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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비평준화 시절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지역에서 꽤 좋다고 알아주는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래서 도내의 다른 시에서도 우리 고등학교로 많이 입학했었는데, 근데 좋은 학교라고 다 범생이들만 오는 건 아니었고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노는 그런 일진들이 많았다. 


그래도 일반 일진들이랑은 다른 점은 일진들도 지역에서 유복한 집안 출신들이 많아서 빵셔틀을 시키고 옷 뺏고 돈 뺏고 하는 짓을 하는 애들은 없었고, 그냥 지들끼리 춘추전국시대를 찍고 담배피고 술먹고 하는 식이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특이한 일진들이 몇명 있었는데 그걸 좀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싸움 아다

이 친구는 첫인상부터 어디에서 칼 두대 쯤은 맞고 왔을 거 같은 외모였다. 시꺼먼 피부에 만화에서 볼 법한 일본 양아치 머리 같은 곱슬머리, 거기다 팔뚝에 문신까지 있어서 정말 ㅗㅜㅑ 한 포스를 갖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태어나서 제대로 된 싸움을 했던 적이 한번도 없는 놈이었다.


그러면서도 인상 덕분인지 처음부터 노는 애들 무리에서 잘 놀다가 스모킹 클럽(줄여서 SC라고 불렀음) 이라는 병신같은 이름의 그룹을 만들더니 대가리가 됐다. 제대로 싸우는 모습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3년 내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역시 학창시절은 인상빨로 먹고 들어가는 건가 싶었다.


한번은 3학년 즈음에 웨이트 좋아하는 성격 좋은 친구와 시비가 걸렸다가 바로 꼬리 말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2. 장사치

이쪽도 10대에 빠르게 노안이 찾아온 외모를 가졌었는데, 사업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는지 담배 장사를 오지게 했었다. 

그때 담배값이 2700원이었는데, 점심 시간만 되면 고객들한테 현금 싹 걷어서 챙겨놓은 추리닝 바지와 바람막이를 걸치고 학교 앞쪽에 마트를 가서 보루 단위로 사서 뿌렸었는데 그 친구랑 별로 안 친한 애들이 천원 이상 수수료를 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비흡연자 애들도 한번씩 학생들 숨어서 담배 피우는 '숲' 이라는 데로 데려가서 담배 피우게 만들고 흡연자로 만드는 사업전략도 갖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쪽이 진짜 쓰레기 같은 놈인 거 같다.




3. 두목님 아들

키는 160대 후반에 체격도 별로 안 큰 편에다 외지에서 온 애라 1학년 때부터 지역 애들의 텃세 때문에 싸움을 정말 밥먹듯이 했었는데, 그걸 다 이겼다. 나중에 학교 축제 때 놀러온 지역 내에서 정말 유명한 키가 185가 넘는 떡대 좋은 일진이랑 싸워서도 거의 또이또이 했었는데 그 뒤로 서로 친구를 먹더니 다음부터는 싸울 일이 크게 줄었다.


성격도 특이했던 게 서로 아는 애들한테는 인기 많은 편이었다. 키도 쪼만하고 장난기가 많아서 일진이나 그냥 애들 안 가리고 다 어울리는 편이었는데 모르는 사람한테 유독 시비를 많이 걸어서 사람 패는 건 많이 봤던 거 같다. 한번은 안 좋은 일로 한 명을 1시간 동안 내내 피떡이 되도록 패는 걸 봤는데 진짜 살벌했었다.


집안은 아버지가 시골 조폭 두목이었는데 돈도 많고 경제 관념도 없어서 목마르면 마트에서 물을 2리터를 사서 몇모금 마시다 그냥 버리는 편이었고, 학교에서 자기 고향 집까지 20만원 이상 거리를 그냥 택시타고 가버리는 꼴도 자주 봤다.


이 친구한테 딱히 피해 본 적은 없고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그냥 편의점 같이 갈 때마다 아이스크림이나 치킨 자주 사줘서 좋았던 거 같다.




4. K-록리

이 친구는 고등학교 있던 지역 토박이 출신에 중학교에서 대가리였다. 강해지는 거에 환장한 또라이였는데, 우리 학교의 뒤편에 운동장만한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있었는데, 지나가다 보면 거기서 주먹으로 소나무를 치며 단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심폐단련이 중요하다면서 담배는 입에도 안 댔었다.


애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했는데 성격이 순박한 편이라 괴롭히는 것도 그냥 앞에서 에베베 하면서 놀리고 마는 식이었는데, 그렇게 해도 이 친구가 강한 편이라 덤비거나 하진 않아서 맞은 애들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밖에서 같은 학교 학생들 보이면 끌고가서 지나가는 여자 번호 좀 따서 인증 받으면 보내주는 것도 자주 했다.


위의 조폭 두목 아들이랑 학교 안에서 싸웠다가 하이킥을 날리는 와중에 양말이 미끌어져 그대로 파운딩을 당해 통한의 패배를 맛본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종아리 단련이 문제였다면서 몇주 동안 까치발로 서서 다니는 수련을 한 적이 있다. 수련을 한 뒤에 다시 리벤지 매치를 하자면서 2년 내내 메달렸는데 당사자인 친구는 친구끼리 뭔 싸움이냐면서 한 번도 그 뒤로 싸워주지 않았다.



놀랍게도 기억 나는 선에서 전부 실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