판결]


위 판례는 음주측정의 채증방법을 위반한 데다, 위드마크 공식을 잘못 적용해서 유죄로 나온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사건이야.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적용해야지 평균인의 척도로 이 사람을 재면 안 된다는 거야.


알리바이도 구성요건해당사실의 존재에 대한 다툼으로 보고, 이걸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하네.


네 번째로는 보조사실이야. 보조사실은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주요사실이 아니라 증거의 증명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야. 증인의 전력이나 시각, 청각 상태를 봐서 증인이 신빙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는 것 같이 말이야. 이런 경우에는 유죄증거의 증명력을 감쇄시키는 경우에는 엄격한 증명을 요하지 않아.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하는 게 현대 법치국가의 형법이니까. 대신 적극적으로 유죄증거의 증명력을 증강시키는 경우에는 역시 보조사실도 엄격하게 증명해야 해.


사실 파트의 마지막은 소송법적 사실이야. 소송사실 중 소송조건의 존부에 관한 사실은 피고인 보호와 관련이 없다고 봐. 그래서 소송조건의 존부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지 않고, 자유로운 증명이면 된다는 게 우리 판례의 입장이야. 대표적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예외사유는 공소제기 조건의 사유일 뿐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증명의 대상이 되지. 그리고 각종 조서나 서류의 증거능력 요건 규정에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고 하는데, 이를 특신상태의 요건이라고 해. 이 특신상태의 증명은 엄격한 증명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여야 해. 그러니까 법률상 정해진 조건은 없지만, 그래도 합리적 의심을 받지 않을 정도라고 봐야 하네.


자백 같은 경우, 자백의 임의성 조항을 먼저 보자.


제309조(강제등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시행 2021. 1. 1.] [법률 제16924호, 2020. 2. 4., 일부개정]


자백의 임의성 관련 조항은 소송법적 사실이야. 하지만 자백의 임의성을 증명하는 건 매우 중요하단 말이지. 왜냐면 이걸 중요하게 안 보면 고문이나 뭐 그런 식의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테니까. 그래서 판례에서는 일부 학설에서 말하는 자유로운 증명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부정하고 있어. 판례를 첨부할게.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가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자, 여기까지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끝났어. 하지만 사실만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건 아니야. 법규, 경험칙 같은 것들도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계속 이어가보자.


먼저 법규의 경우에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아니야. 법원이 법을 알고 있는 건 당연하니까. 그런데 법원이 모르는 법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거든. 대표적으로 관습법이나 외국법이 그렇지. 우리나라 법원한테 전세계 법을 다 알고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관습이 굳어져서 법처럼 쓰이는 건 그 분야의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거든. 평생 법봉질만 하는 게 일인 판사에게 그것까지 알고 있으라고 하려면 일단 판사 평균 연령대가 10년은 올라갈 거야. 틀딱 소굴이 되겠네.


물론 외국법이나 관습법이 처벌법규가 될 수는 없지만, 친족상도례나 국제형법의 문제가 엄격한 판단을 위한 전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 이런 경우에는 외국법규나 관습법이 그 전제되는 사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법원은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내용을 판단해야 해. 판례 하나 또 첨부할게.


형법 제6조 본문에 의하여 외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만, 같은 조 단서에 의하여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고, 이 경우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검사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08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6507, 판결]


즉, 외국인이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우리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어. 속인주의라는 거지. 그런데 그쪽 법률로 처벌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어. 이건 상대국 법률을 존중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게 처벌가능하다고 주장하려면 검사가 이걸 엄격한 증명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야.


다음으로 경험법칙인데, 경험법칙이란 사실판단의 전제가 되는 지식이야. 경험칙이라고도 하지. 여기에는 일반적 경험법칙과 특별한 경험법칙이 있는데, 일반적 경험법직은 증명이 필요하지 않아. 불요증 사실에서 다룰거야. 하지만 특별한 경험법칙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고, 판사가 특별히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경험칙도 판단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을 거쳐야 해.



4. 엄격한 증명의 담보장치


엄격한 증명은 "증거능력 있는 증거"를 "법률이 정하는 조사방식"으로 조사해서 사실을 인정해야 해. 그렇다면 이 요청이 준수되었는지 알아야겠지? 여기에서 필요한 게 담보장치야.


담보장치는 일단 증거목록이 있겠네. 여기에는 증거될 서류, 증거물, 증거조사 방법이 기재되게 되어있어. 다음으로 유죄판결의 판결문에는 증거의 요지도 같이 기재해야해. 기재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항소나 상고의 이유가 될 수 있어.



5. 불요증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이게 궁금할 거야. 모든 사실을 자유로운 증명이든 엄격한 증명이든 증명을 해야하는 걸까? 이건 상식이잖아 씨발놈아 정도의 상식을 증명해야 한다면 매우 귀찮을 거야. 그렇지? 그래서 존재하는게 불요증 사실이야.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이라는 의미지.


일단 당연하게도 공지의 사실이 있어. 아까 위에서 예를 들었던 이건 상식이잖아! 정도의 사실이지. 여기에는 당연히 역사상 명백한 사실이나 자연계의 현저한 사실이야. 역사상 명백한 사실의 예를 들어보자. 사망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 재판에서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증명할 필요가 없지? 누구나 다 알잖아. 모 대통령이 이미 죽었다는 것 정도는. 이게 역사상 명백한 사실이야. 자연계의 현저한 사실의 예를 들자면 물은 아래로 흐른다는 걸 증명해야 해? 그럴 필요가 없잖아? 이런 걸 증명하라고 하진 않아. 단지 이 공지의 사실은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일 필요는 없어. 일정한 시점에서 일정한 범위의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면 조건에 만족하니까.


다만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해서 법원이 직무상 명백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유로운 증명의 대상이야. 왜냐면 재판부만 안다고 다가 아니라 공개재판에서 국민도 이걸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법률상 추정된 사실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법률의 규정으로 추정된 사실이야. 추정이라는 건 하나의 전제사실로부터 다른 사실의 존재를 추론하는 것인데, 법률상 추정은 반증으로 부인하지 않는 한은 인정되서 증명할 필요가 없어. 다만 반증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의제와 사실상 추정이 있는데, 의제는 반증을 부정하지 않아. 사실 A가 성립하면 자동으로 사실 B를 인정하는 방식이야. 이런 용어는 의제강간에서 볼 수 있겠네. 만13세 미만과의 성관계는 바로 강간성립이고 반증불가니까. 사실상 추정은 소송관계인이 '반증'이 아니라 다투기만 하면 바로 깨진다는 점에서 달라.


법률상 추정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실 별로 알 필요는 없어. 필요하다면 규정을 올려주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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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증거 인멸이니까 먼저 증거를 이야기해야 하고, 증거가 왜 중요한지 말하려다보니 이걸 먼저 했어.


나중에 이어서 증거 이야기를 할게.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