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유철도->JR로의 민영화

어느 문제나 그렇지만 JR 민영화는 성공이냐 실패냐 무자르듯 설명하기 어렵고

개인적으로는 성공과 실패 사례가 동시에 존재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음.


일단 이 문제를 설명하려면 JR의 전신 일본국유철도가 민영화 직전에 어떤 상태였냐를 봐야하는데

일본국유철도가 가진 부채가 25조엔이 넘었고, 매년 1조엔 이상 적자를 냈는데 이것도 국가보조금을 메꿔서 나온 수준.

근데 당시 일본국유철도의 이미지는 '툭하면 요금 쳐올리는데 서비스는 개판이고 노조는 맨날 파업함' 이었거든.


뭔 짓을 했길래 부채가 25조엔이나 되냐고 할텐데 

일단 신칸센의 성공으로 고무된 국유철도와 지역구 관리하려는 정치인들의 환장의 콜라보로 사방에 신칸센을 까는데 

문제는 고속철도다 보니 속도를 내려면 직선 철로=>산이 많은 일본 특성상 터널을 파야한다=>공사비 상승임.

신칸센 노선 하나당 수조엔씩 공사비가 들어가는데다가 

여기에 돈잡아먹는 하마같은 혼슈-홋카이도 해저터널 같은 사업까지 사방팔방으로 벌임. 

근데 이 동네들이 인구는 그렇게 없다보니 결국 채산성 없는 사업에 돈만 쏟아붓는 꼴.


결국 국철도 못버티니까 인원도 대거 정리하고 적자노선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아까 말한 지역구 관리가 중요한 정치인들이 이것도 훼방을 놓아서 적자노선도 정리 못함.

거기에 거대한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일본국철노조는 맨날 깽판. 

또 오일쇼크와 60~80년대 일본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 철도 요금이 팍팍 올라감.

어느 정도였냐면 65년에 2780엔이었던 도쿄-오사카 신칸센 요금이 75년엔 5500엔, 76년엔 8300엔, 86년엔 13100엔이 됨.


결국 87년에 국철을 여객철도분야에서 지역별로 6개-동일본, 서일본, 도카이, 큐슈, 시코쿠, 홋카이도로 나누고

화물은 따로 JR 화물로 만들어서 총 7개 회사로 분할민영화함. 

민영화로 인해서 해결하고자 한게

1. 부채와 방만경영의 해결

2. 철도 서비스질 향상

3. 강성이었던 국철노조 박살내기

이런 것들이었는데, 전체적으로는 3가지 다 성공해버림.


근데 이게 따지고 들어가보면 또 재미있음.

1. 방만경영은 해결됨. 근데 부채의 상당수는 정부가 떠안아버리면서 지금도 세금으로 내는 중.

그나마도 인구많은 혼슈섬의 JR동일본과 서일본, 도카이와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큐슈를 뺀 

시코쿠와 홋카이도는 여전히 국가에게 돈 받아먹으면서 연명중. 

사실 여긴 애초에 인구가 없는 깡촌들에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지역이라 흑자가 날 수가 없음.

결국 답이 없어서 시골 노선들을 대거 폐선시키는 구조조정 중. 그래도 답이 없음.

즉 부분적으로만 해결된 상태임.


2. 철도 서비스질 향상은 대부분 인정하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일본의 특이한 철도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봄.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특이하게 대도시권에 사기업의 철도가 많이 깔려있고, 또 대기업이 된 경우도 많은데

얘들이 철도+유통+부동산을 같이해서 경영 상태도 나쁘지 않고 대체로 사철들이 가격이 저렴함.

즉, JR이 구간 독점이 아니라 다른 철도 회사들과 경쟁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임.

결국 국철시절처럼 허구한날 요금 올리면서 서비스를 개판으로 했다간 진짜 망하게 되니 요금도 못올림.

단, 민영화 이후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물가상승률이 수십년째 계속 바닥이었던 영향도 큼.

문제는 이것도 사철이 많은 대도시권에나 해당되는 거지, 

돈 안되고 경쟁자도 없는 시골 동네 가면 얄짤없이 후진 시설에 국철 시절 열차 돌리는 곳도 있음.

교토에서 우지나 후시미 이나리 신사가는 나라선 타면 가끔 이런 열차가 출몰했는데

뜬금없이 60년대에나 볼법한 전철이 튀어나와서 놀랄 수 있음. 

천장에 선풍기도 달려있음. 


3. 분할민영화 시도 당시 강성파 노조들은 당연히 강하게 반대했고, 그 과정에서 또 깽판을 쳤지만 결국 민영화를 못막았고

결국 민영화에 찬성했던 온건파가 현재 JR 노조의 중심이 되었고, 강경파들은 밀려남.

이 국철노조의 몰락이 또 일본 정치계에 나비효과가 되는데 근데 일본 정치계 내부 이야기도 정떡이 될지도 몰라서 패스.



하여튼 결론을 내리자면

JR의 민영화는 대체로 성공적. 서비스가 향상되고, 요금 인상은 줄고, 방만경영이 줄며 경영상태가 호전됨.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기업화 된 사기업의 철도가 존재하다보니 경쟁이 가능했던 일본 특유의 철도 환경

일본 정부가 상당수의 부채를 껴안았던 점과

애초에 인구빨로 이득내기 좋은 혼슈 3사 조차 돈안되는 시골 노선은 사실상 버리는 합리적 경영을 하니

시골 지역이나 소외 지역의 인프라 문제는 심각해지고

그나마도 뭘 해도 안되는 시코쿠나 홋카이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국가에 빨대 꽂고 연명 중인 한계를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