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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과학 열심히 공부한 공돌이인데 아까 과학 관련한 개념글 보고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배운 내용들, 인상 깊었던 교수님들 말씀 등등 종합해서 과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써보려고 함. 내 생각 정리기도 하고..틀린 부분이나 논리적 비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얼마든지 지적해주고 생각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내 전공이 물리 베이스다보니 '과학'이라고 일반화해서 서술하지만 이하의 주장들은 자연과학에 국한되거나 '물리학'에 더 맞는 주장들일 수 있어.


----요약----

0. 과학은 현실에 대한 관찰을 설명하고자 하는 인간의 시도이다.

1. 과학은 진리가 아니다.

2. 과학의 핵심 과정은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세계관의 오답을 고쳐나가는 것이다. 

3. 이론과 실험(관찰) 중 실험이 항상 먼저다. 이론(관찰)과 실험이 충돌하면 무조건 이론이 틀린 것이다. 



0. 과학이란, 현실에 대한 관찰 결과를 설명하고자 하는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시도이다.

  이 문장이 내가 생각하는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핵심적인 정의야.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건 "현실에 대한 관찰 결과"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마다 많은 것들을 관찰할 수 있어. 라면을 끓이다가 면을 쇠 젓가락으로 젓다보면 손이 델만큼 젓가락이 뜨거워 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TV 리모콘을 TV 방향으로 해서 버튼을 누르면 잘 작동하는데 방의 구석진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해서 버튼을 누르면 소용이 없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 그리고 사과를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지. 이런게 다 "현실에 대한 관찰"이야.

  자 그러면 과학은 이 관찰에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수행한 관찰 결과들을 바탕으로 그 관찰 결과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한 답이고 지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과서의 내용들은 인류가 수천년 동안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각해봤을 때, 그 관찰 결과들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인정받은 주장들이야. 물론 그 주장들 중에서도 수많은 교차검증이 이루어져서 이정도면 믿을만하지!라고 교과서 쓴 선생님들이 합의한 내용들만 있겠지.

  아직 인류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 관찰 현상들은 많이 있고, (대표적으로 고온 초전도체 등이 있어) 이런 관찰 현상들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혹은 기존의 공인받은 설명 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관찰 결과를 보고하는 장이 바로 과학 학술지이고 이 두가지 활동 중 하나를 하면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노벨상도 받을 수 있겠지.

  그래서 사실 사회과학과는 달리, 자연과학은 이론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가능해. 왜냐하면 자연과학의 절대적인 기준은 "현실", 좀 더 정확히는 "현실에 대한 관측"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풀이 과정은 안 알려주고 정답 여부만 알려주는 답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구 과정은 바로 그 풀이 과정을 알아가는거고.



1. 과학은 진리가 아니다.

  우선 '진리'라는 단어를 정의해야 되는데 여기서는 "반드시 참인 명제" 정도로 할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적 진리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과학은 진리가 아니야. 과학은 항상 과학자들에 의해 부정되어 왔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부정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부정될 거야. 일반적으로 과학과 종교가 많이 대립하는 묘사가 많은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 과학과 종교가 어디서 대립하는지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종교계에서 가장 격렬하게 거부되고 있는 과학 이론 중 하나는 바로 진화론인데, 사실 과학자들과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화론이 '참'이라고 주장하지 않아. 과학의 주장은 "성서에서 등장하는 창조론은 인류가 자연에서 관찰한 결과들을 토대로 생각해봤을 때, 현실의 관찰 결과와 창조론 간 논리적인 모순이 있어 그 이론을 폐기한다." 이야. 자 그러면 인류가 수천년 동안 (적어도 기독교를 믿던 유럽 사회 기준으로는) 인류는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질문을 설명하던 기존 이론인 창조론을 폐기했으니, 다시 그 질문에 답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그 뒤로 인류가 지금까지 찾아낸 가장 좋은 설명이 바로 진화론인 거야.

  따라서, 진화론도 언제든지 1)진화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관찰 결과를 발견하고, 2)이에 따라 진화론과 새로 발견된 현실에 대한 관찰 결과 간 논리적 모순이 생기면 진화론도 폐기될 거고, 다시 과학자들은 기존의 관찰 결과들과 새로운 관찰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겠지.

  그래서 사실 종교계 측에서 진화론을 부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진화론의 역할은 기존 이론인 창조론을 대체한 것에서 끝난 것이고 사실 진화론이 부정되면 현실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한 단계 더 나아갈 뿐이지 기존의 창조론이 부활하는게 아니거든.


2. 과학의 핵심 과정은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세계관의 오답을 고쳐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은 사실 절대적인 진리를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현실에 대한 이해체계의 잘못된 점들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보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절대적인 진리는 현실 그 자체고. 대학교 다닐 때 한 원로 교수님의 말씀 중에 인상 깊었던게 "물리학은 가장 그럴듯한 엉터리 설명을 내놓는 것이다." 라는 말이었어. 일단 내가 내놓는 이론은 현실을 다 설명하지 못하는 엉터리고, 그래도 엉터리 중에서는 가장 그럴듯하게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들을 설명해야 되는거지.


