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시판

이름 대면 다들 아는 큰 쇼핑몰 브랜드의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는 분에게 들음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직 중에서도 끝판왕 중 하나로 불리는 직업이다 보니

보통 고객에게 많이 데이고 이른바 고객혐오가 굉장히 클 것이라는게 세간의 인식인데

의외로 그런건 별로 크진 않다고 한다 물론 많긴 하지만


오히려 자기 회사에 혐오가 굉장히 커진다고 함

단순히 뭐 상사에게 혼나고 직장이 힘든 의미에서의 혐오가 아니라


사실 콜센터 상담사들도 본인들이 직접 판단하는 영역은 많지 않고 대부분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잖아?

근데 일하다보면 본인들도 느끼는 것이, 이 매뉴얼이라는 게 절대로 고객에게 친화적이지 않다는 거임

불량교환이나 환불이나 상품문의 같은 거는 절대적으로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고

고객이 해달라는대로 해줄 수 있는 경우는 매뉴얼에 적힌 방법으로는 반박이나 회피가 안될 만큼 빼박일 때뿐이라고 함


교환/환불해달라고 전화한 고객을 말빨로 구슬려서 어떻게든 교환/환불을 못하게 막아야 그게 '실력'이 되는 곳이니

한마디로 '우리 물품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도 그걸 입을 털어서 잘 포장해서 고객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직업인 거임


물론 업체들이 자선단체는 아니니까 최대한 이익을 추구하는 게 맞긴 하지 그게 상담사의 잘못도 아니고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막연하게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직접 전화상으로 말로 전달해서 고객의 화를 눌러야 하는게 주업무인 특성상 입장이 좀 다름


말을 하면서도 굉장히 미안하고 자기가 들어도 이건 회사 잘못이 맞는데 요구를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마냥 전화해서 다짜고짜 화내는 고객들이 다 진상일 것 같으면서도,

대부분은 이야기 들어보면 아 이 사람이 화낼만 하다 하고 본인들도 만백번 공감하고 '왜 이걸 안해주지?' 이런 생각도 수없이 한다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콜센터 직원은 좀처럼 없어서 꽤 흥미롭게 들음

그래서 이 분은 사적으로는 자기 회사 물건 웬만해선 안쓰고 회사를 양아치 회사라고 부름


ps

의외로 진상 고객은 수화기 내려놓으면 별로 기억에도 안남지만 매너 고객은 하루종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전화 끊을 때 감사합니다 한마디라도 해주는 냥붕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