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초밥이나 도시락에 장식용으로 끼우는 풀떼기는 두가지가 있어.

하나는 하란(ハラン:葉蘭)이고, 다른 하나는 바란(バラン)이야.

초밥에 끼우는 플라스틱 풀떼기는 바란인데 이걸 알려면 우선 하란을 알아야 해.


그래서 하란이 뭐냐면

대충 이렇게 넓은 이파리를 가지고 있는 풀이야. 거의 이파리 빼면 안보이지? 그래서 이름도 잎자를 쓰는거지

그리고 보통은 저걸 아래 사진처럼 잘 씻어 말려서 써

그래서 그걸로 초밥을 장식하는 거냐고? 아냐


원래 용도는 주먹밥 도시락의 포장지로 쓰이거나, 주먹밥이 통 속에서 퓨전하는걸 막는 용도였어.

초밥이 아닌거지.


이게 초밥 장식에 쓰이기 시작한건 일본의 요정, 그러니까 높으신 분들이 다니는 술집의 장식에 쓰이면서 부터야.

다만 처음엔 지금같은 형태가 아니라 그냥 바닥에 깔아두는 형태였지


그러던 것이 점점 그 하란을 이쁘게 꾸미려는 장잉정신이 작렬하다가 본래의 '깔아둔다'라는 개념을 때려치우기 시작하고,

그걸 넘어서 결국엔 '하란'이라는 난이 아닌 다른 식물로 잘라붙인 것마저 '하란'이라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어.

그렇게 이젠 장식용 풀떼기는 죄다 하란이라고 부르게 된거야. 심지어 나중에는 단풍잎같은 녹색이 아닌걸 추구한 하란도 나오지,

이건 실제 대나무 이파리로 만든 하란들임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하란에서 튀어나온 '바란'을 알아 볼 차례인데, 거기에는 바로 '회전초밥'이라는 개념이 등장해.

회전초밥은 가난한 공장 근로자들이 빠르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초밥집을 목표로 하고 만든건데,

그러다보니 거기에 쓰이는 장식도 비싼걸 쓸 수는 없었어.

하지만 초밥이 엉겨붙어서 서로 맛이 섞이는걸 막으려면 초밥 사이에 뭔가를 끼우긴 끼워야 하는데 

그거 하겠다고 괜히 하란을 써서 가격을 올릴 수는 없어, 자 그럼 이걸 어째야 할까?

어쩌긴 뭘 어째, 근처 공장에서 적당히 녹색 플라스틱 얇은걸 가져다 딲아서 풀떼기 비슷하게 보이게 잘라다가 쓴거지



근데 이렇게 되니까 빡친사람이 있어, 그게 누구냐면 하란에 목숨건 장잉들이지

그래서 그사람들은 주장한거야 '이런건 하란이 아냐!! 하란이라고 인정 해 줄 수 없다!!' 라고

그래서 지저분한 하란이라는 의미에서 하란에다가 점을 찍었지 먼지가 뭍었다고,

그래서 식물로 된 장식 쪽은 하란(ハラン)이고, 플라스틱은 바란(バラン)이라고 불리우게 되었어.


다만 그것도 꽤 오래전 이야기고 요즘엔 장인들도 플라스틱 가지고 만든다거나 하니까 그렇게까지 좋고 나쁨의 귀천은 없고,

비싼 가게에서 위생 문제로 플라스틱 하란을 쓴다거나 하는 일도 많으니까 소재 가지고 좋고 나쁨이 정해지진 않아.

심지어 젊은 사람 중에선 하란도 바란도 둘다 바란이라고 부르거나 아예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니까 혹시 일본 여행가서 초밥집 갔는데 플라스틱 바란이 꼽혀있다고 '에~ 여기 싸구려 쓰네' 라고 실망하진 말아줘


마지막은 냥드립답게 첸주님으로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