3. 이론과 실험(관찰) 중 실험이 항상 먼저다. 이론(관찰)과 실험이 충돌하면 무조건 이론이 틀린 것이다.

  이 부분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인데, 특히 일본식 교과과정을 많이 참고해서 구성한 우리나라의 교과과정 상 과학에서 이론과 실험의 관계를 많이 오해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보통 우리는 학교에서 이론만 배우기 때문에 과학이 곧 이론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가 쉽고, 실제로 학교 시험들은 (대학 입시까지도) 이론만 잘 외우면, 그리고 계산을 잘 하면 과학 성적이 잘 나오지.

  하지만 과학 이론은 인간이 "현실에 대한 관찰 결과"를 설명한 산물일 뿐이야. 항상 과학은 실험이 무조건 우선이고 이론은 실험 결과에 뒤따라오는 부수적인 설명일 뿐이야. 물론 실험 결과를 잘 설명해야지만 더 좋은 실험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도 물로 중요하지만, 과학의 근본은 실험과 관찰에 있어.

  아까 개념글 댓글 중에, "과학 이론이 틀렸다면 그걸 바탕으로 응용한 기계나 그런 것들은 왜 멀쩡하게 작동되냐. 그 이론이 틀렸으면 기계도 작동이 안 되야 되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론과 실험 간의 관계를 잘 꽤뚫는 질문인 것 같아.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들은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기계를 만든 것이 아니고, 기계를 먼저 현실에 구현했고 이를 설명한 결과가 이론이야." 그래서 이론이 틀렸더라도 기계는 이미 이론과 상관없이 현실에서 잘 작동됨이 '관찰'된 것이고 그저 왜 잘 작동되는지에 대해서 인류가 잘 모르고 있던 거지.


  대부분 어디 정글의 법칙 같은 데서 나무 비벼서 불 피우는 기술(?)을 본 적이 있을 것 같아. 우리의 수천 년 전 조상들은 다들 그렇게 불틀 피웠겠지.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불 피우는 기술이 나무를 빠르게 비비면 나무 간 마찰력이 작용하고, 마찰력에 의해 손실되는 나무의 회전운동에너지가 일부 열에너지로 변환되고, 그 열에너지가 전달된 나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충분한 활동성을 가지게 되면 공기 중의 산소가 촉매 역할을 하여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불이 만들어진다고 해석을 하고 있지. 그런데 과연 원시 조상들이 이런 "이론"을 알고 불을 피운걸까?

  당연히 이런 이론은 모르고 "어? 나무를 빠르게 비비면 뜨겁네?" "어? 더 빠르게 비비면 불이 나네?"와 같이 "자연 현상을 관찰"했고 이걸 그대로 실행했을 뿐일거야. 그리고 하다보면 나무를 평평한 나무판에 비비는 것보다 움푹한 홈에서 비비면 불이 더 잘 붙는다는것을 "관찰"했을 거고, 이걸 바탕으로 좀 더 좋은 "불피우기 기계"가 탄생하는거지.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우리의 조상님들은 수십번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 관찰 결과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이론을 가져다 붙일거야. 나무를 살살 돌렸을 때는 불이 안 붙고, 나무를 미친듯이 비볐더니 불이 붙더라.. "아! 간절히 염원했더니 나무에 불의 정령이 깃들었다."  

이론은 틀려도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기계들은 문제 없이 작동되는거지 :)


  이론과 실험(관찰)의 충돌 중 현대적인 사례로는, 양자역학을 두고 보어와 아인슈타인간 토론이 있었어. 아인슈타인은 사실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그래서 나온 말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즉. 물리적 해석에 확률이 포함되는 것을 거부했던 거지. 그에 반론한 보어가 한 말이 "인간은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알지 못한다." 였고, 아인슈타인이 끊임없이 제시하는 실험적 관찰 결과들을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모두 설명할 수 있음을 보이며 양자역학이 학계에서 인정받게 돼. (자세한 건 솔베의 회의를 검색) 왜냐하면 기존의 이론들로는 새로이 관찰한 양자적 실험 결과들을 설명할 수 없었지만, 양자물리학은 기존에 있던 모든 고전물리학까지도 다 설명할 수 있었거든. 이처럼 이론과 실험이 충돌하면 실험에 오류가 있지 않는 이상 이론이 틀린것이고, 그 이론은 대체되어야 해.

  그리고 양자역학에서 전자의 위치가 확률로 결정되든 말든 전자제품들은 잘만 작동할거야. 그저 우리는 그게 왜 잘 작동되는지 모를 뿐이지.




  이정도면 과학 자체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풀어낸 것 같고, 다음에는 과학과 종교 관련해서도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네. 거창하게 시작한 것 치고는 뭔가 중간에 끝내는 거 같긴한데, 이만 줄이고 궁금한 부분이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 있으면 댓글로 알려줘!