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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쓰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을까?

이거 예전에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반대로 바뀌었음. 오히려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싶음.

외래어 표기법을 비롯한 한국어의 어문 규정은 기본적으로 모든 한국어 화자들을 대상으로 제정하는 것임.
그리고 전체 한국어 화자들 중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보다 현저히 적음. 또한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일본어를 아는 것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님.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쓰는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원어가 탁음으로 시작하는 것까지 거센소리로 쓰는 과도 교정이 일어나기 상당히 쉬울 수밖에 없음.

일본어를 아는 소수는 원어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새 표기법을 문제없이 잘 따를 수 있을 거임.
하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에게는 그렇지 않음. 어두의 예사소리를 이제부터 예사소리와 거센소리로 나눠서 쓰라는 거임.

다시 말해서 일본어를 아는 소수의 관점에서는 분리된 걸 그대로 분리해서 쓰는 거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에게는 합쳐진 걸 의식적으로 분리해서 쓰라는 거임.
그리고 분리된 걸 합치기는 쉬워도 합쳐진 걸 분리하기는 어려움.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기모노'가 '키모노'로 바뀌면 '게이샤'도 '케이샤'로 쓰는 사람들이 나올 거임.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에게는 기모노의 ㄱ이나 게이샤의 ㄱ이나 똑같은 ㄱ일 뿐임. 그렇기 때문에 기모노의 ㄱ이 ㅋ으로 바뀌니 게이샤의 ㄱ도 마찬가지로 ㅋ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음.
따라서 표기법 개정은 오히려 도움이 안 되고 한글 표기에 혼란만 불러올 수도 있음.

그리고 이 경우에 합쳐진 걸 분리하기 위해서는 일본어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그렇다면 표기법 개정으로 인해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일본어를 알아야 하는 거냐는 반론에 부딪히게 됨.

(내가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위와 같은 이유를 들고 나오면서 표기법 개정에 반대한다면 나는 반론 못 하겠다. 어떻게 반론해야 할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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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은 놔 두는 걸로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러면 관용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로 싸우게 될 거고,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는 방향으로 표기법이 개정되고 나서 20~30년쯤 뒤에 어두 청음을 예사소리로 적는 관용 표기들 때문에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어두 청음을 예사소리로 적는 건 제정 당시(1980년대)의 관습 때문인데, 20~30년 뒤에 그걸로 인해 논쟁이 생겼음.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는 방향으로 표기법을 개정하되 관용은 놔 두는 걸로 한다면, 20~30년 뒤에 그런 관용 표기들 때문에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
그래서 관용은 놔 두는 걸로 하자는 의견은 일리는 있다고 보지만 또 다른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 같고, 따라서 그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음(다만 그렇다고 해서 강하게 반대하는 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